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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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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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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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려는 한 음악가의 선율]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이야기. ‘암과 살아가기’로 했던 그는 음악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연, 그리고 언어를 지키려 여러 곳에 선율들을 남겼다. 그의 새로운 음악은 이제 들을 수 없지만, 그가 세상에 긴 멜로디를 따라가는 마음으로 아껴 읽고 싶은 책. - 에세이 PD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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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by 류이치 사카모토)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n | 2025.01.20 리뷰제목
나와 비슷한 세대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추억 속에 BGM으로 흐르는 음악 중 한 곡이 'Merry Christmas Mr. Lawrence'일 것이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오래된 팬이나 찐팬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의 부음을 들은 즈음부터 나의 청춘의 한 켠에 그가 있었다는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내가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이유다. 내가 알았던 얕은 지식으
리뷰제목
나와 비슷한 세대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추억 속에 BGM으로 흐르는 음악 중 한 곡이 'Merry Christmas Mr. Lawrence'일 것이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오래된 팬이나 찐팬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의 부음을 들은 즈음부터 나의 청춘의 한 켠에 그가 있었다는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내가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이유다. 내가 알았던 얕은 지식으로 류이치 사카모토는 음악가이자 피아니스트, 영화음악 작곡가로서 매우 자유로운 음악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책을 통해 그가 사회적 책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공인이었다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음악가이자 유명인으로서 그가 보인 행보라던가(그는 ‘어린이 음악 재생 기금’을 마련해 지진 피해로 망가져버린 악기들을 고쳐주고, 현지 악기점과 연계하여 지역 학교들의 악기들을 무상수리는 한편 해주재해민들을 위한 자선 콘서트도 개최하였다),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친환경 정책을 꾸준히 주장한 점, 그리고 암 투병 중에도 죽기 직전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점(그는 "가본 적 없는 나라라 할지라도 단 한 명이라도 그곳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곳은 더 이상 단순한 이국이 아니"(329쪽)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 등등을 보며, 이 책에서 알게 된 그의 면면을 보며 소위 공인이나 유명인들이 지향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우리가 그들에게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예술가 등이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한 세간의 거부감이 존재합니다만, 저는 그날 이후 ‘만약 내가 정말 유명해 팔 수 있는 이름이 있다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설령 위선자라는 비판을 받는다 해도, 그로 인해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싶어서요. 환경에 관한 운동도, 지진 재해 후 활동도 이런 신념의 힘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한번 연결되면 쉽게는 그만둘 수 없죠. (330쪽)
이런 사실들을 알고 나니, 그의 음악이 새삼 더 애틋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우리가 그의 음악에서 어떤 자유로움을 느꼈다면, 그건 그가 그만큼 자유로운 인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자유로운 인간이었기 때문에 자신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인류가 자유롭길 원했을 것이다. 여기에 그가 사회적 책무를 등한시하거나 게을리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의 말대로 "Ars longa, vita brevis."이다. 그러나 적어도 류이치 사카모토에 대해서라면, 그의 예술만큼이나 그의 인생도, 그를 사랑하는 모든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오래오래 영원한 것이다. 따라서 류이치 사카모토에게 적용하자면, 예술도 길고 인생도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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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어느 예술가의 길고도 짧은 인생 이야기 -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를 읽고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o | 2023.07.28 리뷰제목
어느 예술가의 길고도 짧은 인생 이야기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를 읽고           올해 일본의 예술가들이 연이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작가 오에 겐자부로와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그들이다. 두 사람 모두 그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나만(?) 몰랐던 두 사람의 삶과 작품 세계를 이제라도 발견하고 싶었다. 봄에는 소설을
리뷰제목

어느 예술가의 길고도 짧은 인생 이야기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를 읽고

 

 


 

 

  올해 일본의 예술가들이 연이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작가 오에 겐자부로와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그들이다. 두 사람 모두 그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나만(?) 몰랐던 두 사람의 삶과 작품 세계를 이제라도 발견하고 싶었다. 봄에는 소설을 통해 오에 겐자부로를 알아갔었다면, 여름은 류이치 사카모토를 만날 차례였다. 둘은 닮은 점이 많다. 동시대를 살면서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실천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준 인물들로서 뒤늦게라도 그들을 알게 되어 반가운 마음이 크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삶과 음악에 관해 이야기한 신작이자 유작이다. 정확히는 2009년에 출간된 전작이자 데뷔작인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그후부터 최근까지 그의 발자취를 담고 있다.

  처음 책제목을 보자마자 언젠가 어느 책에서 마주했던 문장과 겹쳐졌다. '나는 이제 몇 번의 계절을 또 만나게 될까?' 인생의 후반전에서 걷고 뛰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멈춰섰을 때 달처럼 떠오르는 물음이 아닐런지 생각했다. 책을 펼치면 곧 이에 대한 답을 짐작할 수 있다. 2014년에 중인두암을 발견한 후부터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는 류이치 사카모토, 그가 젊은 시절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던 '폴 볼스의 말(타자의 말들_삶의 끝을 엿본 사람의 말_링크 바로가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곡이 「보름달」이라고 한다. 그는 물론, 그의 작품들도 익숙하지 않은 터라 예상과 다른 전개가 펼쳐진 「보름달」을 들으면서 어쩌면 내가 상상했던 음악가가 아닐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 과연 '나는 앞으로 몇 번이나 그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 그리게 될까' 하는 기대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본다.  

 

<출처 : "Fullmoon"-Ryuichi Sakamoto, https://youtu.be/AlxUUNU_0o8>

 

이런 것들이 바탕이 되어 2017년 발표한 앨범《async》에는 「fullmoon(보름달)」 이라는 곡을 실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볼스의 한 구절을 영화 속에서 따와 샘플링한 다음, 같은 문장을 중국어와 독일어, 페르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해 각 언어의 원어민 아티스트들에게 낭독하도록 했습니다.(14쪽)

 

  이따금 영화 『마지막 황제』를 볼 때면, 중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처음으로 자금성을 찾었던 추억이 자동 소환된다. 영화의 무대이자 역사의 현장을 직접 보고 거닐면서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를 떠올리기도 했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를 통해 늦었지만 참 다행스럽게도 이제부터 몇 가지 더 기억해야할 것들이 생겼다. 영화 음악을 담당한 장본인이 다름 아닌 류이치 사카모토이며,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게 들었던 곡의 제목이 「Rain」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또한 영화를 감독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마지막 사랑』이라는 작품에서도 함께 영화 음악을 만들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인연은 베르톨루치 감독이 죽기 전까지 이어지는데, 그가 '마지막'으로 자신을 드러낸 것이 「보름달」에서의 목소리 출연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출처 : "Rain"-Ryuichi Sakamoto, https://youtu.be/qaW2nFbV80U]

 

이것이 청나라가 막 시작되었을 때의 이야기이니,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를 그린 영화 <마지막 황제>와 쌍을 이루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239쪽)

 

  지난 달 북클러버 모임에서 김훈 작가의 역사소설 『남한산성』을 읽고, 동명의 영화를 다시 보았다. 조선시대 병자호란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에 대하여 넷이서 소감을 나눌 때까지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영화 『마지막 황제(1987년작)』와 『남한산성(2017년작)』의 연결고리가 바로 류이치 사카모토임을. 삼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청나라의 시작과 끝을 다룬 두 영화의 음악을 같은 사람이 맡았다는 사실이 퍽 흥미롭다. 『마지막 황제』의 「Rain」이 제목처럼 비가 '내리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면, 『남한산성』의 「삼배구고두례」는 몸을 숙여 절을 하고 머리를 땅에 두드리는 모습을 표현한 곡이다. 두 영화에서 내리막길을 걷는 푸이와 인조를 '하강'의 이미지로 그리는 데 한몫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출처 : Ryuichi Sakamoto - 삼배구고두례 (남한산성 ost),  https://youtu.be/yHzL06gFhWI]

 

  2014년 뉴욕에서 암 치료를 위해 1년간 서양의학과 대체의학을 오가던 류이치 사카모토는 이듬해 1개월간 하와이에서 머물렀다. 그곳에서 받은 대체의학 치료의 효과가 어떻다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하와이의 바람만은 최고였다고 그는 확신한다. '에너지의 흐름(energy flow)'이라는 제목을 보고 문득 빛, 열, 전기, 바람 등 다양한 에너지가 떠올랐다. 이것에서 저것으로 오가는 에너지의 역동적인 이미지가 그려졌다. 그러나 직접 곡을 들으면서 "늘 '치유'라는 말을 탄압했고, 내 입으로는 절대 그 말을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어왔다(198쪽)"는 그의 말이 역설적으로 다가왔다. 다분히 차분한 곡에 대한 감상평을 '치유'란 말을 빼고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찌됐든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돌보기 위해 그의 음악을 찾으리라는 건 확실해 보인다.

 

[출처 : Ryuichi Sakamoto-Energy Flow, https://youtu.be/btyhpyJTyXg]

 

광고 음악으로 쓰인 「energy flow(1999년작)」가 저의 의도와는 무관한 방식으로 '힐링 뮤직'으로 호평을 받았을 때, 저는 온몸의 털이 삐죽삐죽 서는 기분이었습니다. (···) 치유의 교주 같은 이름으로 저를 칭송하는 것도 난처하기만 했습니다. (···) 그로부터 수십 년의 시간이 흘러 병에 걸린 몸으로 하와이의 바람을 맞으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치유'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198쪽)

 

  하와이에서 요양을 마칠 즈음해서 건강을 되찾은 그는 본연의 일로 복귀한다. 그중 하나가 영화 『레버넌트』의 음악 작업이었다. 곰에게 사지가 찢기는 공격을 당한 주인공이 처절한 생존 본능으로 귀환하는 내용의 영화답게 부제가 '죽음에서 돌아온 자'다. 책에서 언급된 바는 없으나 어떤 의미에서는 암투병 끝에 일상으로 돌아온 류이치 사카모토도 이같은 마음과 새로운 각오로 영화 음악을 제작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 자신도 힘든 여정이 될 것임을 직감했으나 영화 제작을 맡은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을 줄곧 눈여겨 보고 있던 터였다. 그런 그가 마음을 굳히는 데에 그의 파트너가 건넨 무자비한 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밝힌다. "지금 전 세계에서 이냐리투 감독한테 직접 음악을 부탁 받는 사람이 몇 명이 될 거 같아? 암이 재발해서 죽어도 좋으니까 그냥 해.(203쪽)" 

 

[출처 : Ryuichi Sakamoto - The Revenant Main Theme, https://youtu.be/Czv8J1W4yYU]

 

우리는 밤하늘의 별을 보면 무심코 반짝이는 점과 점을 이어 별자리를 그리곤 합니다. 실제로 그 별들은 몇 만 광년씩 떨어져 있을 텐데, 마치 같은 평면상에 있는 것처럼 인식해버리죠. (···) 『레버넌트』의 메인 테마를 예로 들자면, 시작할 때 울리는 그 두 개의 음만으로도 우리는 의미를 느낀다는 것입니다.(224쪽)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류이치 사카모토는 자타공인 빼어난 음악적 성취를 이뤘음에도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산을 향한' 행보를 이어간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무기로 환경, 사회 등 여러 영역에서 활발한 운동을 펼친 것이다. 삼림보전단체 '모어 트리즈(More Trees)'를 이끌었으며,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어린이 음악 재생 기금',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를 창립하였고, 온라인 연주회를 열어 코로나 사태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특히 그에 따르면 여전히 일본은 예술가의 정치적 발언에 대한 부담감과 거부감이 공존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사회를 향해 탈원전, 미군 신기지 건설 반대 등 소신 있는 목소리를 아끼지 않은 그를 보면서 예술가 이전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하는지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설령 위선자라는 비판을 받는다해도, 그로 인해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싶어서요. 환경에 관한 운동도, 지진 재해 후 활동도 이런 신념의 힘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한번 연결되면 쉽게는 그만둘 수 없죠.(330쪽)

 



 

몇 년의 시간 동안 수차례 비바람을 맞으며 도장도 다 벗겨진 지금은 점점 본래의 나무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어떻게 썩어갈 것인가. 그것은 우리 인간이 어떻게 나이 먹어가야 하는가, 하는 것과도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345쪽)

 

  2015년, 그는 하와이에서 요양을 마치고 당시 매입한 중고 주택에 있던, 만들어진지 100년 가까이 된 피아노를 뉴욕으로 가져 왔다.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실험'의 일환으로 그것을 마당에 놓아뒀다고 한다. 자의는 아니지만 피아노로 변신해서 사는 나무가 본래 자연에서 왔다는 발견에 새삼 한 번 놀라고, 피아노의 쓸모가 다해 버리는 게 아니라,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내고자 하는 발상의 전환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자연에서 온 인간도 그렇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을 인정하면 좋을 텐데, 여전히 그렇지 못한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출처 : 20220404, https://youtu.be/dWrCs6gNAIY]

 

수록곡이 열두 곡이 된 것은 어디까지나 우연이지만, 이 숫자는 최근 제가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 지금까지 발표해온 다른 오리지널 앨범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이 앨범은 어떤 확고한 콘셉트를 토대로 제작된 것이 아닙니다. (···) 지금의 저에게는 이처럼 어떠한 계획도 없이 만들어진 날 것 그대로의 음악이 더 만족스럽게 느껴집니다.(344~355쪽)

 

  대개 창작자와 대중은 낯선 무언가에 대해 하나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한평생 류이치 사카모토가 남긴 음악들은 무언가(無言歌), 즉 자신과 타자의 세계를 향한 '말 없는 노래'라고 볼 수도 있다. 삶의 끝에 다다른 그가 마지막으로 선보인 앨범 『12』는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익히거나 숙성시킨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날 것의 음악이라고 소개한다. 쇠약해진 몸으로 예전과 같은 작업량을 소화할 수도 없었겠지만, 이제는 구태여 애쓰지 않아도 본인이 만들어내는 음악에 자족할 줄 아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으로도 읽혀졌다. '마치 일기를 쓰듯 그 스케치를 기록한(353쪽)' 열 두 곡의 이름은 그가 레코딩한 날짜라고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와닿았던 2022년 4월 4일에 녹음한 곡을 연주하는 그를 상상했다. 그날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던 그의 마음은 어떠했으며, 또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Ars longa, vita brevis.)

 

  그것들을 책에 쓰여진 그의 마지막 문장으로 어렴풋이 짐작해볼 따름이다. 여태껏 알고 있던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의 앞뒤를 바꿔 곱씹어보니 색다르게 느껴진다. 예술가의 목숨이 다하더라도 그가 남긴 예술작품은 오랜 영감과 감동을 전해준다는 믿음과, 예술활동을 충분히 하기에 인생은 턱없이 짧다는 아쉬움. 현재의 삶을 살아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감정이리라. 책을 덮으며 71세의 길고도 짧은 생을 살다간 류이치 사카모토는 어떠한 삶을 살아야하는지 자신의 일생을 통해 몸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일찍부터 그를 좋아한 이에게는 그를 애도하고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을, 나처럼 그를 잘 몰랐던 사람에게는 자유인 류이치 사카모토와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는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가 많은 독자들에게 가닿길 바란다.


 


 

 

[리뷰 속 부록] 책속에서 보름달을 볼 수 있다!?

첫 번째, 책표지를 벗기면 까만 밤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을 볼 수 있다. 문득 소설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속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두 번째, 쪽 번호가 적힌 가운데를 보면 달이 차고 기우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편집자분과 북디자이너분의 디테일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차례대로 페이지를 넘기면 달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과연 독자는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혹시라도 출판사 관계자분께서 아래 영상을 보시고 저작권 등 문제의 소지가 있을 시 본 리뷰에 댓글 또는 예스블로그 쪽지로 일깨워주시면 해당 영상을 즉시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0 댓글 1
종이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류이치 사카모토 평점9점 | j*****g | 2024.02.05 리뷰제목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류이치 사카모토 저/황국영 역 내가 죽을 때에는 나를 어떤 모습으로 맞을 수 있을까?     작년부터 부쩍 느끼고 있는 삶과 죽음, 그리고 그 경계에 대해 또 한 번의 사색을 하며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끝이 있다는 것은 생에 있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마지막의 시간을 알고 있기에 오늘을,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내고자 노력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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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류이치 사카모토 저/황국영 역

내가 죽을 때에는 나를 어떤 모습으로 맞을 수 있을까? 

 

 작년부터 부쩍 느끼고 있는 삶과 죽음, 그리고 그 경계에 대해 또 한 번의 사색을 하며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끝이 있다는 것은 생에 있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마지막의 시간을 알고 있기에 오늘을,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내고자 노력할 수 있는 것이리라. 물론 장수도 장수 나름이지만 오랜 시간 아픔 속에서 주변분들에게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연명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우리 집 어린이를 대함에 있어 훈육과 존중의 마음을 습성화하고자 하는 노력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류이치 사카모토. 나는 그분을 정확히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식을 의지를 갖고자 힘썼던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것은 살아생전 방대한 독서를 통한 지적이고 예술적인 활동들을 빌어서 쉽게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더욱 열심히 일에 몰두했기에 최선을 다해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자신의 마지막을 철저히 준비한 듯 보이는 그의 마지막 모습에서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의 중간정도 읽었을 즈음 옛날 생각도 나서 <마지막 황제:리마스터링>을 친구에게 부탁해 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영화음악을 통해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는데 나중에 포털검색을 확인하니 일본인 촬영사역으로 출연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 영화음악을 비롯한 각종 공연실황 영상을 유튜브로 보며 거장으로의 면모를 느낄 수가 있었다.

<마지막 황제; 리마스터링>의 시작 크래딧 중

그가 가장 관심을 갖았던 음악과 사회·환경·예술지각 등 여러 분야에서 함께 활동했던 많은 사람들, 그리고 우리가 주변에서 인지할 수 있는 수많은 감각적 요소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느끼고자 했던 사카모토 자신의 삶의 행적과 남아있는 울림을 몇 번이고 돌이켜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하고 인생을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고작 몇 차례 일어날까 말까다.
자신의 삶을 좌우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한 어린 시절의 기억조차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많아야 네다섯 번 정도겠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을까? 기껏해야 스무 번 정도 아닐까.
그러나 사람들은 기회가 무한하다고 여긴다."   

-폴 볼스(Paul Bowles)

그의 타계도 곧 1주기를 맞게 된다. 한국에서도 이 시기에 맞춰 공연이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폴 볼스의 독백과 사카모토의 혼잣말로 읊조리는 모습이 겹치듯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그의 뉴욕 저택 마당에 방치한, 만드어진지 100년도 더 된 피아노가 점점 본래의 나무 상태에 가까워지듯, 우리 또한 자연을 닮듯 나이 먹어 가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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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그가 못 본 보름달을 볼 때마다 평점10점 | k****k | 2023.09.06 리뷰제목
“아마 달에게도 음악과 같은 힘이 있을 것입니다.”   8월에는 보름달을 두 번 보았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보름달을 볼 때마다 그리운 사카모토 류이치가 생각날 것이다. 다행히 그가 남겨 주고 간 음악들이 있어서, 한참을 들으며 생전에 부족한 감상과 이해를 채워본다.   “인간이 오랜 시간을 거쳐 묵묵히 쌓아 올린 것들이 한순간에 너절한 잡동사니가 되어버린 모습을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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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달에게도 음악과 같은 힘이 있을 것입니다.”

 

8월에는 보름달을 두 번 보았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보름달을 볼 때마다 그리운 사카모토 류이치가 생각날 것이다. 다행히 그가 남겨 주고 간 음악들이 있어서, 한참을 들으며 생전에 부족한 감상과 이해를 채워본다.

 

인간이 오랜 시간을 거쳐 묵묵히 쌓아 올린 것들이 한순간에 너절한 잡동사니가 되어버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이, 거기에 무언가 조금 보태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서서히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은 왜 이럴까 싶게, 인간 스스로가 애써 이룩한 것들을 한순간에 망치고 있다. 인간이 살만한 기후에 관해서는 망가질 거란 경고가 있었음에도 수십 년간 듣지 않고, 무시하고, 조롱하고, 왜곡하고, 외면했다. 뇌의 진화를 어째서 생멸의 부작용을 야기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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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아닌 여행이야기로 시작할 줄 몰랐다. 그것도 그린란드로. 20여 년 전 말릴 틈도 없이 욕이 나올 뻔한 추위와 얼음의 나라였고, 며칠 전 본 사진 속에선 작아진 얼음들이 많이 보여 낯선 곳. 앨범 <Out of Noise>는 이 여행을 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이야기를 듣고 들어보는 것이 더 좋겠구나 싶다. 고요하지만 적막하기보다 평온한.

 

이 여행의 경험 자체가 스스로의 가치관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돌아온 후 한동안은 영혼을 빙하 위에 두고 온 듯 허탈한 상태에 빠져 있기도 했죠.”

 

지금 현재, 이 순간에도 여러 가지 중요한 것들이 붕괴되고 있는데(그렇게 보이는데), 종류도 다양하고 속도도 빨라서 쇼크 상태로 보고만 있다. 화를 내거나 외면하거나 별 도움도 저항도 아닌 일만 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몇 주 전 보았는데, 집중을 못했다. 화면 속 아픔과 치유가 내게는 닿지 않았다. 오염수 처리는 뭘 어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카모토의 뜨겁고 주저 않는 비판과 겸손하고 단단한 신념을 느끼며 깊은 위로와 존경을 느낀다.

 

저는 어느 시기부터인가 제 사회적 활동에 이름을 판다라는 야유를 듣는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 설령 위선자라는 비판을 받는다 해도, 그로 인해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싶어서요. 환경에 관한 운동도, 지진 재해 후 활동도 이런 신념의 힘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노화가 42세부터였다고 특정할 수 있는지 신기하다. 나는 45세부터 확연히 감각이 약화되었다는 실감이 들었다. 매일이 발견의 연속이었다. 안 보이네, 노안이구나, 뭐지, 판단력도 흐려졌나, 아이고, 관절이야.

 

코로나가 다시 창궐한다고 한다. 신뢰할 수 없어도 이미 유의미하게 큰 숫자, 47천여 명이라는 걸 보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방에서 공격당하는 과장된 느낌이 내 불안과 망상일 뿐이길 매일 바란다.

 

팬데믹과 암 재발, 그 와중에도 강한 생각을 했던 거장의 문장들이 빛나 보인다. 아무 것도 급작스럽게 포기하지 않고, 검토하고, 치병하고, 재능을 기부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살피고, 반핵 환경 운동을 지속하고, 책정리를 하고, 음악가들을 만나고 녹음하고 중계하였다. 삶을 살았다.

 

비교적 냉정하게 죽음을 내다보며 여러 가지 구체적인 검토를 해나갔습니다.”

 

담담한 울림과 떨림 같은 그의 음악과 글이 아름다워서, 읽는 동안 자주 슬퍼졌으나, ‘비교적 냉정하게감정을 추스르며 쉬다 읽다 했다. 세상에 가득한 소리를 음악으로 만들던 그의 사진들을 보러 전시회를 다녀왔다. 참 잘한 일.

 

며칠 전 읽은 책에는, 완곡어법 말고 사망했다라고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라는 조언이 있었다. 오늘은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라는 표현이 좋다. 사카모토의 마당에서 몇 년 동안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인 피아노처럼, 나도 새 옷을 입히지도 말고, 무거운 관에 가두지도 말고, 에너지를 써서 태우지도 말고, 좋아하는 나무 아래 묻어 주면 좋겠다. 그렇게 돌아가고 싶다.

 

세상 모든 일은 고작 몇 차례 일어날까 말까다. 자신의 삶을 좌우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한 어린 시절의 기억조차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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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평점10점 | r*****7 | 2023.08.06 리뷰제목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하고, 인생을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고작 몇 차례 일어날까 말까다. 자신의 삶을 좌우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한 어린 시절의 기억조차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많아야 네다섯번 정도겠지. 앞으로 몇번이나 더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을까? 기껏해야 스무 번 정도 아닐까. 그러나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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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하고, 인생을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고작 몇 차례 일어날까 말까다. 자신의 삶을 좌우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한 어린 시절의 기억조차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많아야 네다섯번 정도겠지. 앞으로 몇번이나 더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을까? 기껏해야 스무 번 정도 아닐까. 그러나 사람들은 기회가 무한하다고 여긴다.

책 속에서. <마지막 사랑>(1990년)의 폴 볼스의 말/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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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암으로 인한 스무시간이 넘는 대수술 후 그가 병실에서 불현듯 중얼거렸다는 말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 는 그의 심신이 얼마나 지쳐있었는지를 알게 한다.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그의 마음은 그대로 그의 유작의 제목이 되었다. 이 책은, 그의 책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2009년) 이후 별세하기 전까지 그의 삶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는데 이 것만 보더라도 그가 죽기전까지 모든 해야할일을 얼마나 마무리하고 싶었는지 그의 성격과 삶의 자세를 짐작하게 한다. 책 속에는 저자가 2014년과 2020년, 두 번의 암 선고를 받고 치료를 하면서 겪은 불안과, 돌이킬 수 없음에 대한 체념, 삶에 대한 소회가 담담하게 적혀있다. 미국의 컨트리가수 로이 클라크의 < Yesterday, When I was Young > 을 들으며 눈물을 쏟았다는 부분에서는 마음이 참 아팠다. 평생 오만하지만 당당하게 열심히 달렸던 그에게 그 순간은 어떤 예감이 들었던 걸까?

그가 별세한 후 가족 중의 한분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래도 남들의 세 배는 살았어 라고. 실제로 류이치 사카모토는 인생을 빼곡하게 채워 살았다. 책을 읽고 알게되었는데, 그의 활동범위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화음악 뿐만아니라, 환경운동가, 설치미술가, 방송, 교육등으로 매우 넓었다. 젊은 시절에는 정극 연기나 코미디 연기를 한적도 있었다고 한다. (Merry christmas Mr. Lawrence 가 수록되었던 '전장의 크리스마스' 영화의 주연이었다는 점은 정말 놀라웠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여러 활동들 가운데서도 큰 충격을 주었던 일본의 대지진을 겪고,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원전 반대를 위한 목소리를 높였고, 피해자를 위한 콘서트등 자선활동에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그는 자신을 향한 비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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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내가 정말 유명해 팔 수 있는 이름이 있다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설령 위선자라를 비판을 받는다해도, 그로인해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좋은일이 아닌가 싶어서요.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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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이라는 병은 그의 몸을 억압할 지언정 음악에 대한 의지 만큼은 꺾지 못했다. 그는 음악을 만드는 순간만큼은 고통도 불쾌한 생각도 떨쳐버릴 수 있었다고 말한다. 6번의 수술을 포함안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도 그는 앨범을 내고 작곡을 했으며, 대가임에도 불구하고 인종과, 장르를 불문하고 새로운 예술가들을 만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김덕수와 정재일, 백남준과 이우환 화가부터, 새소년 황소윤과 BTS 슈가까지. 그의 열린 작업들은 책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장례식 플레이리스트까지 고심하여 마지막까지 완성하였다. 그 플레이리스트는 스포티파이에 올려져 있으나, 유튜버 분이 유튜브에 동일한 리스트로 올려주셔서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그의 플레이리스트는 음악에 대한 완벽주의와 삶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언급되는 모든 작업물에 대하여 검색하여 감상하게 되는데 나중에는 마치 이 책에 OST가 있는 느낌이었다. 그의 글을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너무 좋은 경험이어서 책을 읽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이 대가는 중국 청두에서 열릴 자신의 전시회에 관한 마지막 회의를 마치고, 할일을 다 했다는 듯 이틀뒤에 세상을 떠난다. 그는 책 말미에 2009년부터의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마치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남겼다.

' 이것으로 저의 이야기는 일단 마칩니다.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그는 떠났지만, 아주오래도록 길게 이 세상에 남아있을 것이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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