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당쟁의 뿌리를 추적해 대한민국의 오늘을 읽는다!’라는 부제를 단 ’조선의 숨은왕’이라는
책을 읽었다. 조선시대 망국적인 당쟁이 언제, 어느 시대에,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 의해 생겨나서
발전했는가를 파헤쳐 보는 책. 이 책을 통해 저자 이한우는 송익필이라는 사림을 지목하고 있다.
심의겸, 송익필, 이이, 성혼, 정철등이 의기투합해 왕권 중심이 아닌 신권 중심의 정치를 펴고자
시도했던 정치가 당시 주류를 이루던 왕권 중심파와 패를 갈라 노론, 소론으로 붕당이 시작됐다는
내용이다. 왕권중심파가 보수, 온건, 노년층이었다면 신권중심파는 개혁, 급진, 청년층으로 분류
될수 있고, 이들의 나이대가 갈리는걸 기준으로 노론, 소론이라 이름 붙었다고..
나중에 노론은 동인으로, 소론은 서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일단 이 책은 조선시대, 특히 명종과 선조대의 사서를 바탕으로 픽션을 가미한 역사서다.
따라서 역사에 관심이 많은분들에겐 식상한 궁중암투나 여인네들의 권력싸움 얘기가 아닌
지금껏 여타 역사서들이 다루지 않던 당파싸움, 당쟁을 소재로 새로운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글이라는 점만으로도 매력적으로 다가오겠지만, 역사쪽에 관심이 없는분들에겐 외계언어로
씌여진 지루하기 짝이없는 책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 책과 나란히 자리잡고 사진찍힌 책은 박영규의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이다.
박영규는 이 책 외에도 <한권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등을 저술한 역사학자로 만일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을 갖기는 하되 무슨책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추천하는 시리즈다.
오늘 소개하는 <조선의 숨은왕>을 포함한 거의 모든 우리나라 역사서들이 실록에 기술된
정사를 바탕으로 씌여진다. 그러기에 왕조실록은 역사의 기본바탕을 이루고 꼭 읽어야 할
책이지만 그 내용이 방대하여 우리 일반인들이 전부 접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것이다.
그러기에 시대별 중요사건 위주로 한권으로 요약된 박영규의 책들은 역사입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 경우가 그렇단 얘기다.
프롤로그에서 저자 이한우는 제목 자체를 <한국의 분열주의, 그 뿌리를 찾아서>라고 지었다.
오늘날, 아니 개국이래 지금껏 늘 그래왔듯이 국론 분열 원인의 시발점을 조선시대 당쟁의
역사에서 찾았고, 그 당쟁의 기원은 과연 언제, 누구였는가를 찾아가는 작업을 통해 이 책을
내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당쟁, 당파싸움은 과연 망국의 고질병이고 없어져야할 악일까?
흔히 당파싸움의 대표적인 예로 선조때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일본정세를 파악하러
사신으로 간 동인의 김성일과 서인의 황윤길이 서로 다른 보고를 해 결국 일본의 야욕을
간파하지 못했던 일을 들고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상대를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사화사건들이 발생해 아까운 인재들이 죽어갔지않았나. 허나
또 다른 한편에선 그 당쟁으로 인해 조선사회가 더 발전했다는 주장도 있다. 고인 물이
썩고 흐르는 물은 썩지 않듯이 일당독재는 오히려 더 큰 폐혜를 가져왔을거란 논리다.
서로 정권을 잡기위한 투쟁과 노력으로 인해 발전해왔다는것. 오늘날 여당과 야당으로 갈려
날이면 날마다 서로를 헐뜯는 정치제도가 부정적인 면이 있지만 반대로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송익필과 생사를 같이하는 절친이자 동지, 선후배인 인물들인 이이, 정철, 황혼중 이이의 초상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송익필이다.
세간에 그 이름 석자가 잘 알려지지도 않은 이 인물을 두고 저자는
선조 이후 조선 역사의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며, 송강 정철을 능가하는 시인이고,
율곡 이이 이상의 정치가이며, 조정을 배후에서 움직이는 산림의 전통을 창시한 불세출의 책략가라고
정의한다. 조선 중기의 통치원리 대부분을 만들어낸 사상계의 군주, 그래서 송익필을 ’조선의 숨은왕’
이라 칭하고 있다. 과연 송익필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이길래 이토록 극찬을 받는걸까?
송익필과 더불어 그의 절친이자 소론, 서인의 기둥이었던 율곡 이이와 송강 정철의 이야기도
책의 재미를 더해준다.
조선중기 이후 결국 망국의 원인을 제공했던, 한국 사회의 분열주의의 시초라는 당파싸움.
그 시초를 제공했다고 저자가 평가하는 송익필은, 그렇다면 조선과 한국사회를 망친 인물일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를 높히 평가하며 긍정적이고 덕망높은 유학자로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송익필이란 인물을 어찌 평가할련지...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