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이 책은
이 책 『신곡』은 원래 세 권 정도(민음사 번역본은 세 권이다)로 번역 출판되고 있는 단테의 『신곡』을 축약하여 한 권(300쪽)으로 편집 출판한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그전에 『신곡』을 읽긴 읽었는데, 그때, 어떻게 읽었는지 모르겠다.
단적으로 말해서, 겉만 수박 겉핥듯 읽었던 모양이다.
그저 지옥에는 이러이러한 것들이 있고, 연옥과 천국에는 누가 누가 있다더라, 그게 아니었을까
심지어 지옥을 여행하는 데 안내자 역할을 한 베르길리우스가 어떤 사람인지도 제대로 모른 채 읽었다는 것, 지금 생각하니 나 자신 부끄럽다.
이제 베르길리우스가 누군지, 그의 정체, 그의 명성이 어떤지를 알게 되었다.
해서 『신곡』은 이제 나에게 새로운 책이다.
베르길리우스가 누구인가
그전에 알고 있었던 지식으로는 그저 로마의 시인으로 단테가 존경했다는 인물 정도였다. 그런데 그리스 신화와 고전을 공부하다가, 『일리아스』, 『오디세이』를 읽게 되고, 그 중에 트로이 함락된 후 유민들을 이끌고 나온 인물 아이네아스가 로마에 이르기까지의 역정을 그린 대서사시 『아이네이스』를 알게 되었다. 바로 그 대서사시를 쓴 인물이 바로 베르길리우스다.
해서 그는 단테가 지옥을 여행하는데 인도자로 적격이고, 단테가 그를 인도자로 선정한 것이 아주 탁월한 선택이라는 것, 이제 깨닫게 된다. 그러니 책 내용이 다르게 읽혀질 수밖에!
또한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새롭게 다가온다.
여기 『신곡』에는 유난히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전에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던 인물들이 더 많았던지라 그때는 나오는 사람인지 아닌지도 몰랐던 사람들이, 이제는 마치 ‘나도 있소’ 하면서 앞으로 나서는 게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으로선 알 수 없는 사후 세계
그렇게 해서 새로 읽게 된 『신곡』, 재미와 의미를 느끼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러니 다음과 같은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연옥에 있는) 이들도 주기도문 후반에는 자신들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해 기도하였는데 그것은 연옥의 영혼들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는 기도하지 못한다는 단테의 지식과는 어긋난 것이었다.> (166쪽)
단테는 왜 이런 말을 집어넣었을까
이 작품은 완전히 단테의 상상으로 쓴 것인데, 이런 말을 집어넣은 것은?
사람의 지식과 지혜로 사후 영계(지옥, 연옥, 천국)의 일은 알 수 없다는 것을 말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그러니 이런 글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트리야누스나 리페우스가 천국에 오게 된 것을 단테는 의아하게 생각한다.>(276쪽)
단테의 판단으로는 그들이 천국에 오면 안되는데, 천국이 그들이 있다는 것이 의아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천국행인가 지옥행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순전히 신의 손에 달려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지식을 초월하는 것이 바로 사후 세계다.
지옥, 연옥에 있다는 인물들은?
여기 등장하는 인물을 살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브루투스라던가, 유다 등 실존인물이 그들이다.
어디 그뿐인가, 심지어 연옥에는 교황도 등장한다.
아드리아노 5세 (192쪽) :
<아드리아노 5세 교황은 1276년 7월 11일 교황으로 선출됐고, 1276년 8월 16일에 선종했다.>
그런 사람 이외에도, 단테의 고향이라든지,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던 사람들 이름이 많이 등장하는데, 누구는 지옥에 누구는 연옥에 또 누구는 천국에 있다.
어떻게 보면 단테의 판단 여하에 따라 지옥행과 천국행이 갈라지는데, 그들이 어떤 일을 한 사람인지가 궁금하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든다.
당시 이 책이 발간될 당시 실존 인물들의 후손들이 분명 살아있었을 것인데 그들로부터 단테가 명예훼손 소송 같은 것은 당하지 않았는지도 궁금해진다.
그런 것에 대한 연구조사는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한권으로 읽어보니 이런 편리함도 있다.
원래 세 권으로 출판되고 있는 『신곡』을 한 권으로 읽는 것은 몇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신곡』의 전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 원래 『신곡』에서는 인물의 이름을 밝히는 것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이름을 밝히지 않고, 암시하는 말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26쪽)가 이 책에는 실명으로 등장하는데, 원래의 책에서는 이렇게 소개되고 있다.
<눈썹을 더 높이 들어 올리자
철학자 가족 가운에 앉을 만한
사람들의 스승이 보였다.> (『신곡』, 지옥편, 민음사, 46쪽)
그러니 이 책으로는 인물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그 앞 뒤 상황도 훨씬 빨리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신곡』은 당시 문학과 신학을 집대성해 놓은 것이다 볼 수 있다.
이 신곡에는 수많은 인물들 - 신화적, 역사적 인물들 모두 - 이 등장하고, 당시 기독교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신학이론들 - 토마스 아퀴나스(261쪽)를 위시하여 - 도 많이 등장한다.
해서 단테는 『신곡』을 통하여, 당시 기독교의 모습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연옥의 존재와 또 사람에 대한 평가 기준이 어떠했는가도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