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띠지에 옴팡 속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댄브라운의 귀환이라고 큼지막히 적혀 있는 글자. 솔직히 댄브라운이 신작을 낸줄 알고 훅 빠져들었다가 아닌줄 알고 다시금 보게 된 저자 티보어로데. 듣도 보도 못한 작가였다. 책의 두께와 스릴러 장르라는 것만 믿고 시작을 해보지만 흠뻑 빠져들어 집중을 하게 된다.
예전의 스릴러 장르는 연속성이 강했다. 한가지 사건이 일어나면 형사가 투입되고 범인과 형사의 대립으로 이어지면서 일련의 연속성을 띄고 사건이 벌어지는 형식이다. 요즘의 스릴러들은 동시다발적인 경우가 많다. 한가지 사건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상관없는 장소에서 각각의 사건이 터지고 그것을 쫓아가다보면 결국은 한곳으로 집결하는 형태인 것이다.
모든 책들이 다 그런 유형에 맞지는 않겠지만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은 그러하다. 최근 읽었던 [여름의 복수]도 다른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을 좇아서 하나의 결말을 맞이하는 식이었다. 아마 "댄브라운의 귀환"이라고 광고를 한 것도 그런 형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미국, 멕시코, 파리, 마드리드, 브라질까지 국경과 지역과 나라를 넘나들며 진행되는 이야기는 자칫하면 산만하게 만들지만 처음에 일련의 사건들을 차례대로 보여줌으로 인해서 어느정도 정리를 할 시간을 준다. 장소가 바뀔때마다 다른 사건들이 일어나고 혼동을 막기 위해서 바뀐 장소를 제일 처음에 표시해주는 식이다. 처음에 적응만 잘 해놓는다면 그 사건을 연속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곳에서는 벌이 집단떼죽음을 당한다. 어느 곳에서는 컴퓨터가 바이러스를 일으켜 모든 사진을 일그러뜨려 놓는다. 다른 한쪽에서는 미인대회 출연자들이 한꺼번에 집단 납치를 당한다. 이 모든 사건은 어느 누구의 계획이며 그 사람의 의도는 무엇일까. 끝까지 범인을 밝히지 않고 독자와 밀당을 하는 추리소설과 다르게 일찌감치 범인을 밝혀준다.
도입부에서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고 복잡해 보이지만 어느정도 사건의 전개가 대충 그려진 중반부터 드러난 범인의 정체는 상상도 못했던 인물이라서 뜨악할 정도로 놀라운 것은 아니지만 그가 왜 이런 일을 벌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가 계획한 대로 모든 것을 다 이행할 수 있을지에 더 관심이 가게 된다. 그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며 그는 무슨 목적으로 이런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인가.
인생이 신기한 우연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밀너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드문 일이라 해도,
어떤 사건을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한 채 넘기기에는 그 반대의 경험도 너무 많았다.(139p)
제목에서 의미하는 것은 것은 결국 컴퓨터 바이러스를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삶에 깊숙히 들어와서 일부분이 되어버린 컴퓨터. 사람들은 이 기계를 이용해서 모든 것을 한다. 일을 하고 사람들과의 연락을 하고 게임을 하고 음악을 듣기도, 영상을 보기도 하고 책을 보기도 하고 심지어 데이트도 할수 있다. 그런만큼 컴퓨터의 존재는 중요하다. 그런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걸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할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순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필수적인 요소인 컴퓨터에 바이러스를 배포하고 사람들이 전전긍긍할때 바이러스 치료백신을 만들어서 팔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사람은 아마도 대박을 터뜨리지 않을까. 물론 그것을 일부러 그렇게 만든다면 일련의 범죄행동으로 말미암아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생각만으로도 그런 정도의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고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얼마전 드라마에서는 다 만든 게임을 배포하는 순간 바이러스가 주입되어서 그것을 고쳐주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는 일종의 '랜섬웨어'라는 말이 등장하기도 했었다. 모르고 있었다 뿐이지 진짜 실제 상황에서도 쓰이는 것이다.
모나리자를 실제로 본적이 있다.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가까이 가서 보지는 못했지만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작은 크기에 조금은 실망을 했다. 엄청나게 큰 그림일줄 알았던 것이다. 정말 가까이에서 하나하나 뜯어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모르겠지만 크게 별 감응은 없었다. 그런 모나리자가 미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것은 참 아이러니 하다.
이 책에서는 미의 기준을 이야기할때 '황금비율'이라는 단어를 쓴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비율. 성형외과 의사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그 숫자. 모나지리자를 비롯해서 고대부터 지금까지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딱 들어맞는다는 그 비율.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드는그런 사회풍자적인 스릴러이기도 하다.
얼마전 독해책에서 Aesthetics 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사전을 찾은 적이 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美學, 즉 아름다움을 연구하는 학문이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연구해서 알아질까. 아름다움을 연구하는 학문은 대체 무엇을 연구하는 것일까. 이 학문은 철학의 한 분야에 속해있다. 철학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도 어렵지만 미학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상당히 심오한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지금 거울을 들어 당신의 얼굴을 한번 보라. 당신의 얼굴은 황금비율로 구성되었는가? 보이는 것에 너무 현혹되지 말라. 아름다움과 황금비율,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분명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지 않을까. 이 세상에는 말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FBI요원인 밀너는 그닥 상부에 고분고분한 사람은 아니다. 단 사건이 주어지면 최선을 다해서 해결하려고 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이전 작품에서도 자신의 주관대로 했다가 부국장의 눈밖에 났다. 사건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 책이 그의 첫등장은 아니다. 검증이 필요없는 스릴러 작가로 자리매김했다는 작가의 세번째 소설인 모나리자 바이러스.
이전 작품이 보고 싶어졌다. 요네스뵈의 스노우맨이 먼저 나오고 다른 일련의 책이 나온 것처럼 아마 이 책도 한국 독자들의 간을 보는 식으로 먼저 출간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대성공이다. 밀너가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추진해서 인질이 다 살았던 이야기가 나오는 전작도 궁금하고 FBI를 떠나서 새로운 삶을 이끌어가는 밀너의 모습도 궁금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