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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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은밀하고 뿌리 깊은 의료계의 성 편견과 무지

리뷰 총점 9.2 (50건)
분야
사회 정치 > 여성/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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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그냥 있는 그대로 들어라 평점10점 | g***i | 2019.11.28 리뷰제목
올 초 이사를 했다. 오래된 아파트라 주방 싱크대와 욕실 세면대와 변기를 교체했다.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찾아보고 결정한 것은 아내다. 우리 집은 수리와 인테리어는 아내가 나보다 잘한다. 나는 요리를 즐겨하고. 그런데 주방 싱크대 사장님은 계속 나에게 연락을 했다. 욕실 세면대 변기 사장님은 오셔서 계속 나에게 설명을 해주셨다. 분명 그 현장에서 주도적인 것은 아내였는데.
리뷰제목

올 초 이사를 했다. 오래된 아파트라 주방 싱크대와 욕실 세면대와 변기를 교체했다.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찾아보고 결정한 것은 아내다. 우리 집은 수리와 인테리어는 아내가 나보다 잘한다. 나는 요리를 즐겨하고. 

그런데 주방 싱크대 사장님은 계속 나에게 연락을 했다. 욕실 세면대 변기 사장님은 오셔서 계속 나에게 설명을 해주셨다. 분명 그 현장에서 주도적인 것은 아내였는데.

결혼하고 나서 몰랐던 것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남 녀가 있을 때 여자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거나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일 수록 남자에게 더 많이 이야기하고 남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일상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병원에서도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이것은 생명이 왔다갔다하게 하는 일이다. 삶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지게 된다.

병원에서 여성들이 아픔을 호소할 때 너무 이르면 건강염려증이라하고, 꾹참고 가면 왜 이제왔냐고하고, 스트레스다 민감해서 그렇다고 쉽게 판단하는 일이 매우 빈번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자주 겪는 질병에는 예방과 의약개발이 매우 더디다는 것은 매우 놀라웠다. 일상에서 겪는 사소한? 일들이 사회 전반적으로 견고하다는 것은 큰 자괴감을 가져온다.

남자라고 안전하다고? 대부분의 이성애자들은 여성과 결혼 생활을 하며 가족 중에 여성이 없을 순 없다. 이들과 잇대어 살아가는 남자는 여성이 행복해야 남성도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여성의 생명이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도 안전해야 그와 함께 살아가는 남성도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의사들만을 위한 것도 아니고, 현재 질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만 읽어야하는 책도 아니다. 각계 각층에 만연한 여성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이토록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이 책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며 우리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여전히 소외되고 차별받는 여성들의 억울한 울부짖음에 더 귀를 기울여야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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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마야 뒤센베리 지음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j********1 | 2019.11.21 리뷰제목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마야 뒤센베리 지음-병원에 자주 갈 일이 없다보니병원에서도 성편견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병원 진료실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증상을 말하면 건강염려증으로 의심하는 의사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여자들은 아프지 않는데도 히스테리를 부린다고 지레 짐작하고는제대로 된 치료를 행하지 않는 현실이병원 곳곳에서 일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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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마야 뒤센베리 지음-



병원에 자주 갈 일이 없다보니

병원에서도 성편견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병원 진료실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증상을 말하면 건강염려증으로 의심하는 의사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여자들은 아프지 않는데도 

히스테리를 부린다고 지레 짐작하고는

제대로 된 치료를 행하지 않는 현실이

병원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미국인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외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닐까, 생각했는데

한국인 산부인과 의사가 추천하는 글을 통해

이런 일들이 한국에서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실토했다.


나는 페미니즘은 아니지만,

여성과 남성의 권리는 동일시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이런 불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럼 왜 의사들은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일까?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의 

다양한 사례와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이 책의 저자 마야 뒤센베리는 미국 국립재생산건강연구소에서 일했으며

현재 기자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페미니스팅닷컴 편집장으로 일하며

젠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의학계의 문제점을 학생과 의료계 종사자들, 환자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알리고,

병원에서 여성의 권리를 찾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내가 한 때 열심히 봤던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한 여성이 너무나 아파서 의사를 찾아오지만,

그 의사는 여성에게 정신과 의사를 소개한다.


10여 년 전, 이 장면을 봤을 때

왜 그 의사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알 수 있었다.

왜 그녀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는지...


미국 병원은 백인 남성을 모델로 하여 의학적 지식을 쌓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도 여성을 배제하고, 남성에 초점을 맞춰 의학 공부를 하고 있을까?


이렇게 남성 중심적으로 성장해온 의료계의 문제점은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지식의 간극

둘째, 신뢰의 간극


이 책은 지식과 신뢰의 간극에 대해 

실제 사례를 들어 이야기해준다.


의사가 여성 환자의 몸에 대해 잘 모르고,

여성이 말하는 증상을 신뢰하지 않아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성은 '히스테리'가 심하다는 편견이 

병원 내에서도 뿌리 깊게 내려져 있다.


저자는 의학의 권위에 맞서

이제 여성들이 말하는 증상에 대해 심도깊게 검사하고,

적절한 치료를 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그리고 의사들은 

여성의 몸에 대해 더 많은 연구를 하고,

여성의 몸에 맞는 치료를 해야한다.


의사들의 오진으로 인해

여성들이 더 큰 고통을 겪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쓴 솔직 담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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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당신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평점10점 | s******8 | 2019.11.25 리뷰제목
와.. 솔직히 '우리는 병원에서 종종 무시당한다' 정도의 명제는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이건 비단 여성만이 겪는 일이 아니라 남성분들도 많이 동의하시는 명제일 걸요? 저나 제 주변 사람들이 직접 경험한 적도 많고요.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충분한 관심을 쏟지 않죠. 게다가 요 몇년 동안 언론이나 SNS 등에서 '현대의학은 대부분 건장한 백인 남성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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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솔직히 '우리는 병원에서 종종 무시당한다' 정도의 명제는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이건 비단 여성만이 겪는 일이 아니라 남성분들도 많이 동의하시는 명제일 걸요? 저나 제 주변 사람들이 직접 경험한 적도 많고요.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충분한 관심을 쏟지 않죠. 게다가 요 몇년 동안 언론이나 SNS 등에서 '현대의학은 대부분 건장한 백인 남성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들어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걸 페미니즘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니 또 다른 충격이네요. 정확한 수치와 함께 눈앞에 차별의 증거가 들이밀어지는데, 어떻게 이걸 그동안 눈치채지 못했는지 놀라워요! 읽는 내내 경악과 경악과 경악의 연속이었어요. 



이토록 명백한 무지와 무시 속에서

 이 책에선 여성 환자가 무시되는 의료계의 구조 자체에 주목합니다. 몇몇 의사들이 못 말리는 성차별주의자라서 여자 환자들이 고통을 받는 거라면 차라리 이야기가 쉽죠. 소위 '썩은 사과'만 골라내면 되니까요. 하지만 엄청난 양의 논문과 연구와 조사 결과가 말해주는 진실은, 의료계 시스템이 너무나 남성 편향적이라 자신들이 그렇다는 사실 자체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거예요. 많은 연구자들이 여성을 작은 남성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고수합니다. 남성, 특히 백인 남성만을 연구하고는 유색인종 여성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거라고 믿어버려요. 연구가 남성만을 대상으로 결론을 냈다는 사실을 은근슬쩍 숨겨버리죠. 그럼 어떻게 되느냐? 병원에서 백인 남성에게 알맞은 처방을 여성에게도 내려줍니다. 똑같은 정량을 처방하면 대체로 체중이 더 가볍고 남성과 신체적&호르몬적&신진대사적으로 다른 여성들에게는 약물을 더 많이 복용한 효과를 일으켜요. 2013년에 미국 식품의약국은 졸피뎀을 복용한 다음 날,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는 700여건의 보고를 확인합니다. 왜냐면 여성의 몸에서는 8시간이 지나도 몸 속에서 약 성분이 빠져나가지 않아서 운전을 하면 안 되는 상태였거든요. 물론 그 전까지는 누구도 몰랐지만요! 세상에, 이게 2013년에서야 밝혀진 사실이라니까요!


 임상시험의 대상에 임산부가 배제되는 문제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지라 읽으면서 반성이 되더라구요. 저도 막연하게 '검증되지 않은 약품은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 임산부에게 실험을 하는 건 비윤리적이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저자가 지적했듯이, 아픈 여성들도 임신을 합니다. 임신한 여성들도 아플 수 있고요. 현대의학은 그 여성들을 완전히 방치하고 어둠 속에서 혼자서 고통을 무조건 견디게끔 내몰고 있어요. 이미 고혈압이나 우울증, 관절염 같은 병으로 고통받는 여성이 임신을 했다면, 그 여성은 그동안 먹고 있던 모든 치료를 갑자기 중단해야 합니다. 약이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제대로 연구한 결과가 아무것도 없거든요. 이게 무슨 일이죠? 태아를 지키기 위해 임산부가 스스로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든가, 임산부의 건강을 위해 태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도박을 하든가, 둘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겁니다. 아무도 임산부를 대상으로 연구하지 않아서, 의사들조차 약물이 임산부와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OMG.. 이건 정말 너무나 불합리한 일이에요. 물론 지금까지 모든 사회규범은 언제나 임산부에게 '너는 태아보다 덜 중요한 존재니 참고 견디라'고 말해왔지만, 그게 옳은가요? 정말로?


 그런데 환자는 물론이고 연구자나 의사조차도, 자신들이 젠더 편향적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이들에게 성과 젠더에 따라서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처방이 달라야 한다고, 우리가 편견을 가지고 환자들을 대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았거든요. 예를 들어 여성도 심장병에 걸립니다. 여성도 폐암에 걸리고, 여성도 뇌졸중에 걸려요. 하지만 이들의 처방은 남성과는 달라야 한다고 보는 의대생들은 거의 없습니다. 교과서나 시험에서 그런 부분은 알려주지 않거든요. '여성 건강'이라는 과목이 있을 때도 있지만, 대개 가정폭력이나 산부인과 임상 실습 같은 교육만 몇 시간 받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겁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의학교과서나 의사 시험에서 젠더 편향성과 그게 따른 차이를 더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해요. 성인지 과학은 아직까지도 의료계에서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에 따른 비용은 사회가 다같이 치르고 있구요.



나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의료계가 여성을 잘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보다 더 문제인 건 여성 환자를 믿지 않는다는 겁니다. 내가 아무리 아프다고 말해도 아니라고, 너는 안 아프다고 하는 거예요! 이 책의 70% 정도는 수많은 여성 환자들이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의사들이 그 말을 믿어주지 않아서 몇 배는 더 절망하고 외롭게 싸워왔던 과정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신체적으로, 생리학적으로, 분명히 고통을 느끼는 데도 의사가 "환자는 정상이에요. 모든 건 환자분이 스스로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겁니다. 마음을 편하게 가져보세요." 같은 소리나 지껄이고 있는 사례들이 정말 끝도 없이 나열되어 있어요. 이것은 아주 유구한 역사로서, 서양의 아주 초기 의학 문헌에서부터 히스테리 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주목받거나 동정받거나 정신적 문제를 가진 여성이 자신이 아프지도 않은데 아픈다고 계속 우긴다는 거죠;;; 이 편견은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을 거치면서 더욱 단단하게 고정되어 아직까지도 표현만 다를 뿐 '너의 정신적인 문제가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거야' 같은 소리를 하는 의사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고 해요.


 개인적으로 이 책을 높이 평가하는 지점 중 하나는, 간혹 역사와 인식의 변화 속에서 헛발질을 하는 페미니즘 진영의 모습 또한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는 겁니다. 2세대 페미니스트조차 가부장제와 싸우는 과정에서 '히스테리'라는 건 자율성과 주체성을 가진 여성을 견디지 못한 의사들이 꼬리표를 달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해요. 히스테리는 19세기의 새로운 마녀사냥이었다는 거죠. 하지만 저자는 거기에 대해 '진실의 조각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 해석이 대부분의 여성들이 실제로 아팠다는 사실은 간과했다고 지적합니다. 여자들은 실제로 아팠습니다. 지금도 계속 아프고 있구요. 


 2세대 페미니스트들이 히스테리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는 것을 망설이는 것도 이해는 간다. 결국 수세기 동안 의학은 '여성은 아프며, 선천적으로 아프게 되어 있고, 이 점이 여성의 열등한 사회적 지위를 정당화한다'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여성이 아프다는 첫 번째 주장을 수용하기 위해 두 번째와 세 번째 결론까지 인정할 필요는 없다. 여성의 건강이 나쁘다면 여성을 치료하는 의학 체계의 폐단 때문일 것이다. (p.107)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고통을 호소해도 '그건 마음이 만들어낸 거예요' 같은 소리를 들으면서 아무 조치도 없이 방치되고 있다뇨! 거짓말 같죠? 그러나 저자는 통계를 통해 이것이 사실임을 아주 차근차근 확인시켜줍니다. 검사 결과가 아주 명백하게 나오는 심장질환 같은 병조차도 그래요. 여성의 심장마비는 남성의 심장마비와 양상이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의사들조차도 잘 모르고, 그래서 수많은 여성들이 '검사를 받고도'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하고 그냥 방치됩니다. 어떤 논문에서는 심장질환을 앓는 여성의 44%가 의료진으로부터 스트레스나 우울증, 걱정 때문에 통증을 느끼는 거라는 식으로 자신의 증상을 폄하하는 말을 들었다고 해요. 징후가 명백하게 나타나고, 검사 결과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질병이 아니면 상황은 더 심각해집니다. 자가면역질환처럼 잘 알려지지 않았고, 검사도 까다로우며, 의사들도 잘 모르는 희귀병들은 격차가 더 극심해져요. 엘러스-단로스 증후군은 유전병인데, 남성은 보통 진단까지 4년이 걸리지만 여성은 16년이 걸린대요. 세상에! 여성은 12년을 더 고통받고 나서야 자기 병명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이건 단순히 희귀병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둘의 시간 격차를 좀 보세요!


 "환자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질병을 진단하는 의사의 능력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남성보다 여성의 진단에서 엄청난 진단 지연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어렵다. 남성의 진단 시간이 더 빠르다는 점은 의사에게 진단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p.217)

 의사들은 대개 자신이 정확한 진단을 내렸다고 생각하고는 ("음, 당신의 마음이 당신을 아프게 하네요.") 다음 환자로 넘어갑니다. 하지만 정작 잘못된 진단으로 해결되지 않은 고통과 함께 남겨진 환자들은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걸 알아줄 다른 의사를 필사적으로 찾아 헤매거나, 혹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의료 체계 속에서 조용히 사라집니다. 대부분의 만성질환 or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부유한 백인 여성들인 것도 이걸로 설명할 수 있어요. 부유하지 못하고 백인도 아닌 여성 환자들은 자신들의 병명을 진단받을 때까지 의료 시스템 안에 버틸 수가 없는 것이죠. 환자들은 내가 미쳐서 아픈 게 아니라는 걸 알아요. 내가 아프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의사에게 납득시키려고 하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입니다. 당신이 만약 여성이고, 유색인종이고, 가난하면 더 그렇죠. 내 마음이 나를 아프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아픈 것 때문에 마음이 병들어가고 있어요! 사람은 아프면 당연히 우울해지고, 불안해지고, 스트레스가 많아지잖아요. 그런데 의사들이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는 오진을 해 고통 속으로 되돌려보내는 환자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너무 충격적이에요.



우리는 나아간다 너무나 느리고 고통스럽지만, 어쨌든

 물론 지난 몇십년 동안 상황은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임상시험에도 여성을 포함시키라는 권고가 내려오고 (강제는 아닙니다) 의료진들도 조금씩 젠더가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아요. 수많은 환자들이 여전히 자기가 아프다는 걸 믿지 않는 의사들에 대항해 인터넷을 뒤져 자기 병명을 '발견하고' 스스로 진단해야 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정신병으로 분류되다가 결국엔 실제 병으로 인정받은 사례들 중 상당수가 환자들이 스스로 조직을 결성하고 국회를 압박하고 연구비를 펀딩하며 학회를 열어 의료진들을 지원했다는 사실은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그건 바꿔 말해서, 그 정도의 조직력이 없는 희귀병은 아직까지도 어둠 속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니까요.


 의사들은 환자가 말발굽 소리를 들었다고 하면 제일 먼저 말을 떠올려야 하는 사람입니다. 검사 결과 말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얼룩말을 의심해봐야 하는 사람이죠.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얼룩말 단계까지도 가지 못하고 막혀버린다면, 그게 한두명이 아니라 수십명 수백명 수천명 수만명이라면, 그게 보통 여성 환자들이 대다수인 질병에서만 반복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그건 구조의 문제고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의료 시스템에 사각지대가 있고 우린 그걸 인정해야만 해요.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거죠. 세상 모든 질병이 이제는 완벽하게 밝혀졌다고 믿는 게 아니라면, 의학이 앞으로 더 밝혀낼 미지의 영역이 없다고 믿는 게 아니라면, 지금의 의학으로는 진단하지 못하는 질병이 있을 수 있고 놓치는 환자가 있을 수 있어요. 환자의 말에 귀기울이고 환자를 믿어줘야 해요. 설령 환자가 '그저 꾀병이나 부리는 히스테릭한' 여성 환자라고 할 지라도 말이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 환자들에게 의사의 권위와 맞설 수 있는 힘이 생겼기 때문에, 예전에는 그저 '전문가의 말이 맞겠거니' 하고 포기하고 체념했던 문제를 '아냐 의사가 틀렸어! 난 정말 아프다고!' 하고 주장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점점 더 이런 젠더 편향성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건 정말 다행한 일입니다. 아픈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있었잖아요. 하지만 요즘은 더 많은 여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기 상태를 말하고, 자기 경험을 공유하고, 자기 의사가 틀렸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죠. 덕분에 정말 너무나도 느리고 고통스러운 전진이긴 하지만, 아주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요. 아픈 사람이 없고 누구나 고통받지 않는 세상이 BEST겠지만 그건 정말 꿈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니까요. 적어도 아프다면 자기가 왜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 이 아픔을 어떻게 치료하고 다루어야 하는지, 남성 환자만큼 여성 환자도 똑같이 존중받고  세상에서 살고 싶네요. 아직까진 요원한 일이지만요.


 



 물론 이건 미국의 의료 시스템 속의 이야기지만 한국이라도 다를까요? 글쎄요.. 저 역시 생리 불순이나 염증 문제로 의사를 찾아갔을 때 "이건 스트레스 때문이에요. 흔한 거예요."라거나 "원인을 모르겠네요. 일단 알레르기 반응인 것 같긴 한데.." 같은 소리를 듣고 별 효과도 없는 치료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젠더 편향적이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쪽이 더 놀라울 것 같네요ㅋㅋㅋ  사실 읽는 내내 '이런 일이 언제든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심과 '누구도 이런 일을 당하면 안 되지' 하는 분노가 차올라서 엄청 집중해서 읽게 됩니다. 서문의 추천사부터 본문의 꼭지 하나, 페이지 하나도 빼놓을 것이 없는 책이예요! 500여 쪽으로 꽤 두꺼운 편인데, 의학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인데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읽을 수 있었어요. 몇몇 어려운 의학용어만 빼면 오히려 술술 잘 읽히는 편입니다. 꼭 한번쯤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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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의료계의 젠더 불평등 평점10점 | z***a | 2019.11.20 리뷰제목
우리는 우리가 젠더 편견으로 가득한 가부장제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망각한다. 그런 망각 상태를 일깨워주는 사건에 직면해서야, 마치 물고기가 물의 존재를 성찰하듯 그렇게 성차별과 가부장제의 질곡을 반성하게 된다. 부자가 자본주의 시스템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 권리를 향유하듯이, 헤게모니를 소유한 남성은 가부장제 시스템을 당연하게 여기고 특권조차 아전인수격으로 비
리뷰제목

우리는 우리가 젠더 편견으로 가득한 가부장제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망각한다. 그런 망각 상태를 일깨워주는 사건에 직면해서야, 마치 물고기가 물의 존재를 성찰하듯 그렇게 성차별과 가부장제의 질곡을 반성하게 된다. 부자가 자본주의 시스템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 권리를 향유하듯이, 헤게모니를 소유한 남성은 가부장제 시스템을 당연하게 여기고 특권조차 아전인수격으로 비틀어 해석하곤 한다. 때로는 단지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고액의 납세처럼 더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속좁은 이가 나오는 것처럼, 남성도 단지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군복무와 같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이는 일종의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철부지도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사들도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시스템의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촌각을 다투는 귀중한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 젠더 편향과 자본주의적 편견에 갇혀있을 경우, 그 폐해는 어느 제도기관보다도 더 심각할 것이 분명하다. 페미니스트 저널리스트 마야 뒤센베리는 바로 이런 우려할 만한 의료계 현실을 깊이 파고들었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알았어도 어쩔 수 없이 회피해 온 의학계의 구조적인 성차별이 여성 환자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헤쳤다. 


"여성의 증상은 우울, 불안,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며 자주 무시된다. 때로는 월경통, 폐경, 심지어 임신 등 여성의 정상적인 생리적 상태와 주기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질병과 관계없는 환자의 상태가 더 주목받기도 한다. 살찐 여성의 질환은 비만 탓으로 돌린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겪는 증상은 모두 호르몬 치료 탓이다. 흑인 여성은 처방전이 필요한 약에 중독됐다고 생각하고 이들이 호소하는 통증 자체를 의심한다. 무엇으로 그 원인을 설명하든지 여성의 몸에 정말로 심각한 이상이 생겼더라도 정확하게 진단받기 어려운, 불신하는 경향성이 존재한다."(17, 18쪽)


아이가 아프면 다들 애엄마의 소홀을 탓하는 까닭에, 소아과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든 엄마들이 많을 것이다. 이는 신자유주의가 가난이나 질병을 모두 개인의 문제로만 몰고 가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비만인 남성 환자도 겪는 편견이지만, 여성의 경우는 앞서 인용문처럼 상대적인 차별을 더 심하게 겪는다. 또한 여성 환자는 의료계의 젠더 편향 때문에 그 병이 더욱 악화되기 쉽다.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볼 때, 의학의 헤게모니는 백인, 남성, 부유층이 지배하고 있다. 저자는 의료계의 구조적인 젠더 불평등을 크게 몸의 성별적 차이를 무시하는 '지식의 간극'과 의사들이 여성의 말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 '신뢰의 간극'의 상호작용으로 보고 있다. 의사가 보통 여성의 몸과 여성을 괴롭히는 건강문제에 무지하고, 설상가상 의사가 여성이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는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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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평점9점 | p**o | 2019.12.23 리뷰제목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지은이 : 마야 뒤센베리옮김 : 김보은, 이유림감수 : 윤정원출판사 : 한문화#장르 #사회비평/비판 #여성/젠더 #2019 미네소타 북어워드 논픽션 부문 수상 일단 이 책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먼저, 제목이 자극적이라 느낄 수도 있겠다물론 자신이 가진 가치관, 보는 관점, 보는 시야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데...그러나 여기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
리뷰제목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지은이 : 마야 뒤센베리

옮김 : 김보은, 이유림

감수 : 윤정원

출판사 : 한문화

#장르 #사회비평/비판 #여성/젠더 #2019 미네소타 북어워드 논픽션 부문 수상 

일단 이 책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먼저, 제목이 자극적이라 느낄 수도 있겠다
물론 자신이 가진 가치관, 보는 관점, 보는 시야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데...
그러나 여기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남여 성차별 흑백논리를 가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문화에 깃든 고정관념이 얼마나 뿌리깊게 박혀 있는지 남자는~ 여자는~ 이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 있다. 의사 역시도 사회적 고정관념에 세뇌되어 있다는 것. 
무엇을 논하든 이야기를 하기 전에 책을 끝까지 읽고 말했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도 얘기하길 

의학계에 있는 몇몇 성차별주의자를 골라내는 데는 관심이 없다

의학계에 편견이 어떻게 스며들었는지에 대해 다룬다

여성에 대해 특정 편견을 가진 문화권에서 살아온 우리 모두와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어떻게 무의식적인 편견을 체화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최고의 의사들조차도 여성에 대해서는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잘 모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의사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들 역시도 여성 건강에 대해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그들도 모른다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기 전... 돌팔이와 돌팔이가 아닌 사람(?!) 이렇게 생각했다.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했지,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는 과정에서부터의 교육, 사회적 고정관념이라고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었다. 그래서 충격이었던 것 같다. 


에피소드 하나가 기억에 남는데, 예전에 어떤 분이 생리통 때문에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했다는 말이 생각났다. 의사가 자신에게 말하길 결혼했냐고 먼저 묻더니 자기 아내도 생리통이 심했는데 아이를 낳고 사라졌다며 어서 아이를 낳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듣고보면 참 대수롭지 않게 들린다.



끝으로 후기에 

의학이 여성의 신체적 경험의 실재를 부인할 때, 그것은 가스라이팅의 방식이다.

"내 몸에 일어나는 일을 내가 느낄 수 없다면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 자신을 부정할 수 없는데, 내가 통증을 느끼거나 어지럽거나 구역질이 나는 상황을 부정하는 세상과 

나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설명할 수 없는 모든 것을 심인성으로 돌려버리는 의료체계에서 지식의 격차 탓에 

여성은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을 더 많이 가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여성은 계속해서 스트레스에 눌린 신체화 환자라는 고정관념에 갇히게 되며, 

여성들의 증상은 남성들만큼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계속 확인하게 될 것이다. 

모든 여성은 의학이 여성에게 과도하게 많이 나타나는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증후군'을 설명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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