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교육의 목표는 아이들을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으로 키우는 데 있다. 곧,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것이다. 글을 쓸 거리를 찾고 정하는 단계에서, 실지로 글을 쓰면서, 쓴 것을 고치고 비판하고 감상하는 과정에서 삶과 생각을 키워가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소박하고 솔직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할까? 풍부한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할까? 사물의 참 모습을 붙잡게 할까? 사람다운 행동을 하게 할까? 창조하는 태도를 가지게 할까? 이런 것이 목표가 된다. 참된 사람, 민주주의로 살아가는 사람을 기르는 데 글쓰기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되는 것이다. (44 - 45쪽)
이오덕 선생님이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보리, 1997년)에 쓴 글이다. 이오덕 선생님에 따르면 말과 글로 하는 자기 표현은 정서 도야니 심정 순화니 하는 따위의 정도가 아니라 생명을 유지하고 키워가는 데 절대로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의 학교는 말하기고 그리기고 글쓰기고를 물을 것 없이 모든 표현 교육을 짓밟아 왔고, 거짓된 것으로 병들어 버리게 했다. 아이들의 목숨을 억누르는 교육이었다. 아이들이 사람답게 자라나게 하고 앞날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 주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표현을 가르치는 교육이어야 하고, 그 교육의 가장 좋은 수단이 바로 글쓰기라는 주장이다.
이오덕 선생님은 당신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아이들과 함께 직접 실천하면서 다져나갔다. 그리고 뜻을 함께하는 선생님들과 단체를 만들었으니 대표로 내세울 수 있는 곳이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다. 1983년 초·중·고·대학교 선생님들이 첫 모임을 가지면서 창립한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인간다운 삶을 키워 갈 수 있는 글쓰기 교육을 실천하고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정하였다. 그러고는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목적하는 바를 실천하고 있으며 다달이 회보를 내고 있다. 책은 2016년 12월에 250호까지 낸 회보에서 중등 글쓰기와 관련된 글을 모은 것이다.
이오덕 선생님과 뜻을 같이 하는 선생님들의 글쓰기 교육이다 보니 새로운 방법이 들어 있지는 않다. 뜻은 같되 선생님들에 따라 실천 사례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그렇더라도 선생님들의 실천 사례는 그 선생님을 이해하는 바탕이 되거니와 이오덕 선생님의 뜻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 한 명 한 명의 삶을 가꾸는 것이라서, 때로는 아이의 목숨을 살리는 일과 같아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선생님이 이끌어낸 아이들 글에서, 그리고 아이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려고 몸부림치는지 보여주는 내용에서, 아울러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상호 관계에서.
풍선
2학년 이용우
누군 잘 한다고 띄우고
누군 못 한다고 터치고(터뜨리고)
우리가 풍선이냐 너의 기대에 맞게
부풀지 않는다 적당히 불어대라
너희들의 말에 이미
마음 구석에 구멍 났으니까
김제식 선생님이 가르친 군산남고등학교 2학년 아이의 글이다. 무엇이 아이로 하여금 이런 글을 쓰게 했을까. 김제식 선생님은 ‘풍선’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글로 더 받는다. 거기에는 ‘나는 기계가 아니다. 괴롭다. 하고 싶은 거 하고 싶다.’고 적혀 있다. 자신은 부모님의 입김에 의해 자라나는데 부모님 입김에 가시가 있어 마음은 이미 구멍이 나 있다는 고백이다. 살고 싶어 내지르는 비명이다. 당장 선생님이 할 일이 없을지라도 이런 비명을 내지르게 장을 마련해주는 것. 그리고 공감하고 응원하는 것. 그러한 것이 바로 글쓰기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살아가는 모습이다. 이러한 글쓰기 선생님들의 활동과 아이들의 감동적인 글쓰기는 민호와 영준, 명섭이, 장정호, 재원이 이야기 같은 사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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