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금 울었다 : 비로소 혼자가 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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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금 울었다 : 비로소 혼자가 된 시간

비로소 혼자가 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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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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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아주, 조금 울었다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k******4 | 2023.12.04 리뷰제목
아주, 조금 울었다 권미선 허밍버드/ 2017.7.15.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그 순간을 좋아한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들과 막스 리히터의 음악들을 좋아한다.   고골, 도스토옙스키, 찰스 디킨스, 로앙드 달, 어술러 르 귄, 제임스 설터의 책들을 좋아한다.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밤 정엽입니다>, <오후의 발견 스윗소로우입니다>,
리뷰제목

아주, 조금 울었다

권미선

허밍버드/ 2017.7.15.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그 순간을 좋아한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들과

막스 리히터의 음악들을 좋아한다.

 

고골, 도스토옙스키, 찰스 디킨스,

로앙드 달, 어술러 르 귄, 제임스 설터의

책들을 좋아한다.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밤 정엽입니다>, <오후의 발견 스윗소로우입니다>, <굿모닝 FM 오상진입니다등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글을 쓰고 있는 작가는 잘 우는 엄마를 둔 나는 울지 않는 아이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눈물이 차오르는 섬으로 자박자박 걸어 들어가게 된 것은 사랑 때문이다. 거기엔 음악과 풍경이 있었으며 나 혼자 였다. 혼자이던 시간, 상자 속에 차곡차곡 쌓인 추억과 여름 원피스 주머니에 들어 있던 그리움과 낡은 가방 속에 웅크리고 있던 아픔을 문득 발견하고는 나는 조금, 울었다. 그리워서, 미안해서, 외로워서, 보고 싶어서 나는 조금, 울었다.” 그 사연들을 아주, 조금 울었다에서 비로소 혼자가 된 시간, 아주, 조금 울었다/ 오직 마음에 충실했던 순간들/ 두고 온 것은 늘 그립다/ 눈물을 닦으니 보이는 것/ 혼자인 시간에만 가능한 나의 고백5개의 주제로 묶어 에세이집을 내었다.

 

 

차곡차곡 모아두고 싶은 추억에서

 

--------------------------

우리가 기억하는 인생의 순간은

깜짝 놀랄 만한 명장면이 아니라,

소박한 시간들이 많다.(p.24)

 

살아 있는 것들은 흔적을 남기고 간다. 어떤 것들은 상처가 되고, 어떤 것들은 추억이 된다고 저자가 말한다. 이런 소박한 시간들이 모여서 인생을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상실의 아픔에서는

 

--------------------------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순간,

우리의 영혼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평생 메워지지 않는 이 구멍에는

상실의 아픔과 애틋한 그리움이 조용히 머문다.(p.39)

 

이런 것을 인생의 한 단면인 추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기울어지는 일

 

--------------------------

그 때 그 가을, 그녀는 누군가에게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 사람 때문에, 마음은 봄이 됐다가 여름이 됐다가

때론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계절이 바뀌었고,

따뜻했다가 추웠다가 밝았다가 어두웠다가 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그 사람에게 기울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기울어지지 않고 뻣뻣하게 사랑할 순 없다고.

더 많이 기울어진 사람이 더 많은 변화를 겪기 마련이라고.

그땐 그랬었다.

 

그녀는 잠시 멈추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구는 여전히 기울어져 있고, 계절은 수없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사이 그녀의 마음은

점점 뻣뻣해지고, 꼿꼿해지고 있었다.(p.62)

 

처음에는 부드럽고 연하여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 하다가, 점점 부드러움을 잃고 뻣뻣해지며 자기 안에 갇혀서는 결국 변화할 수 없게 되자, 기울어지지 못하고 자기로만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좀 더 부드럽게 변화할 수 있었으면하는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었다.

 

 

알라프

 

--------------------------

사랑할 때, 우리는 누군가에게 고유명사가 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래서 소중한 사람.

 

하지만 헤어지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

우린 서로에게 보통명사가 된다.

예전에 알았던 사람들 중 하나로.(p.123)

 

같은 사람이지만 마음의 상태에 따라 고유명사가 되었다가 보통명사가 되는 것, 그것이 그 사람과의 관계를 나타내주는 현주소가 된다.

 

 

시간과 공간이 있는 이유

 

--------------------------

영화감독 우디 앨런이 이런 말을 했어.

 

이 세상에 시간이 있는 이유는

모든 일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이고,

이 세상에 공간이 있는 이유는

모든 일이 나에게만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라고. p.214

 

영화감독의 말을 빌어 이 세상에 시간이 존재하는 이유와, 공간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이 동시에 존재하기에 우리가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

 

--------------------------

그녀가 간다고 말했을 땐,

정말로 꼭, 가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금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일 것이다.(p.240)

 

비단 그녀뿐이겠는가? 이 세상 모든 것이 필요로 하는 것은 상처를 치유할 시간인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마음속의 감정을 숨기지 말고, 때로는 조금씩 꺼내어 발산해 버림으로써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래서 아주, 조금 울었다고 독자들에게 선포하는 것 같다. 혼자서 외롭다고 느끼거나 울적해질 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거나 떠나보내고 나서, 이 에세이집을 읽으면 저자는 조용히 위로의 말을 건넬 것이다.

 

 
1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2 댓글 6
종이책 위로 받는 시간, 아주, 조금 울었다 평점8점 | k****e | 2018.02.24 리뷰제목
있잖아. 이거 절대 내 얘기는 아니고 친구 얘기인데 그 친구가 지금 고민이 있대.그래서 그 고민이 뭐냐면...   토닥토닥... 힘들었지? 아주, 조금은 울어도 돼.   이런저런 고민들을, 이야기를 귓가에 소곤소곤 속삭이고 위로받는 시간. 그런 시간이 있기에 힘을 내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내 얘기라면 부담스럽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라면 스스럼없이 들어
리뷰제목

있잖아. 이거 절대 내 얘기는 아니고 친구 얘기인데 그 친구가 지금 고민이 있대.
그래서 그 고민이 뭐냐면...

 

토닥토닥... 힘들었지?
아주, 조금은 울어도 돼.

 

이런저런 고민들을, 이야기를 귓가에 소곤소곤 속삭이고 위로받는 시간. 그런 시간이 있기에 힘을 내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내 얘기라면 부담스럽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라면 스스럼없이 들어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누군가의 이야기로 인해 내 마음도 따끔해졌다가 스르르 풀리면서 아주, 조금은 울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위로의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있었다. 어느 틈에 벌써 마지막장이라니... 조금 더 속삭이고 아주 조금 더 위로받고 싶은데 아쉬우면서도 울지는 않았다. 눈물이 적어진 건지, 감정이 메말라버린 건지는 몰라도 툭툭 털고 일어나고픈 마음이 들었다. 다만, 하고픈 말이, 듣고 싶은 말이 남았을 뿐이다. 

 

누군들 자신의 생이 완벽하게 마음에 들까.
그래도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이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나을 거라고 믿으면서. p176

 

맞아. 그렇게들 스스로를 다독이며 앞으로 나아가지.
주저 앉아 있을 수는 없잖아.

 

 

인생을 거쳐 오며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결국은 지금 이 자리, 지금 이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선택이라는 건 부차적인 것일 뿐,
나라는 사람은 결국 나라는 사람의 길을 갔을 것이라고.

 

그러니 후회같은 것을 하면서 뒤를 돌아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고.
그랬더라면 달라졌을 거라는 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바람이 만들어 낸 허상일 뿐이라고. p227

 

우리는, 나는 늘 갈림길에 서서,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갈림길 앞에서 주저하고 망설이고 고민한다.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때론 타협하기도 하지만 결국 가장 원하는 걸 한다. 늦더라도, 돌아서 가더라도.

 

갈림길에서 돌아가는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

 


<아주, 조금 울었다> 이 책은 서평으로 많이 만났었다. 많은 서평을 본 나는, 나도 정말 울음이 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어떤 책이길래 서평에서 다들 물기가 스며나오는 걸까... 첫 느낌은 굉장히 감성적이라는 것과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를 음성으로 듣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라디오 방송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라 그런지 잠 못 드는 깊은 밤, 조곤조곤 속삭여주는 라디오 DJ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비록 울지는 않았지만 끄덕.

 

아주 조금 울고 싶어지는 날,
다시 만나봐도 좋을 것 같다.

 

 

 

1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0 댓글 18
종이책 아주, 조금 울었다 - 권미선 평점9점 | g*******7 | 2017.07.29 리뷰제목
한밤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목소리를 들으면서 감성에 젖어들 때가 있다. 각종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인하여 유난히 아날로그적 감성이 그리워질 때, <아주, 조금 울었다>를 옆에 두고 있다면 그리움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라디오 방송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글이라서 그런지 라디오에서나 들을 법한 내용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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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목소리를 들으면서 감성에 젖어들 때가 있다. 각종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인하여 유난히 아날로그적 감성이 그리워질 때, <아주, 조금 울었다>를 옆에 두고 있다면 그리움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라디오 방송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글이라서 그런지 라디오에서나 들을 법한 내용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때론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를 귀로 듣고 흘려보내는 경우가 있어서인지 이 책은 어쩌면 메마른 우리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줄 수 있는 보는 라디오처럼 나에게 다가온다.


 '비로소 혼자가 된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까? '아주, 조금 울었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나 또한 상념에 빠지면서 그리워하는 것을 떠올리기도 하고, 눈물을 그치고 나서 새롭게 보이는 것들을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신없이 살아가다보니 오로지 나만의 고유한 그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혼자가 되는 것이 어쩌면 나를 포함한 주위의 모든 것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그러한 시간 속에서 기쁨, 그리움, 슬픔이 눈물을 흘릴수도 있으니 이 책에 자연스럽게 이끌리게 된다. 간결하면서도 모든 감성을 담아내고 있는 저자의 글이 시(詩)적인 느낌으로 다가와 왠지 그 안에서 계속 머무르고 싶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순간.

 우리의 영혼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평생 메워지지 않는 이 구멍에는

 '상실의 아픔'과 '애틋한 그리움'이 조용히 머문다.

 - p. 39 中에서 -

 이별을 뒤로 하고 우리는 상처를 받는다. '상처(傷處)'라는 표현 대신 '상실의 아픔'과 '애틋한 그리움'이 조용히 머무르는 공간으로 이별의 아픔을 표현하는 저자의 감성어린 표현을 통하여 이별을 단순히 아픔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움을 통한 아련한 추억으로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생은,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다리는 일.

 하지만 그중 많은 것들이,

 까치발로 발돋움을 하고는 기다리는 우리를

 못 본 척하고 휘파람을 불면서 지나쳐 간다.

 - p. 144 中에서 -

 어렸을 적, 아버지가 퇴근하길 무렵 골목길 입구에서 아버지를 기다리곤 하였던 옛 기억을 끄집어 내본다. 멀리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심 기다려보지만 돌아오지 않는 것들을 너무나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러한 기다림은 애타는 그리움으로 변하면서 우리의 가슴을 애태우게 만들지만, 그러한 것들이 지나쳐갈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아예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가 미처 보지도 못했다고 생각해본다면 그러한 기다림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으리라 보여진다.


 라디오 주파수를 따로 조정할 필요 없이 펼치는 곳마다 이러한 감성어린 글들이 튀어나온다. 항상 가슴속에 머무르고 있는 것들인데, 그것을 마땅히 끄집어내지 못하는 우리에게 저자는 글로 우리에게 그것을 보여준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때로는 잊고 있었던 그리움과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정말로 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조금 울 것 같은 감정이 북받치는 것 같다.


 <아주, 조금 울었다>의 내용들이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연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더욱 다가가기 쉽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우리 곳곳에서 그리움과 슬픔, 추억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거창하지 않게, 하지만 너무나 감미롭게 다가오기에 권미선 작가의 이 에세이는 오롯이 나의 가슴을 적셔준다. 


( 이 리뷰는 출판사 허밍버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것입니다. )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14
종이책 아주, 조금 혹은 많이 울었다 평점8점 | e******i | 2017.07.27 리뷰제목
나는 아주, 많이 우는 편이다. 누가 울면 따라 울어서 더 그렇다. 그런데 나를 위해 울었던 순간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아주, 조금 울었다』는 오직, 나를 위해 울어야 하는 순간들을 담았다. 15년째 매일 글을 써온 라디오 작가 권미선의 첫 번째 에세이다. 서정 에세이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오로지 권미선 작가의 이야기라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인칭 대명사가 ‘나’와 ‘우리
리뷰제목

나는 아주, 많이 우는 편이다. 누가 울면 따라 울어서 더 그렇다. 그런데 나를 위해 울었던 순간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아주, 조금 울었다』는 오직, 나를 위해 울어야 하는 순간들을 담았다. 15년째 매일 글을 써온 라디오 작가 권미선의 첫 번째 에세이다. 서정 에세이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오로지 권미선 작가의 이야기라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인칭 대명사가 ‘나’와 ‘우리’일 때도 있지만, ‘그녀’ 혹은 ‘그’가 많아서 그런 것 것 같다.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밤 정엽입니다>, <오후의 발견 스윗소로우입니다>, <굿모닝FM 오상진입니다> 등에서 나온 수많은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 중 가장 사랑 받았던 73편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밤에 들어도 오후에 들어도, 그리고 오전에 들어도 좋을 것 같다.

그녀는 펴지지 않는 우산을 손에 들고,

길 한복판에서 서서 그렇게 울었다.

사람들이 흘깃거리며 그녀를 쳐다봤지만,

그녀는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살다 보면, 그렇게 울음이 터질 때가 있다.

그럴 땐 그냥 울어야 한다.

운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울지라도 못하면 도대체,

어떻게 견딘단 말인가.

 

울고 나면, 그리고 비가 그치고 나면

그녀의 인생에도 되는 일이 있을 것이다.     (p. 161)

 

그녀는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는 길 한복판에서 울었다. 고장난 우산을 들고 있기에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그녀도, 대다수의 사람들도 눈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 어떠랴. 울고 났으니까 웃을 날도 있겠지.

 

그녀는 울지 않으려고 팔을 꼬집었다.

선배가 쌩하니 가 버린 후, 그녀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변기 위에 쪼그리고 앉아서 숨죽여 울었다.

이따금, 물을 내리면서.

 

화장실에서 울어 본 적이 있다는 것은,

생애 가장 서러운 일을 겪어 보았다는 것.

 

우리는 그렇게

화장실에서 울면서 어른이 된다.     (p. 164)

 

바로 어제 화장실에서 누군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숨죽이지도, 물도 내리지도 않았다. 통화를 하면서 울고 있어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어린 목소리였다. 그렇게 그녀는 어른이 되어 갈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혹 이 책을 만나게 된다면 이 이야기가 그녀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로 다가가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조금 울거나, 많이 운다. 중간중간 눈물을 닦아 주듯 설렘을 주는 에세이가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는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혼자만 그렇게 우는 것이 아니라며, 다들 그렇게 운다고 말이다.

 

다 잘될 거라는 마음과

애써 봐도 소용없다는 마음 사이에서 싸우는 건,

고통스럽다.

 

그래도,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낙관과 비관 사이,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부풀어 올랐다가 터졌다가

웃었다가 울었다가

그렇게 갈팡질팡하면서.     (p. 173)

 

이 글을 쓰면서 비로소 오직, 나를 위해 울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 회사 화장실에서, 버스 안에서 그리고 집에서도 울었다. 아무리 강산이 바뀐다는 세월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잊고 있었을까. 그러고 보면 세월이 진짜 약이 될 때가 있나 보다. 아마 지금의 아픔도 세월에 의해 잊혀지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어릴 때 아픈 배를 쓰다듬어 주셨던 엄마의 손 같다. 여전히 아프지만, 조금은 아픈 마음이 가시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작가의 따뜻한 손길에 아주, 조금 울지도 모른다.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6
종이책 아주, 조금 울었다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k******4 | 2017.07.27 리뷰제목
아주, 조금 울었다권미선허밍버드/ 2017.7.15.sanbaram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그 순간을 좋아한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들과 막스 리히터의 음악들을 좋아한다.   고골, 도스토옙스키, 찰스 디킨스, 로앙드 달, 어술러 르 귄, 제임스 설터의 책들을 좋아한다.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밤 정엽입니다>, <오후의 발견 스윗소로우입니다>, <굿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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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금 울었다

권미선

허밍버드/ 2017.7.15.

sanbaram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그 순간을 좋아한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들과

막스 리히터의 음악들을 좋아한다.

 

고골, 도스토옙스키, 찰스 디킨스,

로앙드 달, 어술러 르 귄, 제임스 설터의

책들을 좋아한다.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밤 정엽입니다>, <오후의 발견 스윗소로우입니다>, <굿모닝 FM 오상진입니다등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글을 쓰고 있는 작가는 잘 우는 엄마를 둔 나는 울지 않는 아이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눈물이 차오르는 섬으로 자박자박 걸어 들어가게 된 것은 사랑 때문이다. 거기엔 음악과 풍경이 있었으며 나 혼자 였다. 혼자이던 시간, 상자 속에 차곡차곡 쌓인 추억과 여름 원피스 주머니에 들어 있던 그리움과 낡은 가방 속에 웅크리고 있던 아픔을 문득 발견하고는 나는 조금, 울었다. 그리워서, 미안해서, 외로워서, 보고 싶어서 나는 조금, 울었다.” 그 사연들을 아주, 조금 울었다에서 비로소 혼자가 된 시간, 아주, 조금 울었다/ 오직 마음에 충실했던 순간들/ 두고 온 것은 늘 그립다/ 눈물을 닦으니 보이는 것/ 혼자인 시간에만 가능한 나의 고백5개의 주제로 묶어 에세이집을 내었다.

 

 

차곡차곡 모아두고 싶은 추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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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억하는 인생의 순간은

깜짝 놀랄 만한 명장면이 아니라,

소박한 시간들이 많다.(p.24)

 

살아 있는 것들은 흔적을 남기고 간다. 어떤 것들은 상처가 되고, 어떤 것들은 추억이 된다고 저자가 말한다. 이런 소박한 시간들이 모여서 인생을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상실의 아픔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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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순간,

우리의 영혼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평생 메워지지 않는 이 구멍에는

상실의 아픔과 애틋한 그리움이 조용히 머문다.(p.39)

 

이런 것을 인생의 한 단면인 추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기울어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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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가을, 그녀는 누군가에게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 사람 때문에, 마음은 봄이 됐다가 여름이 됐다가

때론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계절이 바뀌었고,

따뜻했다가 추웠다가 밝았다가 어두웠다가 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그 사람에게 기울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기울어지지 않고 뻣뻣하게 사랑할 순 없다고.

더 많이 기울어진 사람이 더 많은 변화를 겪기 마련이라고.

그땐 그랬었다.

 

그녀는 잠시 멈추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구는 여전히 기울어져 있고, 계절은 수없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사이 그녀의 마음은

점점 뻣뻣해지고, 꼿꼿해지고 있었다.(p.62)

 

처음에는 부드럽고 연하여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 하다가, 점점 부드러움을 잃고 뻣뻣해지며 자기 안에 갇혀서는 결국 변화할 수 없게 되자, 기울어지지 못하고 자기로만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좀 더 부드럽게 변화할 수 있었으면하는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었다.

 

 

알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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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 우리는 누군가에게 고유명사가 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래서 소중한 사람.

 

하지만 헤어지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

우린 서로에게 보통명사가 된다.

예전에 알았던 사람들 중 하나로.(p.123)

 

같은 사람이지만 마음의 상태에 따라 고유명사가 되었다가 보통명사가 되는 것, 그것이 그 사람과의 관계를 나타내주는 현주소가 된다.

 

 

시간과 공간이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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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우디 앨런이 이런 말을 했어.

 

이 세상에 시간이 있는 이유는

모든 일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이고,

이 세상에 공간이 있는 이유는

모든 일이 나에게만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라고. p.214

 

영화감독의 말을 빌어 이 세상에 시간이 존재하는 이유와, 공간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이 동시에 존재하기에 우리가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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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간다고 말했을 땐,

정말로 꼭, 가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금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일 것이다.(p.240)

 

비단 그녀뿐이겠는가? 이 세상 모든 것이 필요로 하는 것은 상처를 치유할 시간인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마음속의 감정을 숨기지 말고, 때로는 조금씩 꺼내어 발산해 버림으로써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래서 아주, 조금 울었다고 독자들에게 선포하는 것 같다. 혼자서 외롭다고 느끼거나 울적해질 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거나 떠나보내고 나서, 이 에세이집을 읽으면 저자는 조용히 위로의 말을 건넬 것이다.

 

(이 리뷰는 허밍버드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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