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 나는 우리 입말에 대한 해방서
말을 정확하게 쓰는 노력의 일환으로 ‘매우’와 ‘너무’를 고집스럽게 구별하여 썼던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도 ‘너무’는 부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긍정문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구별하여 사용하도록 했다. 2년 전인가 이런 나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국립국어원에서 ‘너무’를 언중들이 긍정적인 의미에서도 폭넓게 사용하는 것을 받아 들여 긍정과 부정에 모두 사용하게 했다. 심한 배신감에 언어의 사회성과 역사성을 고려한다면 굳이 문법을 지키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저자 손진호도 ‘지금 우리 말글’에서 ‘너무’를 다루고 있다. 반가웠다. 저자는 ‘너무’와 같이 왜 부정에 쓰이는 말이 긍정에 쓰이는 말이 됐는지 알 수 없지만 시간이 말법을 바꾼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저자 손진호는 동아일보 어문연구팀에서 근무하면서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를 3년간 연재했다. 연재했던 글을 깁고 더해 펴낸 책이 ‘지금 우리 말글’이다. 책은 평소에 궁금했던 어휘들이나 아무 생각 없이 사용된 어휘들이 지금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하나씩 뜯어 보이고 있다. 고민하면서 사용했던 어휘들을 만났을 때는 반가웠고 생소한 말들을 만나면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면서 어떻게 말을 하나 싶기도 하다. 말에 얼과 혼이 담겨 있다는 동화작가 손연자의 말을 빌지 않아도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해야 함은 두 말 할 나위가 없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일반 언중으로써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님에는 틀림이 없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인 것처럼 말에 담긴 의미가 그만큼 크고 말에 의해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이 좌우 되는 것을 보면 어휘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함은 두 말할 일이 아니다.
SNS가 일상생활이 되면서 이곳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신조어나 축약된 말들이 우리 언어생활을 혼탁하게 만들고 우리말을 어지럽게 만든다는 지적은 줄곧 있어 왔다. ‘지금 우리 말글’은 그럼에도 언중들이 사용하고 있는 입말의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지 않고 있다. 자장면이 짜장면으로 매우가 부정과 긍정에서 모두 허용하게 된 예에서처럼 언중이 주로 사용하는 말에 대해 문법에 어긋난다는 강한 거부감은 자제하고 있다. 오히러 입말에 손을 들고 있다. 다만 선택은 언중의 몫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짚어 주고 있는 말은 150개나 된다. 단순히 언중이 잘못 사용하고 있는 부분만을 지적하고 있지 않다. 말이 가지게 된 우리의 역사와 문화 사회상들을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언어는 곧 그 민족의 역사요 문화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표면적으로 150개의 낱말이지 그 낱말로 파생되는 다양한 낱말까지 합하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낱말이 모두 몇 개인지 가늠하기 힘들다(찾아보기가 6페이지나 된다).
잘 사용되지 않는 말들도 소개하고 있다. 발감개, 사달 나다, 노둣돌 등은 생소하다. 발감개의 경우 양말이 우리말이 아니라 한자어라는 사실을 언급한다. 아울러 서양에서 들어왔다고 해서 붙는 양자와 결합된 단어들, 양동이, 양복, 양잿물, 양주, 양회 등까지 소개하고 있다. 물론 발감개과 관련된 신발, 감발, 짚신 등의 말과 발허리, 발부리, 발샅, 채발, 마당발, 납작발이라는 예쁘고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말들도 소개하고 있다. 발가락 사이를 일컫는 말이 발샅이라는 말을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하는 재미나는 생각도 든다. 발가락 사이까지 깨끗이 씻어라는 말대신 발샅도 깨끗이 씻어라고 지금 말한다.
이 책을 입말 전으로 분류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책꽂이 꽂아 두고 필요할 때 꺼내어 찾고 익혀 우리 언어생활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지금, “개암 커피 주세요.” 해보자.
이 책은 짜장면과 짬뽕이야기로 시작해요. 2011년 8월 31일 자로 국립국어원에서 짜장면도 표준어로 인정하여 오랜 기간 경직된 어문규범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었던 짜장면이 제도권으로 편입이 되었어요. 그런데 아직도 짬뽕은 중국 음식인 초마면만이 표준어로 등재되어 있어 비표준어인 짬뽕은 초마면으로 고쳐 사용하도록 규정되어 있어요. 저자말대로 ‘웃기는 짬뽕’이에요
저자는 1987년 동아일보 교열부에 입사한 이래로 바른 우리말글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해요. 특히 2003년에는 동료들과 함께 1년 남짓 표준국어대사전의 오류분석 작업에 매달려 총 오류 600개를 바로 잡아서 교열기가협회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어요. 그 후 2014년부터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서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게 되었는데 이 책은 바로 이 칼럼을 독자들이 읽기 편하도록 내용을 깁고 더해서 엮어서 펴낸 책이에요.
이 책에는 30년 내공의 어문기자가 본 헷갈리기 쉬운 표현뿐만 아니라 반드시 알아야 하거나 갈무리해두면 좋은 낱말 등이 총망라되어 있어요. 몇 가지 이 책의 내용의 예를 들면 ‘어디에다 대고’가 줄어들면 ‘어따 대고’가 아니라 ‘얻다 대고’이고, ‘반말’에 ‘-지거리’가 붙으면 ‘반말짓거리’가 아닌 ‘반말지거리’가 된다고 해요. 이처럼 자주 틀리는 표현을 꼬집으며 쉬운 설명을 통해 올바른 표현을 알려주는 이 책은 총 146개의 표제어를 바탕으로 우리말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요.
흔히 쓰는 표현 중에 ‘∼것 같다’가 있는데, 저자는 ‘좋아요’ 대신 ‘좋은 것 같아요’를 쓰는 것까지는 봐줄 만한데 ‘배고파요’ 대신 ‘배고픈 것 같아요’라고 하거나 ‘잘 모르는 것 같아요’라고 하면 모른다는 건지 확실하지 않다는 뜻이 헷갈리니 그냥 ‘알쏭달쏭해요’라고 하면 될 것이라고 해요. 그리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 ‘듯하다’ ‘듯싶다’를 활용할 것을 권해요.
이처럼 이 책은 모두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말글에 대해서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부분들을 속 시원하게 설명을 해주는 책이에요. 특히 이 책의 말미에 여섯 페이지에 걸쳐 실려 있는 찾아보기는 이 책을 사전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서 수시로 모르는 단어 중심으로 우리말글 표현을 살펴볼 수 있게 배려하고 있어요. 이 책은 한마디로 재미있고 친절한 우리말글 소개서로 우리말글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고 참고해보시면 좋은 책이에요.
나도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때 애매모호하거나 잘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다.
그래서 사전을 찾으면 아주 명확해지거나 완전히 이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더 헷갈릴 때가 있다.
영어같은 경우는 개념이 명확해지고 분명해지는데 우리나라 말은 퍼지 이론이 적용되는 것같다.
~하는 것 같다,,,이말을 나도 제일 많이 쓴다.
그게 안 좋은 거다.
우리나라는 말도 그래서 그런지 의식도 애매모호,,퍼지,,대충,,거시기 그런 말로 함축이 된다.
후래자삼배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 본 말이다.
평생 쓰는 언어인데도 정말 잘 모르는 것 같다.
무릇, 어름사니, 소낙눈, 야코죽지마라,,,,도대체 모르겠다.
한우는 어떤 소를 가리키나,,라고 하는데 그냥 우리나라 소를 말하는게 아니라고 한다.
우리가 평상시에 쓰고 있는 한글이 정말 어떤 내용이 있는지 궁금했다.
우리나라 법규도 명확하지가 않아서 논란이 많다.
이런 규정을 해주는 책이 보편화되면 그런 문제점들이 해결될 것 같다.
꼭두새벽은 몇시부터 일까,,,한 새벽 4시정도가 아닐까라는 애매모호하도 해결해 주는게 우리말사전같다.
우리말의 명확한 개념을 정하는 건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건지 이 책을 보면 다양하다.
이 책은 평상시에 궁금해서 정하지 못한 개념들을 알려 준다.
이 책은 궁금증을 자극한다.
나비와 나방의 차이는 화려하고 예쁘면 나비이고 칙칙하고 똥색에 가까우면 나방인 것 같다.
우리말을 제대로 알아야지 모든 생활이나 사고가 올바르게 될 것 같다.
조사같은거나 접속사도 내가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
이 책을 보면 그런 점들을 해소할 수 있다.
저자는 동아일보 기자출신이다.
이 책은 사전보다 더 자세하게 우리말을 설명해 준다.
~것 같다.
내가 가장 자주 쓰는 말이다.
예부터 어림을 나타내는 자리에 듯을 넣었는데 모난 돌이 정 맞는 사회에서 공격을 피하려는 방어 심리가 ~것 같다를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음식 맛이 어떠냐고 누군가가 물으면 맛잇는 것 같아요,,,근데 좀 짠 것 같아요,,,
맛있으면 맛있다고 짜면 짜다고 하면 될 것을 굳이 맛있는 것 같다,,짠 것 같다고 하는 이유는 뭘까,,,,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 것 같다는 이미 관용구가 되었다.
좋아요 대신에 좋은 것 같아요,,,까지는 봐줄 수 있는데 배고파요,,,대신 배고픈 것 같아요라고 하고 잘 모를 것 같아요라고 하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건지,,,,
알긴 아는데 확실하지 않다는 뜻인지 헷갈린다.
~것 같다는 모난 돌이 정 맞는 사회에서 공격을 피하려는 무의식적 방어 심리가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 '듯하다''듯싶다'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예부터 우리말에서는 어림을 나타내는 자리에 '듯'을 넣어 '그런 듯하다'처럼 썼다.
'듯하다'는 앞말이 뜻하는 사건이나 상태를 추측할 때 쓴다.
'배고픈 것 같아요'대신 '배고픈 듯해요'로 쓰면 된다.
'~같아요'를 '~같애요'로 쓰는 것은 잘못이다.
'같애'는 '같(어간)+애(어미)'로 나눌 수 있을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키가 작아'에서 보듯 어떤 사실을 서술하는 어미는 '~애'가 아니라 '~아'이다.
신조어로 많이 쓰인 낱말 가운데 '아몰랑'이라는 말이 있었다.
'아몰라'에 'ㅇ'을 붙인 것이다.
어떤 사안을 놓고 논쟁하다 더 이상 상대방을 이길 수 없을 때 '아몰랑'하고 물러서면 논쟁은 끝난다.
이 낱말 역시 자신이 없어 두루뭉술하게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것 같다'와 닮았다.
선택의 고민은 끝이 없다지만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할지 말지를 인터넷에 묻는 사람도 있다 하니 '~것 같다'는 약과일지 모른다.
'~것 같다'같은 어정쩡한 표현 말고 똑 부러지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말들이 많아져야 한다.
말은 곧 얼이다.
두루뭉술하다는 형용사이고 모나거나 튀지 않고 둥그스름하다.
말이나 행동 따위가 철저하거나 분명하지 아니하다이다.
두루뭉실하다는 틀린 것이다.
광복과 해방은 거의 같은 말같은데 아닌가,,,,
너무라는 말을 너무 많이 쓴다.
언중 言衆 -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 공동생활을 하는 언어 사회 안의 대중
말과 글에 관해서 알려고 하면 할수록 잘 모르겠다는 생각만 커지게 된다. 마음먹은 것과는 다르게 아는 것도 느는 것도 없어 기운 빠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관심이 가게 되니 이것저것 읽어보게 된다.
여러 방식으로 추천을 받아서 읽어보게 된 ‘지금 우리말글’은 신문에 연재된 글들을 모아놓고 있어서 짧은 내용들로 묶여져 있고 일상생활에서 자주 잘못 쓰이거나 헷갈려하고 있던 말과 글들 그리고 더 널리 쓰였으면 하는 우리말들을 알려주고 있다.
30년간 기자생활의 경험이 녹아있어서 그런지 말솜씨도 글재주도 보통이 아니고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말과 글이 어떤 식으로 지금처럼 되었는지를 따져보고 제대로 쓰이려면 어떻게 해야만 할 것인지를 잘 살펴보고 있다. 또한 그동안 자주 사용되지 않던 말과 글들을 알아보기도 하면서 더 잘 쓰일 수 있기를 희망하기도 한다.
그런 내용으로만 채워졌어도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저자는 거기에서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그것들에 더해서 새롭게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입에 점점 익숙해지게 된 말과 글도 다뤄보고 있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더 마음에 들게 되는 것 같다.
저자의 말대로 “옳고 그름의 경계가 미묘한” 말과 글 위주로 살펴보고 있다는 점이 비슷한 유형의 책들과 조금은 다른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고 평소 자주 쓰이지만 착각하기 쉽거나 오해하고 있던 말과 글들을 잘 간추려서 설명해주고 있어 간간히 펼쳐보게 될 것 같다.
누구에게나 추천해도 부족함 없고 모자람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