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토마토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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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토마토파이

리뷰 총점 8.9 (2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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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프랑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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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런 노년을 보낼 수 있을까? 평점10점 | y*****2 | 2023.09.21 리뷰제목
<체리토마토파이>는 청미출판사의 누리사랑방에서 소개받은 책입니다. 90세가 되어 쓰기 시작했다는 프랑스 시골 할머니의 일기입니다. 저도 금년 초에 전립선암으로 진단을 받으면서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때 시작한 일기쓰기를 대학교 2학년 무렵까지 쓰다가 중단했던 기억을 되살린 셈입니다. 물론 주간활동을 10년 넘게 써오기는 했습니다만, 매일 일기쓰
리뷰제목

체리토마토파이는 청미출판사의 누리사랑방에서 소개받은 책입니다. 90세가 되어 쓰기 시작했다는 프랑스 시골 할머니의 일기입니다. 저도 금년 초에 전립선암으로 진단을 받으면서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때 시작한 일기쓰기를 대학교 2학년 무렵까지 쓰다가 중단했던 기억을 되살린 셈입니다. 물론 주간활동을 10년 넘게 써오기는 했습니다만, 매일 일기쓰기는 오랜만입니다. 투병기라는 제목이지만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휴대전화기에 기록하는 것이라서 삶에 대한 생각을 적을 여력은 아직 생기기 않고 있습니다.

 

체리토마토파이는 리옹과 리모주의 중간, 프랑스 중부지역에 있는 완전한 시골에 사는 과부 잔이 90살이 되는 해 춘분에서 시작하여 꼭 1년간 써내려간 일기입니다. 가까운 마을 베르도 5를 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잔은 스물세 살 때 르네와 결혼하면서 파리에서 이곳으로 이주해왔다고 합니다. 도시처녀가 시골에 사는 보험외판원과 결혼을 한 셈인데 어떤 인연으로 맺어졌는지는 분명치가 않습니다.

 

시골이라고는 하지만 딸과 아들이 수시로 찾아와 함께 지내는 것을 보면 행복한 만년을 보내는 셈입니다. 완전 시골에서 산다고는 하지만 잔은 심심할 겨를이 없다고 합니다. 50m 떨어진 곳에는 페르낭과 마르셀 부부가 살고 조금 떨어져 있지만 수시로 모여 카드를 치는 질베르트, , 투아네트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춘분에 시작하는 봄, 하지에 시작하는 여름, 추분에 시작하는 가을 그리고 동지에 시작하는 겨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랑스 중부의 사계절을 볼 수 있는 셈입니다. 먼저 책을 읽은 소감은 대단하다였습니다. 아흔 살 노인여성의 일상이 골골하는 중년보다 더 활동적이라는 생각과 함께 작가의지나친 욕심은 아니었을가 싶으면서도 머지않은 나의 앞날을 그려보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완전한 시골보다는 도회지에서 다양한 문화적 자극을 받으면서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계절의 변화와 먹고 사는 일상을 시시콜콜 적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단상도 조금씩 내비치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몇 줄에 그치지만 1~2 쪽에 이르는 글을 쓰려면 상당한 시간을 내야 하지 싶습니다. 앞서 작가의 욕심이라고 말씀드렸던 것은 725일 라팔리스에서도 몇떨어진 곳에 있는 본가에 온 조카들과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가 11시에 도착해서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고 했는데 언제 일기를 썼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입니다.

 

물론 일기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면서 적는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제 경우도 하루 가운데 시간이 날 때 적고 있고 가끔은 하루 이틀 치를 몰아서 적기도 합니다. 잔의 경우에는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공책에 일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건너뛰는 것을 보면 집에 있을 때만, 가끔은 날짜를 건너뛰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봄과 여름에는 살아가는 나날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더니, 가을로 넘어가면서 죽은 남편과의 추억이 많아지고 체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다가, 겨울에 들어서는 세상을 떠나는 친구, 친지들의 이야기가 많아지는 것을 보면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소년, 청년, 장년 그리고 노년의 삶을 그려낸 것으로 이해됩니다. 완전 시골이기는 하지만 먼 곳에 사는 자녀들이 손주들과 찾아와 함께 지내고 가까이 사는 친구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심심할 겨를이 없습니다만, 다음해의 일기에는 어떤 내용을 적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체리토마토파이라는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습니다. 1020일자 일기를 보면 잔이 친구들을 초대해서 대접하려고 체리파이를 구웠는데 막상 먹어보니 맛이 영 아니었다고 합니다. 체리라고 넣었던 재료가 알이 아주 작은 체리토마토였던 것입니다. 그저 재료를 착각했을 뿐이지 노망이 든 것은 아니지만 잔으로서는 심각했던 모양입니다. 책의 제목 체리토마토파이에는 닥칠지도 모르는 불행에 대한 걱정이 담겨있다고 생각됩니다. 체리파이가 체리토마토파이가 되었습니다만,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서는 감자껍질파이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파이는 재로에 따라서 아주 다양하게 구워내는 후식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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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 체리토마토파이 】2020-006 평점9점 | e*******e | 2020.04.07 리뷰제목
P11 내 이름은 잔이다. 나이는 아흔 살이다. 젊을 때는 키가 163센티미터였다. 우리는 섣불리 90대의 나이를 상상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와는 무관할 것 같은 먼 미래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주변에서 90대의 나이를 가진 분을 접하기가 쉬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그때까지 살아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지만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상상할 수 있는 나이는 분명 아니다.
리뷰제목

P11 내 이름은 잔이다. 나이는 아흔 살이다. 젊을 때는 키가 163센티미터였다.



우리는 섣불리 90대의 나이를 상상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와는 무관할 것 같은 먼 미래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주변에서 90대의 나이를 가진 분을 접하기가 쉬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그때까지 살아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지만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상상할 수 있는 나이는 분명 아니다.


작가는 노년의 시간을 1년 단위가 아닌 계절로 나누면서 시간의 흐름에 대한 속도를 더 빠르게 느끼도록 하고 싶었나 보다. 우리는 흔히 인생의 속도는 내 나이가 갖는 숫자라고 농담을 한다. 20대까지는 시속20KM에 대한 강박을 갖지 못한다. 하지만 40이 넘어가면서는 시속40KM에 대한 부담감을 갖기 시작하는 것이다. 작가가 계절을 요란스럽게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소설 속에 프랑스의 시골 농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레 계절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겨울이다라는 표현으로 이제 잔에게 생동하는 봄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을 갖게 하기도 했다.


처음엔 이 소설의 소소한 일상들이 주는 편안함에 90대의 잔은 적어도 가을을 보낼 때까지는 우울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완독 후 책갈피를 다시 읽어 보니 그렇지 않았다. 사이사이 잔의 우울감이 보였고 앞으로 다가올 나의 90대에 대한 걱정들을 지레 짐작하도록 하고 있었다. 일기가 너무 일상적으로 흘러 그 당시에는 그 부분에 집중하지 못했었고 또 아직 그 나이가 되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완전히 공감할 수 없었던듯하다.


지금까지의 나는 독신으로 골드미스로 살거나 자식없이 여유롭게 사는 것도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꽤 오랫동안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다른 가족들이 나의 미래에 무조건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혼자 늙어가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고 혼자 남겨졌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너무 무섭다는 것이다. 그러니 늙어서 함께 한 추억들을 떠올리고 예전엔 말하지 못했던 것을 말하고, 깨닫지 못했던 것을 얘기하는 것은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작가에게 감사하고 싶은 것은 소설의 마무리를 깔끔하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여운이 남는 것은 그닥 반가운 것은 아니다. 쓸데없는 공감 능력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어도 그 상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91세의 잔이 결국 봄을 맞이하지는 못했지만 상쾌한 산들 바람을 느끼며 잠의 안개속에서 미소로 마중나온 남편을 맞이하는 것은 내가 갖고 싶은 삶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이렇게 수월하게 읽은 프랑스 문학은 몇 없었다. 올해의 독서의 시작으로 참 괜찮았다.





P33 나는 일단 의식을 놓은 후에 죽음을 맞는 편이 좋을 것 같다아무 자각도 없이 그냥 웃다가 혹은 잠든 사이에 이승을 하직하면 좋겠다.

P47 내 나이쯤 되면 포기할 건 포기하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이제 육신을 꾸미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리기 위해 옷을 입어야 한다.

P106 방송을 보면서 나는 조금 막막해졌다새로운 발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리에게 점점 더 넓은 우주를 보여준다수십억 별과 행성이 쉬지 않고 도는 어둠의 세상우리의 지구는 그 세상에서 푸른 구슬 한 알에 불과할 뿐… 하느님은 어디에 계실까천국은 어디 있을까르네에드몽드르포르 부인은 어디에 있을까나는 어디로 갈까 

P151 희안하게도 세월이 갈수록 죽음 앞에서 초연해진다심지어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조차 그렇다사별도 많이 겪어보면 익숙해지는 걸까.

P170 내가 그들의 생기 없는 눈동자에 잠시 빛이 돌아오게 하면 스무 살 때처럼 기분이 좋다명줄이 얼마 안 남았어도 누군가의 마음에 든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얼굴 붉어지는 나이가 따로 있지는 않더라.

P190 딸이 내 팔짱을 끼고 부축을 하면서 걷는데 표정이 좋지 않았다어미가 늙은 모습을 보기가 괴로웠던 모양이다하지만 저 애도 익숙해질 때가 됐는데

P197 그리고 우편물이 하나도 없는 날은 슬플 것 같다아직까지는 아침에 아무것도 없는 현관 옆 탁자를 보느니 종이 쓰레기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다.

P236 매년 시월은 풍경을 새로 그린다매년 나는 이렇게 고운 색을 전에도 본 적이 있었나 싶다.

P254 여의사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유방 촬영을 한 게 언제인지 물었다세상에이게 뭔 소리람평생 단 한 번도 유방 엑스레이를 찍은 적 없는데 굳이 아흔 살에 처음으로 찍을 필요가 있을까뭐에 써먹으려고설령 나에게 몹쓸 종양 같은 것이 있더라도 이 나이에 치료를 받는 게 옳을까장수의 복을 누리는 삶한테서는 그런 병이 아주 서서히 진행된다그러니까 내 몸에도 어디 한두 군데쯤 암세포가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내 나이에는 병도 느릿느릿 진행되기에 큰 소란을 떨지 않고 화도 거의 끼치지 않는다.

P274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이제 나는 나 아닌 사람들의 괴로움을 살피려고 충분히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아마 내게 남은 시간이 나한테 쏟기에도 부족해서 그런가 보다이제 내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들이 많아졌음을 깨닫는다살날이 줄어들수록 마음이 강퍅해지는 것 같다감정도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닳아빠지고 무뎌진다분노는 꺾이고애정은 잠들고연민은 시든다소란스러운 세상사가 우리에게는 아주 먼 곳의 일이제 우리와 상관없는 생의 희미한 메아리 같기만 하다타인들의 슬픔이 우리네 연약한 생의 점점 더 짙어가는 안개 속에서 희석되기에 예전처럼 생생하게 와 닿지 않는다사람들이 죽고고통스러워하고눈물 흘린다우리는 우리 앞가림만 생각한다우리는 우리처럼 오래 살지 못한 이들이 일깨워주는 우리의 늙어빠진 모습을 거울 속에서 보고 싶지 않다그래서 시선을 돌린 채 우리네 옹색한 삶을 영위하기에 힘쓰며 우리도 이제 끝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잊고 싶어 한다.

P289 이 모든 일이 거의 60년 전이라는 생각을 할 때면 나는 현기증이 나고 머리가 어질어질하다어떤 추억들은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옛날에는 그렇게 가까웠던 사람들의 얼굴이 이제 잘 기억나지 않는다심지어 우리 어머니 아버지 얼굴도 희미해져 가고 목소리도 생각이 날 듯 말 듯하다나의 청춘이 흐려지고 색이 바랜다나의 지난날은 물이 쏟아진 수채화 같다그렇게 어떤 이름이 나에게서 도망가고 어떤 추억이 사라진다어떤 날짜어떤 나이… 바로 이런 순간에 세월의 무게가 여실히 느껴진다부모님삼촌이모사촌옛날 친구가 그립다이제 나에게는 아무도 없다어떤 이미지어떤 이름어떤 말어떤 장소를 나에게 확인시켜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너도 기억나니?”라고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나 홀로 이 보잘것없는 기억력누렇게 변한 사진들을 붙잡고 있다망각과 함께 나 홀로 남았다.

P299 그런 편지를 받으면 정말로 기쁘다내가 아직도 조금은 쓸모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우리 늙은이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노인은 사회의 짐이다이런 소리를 얼마나 자주 듣는지 모른다그래서 내 딴에는 가급적 가벼운 짐이 되려고 애쓴다내가 만드는 일자리도 한두 개쯤은 있다우리 앙젤이나 정원사 같은 사람에게 작으나마 일거리를 주고 있으니까

P335 페르낭과 마르셀이 떠나는 날이 오면 내 인생에서도 한 부분이 완전히 멎어버릴 것이다삶은 죽음과 함께 어느 날 갑자기 멎어버리는 게 아니다삶은 훨씬 일찍부터 한 조각 한 조각씩 우리를 떠나간다.

P374 내가 이제 주님께 가까이 와 있는 걸까아침에 침대에서 기도를 했다아니기도문을 암송하는 것과는 다르다그냥 주님께 내 얘기를 했더니 묘하게 기분 좋은 느낌이 나를 감쌌다나는 그 초자연적인 평화에 젖어 잠시 가만히 있었다그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그 상태에서 조용히 떠날 수만 있다면 그 무엇도 나를 이승에 잡아놓지 못할 성싶었다.

P391 몹시도 서글픈 2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우리 집 초인종을 누르던 마르셀이 그립고설탕 그릇을 보면 가슴이 아리고도망친 소가 우리 집 화단에 들어오거나 말을 탄 영감이라도 불쑥 나타났으면 좋겠다 아무라도 안녕하세요!”라고 말해주면 좋겠다아무 일이라도 일어났으면여기저기 전화를 돌릴 핑계라도 있었으면놀라운 모험담재미있는 우스갯소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하지만 상대가 없다.

P396 분발해야 한다어떻게 해서든 건강하게 버텨야 한다자식들이 요양원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피곤해서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을 때에도 무리해서 조금이라도 산책을 한다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이 나이에 늘 하던 일을 중단하면 그 일은 영영 못하는 거다.

P427 어느새 나는 배에 올라와 있다아주 작은 돛단배다… 갑판에 누워 구름 없는 하늘로 솟은 돛대를 바라본다바람은 상쾌하고 소리 없이 서서히 움직인다나는 겨울과 함께나의 마지막 겨울과 함께 잠들리라계절의 끝에서햇살을 받으며종려나무 가지를 높이 든 채로르네가 나를 보고 미소 짓는다.



체리토마토파이 ? 우리 나라에서 방울토마토라고 부르는 것이 프랑스에서는 체리토마토라고 한다. 쟌이 실수로 체리대신 체리토마토로 파이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제목만으로도 뭔가 다정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정작 소설속에서는 이때만 언급되었을 뿐 다시 언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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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잔 할머니의 일기장_001 (체리토마토파이) 평점8점 | w*****y | 2022.01.01 리뷰제목
내 이름은 잔이다. 나이는 아흔 살이다. p.11   아흔 살의 잔 할머니의 일상은 어떨까? 프랑스의 작은 시골마을에 살고 계시니 나와는 사는 곳도 또 환경도 달라 낯설지는 않을까? 책표지가 눈길을 끌어 구입하긴 했는데, 막상 400페이지가 넘는 할머니의 일기장을 받아들고 보니 조금 염려스러워졌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웬걸 잔 할머님 너무 귀여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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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잔이다. 나이는 아흔 살이다. p.11

 

아흔 살의 잔 할머니의 일상은 어떨까? 프랑스의 작은 시골마을에 살고 계시니 나와는 사는 곳도 또 환경도 달라 낯설지는 않을까? 책표지가 눈길을 끌어 구입하긴 했는데, 막상 400페이지가 넘는 할머니의 일기장을 받아들고 보니 조금 염려스러워졌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웬걸 잔 할머님 너무 귀여우신거 아니야?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하나, 둘 떠나가는 사람들과 변해가는 환경을 마주하며 마음 아파하거나 새로운 기계들에 짜증을 내기도 하는, 또 그러다가도 어쩔 수 없지, 하며 하루를 씩씩하게 시작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만나니, 몇 해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도 나고, 또 신문물(!)에 종종 한숨을 내쉬시는 엄마도 떠올랐다.

 

   나의 작은 세상은 서서히 횅해진다. 주의 사람들이 하나둘 저세상으로 떠나고 빈집이 늘어난다..(중략)..몇 년 전에 영감들이 하나둘 먼저 떠났다. 이제 혼자 살던 노파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한다. p.33

 

   페르낭과 마르셀이 떠나는 날이 오면 내 인생에서도 한 부분이 완전히 멎어버릴 것이다. 삶은 죽음과 함께 어느 날 갑자기 멎어버리는 게 아니다. 삶은 훨씬 일찍부터 한 조각 한 조각씩 우리를 떠나간다. p.335

 

   우리는 마치 두 갈래 강 사이에 사는 것 같다. 산 자들의 강이 한 갈래, 죽은 자들의 강이 또 한 갈래. 어쩌면 떠나간 사람은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 사람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다. 저 멀리 어딘가에 그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아주 멀지만은 않은지도 모른다. 우리도 차례가 오면 그 사람에게로 갈 것이다. pp.151-152

 

   나의 청춘이 흐려지고 색이 바랜다. 나의 지난날은 물이 쏟아진 수채화 같다. 그렇게 어떤 이름이 나에게서 도망가고 어떤 추억이 사라진다. 어떤 날짜, 어떤 나이...... 바로 이런 순간에 세월의 무게가 여실히 느껴진다. p.289

 

   미치겠다. 오븐이 작동이 안 된다..(중략)..나는 버튼이란 버튼을 죄다 눌러본다. 삐삐삐 소리는 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계속 0000만 깜박거리고 작동은 안 된다..(중략)..바보 같지만 울고 싶다. 그래서 주방 식탁 앞에 앉아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엉엉 울어버렸다. pp.42- 43

 

그렇게 잔 할머니가 일기장에 빼곡하게 적어내려간 일상을 읽으며, 삶과 죽음이 얼마나 가까이 공존하고 있는지 또 그렇기에 지금 내 앞에 놓인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어찌보면 작년 이맘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새해 첫날도, 봄이 와서 꽃망울을 터트리는 들꽃들도 그리고 알록달록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물들인 단풍과 또다시 시간이 지나 만날 첫눈까지, 매년 반복되는 듯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새롭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자갈들은 아직 낮의 온기를 머금고 있었지만 바람이 한결 상쾌했다. 나는 6월의 기나긴 저녁을 좋아한다. 낮이 길어서 하늘이 아직 환한데도 첫 별이 보이곤 하는 저녁. p.114

 

   늘 보는 경치인데도 지팡이를 짚고 주위를 둘러보면 경치에 싫증 날 틈이 없다. 바다처럼 새파란 하늘 아래 자연이 불타오르는 것 같다. 이 아름다운 광경도 오래가지 않을 테니 지금 즐겨야 한다. p.235

 

   매년 시월은 풍경을 새로 그린다. 매년 나는 이렇게 고운 색을 전에도 본 적이 있었나 싶다. p.236

 

어느밤 운전을 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 속상해 하면서도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십자말 풀이를 좋아하는 잔할머니의 이야기는 그렇게 잔잔한 여운으로 한동안 내게 남을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이 왜 체리토마토파이가 되었는지 갸웃거리던 나의 궁금증을 풀어준 할머니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 이건 스포일 수 있으니, 이 책을 읽으실 분이라면 눈을 감아주세요^^)

 

   파이는 금갈색으로 잘 구워졌고 체리도 탱글탱글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나는 늘 하는 대로 조심해서들 먹어, 혹시 체리씨가 남아 있을지도 몰라.”라면서 파이를 내놓았다. 모두들 큼지막하게 한 조각씩 가져갔다. 우리는 파이를 먹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표정이 확 변했다. 아주 희한했다. 사실, 파이는 전혀 맛있지 않았다. 내가 냉동실에서 토마토를 체리로 착각하고 꺼낸 것이었다. 우리 정원에서 자라는 알이 아주 작은 토마토, 일명 체리토마토 말이다. p.252

 

그렇게 체리와 체리토마토를 헷갈린 잔 할머니이시지만,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인 한마디가 나를 웃음짓게 만들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마음을 달래본다. 어차피 옛날에도 없던 정신, 이제 와 잃을 일은 없겠구나. p.252

 


 

*기억에 남는 문장

우리 나이가 되면 사람이 고목(古木) 같다. 노인네들도 날씨가 좋으면 슬슬 되살아나고 조금은 푸릇해진다. 한 해 한 해가 예전 같지 않지만 말이다. pp.20-21

 

나는 의식을 일단 놓아버린 후에 죽음을 맞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아무 자각도 없이 그냥 웃다가 혹은 잠든 사이에 이승을 하직하면 좋겠다. p.33

 

질베르트와 나는 모든 것을 함께 했다..(중략)..이 친구도 에드몽드처럼 나보다 먼저 가버리면 어떡하나? 나에게 그런 몹쓸 운명을 남기고 간다면? 60년 추억이 이렇게 사라져버리면 그 어마어마한 빈자리를 어찌하라고  p.39

 

남의 죽음은 필연적으로 우리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 p.153

 

아름다운 음악이 있는 장례 미사였으면 좋겠다. 슬프고 처지는 분위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바이올린보다는 첼로가 듣기 좋으면서도 약간 진중함이 느껴질 것 같다. 오르간만 아니면 된다. 오르간은 소리가 침울해서 싫다..(중략)..관은 뭘 쓰든 상관없다. 외장재는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오는 사람들을 생각해 너무 조악하지 않은 목재를 쓰더라도 안쪽을 누가 들여다보겠는가? 안쪽에 호박단을 대든, 새틴이나 면을 대든, 무에 그리 중요하랴. 좋은 천을 푹신하게 대어봤자 내가 아는 것도 아닌데 쓸데없는 낭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p.154

 

마땅히 읽을 만한 책이 없으면 애거서 크리스티를 다시 펼쳐든다.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아서 늘 범인 이름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다시 읽어도 괜찮다. 가끔은 막바지로 갈수록 범인이 생각나지만 그래도 긴박감은 어디 가지 않는다. pp.175-176

 

별을 쳐다볼수록 마치 허공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온몸이 스르르 풀어지고 정신이 빠져나가 저 혼자 방황하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중략)..막막한 우주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가 비워진다. 흡사 내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이제 시간도, 공간도, 두려움도 없다. 접이의자에 누워 여름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처럼 내가 거대한 전체에 속해 있음을 절감한 적은 없었다. p.180

 

나는 여기 시골 생활이 여름은 여름답고 겨울은 겨울다워서 좋다. 아들은 낯익은 풍광에서 벗어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갈수록 낯선 곳이 싫어진다. 나에게는 내게 익숙한 지표들이 필요하다. 내가 아는 장소를 알아보고, 내가 아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게 마음 편하다. p.182

 

휴대전화가 없던 옛날에도 다들 잘만 살았다. 지금은 언제 어느 때고, 아무 데서나, 전화 건 사람이 누구든, 당장 전화를 받아야만 한다. 이 빌어먹을 휴대 장치 때문에 우리는 이제 자유롭지 않다. 우리의 자취가 언제라도 추적당할 수 있다니 끔찍하다. p.243

 

이따금 저녁에 불을 끄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오늘 밤 잠들어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내일은 내가 세상에 없는 하루가 될지도 모른다. p.298

 

나는 소액이나마 매년 빈민 구제, 학술 연구, 기아 문제에 힘쓰는 단체나 재단에 기부를 하고 있다...... 영원히 만날 일은 없겠지만 지구 반대편에 내가 후원하는 어린아이들도 있다. 그 아이들은 내 덕분에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편지를 보내곤 한다. 그런 편지를 받으면 정말로 기쁘다. 내가 아직도 조금은 쓸모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 늙은이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노인은 사회의 짐이다, 이런 소리를 얼마나 자주 듣는지 모른다. 그래서 내 딴에는 가급적 가벼운 짐이 되려고 애쓴다. p.299

 

파리에는 계절이 없다. 그들은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외출하고, 모임에 초대하고, 쇼핑하고, 공연을 관람한다. 하지만 시골 사람들은 낙엽이 떨어질 때부터 봄에 새싹이 돋을 때까지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p.316

 

아무라도 안녕하세요!”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아무 일이라도 일어났으면. 여기저기 전화를 돌릴 핑계라도 있었으면. 놀라운 모험담, 재미있는 우스갯소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상대가 없다. p.391

 

나는 결국 생드니 성당을 보지 못할 것 같다......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너무 많이 흘려보냈다. p.397

 

산들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간다. 창문을 열어두었나 보다. 눈을 감는다. 잠의 안개가 나를 감싸기 싲가한다. 나를 맡긴다. 어느새 나는 배에 올라와 있다. 아주 작은 돛단배다...... 갑판에 누워 구름 없는 하늘로 솟은 돛대를 바라본다. 바람은 상쾌하고 소리 없이 서서히 움직인다. 나는 겨울과 함께, 나의 마지막 겨울과 함께 잠들리라. 계절의 끝에서, 햇살을 받으며, 종려나무 가지를 높이 든 채로. 르네가 나를 보고 미소 짓는다. p.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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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체리토마토파이 - 베로니크 드 뷔르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n******m | 2020.03.12 리뷰제목
2020.02 일곱 번째베로니크 드 뷔르 "체리토마토파이" 아흔살의 잔이 시골 외딴 농가에서 혼자 살면서 써 내려간 아흔 살의 봄,여름,가을 그리고 겨울..지나간 세월의 회한과 소소한 삶의 행복,피할 수 없는 현실등을 잔잔한 이야기로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나는 왜 이 기나긴 생의 끝자락에서 하나도 특별하지 않은 생활을 글로 적어두는가? 마지막으로눈을 감은 후에도 완전히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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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 일곱 번째
베로니크 드 뷔르 "체리토마토파이"

 

아흔살의 잔이 시골 외딴 농가에서 혼자 살면서 써 내려간 아흔 살의 봄,여름,가을 그리고 겨울..
지나간 세월의 회한과 소소한 삶의 행복,피할 수 없는 현실등을 잔잔한 이야기로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


.'나는 왜 이 기나긴 생의 끝자락에서 하나도 특별하지 않은 생활을 글로 적어두는가? 마지막으로눈을 감은 후에도 완전히 사라지고 싶지 않다는 욕구때문인가? (p108)'

'사실 내가 유일하게 지루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나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지루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다. 평소에는 정신 없이 흐르는 시간이 그럴 때만 축축 늘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남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라면 모를까,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p178),

'사실 내가 유일하게 지루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나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지루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다. 평소에는 정신 없이 흐르는 시간이 그럴 때만 축축 늘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남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라면 모를까,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p274),

'앞날이 나를 전처럼 끌어당기지 않으니 서두를 이유가 없다. 나에게는 미래보다 추억이 우세해지시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은 편이 더 좋다. 세피아색과 흑백색일 때 이미지는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과거는 내 머릿속에서 고운 색을 덧입지만 미래는 어둡고 칙칙해서 그림자밖에 보이지 않는다.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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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체리토마토파이"를 읽고 평점9점 | s*****9 | 2023.05.28 리뷰제목
"체리토마토파이"는 를 읽으며 나의 노후를 상상해본다. "체리토마토파이"는 일기 형식의 프랑스 소설이다. 주인공 잔은 90세 생일을 맞으며 일기를 써보기로 한다. 그날그날의 기분과 생각들을 적고 문득문득 떠오르는 추억을 적어보기로 한 것이다. 잔은 자기 나이가 이승보다 저승이 가까운 나이라 먼저 간 친구들도 많다고 한다. 잔의 남편은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옆집에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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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토마토파이"는 를 읽으며 나의 노후를 상상해본다. "체리토마토파이"는 일기 형식의 프랑스 소설이다. 주인공 잔은 90세 생일을 맞으며 일기를 써보기로 한다. 그날그날의 기분과 생각들을 적고 문득문득 떠오르는 추억을 적어보기로 한 것이다. 잔은 자기 나이가 이승보다 저승이 가까운 나이라 먼저 간 친구들도 많다고 한다. 잔의 남편은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옆집에는 일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노부부가 산다. 특별히 신경써서 몸관리를 하지는 않지만 티눈이 보기싫게 튀어나왔다고 차를 타고 나가 두달에 한 번 페디큐어도 받는다. 혼자산다고 심심하지도 않다. 가까이 사는 친구 셋은 매주 성당 미사에서 만나고 집에서 만나 식사를 하거나 다과를 하고 카드 게임도 한다.  잔에게는 일주일에 한번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도 오고, 오고 싶을때만 오는 정원사도 있다. 멀리 볼것도 없이 나의 노후를 띠동갑 지인에게 투영해 보았다. 위로 띠동갑인 지인은  세월을 누가 이기겠냐고 지나간 시간들을 아쉬워한다.  산행하면서 70평생 쓰고 있는 몸이 예전같지 않다고 하며 의자가 보이면 앉기부터한단다. 날다람쥐처럼 산 다니던 시절은 옛추억이 되었단다. 나이 때문에 포기해야하는 일이 생긴다는건 참 허망한 일이다. "체리토마토파이"의 잔은 예측되지않은 일이 싫다고도 한다. 자기의 일상이 깨지는 것이 싫어서 당장 자식이 온다고해도 반갑지 않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얘깃거리도 바닥이 보이고, 자꾸 한 얘기를 또하고, 흉이나 보면서 사람을 신물나게 한다고 한다. 일상의 경험들이 단조로와 지면서 화젯거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잔은 세상이 발전햇다는데 매사 복잡한 것도 싫다고한다. 아들이 달아준 네비게이션을 불편해하면서 하는 말이다. 딸네집이나 친구집에서 자는 것도 불편해한다. 내 집이 아니면 지표 삼을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자꾸 남에게 의존하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나이들면서 여행을 적게 하거나 짧게하는  이유가 이해되었다. 조금씩 쇠약해지고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해지면서 나이앞에서 포기해야만 하는 소소한 것들로 생활의 규모도 축소되어간다. 타인의 죽음을 보며  이제 다음 차례는 누구일까를 생각한다. 타인의 죽음이 팔연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것이다. 잔의 나이가 되면 즐거운 날도 얼마 없다고 한다. 전화기를 들고 나갔지만 차에 두고 내려 딸의 전화를 받지못한 날 딸의 잔소리를 들으며 전화 나부랭이따위로 기분을 망칠순 없다고 한다.  즐거움도 다 때가 있다는 어른들의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체리파이를 만들며 실수로 방울 토마토를 넣지만 잔은 어차피 옛날에도 없던 정신이니 이제 와 잃을 것도 없다고 하며 낙천적이다.

잔의 노후에 나의 노후를 투영해본다. 세월을 거슬러 살 수는 없으리라. 100년 살이의 일생을 자연스레 풀어가는 수밖에. 현재의 바쁜 일상들이 다 지나고 시간 많은 노인이 된다면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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