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소설에 관심이 많아서 신간 소설은 읽어보려고 노력하네요. 뜨인돌 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시리즈도 여러 권 읽었는데 이번에 신간이 나왔네요. 뜨인돌 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브랜드 비바비보 45권 '아마도 존재감 제로'인데 제목을 보면 왕따 이야기일 것 같네요.
표지 그림에는 뭉게뭉게 방울들이 떠있고 단발머리 소녀가 허공을 걷고 있네요. 노란색 후드 자켓에 치마를 입은 소녀 앞에는 노트북이 보이네요. 휴대폰이 좀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이 친구는 노트북을 많이 이용하나봐요. 여자 친구의 표정은 약간 멍해 보이기도 하고 무언가 생각하는 표정 같기도 하네요.
로절린드는 부모님과 남동생 세브와 함께 살고 있어요.
2년 전인 열 두 살 때 오랫동안 진료받았던 랭리 선생님의 진료실에서 공식적으로 별난 아이로 진단받은 로절린드는 가족과 이웃에 사는 퀸니 아주머니와만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해요. 그 외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말을 할 수 없네요. 수줍음이 많은 성격 탓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지만 정확한 원인은 모르네요.
몇 주 후, 피크 선생님에게 첫 정신과 상담을 받은 로절린드는 말할 수 없었던 최초의 순간을 떠올리며 노란 공책에 여덟 살 때 처음 갔던 로런의 생일 파티에 대해서 쓰네요. 피크 선생님 앞에서도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진단을 받네요. 피크 선생님에게 일 년 반 정도 상담을 받은 후 다른 방식의 치료를 위해 중학교 입학 후에는 스턴버그 언어 센터에서 옥타비아 선생님께 상담을 받게 되요.
초등학교 생활을 무사히 넘긴 로절린드는 피크 선생님과의 마지막 면담에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다른 지역 중학교 입학을 추천받아서 도시 반대편의 메이너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요. 새로운 학교에 다녀야 하고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로절린드가 중학교 생활을 잘할지 걱정되네요. 큰아이가 소심하고 착한데 동네 친구들이 많은 초등학교 생활도 힘들어 했거든요.
로절린드는 중학교 첫 날 스쿨버스에서부터 곤란한 일을 겪고 1학년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지 못한 탓에 학교 건물 배치도를 보고 간신히 교실을 찾아가네요.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는 과목마다 선생님이 다르고 교실도 이동해야 하고 같은 반 아이들이 말하지 못하는 로절린드를 놀리고 괴롭혀서 학교 생활은 힘들기만 하네요.
로절린드는 킹슬리 선생님을 만나 도서관 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되고 학교에서는 오로지 도서관에서만 조금이라도 편안해지게 되네요. 계속되는 친구들의 괴롭힘에 힘들어도 잘 참아왔는데 어느 날 도서관 화장실에 상급생한테 죽을 정도로 맞은 이후로 로절린드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네요.
동생 세브의 도움으로 블로그 활동을 시작하게 된 로절린드는 미스 노바디라는 익명으로 메이너 중학교의 학교 폭력을 고발하는 글을 올리게 되네요. 나름 홍보를 위해서 학교 곳곳에 포스터까지 붙여서 블로그를 알린 로절린드는 몇 명의 아이들이 자신의 글을 볼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블로그는 여러 학생들의 지지를 얻게 되네요.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당하는 괴롭힘을 미스 노바디라는 익명으로 블로그에 글을 남기면서 해소하게 되네요.
로절린드의 남동생 세브는 항암치료도 하고 백혈병을 앓고 있어서 건강이 좋지 않네요.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그로 인해 로절린드는 옆집 퀸니 아주머니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네요. 아픈 동생을 많이 걱정하지만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로절린드는 하느님께 기도를 하지만 동생의 병세는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로절린드가 힘든 중학교 생활을 견디던 중에 전학생이 오면서 선생님에게 전학생 안내 임무를 맡게 되네요. 로절린드는 그 일로 인해 많이 걱정하고 힘들어하지만 전학생 아일사를 만난 이후 소중한 친구를 얻게 되어 조금은 행복해지네요. 아일사는 로절린드가 말을 못해도 이해해주고 공책을 통해 대화를 나눠도 불평하지 않아요. 로절린드와 함께 도서관 위원회 활동도 하고 로절린드의 곁에서 항상 힘이 되어 주네요. 로절린드는 소중한 친구 아일사를 만나서 앞으로의 중학교 생활에는 좋은 일만 생길까요? 로절린드의 동생 세브를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미스 노바디로서의 블로그 활동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제목만 보고 단순히 중학교 왕따 이야기가 아닐까 짐작했는데 예상이 빗나가 버렸네요. 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로절린드가 낯선 중학교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이야기, 미스 노바디라는 익명으로 활동하는 블로그 이야기, 로절린드 가족 이야기, 소중한 친구 아일사와의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책 속에 펼쳐져 있네요. 로절린드가 자신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고 노바디를 이용한 블로그 활동 성과도 생각외로 통쾌했어요. 항암 치료를 받는 세브를 보면서 똑같이 항암치료를 받도 있는 큰 아이가 생각나서 마음이 많이 아팠네요. 로절린드에게 생긴 소중한 친구 아일사와의 이야기도 재미있네요. 큰아이는 처음에는 주인공이 말을 못해서 왜 그럴까 했는데 그것도 하나의 병이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대요. 이 책을 통해 선택적 함구증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말을 못하면 얼마나 답답한지도 알게 되었다고 하네요.
*허니에듀 서평단으로 뜨인돌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아마도 존재감 제로>
-탐신 윈터
-김인경/옮김
-뜨인돌/2017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서로 상대와 소통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소통의 도구로 우리가 가장 많이 흔하게 사용하는 것은 '대화'이다. 대화의 기술이 좋은 사람은 실제 자신의 이미지보다 언제나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다. 사회 속 소통의 기본적인 도구인 '말'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얼마나 힘겨울지 <아마도 존재감 제로>의 로절린드를 보며 다시 한번 느낀다.
선택적 함구증을 겪고 있는 로절린드는 새로 진학하게 된 중학교 생활이 끔찍하다. 모두와의 낯선 첫 대면에 자신을 향한 다양한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서 첫날부터 그녀는 '이상한 아이'로 낙인 찍힌다. 언제나 상대의 질문에 목구멍에 멍울이 잡혀지는 것처럼 맴돌아 뭉쳐진 말들은 발화되지 못함으로 아이는 무시당하고, 짓밟힌다. 노바디로 살아가던 로절린드는 말이 아닌 글로, 상대방을 대면하지 않고도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낸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내면에 작은 악마를 가지고 있나보다. 피해자였던 아이들은 스스로에게 힘이 생기자 자신이 당한 만큼 가해자에게 혐오와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로절린드에게는 평범함을 거부하는 특별한 가족들이 있다. 그래서 로절린드는 학교에서 망가지고, 깨지더라도 안전하고 소통가능한 그녀의 집이 있어 힘을 낼 수 있다. '평범한 것보다는 모두와 다르더라도 조금 특별한 것이 더 좋은 것' 이라며 딸의 특이함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위로하는 아빠가 멋지다. 나라면 로절린드의 아빠처럼 나의 아이를 여유있게 응원할 수 있을까? 지나치게 나서서 일을 그르치거나, 매일 눈물을 쏟아 아이의 입을 다물게 할 것 같다. 로절린드의 함구증이 가족에게는 예외라는 것만 보아도 그녀의 가족들이 얼마나 서로에게 큰 힘이 되는지 알 수 있다. 아이를 위해 항상 나의 모든 문과 창을 열어야 하는데 내가 과연 지금 그러고 있는지 로절린드의 아빠를 보고 나를 돌아본다.
미디어는 다양한 색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실체가 없어도 존재감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고, 때론 나를 용감하게 만들어주기도 하며, 불의에 맞설 힘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잔인하고, 집요하며, 이기적이기도 하다. 미디어는 '익명 ' 이라는 이유로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더 폭력적이 되기도 한다. 얼굴을 보면서 퍼부어대는 폭력이던, 모니터 뒤에서 퍼부어대는 폭력이던 모든 폭력은 상처가 되고 나쁘다. 폭력은 그리고 언제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우리의 아이들이 어느 공간, 누구와 있든 외롭거나 상처받지 않길 바래본다. 말 한마디 못하며 모든 폭력을 감수해내는 로절린드의 마음을 대변하는 글들이 한 글자, 한 글자 어른이 내 마음에 콕콕 찔렸다. 어찌 그리들 잔인하고, 생각이 없는지 무섭기까지 했다. 우리 모두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났다. 나의 존재감은 상대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로 인해 새겨짐을 아이들이 알아가길 바라며 마지막 로절린드의 큰 용기에 나도 박수를 보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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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 - 탐신 윈터
옮김 - 김인경
뜨인돌
존재감 제로!
존재감은 실제로 있음을 말한다. 보고 만질 수 있는 것들이다.
제로는 0, 없다는 뜻이다.
존재감이 하나도 없다는 뜻???
글쎄, 내가 생각하는 0은 수학에서 참 중요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친구이다.
0 하나에 단위가 바뀌기 때문에 '없는 듯 하지만 존재감 있는 친구'라고 생각 된다.
로절린드는 선택적 함구로 가족과 몇몇을 제외하고는
선뜻 말을 내뱉기 어려워 하는 친구다.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생각처럼, 마음처럼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보지만
닫혀진 입은 쉽게 열리지 않아 참 곤욕스러울 때가 많다.
그래서 반항, 무시를 하는 거란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오해를 바로 풀지 못한다.
누군가 말을 걸어 올까봐 숨이 막히고 긴장되고
어디 숨을 곳은 없는지 찾게 되고 스스로를 투명인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로절린드는 말을 잘 하진 못하지만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중학교로 올라간 로절린드는 "음소거 개미"라 불리며 왕따를 당한다.
소리로 내기 힘들면 글로 내 목소리를 용기 있게 외쳐보자!
'미스 노바디'라는 이름으로 블로거를 만들어
용기있게 학폭을 한 가해자들에 대해 규탄하는 글을 올린다.
많은 학생들의 지지를 받으며 로절린드의 의도대로 잘 흘러가는 듯했지만
뜻밖의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소통의 장소로서 약자들이 조금이나마 힘을 내어 소리내길 바랬지만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지 않기에 악용될 수 있다.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의 입장이 서로 바뀔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잘나가던 연예인들이 하루 아침에 학폭이 터지면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학창시절 그저 사춘기라서, 방황의 시기라서, 폼 좀 잡고 싶어서,
강해보이고 싶어서 그저 그런이유로 친구에게 씻지못할 평생의 아픔을 안겨주었다.
그 아픔은 후에 고스란히 나에게 되돌아 온다는 것을 늦게 깨닫게 된다.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에 아이가 입학하게 되면서
학교폭력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주의깊게 살피게 되었다.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방관자!
가해자들의 폭력 이유는 많았지만 피해자들은 자신이 왜 당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존재감 제로인채로 그 소중한 시간을 외로움과 슬픔 속에서 숨죽여 지내야만 했다.
피해자가 오히려 죄인이 되어 오그라들고
가해자는 화려한 무대위에서 마음껏 활보하는 엉뚱한 상황에 화가 날 뿐이다.
로절린드는 자신의 존재감을 찾기 위해 자신만이 방법으로
어둠에서 밝은 빛으로 한 발 내딛였다.
로절린드는 결코 나약한 친구가 아니였다.
소셜미디어는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유익해질수도 있고 유해해질수도 있다.
학교폭력에 대해 용기있게 목소리를 냈던 로절린드는
엉뚱하게 발생된 문제에 또다른 사이버폭력을 당한 샘이다.
이로써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게 되고 두 번째 용기를 내게 된다.
학폭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어야 하는 우리 청소년들.
학폭을 저질러서도, 학폭에 시달려서도 안될 일이다.
팽팽한 이들 가운데 있는 방관자 역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내 일이 아니니 모른척을 해야 할지,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지 우리 모두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이슈화 될 정도로 심각한 일이다.
로절린드를 보면서 조금은 위안을 얻고 용기를 내는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너는 내게 존재감 있는 친구야!"하고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용기도 가졌으면 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난생처음 반모임을 하게 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총회와 반모임은 꼭 참석해야 해"
주변 선배맘들의 조언을 들었기에, 이날을 내심 기대하였다.
첫 만남... 20명에 가까운 엄마들이 예약된 방에 한가득 모였다.
얼마나 어색했을까? 한동안 조용한 침묵만 흘렀다.
그러나 뒤늦게 도착한 한 엄마의 출현, 식당 안을 꽉 채울 정도의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며
대화를 주도했다. 덕분에 반모임은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는... ㅎㅎ
사회생활에서도, 친구 관계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고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하고, 어디서든 존재감이 넘치는 사람.
그들이 부러웠고, 그들처럼 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 아마도 존재감 제로 >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노란색 후드 티를 입은 단발머리 소녀를 보고 있자니,
영화 <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이 떠오른다.
강렬함, 묵직함, 단단함 등의 단어와는 너무나 상반된 저 소녀에게 과연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다.
내가 하려는 말이 머릿속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12살 로절린드가 진단받은 병명은 선택적 함구증이다.
부모님과 남동생, 이웃집 퀸니 아주머니 외에 다른 사람 앞에서는 말을 못 한다.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기억이 있을 것 같다.
" 누가 풀어 볼래?"
딱 봐도 어려운 수학 문제,
대부분의 친구들을 선생님과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한다.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지목되고, 나머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반대의 상황이지만, 로절린드에겐 이 역시 힘든 순간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로절린드가 겪었을 불안과 공포감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된다.
초등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가 없는 중학교로 가는 편이 도움이 될 거라는
피크 선생님의 조언에 로절린드는 메이너 중학교로 입학한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새 학년이 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심리적으로 괴로움을 호소하는 친구들도 으레 있다.
하물며 로절린드는 어떠할까?
새로운 학교에 다니는 일은 마치 거대한 열차가 나를 향해 달려오는데
선로에 몸이 묶여 꼼짝달싹 못 하는 느낌과 같았다.
말 한마디 못 하는 나에게 낯선 사람뿐인 버스에 오르는 일은
나에게 물개 복장을 하고 굶주린 상어가 들끓는 수조 속으로 들어가라는 것과 같았다.
작가 선생님의 섬세한 필체로 로절린드의 심정을 그려내고 있다.
" 왜 말을 안 하는 거래?"
" 반항하는 건가?"
" 넌 왜 말을 못 해?"
" 쟤가 마녀일지 몰라!"
" 오늘은 저게 말을 할까? 내기하자!"
" 말해, 머저리, 말해, 머저리!"
" 내가 왜 이런 별종이랑 앉아야 하는데?"
" 저 별종이 왜 말을 못 하는지 조사해 보는 건 어때?"
" 왜 음소거 개미랑 친하게 지내는 거야?
너한테 말도 안 하는 애랑 친구로 지내는 이유가 뭔데?"
무자비하게 휘두른 언어폭력에 상처를 입은 로절린드는 메이너 중학교에서 노바디로 지낸다.
원래 아무도 아닌, 아무도, 그 누구도 아닌 노바디로...
가족이 걱정할까 봐, 속상해할까 봐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였다면 뒤늦게 알게 되어, 더욱 미안하고 마음 아플 것 같다.
영원한 내 편 부모님에겐 무조건 솔직하기로.. ^^
힘든 중학교 생활 속에서도 떠오르면 기쁜 것도 있다.
도서관, 옥타비아 선생님. 그리고..... 아일사
로절린드는 학교에서 지내는 동안 줄곧 단 한 가지 소망을 품었다. 그건 바로 "친구"였다.
절대 이룰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드디어 첫 친구가 생겼다.
아일사는 메이너 중학교에서 내가 눈물이 터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없이 마주 본
최초의 아이였다.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커다란 벼랑 끝에 서 있지도 않고 지하실에 갇히거나 집이 물에 잠겨
익사하는 꿈도 아니었다. 따뜻하고 안전한 느낌이 드는 마법처럼 행복한 꿈이었다.
학창 시절엔 친구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능한 많은 친구를 사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나이가 드니 무조건 믿어주고,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 든다.
“내 편에서 들어주는 친구가 한 명만이라도 있었으면….”
아일사가 로절린드에겐 그런 친구가 아닐까 싶다.
참 다행이다. ^^
헬런켈러에게 설리번 선생님이 계셨듯이, 로절린드에겐 옥타비아 선생님이 계셨다.
선생님이 적어 주신 글귀가 변화의 물꼬를 트는 시발점이 되었다.
'만약 내가 노바디가 아니라 중요한 사람이 된다면 어떨까?'
새로운 또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찬다.
드디어 행동 개시!
자신의 존재감과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그리고 누군가는 노바디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어야 했기에
로절린드는 앞장서서 블로그에 학폭 가해자들의 행태를 고발한다.
블로그 이름은 '미스 노바디'
글을 쓰는 내내 마치 실제로 사람들을 보면서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로절린드
10년 묵은 체증이 훅 내려가는 느낌이 아닐까 싶다.
수많은 학생들의 지지를 받고, 그들이 남긴 댓글을 읽으며 좋은 쪽으로 변화되어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로절린드 앞에 닥치게 된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마지막 페이지!
" 제 이름은 로절린드 뱅크스입니다. 제가 바로 미스 노바디입니다.
하찮고 존재감 없다는 뜻의 노바디가 아닙니다. 그건 여러분도 마찬가지예요."
작가 선생님과 마음이 통했던 걸까?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 그 짜릿한 순간의 현장에 함께 하고 싶었다.
내가 원했던 로절린드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
선택적 함묵증.
분명 당사자 못지않게, 가족들도 많이 힘들고 지칠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에게 " 할 수 있을 거야."라는 격려의 말을 나누고,
말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일어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로절린는 행운아임에 틀림없다.
든든한 흑기사 아빠와 햇살 같은 남동생 세브가 있기에. ^^
"로절린드, 네가 얼마나 별나든 평범한 것보다는 백 배 나아."
"응가히어로가 특별 결계를 둘러 당신을 보호하겠습니다."
학교폭력 문제와 소셜미디어의 명암을 재치 있게 묘사하면서 존재감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현실 중학생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 < 아마도 존재감 제로 >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여러 감정이 교차되었다.
속상해서, 화가 나서, 웃겨서, 슬퍼서, 통쾌해서...
정작 청소년 시기에는 청소년 소설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는데,
지금에서야 이렇게 빠져들다니!
예비 중학생 딸을 둔 학부모로서 참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 어떤 책보다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또 하나의 추억이 생긴 것 같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