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의 책은 이제 더 없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가라앉는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내가 알기도 전에 이 하늘에 살았고 그리고 떠났다는 소식은 슬프다. 최근에 무척이나 사랑하는 Agatha Raisin과 Hammish MacBeth시리즈의 작가 M.C.Beaton여사의 부고 소식에 무척 슬펐던 것처럼. 그의 사냥개탐정 시리즈의 류몬 다쿠는 내가 사랑하는 탐정중 하나로, 가장 좋아하는 탐정, 하라 료 선생님의 사와자키를 연상시킨다. 사냥을 하고 사냥개를 찾고 사람을 찾고 사건을 수사하는 이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환상이 없으며 정의를 구현한다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관련된 인물들이 가장 덜 다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들은 다정한 접대를 하지않으나 한마디말로도 누군가의 자존감을 높이고 가족에 대한 애정을 환기시킨다. 그래서 이 작가들의 작품을 읽을떄는 두근거린다. 조폭이라도 마음에 드는 인물들만 나오는지라 혹시나 이들이 잘못될까봐 마음을 조리며 걱정하면서 읽는다. 그들이 웃으면 나도 행복하고 그들의 소박한 행복에 나도 흐뭇해진다.
이 책은 사냥개탐정 시리즈가 나오기전에 나온 책으로, 서문에 아내에 바치는 문장이 있어 뭉클했다. 인디언이 등장하는 토니 힐러먼은 가족중 누가 읽어도 부끄럽지않게 쓰고싶다고 말했듯, 이 책은 사랑하는 이들이 읽으면 마음이 예뻐질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저자의 경험이 녹아든 여섯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청년은 비가 오자 한 남자를 발견하고 자신의 차에서 같이 비를 피하기로 한다. 그가 가방안에 돌을 모으고, 그 돌 위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안 청년은 그가 잠든 사이에 돌그림을 볼 허락을 맡는다. 그리고...
망원
한 소도시의 광고영상을 찍는 일을 맡은 청년. 3년전과 동일한 시간대에 전경을 찍어야하는 그는 수석조감독으로 다른 이들이 떠난자리에 홀로 남는다. 하지만 마지막 필름이 들어가야할 분량에 그는 다른 것을 찍는데.
뭐랄까 안타까운 마음을, 사장의 일갈이 씻어주었다. 이 이야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중 하나인 [월터 미티의 상상]에 나오는 사진작가와 스노우레오파트 씬을 연상시킨다. 지금 세속적으로 내가 해야할 일은 사진을 찍는 일이지만, 정말 아름다운 자연의 한 모습에 온정신을 빼앗겨버린다. 더 인정받을 수 있는 사진도, 또 회사에서 짤리는 비극도 중요하지않은 아름다운 모습을 한때 간직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이들은 아무렇지않게 "그래서요?"해버림에도, 그 아름다움은, 그 순간은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후회없이.
패신저
샘은 마을사람들과 나간 사냥에서 어미잃은 멧돼지새끼들을 놓아주고는 조롱과 경멸을 받는다. 하지만 샘은 혼자 사냥하는 것이 더 좋다. 그리고 어느날 평범한 멧비둘기가 아닌 아름다운 모습의 암수한쌍의 새를 목격하고 사냥한다. 그리고 만난 믿기지않는 장면.
뒤에 설명이 있었다. 이 아름답고도 맛있었다는 새의 최후를. 구글을 해서 찾아볼까 했는데 (원래 검색해보는 내성격과 달리) 하지않았다. 실제로 보면, 그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와 더 안타깝고 슬플것 같아서.
밀렵지망자
50대 초반의 나는 암진단을 받고 회사를 퇴직했다. 다행히 미용일을 하는 아내는 돈을 잘벌고 그는 [제니의 초상]으로 유명한 작가 로버트 네이선의 The enchanted voyage에 나오는 착한 목수의 아내 이름을 붙인 캠핑카를 구입해 매일매일 사냥에 나서지만 헛수고이다. 그러다 만난 소년 히로. 엄마도 아빠도 없어, 할아버지랑 살아..하는 그 아이는 마르고 허름한 옷에 학교도 다니지않았지만, 무엇보다도 생기에 넘치고 사냥을 잘하는 아이였다. 나는 히로에게 하나씩 사냥을 배우게 되고..
새를 사냥하지만, 새는 자유다. 재미로 사냥하는 것이 아닌 맛있는 요리로 추억에 남을 만한 그런 새라면 더욱. 누군가의 소유가 될 수 없다.
위퍼윌
2차대전에서 참전했던 재미일본인2세 켄은 전쟁후 작은 마을 숲에 정착하여 사냥을 하며 살고있었고, 어느날 교도소의 탈옥수들 중 하나가 그의 집에 오게되며 이들을 추격하는 팀에 합류하게 된다.
이미 땅에 떨어진 자를 더 이상 아프게 하지않는 사냥꾼. 그에겐 먹을 수 있을만큼을 사냥하고 이를 맛있게 먹는 것이 총을 쏘는 의미이다. 인간사냥을 즐기는 인물, 개를 그저 도구로 생각하는 인물, 정말 강하나 이를 과시하지않는 인물 등이 나오고, 고향과 부모를 찾아가는 길의 여정에선 법도 그 무엇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간적인 배려가 더 나을뿐.
이야기는 나중에 사냥개탐정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인간과 자연을 관찰하는 모습에서.
파도의 베개
어부인데 새를 구하게 되고 다들 겐조에게 온다. 마구 구하려고 하는 그런 열의는 아니였으나, 마음 속 깊이 생명에 대한 존중이 있었던 걸까, 바다거북도 그 마음을 알았던걸까.
음, 혹시 그 거북, 용왕의 무언가가 아니었을까.
디코이와 분타
새를 유인하는 디코이와 따돌림을 당하는 분타. 색이 바랜 디코이를 집어든 분타는 물감으로 원앙새로 색칠해준다. 그리고 이들은 모험에 떠나지만...
...오리모양을 하고 있지만 날지 못하는 자신을 업신여겼따. 낮은 하늘을 부유하는 녀석들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리고 동료를 속여서 유인하는 미끼용 새 역할이 부끄러웠다. 내주인은 거칠고 매정한 남자였다. 나는 불행한 별에서 태어나 괴로운 일만 당해왔고 평생 이 꼴로 살게될 팔자라고 믿었었다. 그런 불행한 세계에 떨어지면 모든 것에 체념이 앞서게 되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어도 언젠가 보고 들었던 것처럼 여겨져 감흥이 없었다. 지금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슴 두근거리는, 뛸듯한 기쁨에 몸을 떨었다. 뭔가 막연한 희망같은 것이 솟아나고 용기가 생겼다....p.323
누군가 소년의, 소녀의 웃음을 보니 행복해졌다는 문장이 자꾸만 반복되어 기억난다. 새와 관련된 6가지의 다양한 이야기. 새는 자유이고 누군가에겐 허기짐을 채워주고 누군가에겐 멋진 추억으로 남는다. 자신보다 강한자에게 강하고 자신보다 약한자에 다정한, 진정으로 강한자는 총을 든자가 아니라, 그 총을 어떻게 쏘는 사람인지에 달렸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 이들의 이야기, 꿈이 끝난 뒤에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특히, 히로. 커서 멋진 어른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어.
참, 아름답다...는 내 마음은 이 작품의 수상비평의 일부와도 닿아있다. 드물게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평이 있었다.
p.s: 1) 이나미 이쓰라 (?見一良)
ダブルオ??バック 1989
ソ??ザップ! 1990
ダック?コ?ル 1991
男は旗 1994
花見川のハック 1994
- 사냥개 탐정 (?犬探偵) 시리즈
세인트 메리의 리본 セント?メリ?のリボン 1993 품격높은 남자들의 멋진 선물들
사냥개 탐정 ?犬探偵 1994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어서 눈물을 쏟지않을 수 없었다 (사냥개 탐정 #2)
2) 야마모토 슈고로상 (山本周五?賞)
: https://ja.wikipedia.org/wiki/山本周五?賞
수상작들을 살펴보니 후보작부터 꽤 좋은, 마음에 드는 작품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