그리움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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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문장들

리뷰 총점 9.5 (2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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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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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시인이 들려주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1 | 2021.03.06 리뷰제목
림태주 시인은 일전에 [그토록 붉은 사랑]이란 책으로 만난 적이 있다. 시집인줄 알았는데 산문집이었던 그 책을 읽으면서 시인이 첫 번째로 쓴 책이 있다하여 찾아 읽은 책이 [이 미친 그리움]이란 책이었다. 헌데 이 책을 본 순간 그 사실을 깜박했었다. 그렇다고 기억했다면 이 책을 건너띄었을까 생각해보지만 그럴 것 같지도 않았다. 아무튼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이 [이 미친
리뷰제목

림태주 시인은 일전에 [그토록 붉은 사랑]이란 책으로 만난 적이 있다. 시집인줄 알았는데 산문집이었던 그 책을 읽으면서 시인이 첫 번째로 쓴 책이 있다하여 찾아 읽은 책이 [이 미친 그리움]이란 책이었다. 헌데 이 책을 본 순간 그 사실을 깜박했었다. 그렇다고 기억했다면 이 책을 건너띄었을까 생각해보지만 그럴 것 같지도 않았다. 아무튼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이 [이 미친 그리움]이란 책에 새로 쓴 그리움에 관한 글들을 추가하고, 기존의 낡은 글들을 대폭 수선한 책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렴 어떠랴. 좋은 글이라면 두 번, 세 번 읽어도 상관없지 하는 생각에 읽기를 계속했다.

 

책을 읽고 난 후, 전에 읽었던 책과 비교해보았다. 그대로 실려 있는 글도 있지만 저자의 말 마냥 빠진 글들도 많았다. 그리움에 미쳐 산 지 오래된 만큼 그리움의 문장들을 꽤 많이 수집했다고 했는데, 6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에는 아마 더 많은 문장들을 수집해서 일게다. 그럼에도 나 역시 [이 미친 그리움]을 읽고서 쓴 글을 수선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오래전에 쓴 독후기를 읽어보았다.


 

['이 미친 그리움이 그대에게 닿아 멎기를, 역류하기를' (프롤로그) 바란다는 그의 시작 글이 심상치가 않다. 그냥 그곳에 멎기만 해도 좋을텐데, 역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시리기만 하다. 얼마나 그리웠길래, 그럼에도 이런 그리움을 가지길 바랬을까? 그 글을 쓰면서 시인의 가슴에 불었을 그리움이란 바람이 어떤 것인지를 알 것도 같다.

 

1부, '외롭고 그립고 아픈 짓'의 주제는 당연하게도 그리움이다. '그리움과 그림과 글이 같은 어미의 자녀들이라고 들었다. 동사 '긁다'가 그들의 어미라고 했다. 종이에든 동판에든 긁어 새기는 것이 글과 그림이 되었고, 심장이나 마음에 긁어 새기는 것은 그리움이 되었단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둘 다 대상에 대한 부재와 연민에서 비롯된 행위. 눈앞에 확인하고 싶은 욕망이 그림으로 표출되고 시로 읊어지는 것.' 그림은 잘 모르겠지만 그리움이 시로 읊어 지는 것이라는 말은 맞는 것 같다. 뜬금없이 이 계절에 시가 생각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날씨가 하수상하다 보니 대문 앞 은행나무의 잎들이 더러는 노랗게 물들어가면서, 더러는 아직 새파란데도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바람에 날려 마당으로 떨어지는 은행잎들을 바라보면서 그리움의 끝은 과연 어디인지를 생각해 본다.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리워지고, 그립다는 생각이 들면 가슴이 아파오는 이것이 시인이 말하는 '이 미친 그리움'인지도 모르겠다.

 

2부 '남자로 산다는 것'은 그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알려준다. 저자가 누군지는 잊어버렸지만 언젠가 '남자가 마시는 술의 절반은 눈물이다'(?)라는 산문집을 읽은 적이 있다. 한집안에서 남자로 태어난다는 것, 더군다나 장남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그래서 술잔에 눈물을 섞어 마실 수밖에 없음을 깨달아 가는 과정인 것이다. '세상의 많은 아들들은 어머니가 자식을 속속들이 아는 만큼의 만분의 일도 어머니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것이 남자가 살아가면서 흘리는 모든 눈물의 근원일 것이다.' 시인이 어머니를 애타게 그리워하듯 나 역시 부모와 누이들과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눈물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고 있다.

 

이 책은 총 5부로 되어있다. 3부와 4부, 그리고 5부에서 시인은 자신의 일상사에 대하여 쓰고 있다. 가슴을 애틋하게 만들던 그리움이 급작스레 어디론가 사라진다. 시인은 바람이 부니 명랑하자고 말하지만 가슴을 시리게 하던 그리움이 갑자기 명랑으로 바뀔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차라리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시 몇 편이 더 좋았을 것이란 부질없는 생각이 들 뿐이다.]


 

기존의 글들을 대폭 수선했다는 이 책 [그리움의 문장들]은 4부로 되어있다. 1부 ‘바닷가 우체국’에서 내가 길어 올린 그리움의 문장은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일은 없는 것들에 대한 열망과 사라져갈 것들에 대한 연민이다.’(22쪽)이었고, 2부 '그리운 이름'에서는 ‘세상의 많은 아들은 어머니가 자식을 속속들이 아는 만큼의 만분의 일도 어머니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것이 자식들이 살아가면서 흘리는 눈물의 근원일 것이다.’(74쪽)이었다. 신기하게도 오래전에 읽었던 책에서 마음에 담았던 문장과 지금 새롭게 읽으면서 마음에 담은 문장들이 같다.

 

3부, 4부에서 저자는 자신의 일상에 대해 쓰고 있지만 전작과 달리 그리움의 문장들은 이어진다. 새롭게 추가된 많은 글들에서도 ‘이 미친 그리움’이 그대로 다가온다. 1부와 2부에서 그리움의 내용을 중시했다면, 3부와 4부에서는 그 방향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문장 하나를 길어 올렸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리움의 내용이 아니라 그리움의 방향을 이해하는 거라고. 그리움의 방향을 이해하면 그리워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내 감정을 위해 봉사하던 충실한 그리움이 내가 아닌 상대방의 안녕과 축복에 관심을 갖게 된다. 기도나 소망 같은, 그리움의 태도를 갖게 되면 우리는 비로소 어른으로 성장한다.’(141-142쪽) 스산한 계절, 늦겨울인지 이른 봄인지 헷갈리는 이 시절에 나도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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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그리움도 병인 양 하여 평점8점 | s*****l | 2021.05.08 리뷰제목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매 시간 균질한 밀도의 삶을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때로는 빡빡하게, 때로는 느슨하게 살다 보면 성긴 시간을 메우기 위해 우리는 후회와 그리움을 소환하고 때로는 희망과 걱정을 저글링 하며 나른한 시간을 채운다. 몸은 움직이지 않을지라도 성긴 시간을 메워주던 그리움과 후회. 그리움과 후회는 어쩌면 희망과 걱정의 대척점에 있는 단어들일지도 모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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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매 시간 균질한 밀도의 삶을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때로는 빡빡하게, 때로는 느슨하게 살다 보면 성긴 시간을 메우기 위해 우리는 후회와 그리움을 소환하고 때로는 희망과 걱정을 저글링 하며 나른한 시간을 채운다. 몸은 움직이지 않을지라도 성긴 시간을 메워주던 그리움과 후회. 그리움과 후회는 어쩌면 희망과 걱정의 대척점에 있는 단어들일지도 모른다. 이미 살아본 시간과 앞으로 살게 될 미래의 시간을 자맥질하며 우리는 고단한 현실을 잊곤 한다. 그럴 때면 누군가 말했던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로 남는다.

 

"그리워할 수 있다는 건 살아 있다는 것이다. 살아 있다는 건 살아남았다는 것이고, 덤벼드는 적들로부터 용케 도망쳤거나 잘 이겨냈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직 지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그리워할 수 있다. 그리움은 생존 무기다. 무기는 꼭 사용해서가 아니라 가지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힘을 가진다. 방호복이나 비상식량처럼 그리움도 나를 지키고 보살피는 데에 긴요하다."  (p.12)

 

림태주가 쓴 <그리움의 문장들>은 그리움에 대한 온갖 것들이 총망라되어 하나의 철학적 관념을 형성하고, 막연하기만 했던 감정들을 하나로 끌어모은다. 그것은 마치 누에고치에서 명주실을 뽑아내는 것처럼 신기하기만 하다.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그리움에 종사하다 그리움에서 퇴직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주장답게 '보고픔과 기다림과 외로움의 합체어가 그리움이라 그리움의 뿌리는 외로움'이라는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므로 '그리움의 문장들'은 '외로움의 문장들'이기도 하다.

 

"나도 이제 노인의 언어를 이해해야만 하는 나이에 접어들었다. 나는 아마도 침묵의 언어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당신처럼 함부로 외로움을 발설하지 않을 것이다. 알 수 없다. 아버지도 나처럼 다짐했을지도 모른다. 다짐한다 해도 불어나는 외로움의 채무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감정의 수도꼭지가 점점 헐거워지고, 잠가도 흘러나오는 비탄이 하수구를 막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아무리 기다려도 배관공은 오지 않는다."  (p.149)

 

성긴 시간에 찾아드는 그리움, 혹은 변질된 외로움을 우리로서는 막을 도리가 없다. 물길을 막는 저 단단한 수력댐처럼 우리의 삶에서 그리움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움은 물길처럼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그리움의 습격에 인간은 그저 무기력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산다는 건 누군가의 가슴에 돋을새김의 그리움을 한 자락 새겨 넣는 일이라지만 그리움과 허무함이 넘치도록 나를 잠식하는 밤이면 마음을 굳게 닫고 저 멀리 달아나고 싶을 때가 더러 있다. 밤을 꼴딱 새우고 부스스한 아침을 맞았을 때의 더러운 기분을 무엇보다 싫어하기 때문이다.

 

산에는 요즘 이소(異所)를 준비하는 어린 까치의 날갯짓이 분주하다. 아카시아 꽃의 시원하고 달착지근한 향기가 온 산을 가득 채우는 동안 어린 까치는 스스로 살아갈 준비를 하고, 한 자락의 그리움을 가슴에 품은 채 서둘러 작별을 고할 것이다. 마침 오늘은 어버이날. 부모의 곁을 떠났던 이맘때의 나는 자라고, 나이 들어 그 시절의 부모님 나이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한 자락의 그리움을 끈질긴 혈연의 끈인 양 가슴에 품은 채 살아가고 있다.

 

"외로움의 귀퉁이, 그리움의 모서리였을 꽃밭 앞에 하염없이 앉아 있는 엄마가 있다. 내가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엄마의 어룽대는 등을 가만히 껴안아 주고 싶다."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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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그리움은..... 평점10점 | f*******8 | 2021.03.03 리뷰제목
그리움은 아지랭이다.그리움은 피고 진 벚꽃이다.그리움은 엄마냄새다.그리움은 눈물이다.나에게 그리움은 눈물이다. 그저 그리운 그를 떠올리기만 해도 생각보다 눈물이 먼저 나온다. 이제는 만날 수 없어서, 다시는 볼 수 없어서, 보고싶다 말할 수 없어서, 만질 수 없어서 그리운 그 사람'그래서 누군가를 미치도록 그리워해 본 사람들은 안다.'(23p) 그리움, 그립다, 그리워요 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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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아지랭이다.
그리움은 피고 진 벚꽃이다.
그리움은 엄마냄새다.
그리움은 눈물이다.

나에게 그리움은 눈물이다. 그저 그리운 그를 떠올리기만 해도 생각보다 눈물이 먼저 나온다. 이제는 만날 수 없어서, 다시는 볼 수 없어서, 보고싶다 말할 수 없어서, 만질 수 없어서 그리운 그 사람

'그래서 누군가를 미치도록 그리워해 본 사람들은 안다.'(23p)

그리움, 그립다, 그리워요 라는 말들을 소리내어 말해보자. 입안 어딘가에서 맴도는 부드럽고 말랑한 ㄹ의 느낌. 마음까지 몽글몽글 해져서 내 마음이 아직 말랑하구나? 하는 느낌. 우리는 살면서 가끔 누군가를 무언가를 어딘가를 그리워해봤을거다.

'그리워 할 수 있다는 건 살아 있다는 것이다.'(12p)

[그리움의 문장들] 을 쓴 림태주라는 사람은 아마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리움으로 꽉 찬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글을 쓸 수 없다. 한 줄 한 줄, 한 장 한 장 그립지 않은 글이 없다.

'그 사람에게서 푸르스름한 그리움의 냄새가 난다.'(35p)

그의 전작 [이 미친 그리움] [그토록 붉은 사랑] [관계의 물리학] 역시 제목만 달랐지 촌스럽게 제목을 붙인다면 그리움의 모음집1. 2. 3 이라고 지어도 무방하다. 새로 지은 [그리움의 문장들] 은 그리움의 사전, 완결판, 총합본, 끝판왕 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온통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에필로그에 '그리움은 내가 해석한 문학이고 예술이다. 그리움은 나에게 우산이고 모자이고 문장이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삶의 화두가 있고 숙제가 있고 이유가 있다. 그리움이 나의 이유다. 내가 떠난 뒤에도 그리움이 남아서 나를 그리워 했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은 내가 그리워해야 할 것들에 대하여 그리운 삶에 대하여 게으르지 않겠다. 내가 나를 몹시 그리워하는 수요일이 있듯이 당신에게도 당신을 그리워하는 요일이 있기를 바란다. 당신의 뒤를 부탁할 그리움 하나가 인생에 있기를 바란다.' 라고 맺고 있다.

그의 일생, 그의 글, 그의 문장들은 모두 모아서 딱 한마디로 줄인다면 아마 "그리움"이라는 단어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이 책은 그의 인생책이 될테고, 나에게도 인생책이 될 것이며, 아마 당신에게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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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그리움 연금술사 림태주의 그리움 투쟁기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l****5 | 2021.03.12 리뷰제목
그리움 문장에 꽂힌 림태주 저자의 그리움 투쟁기 <그리움의 문장들>. 관계의 힘듦에 지친 이들에게 관계에 대한 안목을 높인 전작 <관계의 물리학>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림태주 저자의 책입니다. 2014년 <이 미친 그리움>의 복간본이에요. 절판으로 구하기 힘들어 아쉬워했던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되겠어요. 그때의 글을 다듬고 새로 더해 행성B '쓰는 존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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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문장에 꽂힌 림태주 저자의 그리움 투쟁기 <그리움의 문장들>. 관계의 힘듦에 지친 이들에게 관계에 대한 안목을 높인 전작 <관계의 물리학>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림태주 저자의 책입니다. 2014년 <이 미친 그리움>의 복간본이에요. 절판으로 구하기 힘들어 아쉬워했던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되겠어요. 그때의 글을 다듬고 새로 더해 행성B '쓰는 존재' 시리즈의 네 번째 책으로 나왔습니다.

 

그리움에 얽힌 에피소드 외에도 생계형 책바치로서의 삶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담백한 은유가 일품인 문체는 림태주 저자만의 매력이라 골수팬도 많습니다. 약간의 유머 코드도 담겨 사차원적이다가도 본질을 꿰뚫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오가며 읽는 맛이 좋습니다.

 

<그리움의 문장들>은 그리움 찬가이기도 합니다. 림태주 저자는 그리움 학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만큼 그리움이 미쳐서 산 지 오래되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그리움에 파묻혀 질펀한 감정을 내뱉기만 하는 건 아닐까 싶겠지만, 딱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저자가 그리움을 대하는 것에서 나의 그리움을 되돌아보고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 될 겁니다.

 

I miss you. 그리움의 본질을 명료하게 표현한 문장이라고 합니다. 놓치다(miss)는 단어 하나가 주는 의미가 이렇게 그리움이랑 연결되다니. 살면서 놓쳐버린 수많은 것들이 바로 그리움의 전모입니다.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나요. 향수병처럼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있을 테고, 연인에 대한 그리움, 추억에 대한 그리움도 있을 겁니다. 보고픔, 기다림, 외로움의 합체이기도 한 그리움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발병하니 참 요상합니다.

 

그리움은 오롯이 나의 감정입니다. 나태주 시인도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라는 말로 단독 소유의 그리움을 표현했지요. 타의에 좌우되지 않는 그리움입니다. 자신 소유의 감정인 까닭에 그리움을 더욱 예찬할 수 있나 봅니다.

 

없는 것들에 대한 열망과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연민으로서의 그리움이 그저 과거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는 걸 <그리움의 문장들>을 읽으며 깨닫게 됩니다. 그리움 하수는 과거를 회상하는데 쓰지만, 그리움 고수가 될수록 내부로 물길을 터 나 자신을 그리워하는데 에너지를 쏟는다고 합니다. 바로 자기애가 되는 겁니다.

 

그리움의 몸살을 앓던 날도 있지만, 그리움 전문가답게 그리움에 묻히는 대신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충분히 살아갈 힘을 얻는 림태주 저자. <그리움의 문장들>에서는 그리움의 속성을 깨달아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오래 그리워하고 싶은 인연들에 대한 에피소드는 간간이 빵 터지게 하기도, 진한 여운을 남기기도 하면서 푸석푸석한 영혼을 촉촉이 만들어줍니다.

 

모든 것이 변해가도 지금은 계속 지금이고, 우리는 지금에만 머물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움은 그 느낌을 기억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흔적은 느낌의 편린이고 그것이 그리움의 실체라는 걸 림태주 저자는 알려줍니다.

 

덕분에 '지금'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지금이라는 눈부신 순간도 곧 흔적이 되고 말겠지만, 흔적도 지금을 통과해야 흔적으로 남을 수 있다."는 그의 문장이 너무나도 와닿습니다. 과거에 대한 집착과 자조와 푸념의 모습으로 대하는 그리움이 아니라 지금이라는 시간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전환될 수 있는 그리움의 효용을 보여주는 <그리움의 문장들>.

 

나의 그리움을 이야기하다 보면 누군가로부터 기억된다는 것의 의미로도 확장해봅니다. 나를 그리워하는 누군가를 정작 나는 기억하고 있을까요. 그리워해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움의 문장들>. 그리운 삶에 대해 게으르지 않겠다는 저자처럼 언젠가 나의 그리움이 될 지금에 집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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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그리움을 기다린 댓가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g*****o | 2021.03.03 리뷰제목
시보다 더 시답고 시보다 더 아름다운 문장을 보고 싶다면, 신이 내린 필력이 어떤 것인지 보고 싶다면, 이 책 이상의 정답은 없지 않을까.   작년, ‘관계의물리학’으로 이 분의 글을 처음 접했다. ‘사람이 어떻게 글을 이렇게 쓸 수가 있지?’ 매 페이지를 놀라움으로 삼켰다. 그냥 ‘잘 쓴다’는 말로는 모독이 될 것 같았다. 어휘력 짧은 내가 아는 단어들로는 표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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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보다 더 시답고

시보다 더 아름다운 문장을 보고 싶다면,

신이 내린 필력이 어떤 것인지 보고 싶다면,

이 책 이상의 정답은 없지 않을까.

 

작년, ‘관계의물리학’으로 이 분의 글을 처음 접했다.

‘사람이 어떻게 글을 이렇게 쓸 수가 있지?’

매 페이지를 놀라움으로 삼켰다.

그냥 ‘잘 쓴다’는 말로는 모독이 될 것 같았다.

어휘력 짧은 내가 아는 단어들로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런 분의 글쓰기 수업이 사장학교에서 열린다는 공지에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신청했고

난 그의 제자가 되었다.

그의 글을, 그의 감성을 100분의 1이라도 닮아보려고

수업이 끝난 뒤에도 열심히 글쓰기 연습을 하며

선생님의 다음 수업을 기다렸다.

그런데 긴 겨우내 선생님은 눈 속에, 산속에 묻혀 계셨다.

다음 책을 위해 양보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기다림이

‘그리움의문장들’이 되어 나왔다.

 

제일 마음에 드는 글을 꼽아보라면

발가락까지 동원해도 모자라지만,

억지로 하나만 꼽아보자면

‘우연과 운명’이다.

가슴에 쿵 하는 ‘우연’ 하나 담아두신 분이라면

분명 이 글이 ‘운명’으로 이어줄 것임을 믿는다.

 

아, 림태주 작가님의 책을 처음 접한다면,

이 책과 ‘관계의물리학’ 을 한꺼번에 구매할 것을 권한다.

이 책만 샀다가는

어차피 하루도 안 되어 ‘관계의물리학’까지 주문하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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