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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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리뷰 총점 9.0 (5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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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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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려는 한 음악가의 선율]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이야기. ‘암과 살아가기’로 했던 그는 음악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연, 그리고 언어를 지키려 여러 곳에 선율들을 남겼다. 그의 새로운 음악은 이제 들을 수 없지만, 그가 세상에 긴 멜로디를 따라가는 마음으로 아껴 읽고 싶은 책. - 에세이 PD 이나영

세계적인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마지막으로 전하는 이야기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동시 출간!
방탄소년단 슈가, 윤상, 이준오(캐스커), 정세랑, 정재일, 황소윤, 허우 샤오시엔 추천

“세상은 소리로 가득 차 있고 그 소리들이 모이면 음악이 된다는 걸 알려주신 선생님”
_방탄소년단 슈가(SUGA)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활동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전하는 이야기. 2020년, 암의 재발과 전이로 인해 치료를 받더라도 5년 이상 생존율은 50퍼센트라는 진단을 받고서 시간의 유한함에 직면하게 된 류이치 사카모토.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그런 그가 삶의 마지막 고비에서 되돌아본 인생과 예술, 우정과 사랑, 자연과 철학, 그리고 시간을 뛰어넘어 오래도록 기억될 그의 음악과 깊은 사유에 관한 기록이다.

여러 차례 암 수술을 받고 암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암과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고 담담히 당시의 상황을 전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간의 음악적 여정을 따라 흘러가되, 때때로 시간의 틀에서 벗어나 그의 세계관과 철학이 엿보이는 깊고 자유로운 사유와 담론으로 이어지며, 2023년 1월 발매된 그의 마지막 오리지널 앨범 『12』에 대한 에피소드로 끝맺는다. 그리고 그가 글의 마지막에 남긴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문장은 결국 그의 유언이 되었다.

2022년 7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일본의 문예지 『신초』에 연재된 칼럼을 엮은 책으로 2023년 6월 말,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에서 동시 출간되었다. 책의 특별부록으로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순간을 그린 글과 유족이 전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일기 일부가 수록되었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장 암과 살아간다

베르톨루치와 볼스 | 수술 직전 | 섬망 증상 | 사랑으로 구원 받다 | 친구라는 존재 | 시간에 대한 의구심 | 아들이 가르쳐준 노래 | 처음 겪는 파괴 충동 |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런스〉에 대한 생각 | 부모의 죽음 | 생명, 그 본연의 모습 | 사후 세계

2장 어머니를 위한 레퀴엠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 북극권으로의 여행 | 《Out of Noise》 | 프랑스 정부가 수여한 훈장 | 침대 버스를 타고 하는 투어 | 연주가 달라진 밤 | ‘공즉시색’의 세계 | 텔레비전의 가능성과 한계 | 조몬 시대의 음악 | 오누키 다에코와의 추억 | 해바라기 같은 어머니 | 계절의 순환

3장 자연에는 대적할 수 없다

한국과의 인연 |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 재해지에서 맛본 무력감 | ‘모어 트리스’ 활동 | 어린이 음악 재생 기금 | 서머 페스티벌에서 있었던 일 | 요시나가 사유리 씨와의 연대 | 요시모토 다카아키 씨와의 재회 | 인생 최고의 선물 | 크라프트베르크와의 유대 | ‘고작 전기’ 발언의 진의 | 트리오 자선 콘서트

4장 여행과 창작

아이슬란드로부터 배우다 | 중동의 왕녀 | 관광을 싫어하는 성미 | 백남준과 존 케이지 | 영화제라는 공간 | 노가쿠에 다가가기 | 지휘자의 격식 | 단잔신사에서 본 〈오키나〉 | 삿포로 국제 예술제 | 마음속에 그리던 오프닝

5장 첫 번째 좌절

노구치 정체와 매크로바이오틱 | 미국의 의료 | 뉴욕에서의 생활 | 하와이의 역사 | 만들어진 전통 | 진정한 의미의 치유 | 일로 복귀하다 | 〈레버넌트〉 | 〈어머니와 살면〉 | Trust me!

6장 더 큰 산을 향해

단 하루의 교수직 | 모노파와 타르콥스키 | 《async》 | 새로운 표현 형식 | 아시아에서의 프로젝트 | 〈CODA〉 | 굴드에게 은혜를 갚다 | 베르톨루치와의 이별 | 나의 뿌리 | 외삼촌의 어린 시절 놀이

7장 새로운 재능과의 만남

브렉퍼스트 클럽 | 글라스 하우스에서의 경험 | ‘카지쓰’를 위한 선곡 | 젊은 아티스트들과의 인연 | 이우환 선생님으로부터의 의뢰 | 교토 회의 | 대만의 소수 민족 | ‘오시마 나기사 상’ 창설 | 야마시타 요스케 씨와의 놀이 | 헤노코 기지 문제 | 코로나 사태의 시작 | 기묘한 시간 감각 | 암의 재발

8장 미래에 남기는 것

MR 프로젝트 | 아이들에게 고백하다 | 베이징에서의 대규모 전시회 | 〈타임〉 | 최강의 서포트 시스템 | 우크라이나의 일리야 |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 | D2021 | 덤 타입의 새 멤버 | 오랜만의 자택 | 사카모토 도서 | 마지막 피아노 솔로 | 《12》

저자를 대신한 에필로그
장례식 플레이리스트
연보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저는 앞으로 암과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음악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2014년, 중인두암이 발견된 이후에도 치료와 회복에 힘쓰며 오리지널 앨범 《async》(2017년)를 발매하고, 세계 곳곳에서 앨범과 연계한 공연 및 전시를 여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류이치 사카모토. (저자 이름은 책 본문에서는 ‘사카모토 류이치’로 표기하되, 표지 및 홍보 자료의 경우 널리 알려진 영어식 표기인 류이치 사카모토를 따름.) 그러나 2020년 6월, 직장암 진단을 받고 암이 재발하였음을 알게 되어 뉴욕의 암 센터에서 다시 항암 치료를 시작한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일본에서의 검사 결과 직장암이 폐와 간, 림프에도 전이되어 치료를 받더라도 5년 이상 생존율은 50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진단을 받는다. 이후 2년간 종양 제거를 위해 모두 여섯 번의 수술을 받게 되는데, 1월의 첫 번째 수술 직후, “저는 앞으로 암과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음악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여러분이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p.46)라고 소속사를 통해 상황을 전했다. 암과 ‘싸운다’가 아닌, “살아간다”는 표현을 택한 것에서, 그리고 “조금만 더 음악을 만들어”보겠다는 말에서 그가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자 하는지 그 마음과 의지를 읽어낼 수 있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 책은 제목이자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으로 참여한 영화 〈마지막 사랑〉(1990년)의 대사이기도 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시간의 유한함과 생의 소중함을 담고 있는 이 문장을 류이치 사카모토는 20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던 첫 번째 수술 이후 혼잣말처럼 읊조렸다고 한다. 가족들에게 암의 재발을 알리고,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죽음에 대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해나가던 와중에, 그는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가 출간된 2009년 이후의 발자취를 이번 기회에 다시 되돌아보며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일본의 문예지 《신초》에 칼럼 연재를 시작한다.

그렇게 2022년 7월부터 이듬해인 올해 2월까지 연재된 글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이다. 책에 덧붙일 에필로그 원고 집필을 남겨두고 류이치 사카모토는 2023년 3월 28일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결국 저자의 에필로그를 대신해 칼럼 연재 당시 인터뷰 및 원고 정리를 담당했던 전 《GQ JAPAN》 편집장 스즈키 마사후미가 사카모토의 마지막 순간에 관해 담담히 기록해 덧붙였다. 유족 측에서 제공한 사카모토의 일기 일부도 그대로 인용하였는데, 큰 수술이 끝나고 섬망 증세를 자주 겪던 시기인 2021년 1월 31일부터 그가 숨을 거두기 직전인 2023년 3월 26일까지의 일기가 수록되어 그의 목소리를 대신한다.

시간의 유한함에서 자유로웠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작품 세계


책은 기본적으로 류이치 사카모토의 그간의 음악적 여정을 따라 전개되어, 오리지널 앨범 《Out of Noise》 발매(2009년), 피아노 솔로 콘서트 방식의 유럽 투어(2009년), 오누키 다에코와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UTAU》 발매(2010년), 북미에서 31년 만에 콘서트를 하는 등 YMO로서의 활동 재개(2011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위촉(2013년), 그의 음악활동 후반에 큰 영향을 끼친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년)의 음악감독으로서의 경험 등의 이야기가 차례로 언급된다. 그러나 단편적인 연대기식의 전개라기보다는 “시간은, 말하자면 뇌가 만들어내는 환상”(p.27)이라고 말하는 사카모토가 시간을 감각하는 방식처럼, 책의 흐름은 시간의 틀에서 종종 벗어나 그의 세계관과 철학이 엿보이는 깊고 자유로운 사유와 담론으로 이어진다.

‘시간’은 사카모토 후반기 작품활동의 커다란 화두로,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아무한테도 들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애정을 표했던 오리지널 앨범 《async》 또한 삶의 유한성을 맞닥뜨린 후 품게 된 ‘시간에 대한 회의감’이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고 밝힌 바 있다. 앨범 제목은 ‘비동기’(asynchronization)의 축약어로, 모든 것이 동기화되어가는 시대의 흐름에 의도적으로 등을 돌려 문자 그대로 ‘비동기’(非同期)로 향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앨범을 구상할 당시, 가장 큰 영감을 준 것이 바로 이우환 화백의 작품이었다고 하는데, 인간의 사고나 상상을 제거하고 ‘모노’(もの), 즉 돌이나 나무 같은 자연 소재를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전시하는 ‘모노파’의 연장선에서, “모든 사물에서 의미를 찾아내려는 뇌의 습성을 부정하고자”(p.224) 했다. 이에 따라, 소리의 관계를 치밀하게 구축하는 보통의 작곡 방식과 달리, 이 앨범을 제작할 때는 그와 정반대의 방법론으로 뉴욕 길거리에서 돌을 주워 두드리거나 문질러도 보고, 교토의 숲에 가서 필드 레코딩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여러 ‘소리’를 모아 레코딩을 진행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제작했기에 자연의 소리를 들을 때처럼 3차원의 공간에서 청취 체험을 해야만 《async》의 진가를 알아차릴 수 있다며, 앨범 발매 이후 그를 토대로 〈설치음악전〉같이 연주회이자 무대 예술, 설치 작품으로서의 성격을 갖춘 퍼포먼스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2018년 5월부터 5개월간 서울의 갤러리 ‘piknic’에서 진행된 전시 〈Ryuichi Sakamoto Exhibition: LIFE, LIFE〉의 경우도 〈설치음악전〉이 기획의 씨앗이 되었다고 한다.

전 세계 예술가들과 나눈
깊은 우정과 예술적 교감의 현장


류이치 사카모토가 전 세계를 무대로 전방위적으로 활동한 예술가인만큼, 전위예술가 백남준과의 인연, 모노파 이우환과 나눈 영감과 교감, 설치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의 교류, 글라스 하우스에서 열린 쿠사마 야요이 전시의 오프닝 퍼포먼스, 피아노 솔로 MR(혼합현실) 작품 촬영 등 그 활동의 궤적을 좇다 보면 현대 예술사의 여러 흥미로운 단면과 마주하며 그 생동하는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앞 세대에 속하는 백남준, 이우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부터 동시대 예술가 카스텐 니콜라이(알바 노토), 다카타니 시로, 이냐리투, 그리고 새로운 세대에 속하는 뮤지션 플라잉 로터스나 썬더캣, 새소년, 방탄소년단 슈가 등 나이와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어 전 세계 아티스트들과 예술적 교감을 나누는 그의 모습은, 사카모토가 뛰어난 창작자로서 많은 이들에게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실감하게 한다. 특히 사카모토가 스승으로 존경하며 영감을 받아온 이우환과는 마지막 오리지널 앨범 《12》의 커버를 위해 이우환이 그려준 작품을 완화 케어를 받을 당시 병실 벽에 걸어놓을 정도(p.381)로 깊은 교감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내가 정말 유명해서 팔 수 있는 이름이 있다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2007년, 숲 가꾸기 활동을 하는 사단법인 ‘모어 트리스’를 설립한 이후 환경운동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류이치 사카모토는,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피해 지역 복구를 위한 여러 구호 활동을 이어가는 동시에 일본 정부에 맞서 탈원전 시위 및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활동가로서의 행보를 이어갔다. 이렇듯 사회적 발언을 시작한 계기는 20세기 말, U2 보노를 주축으로 진행되었던 아프리카 최빈국의 대외 채무 탕감 운동 ‘주빌리 2000’에 초대받아 참여한 것으로, 그 이후 ‘이름을 판다’는 야유를 듣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팔 수 있는 이름이 있다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p. 330)는 쪽으로 마음먹게 됐다고 한다.

‘모어 트리스’ 이외에도 3·11 대지진을 계기로 ‘어린이 음악 재생 기금’을 설립하였는데, 지진 피해 지역의 약 2,000개 학교의 망가진 악기를 무상 수리하고, 수리가 불가능한 악기의 경우엔 기금을 지원해 교체해주는 활동을 해나갔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지진 피해 지역을 대상으로 어린이 오케스트라 단원을 모집해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를 꾸린 뒤, 음악감독을 맡아 그 활동을 꾸준히 지원해나갔다.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를 위해 지은 〈지금 시간이 기울어〉라는 곡에는 3·11 대지진을 추모하는 마음에서 11박자를 도입했다고 한다. 사카모토가 이처럼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사용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경우가 단지 자국과 관련된 이슈에 한해서만은 아니다. 2022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자선 앨범에 참여해 우크라이나의 바이올리니스트 일리야를 위한 연주곡을 완성하기도 했는데, 그것을 상기하며 그는 말한다. “세계 어디든 그곳에 사는 누군가의 얼굴이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순간, 뉴스가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p. 329)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이 책의 표지 재킷 사진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뉴욕 자택 정원에 놓인 피아노를 촬영한 것이다.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시험 삼아 피아노를 마당에 놔둬본 것으로, 몇 년의 시간 동안 수차례 비바람을 맞은 피아노는 도장도 다 벗겨진 채 점점 본래의 나무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는 그 모습이 인간이 어떻게 나이 먹어야 하는가, 하는 것과 이어져 있다고 했는데, 그의 마지막 오리지널 앨범 《12》 또한 그 흐름의 연속에 있는 듯하다. 2021년 초, 큰 수술 이후 도쿄의 임시 거처에서 요양하면서 “뭔가를 만들겠다는 의식도 없이, 그저 소리를 마음껏 느끼고 싶어”(p. 353) 마치 일기를 쓰듯 신시사이저와 피아노 건반을 치며 기록했고, 그렇게 쌓인 음원들 가운데 마음에 드는 열두 곡을 골라 2023년 생일날 《12》라는 제목으로 발매하게 되었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글의 마지막에 남긴 “Ars longa, vita brevis.(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문장처럼,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창작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미래에 남길 만한 연주 장면을 담아둬야겠다는 의지에서 2022년 9월,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가장 소리의 울림이 좋다고 생각하는 스튜디오를 빌려 며칠에 걸쳐 피아노 솔로 공연을 녹화했고, 연이어 다른 스튜디오를 빌려 도쿄예술대학 재학 당시 만든 곡을 제대로 된 음원으로 기록해두고자 다른 연주자를 모아 녹음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병원에 입원한 것이 숨을 거두기 약 열흘 전인 2023년 3월 19일이었다. 기흉으로 한밤중에 병원에 응급 이송된 이후 한차례 폐렴을 앓았던 폐의 상태가 더욱 악화되었고, 이후 25일부터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완화 케어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사이에도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병실에서 지켜보며 원격으로 필요한 지도를 해나갔고, 올해 7월 말 중국 청두에서 열릴 전시를 위해 협업자 다카타니 시로와 원격 회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장례식에서 틀기 위한 곡을 몇 번이나 심사숙고하며 골랐다고 하는데, 그 장례식 플레이리스트가 이 책의 가장 마지막 장에 자리하게 되었다.

종이책 회원리뷰 (38건)

[수필] 모두가 별빛 같은 시한부의 삶을 산다_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k*******4 | 2023.11.3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아득히 빛나며, 덫없는... 모두가 그렇다. 별처럼 빛나는 시한부 삶을 산다. 그것은 타버리며 소멸해 가는 과정이다. 빛은 본질을 두고 수 억 광 년을 날아온다. 날아 온 빛은 본질이 사라진 순간에도 여전히 빛난다. 그것이 여기에 닿아 어떤 싹을 틔우고 어떤 에너지가 되는지 본질은 알지 못하지만 역시 그것은 이곳에 심어져 새로운 싹으로 생명을 만들어낸다. 빛은 생각을 닮았다.
리뷰제목

아득히 빛나며, 덫없는... 모두가 그렇다. 별처럼 빛나는 시한부 삶을 산다. 그것은 타버리며 소멸해 가는 과정이다. 빛은 본질을 두고 수 억 광 년을 날아온다. 날아 온 빛은 본질이 사라진 순간에도 여전히 빛난다. 그것이 여기에 닿아 어떤 싹을 틔우고 어떤 에너지가 되는지 본질은 알지 못하지만 역시 그것은 이곳에 심어져 새로운 싹으로 생명을 만들어낸다. 빛은 생각을 닮았다. 찰라의 순간만 스쳐 지나간다. 잡을 수도 만질 수도 없다. 잠시 닿고 사라질 뿐이다. 그 찰라의 순간을 위해, 빛은 수억 년의 시간과 수억 광년의 과정이 필요하다. 짧은 만남을 하고 곧바로 사라져 버린다. 빛과의 만남, 생각과 감정이 전달되는 과정은 그래서 아주 고귀하다. 별빛은 얼마나 달렸을까. 얼마나 무수한 공간과 시간을 얼마나 홀로 내달렸을까. 그러니 여기 지금 이순간, 그것들을 허투루 할 수 없다. 모든 순간이 일회성이다. 빛처럼 멀고 길다. 시공간을 달려오며 스치듯 지나간다. 다가오는 인연과 운명, 시간도 그렇다. 우리는 앞으로 몇 번의 겨울을 맞이할까. 몇 번의 오전 10시를 맞이할 것이며, 몇 번의 월요병을 앓게 될까. 모든 것은 유한하다. 유한한 것은 희귀하다. 희귀한 것은 필요로 할 때, 가치 높아진다. 고로 모든 것을 필요로 하면 모든 것은 가치 있어진다. 모든 것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모든 것은 고귀해진다.

안타깝게도 인간에게는 80만 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어머니 뱃속에서 빛을 본 이후로 이 유한한 카운타다운은 시작된다. 남은 시간은 줄어들고 희귀해진다. 채워짐 없이 매순간 소비해 버리는 이 유한한 가치는 매순간이 더 고귀해지는 까닭이다. 유아기를 지나고 청년기를 지나며 의식없이, 그것을 소진해 버리지만 그것을 후회하는 그 순간에도, 그것을 의식하는 그 순간에도 그것을 소진하고 있다. 잡을 수도 멈출 수도 없다. 어쨌건 매순간은 소진으로 전속력을 달리는 과정일 뿐이다.

그렇다. 대부분 눈을 뜨고 있는 것 같은데, 눈을 감고 있다.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생각하지 않고 있다. 살있는 것 같은데, 살고 있지 않다. 인생 80만 시간중 30만 시간은 자는데 사용하고 눈 깜빡거리는데에도 9년이나 사용한다. 평생의 40퍼센트를 눈감고 있는데 무엇을 보고 있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나. 나머지 60퍼센트를 무엇으로 채우고 있는가. 인지하지 못하는 매순간에도 별빛은 끝없이 날아온다.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어떤 별은 죽어 버렸을 것이고 어떤 별은 새로 태어났을 것이다. 어둠을 없애기 위한 최선의 빛도 있고, 밝히기 위해 발악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작고 하찮아서 신경에 쓰여지지 않는다. 모든 것은 의식하던, 의식하지 못하던 타버린다. 의식하지 못하는 모든 순간에 그것은 전부 소멸 중이다. 더 태울수록 빨리 소멸하고, 열정적으로 탈수록 수멸한다. 소멸하는 순간도 마저 소멸 중이다. 최선의 타오름으로 소멸해 버린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은 여운으로 잠시 남았다가, 그것마저 소멸해버린다. 모두는 시간이라는 진통제를 치사량까지 투여 받 소멸해 버리는 죽음을 향한 여정 중이다. 책장에는 이미 소멸해버린 별의 여운들이 있다. 그것이 타버려 남겨진 흔적이 몇 백 페이지 위에 있다. 인간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정된 순간을 살고 한정된 공간을 살며 소멸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인식하지 못하고 스스로도 소멸해버린다.

시간의 유한성과 삶의 허망함은 잠시남아 머물다가, 그마저 소멸해 버릴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과거를 기억으로 앉고 사는 듯 하지만, 그것을 몇 번 떠올려 보지 못하고 죽는다. 특히 골똘하게 과거를 돌이켜보지 않는다면 경험한 대부분은 죽음과 함께 한줌의 재가 되어 흔적도차 사라진다. 그것은 '빛'과 같이 멈추지 못하고 잡지 못한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고 있는가. 얼마 전, '사카모토 유이치'라는 인물이 별이 됐다. 함께 시대를 같이한 인물 중 누군가의 생이 마감됐을 때, 그가 곧 '역사'가 될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어린시절, '정주영 회장'이 생을 마감했을 때, 아버지는 대한민국이 끝났다고 생각하셨다. 8년 뒤에는 마이클잭슨이 죽었고, 다시 2년 뒤에 스티브 잡스가 죽었다. 지금은 '죽은 후'가 더 익숙한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생과 함께 살고 있을 때, 나는 일상에 치여 살다가 불현듯 그 죽음을 봤다. 어쩐지 알고 지냈던 누군가의 죽음 같아, 믿겨지지 않으면서 때로는 그 본체를 떠난 빛이 시간과 공간에 남겨 놓는 흔적들로 마치 그것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음악을 듣고, 그들이 생각을 읽으며, 그들의 삶에 영향을 받는다. 이미 사라져 버린 채, 빛만 가지고 수 십 억 광년을 날아온 빛의 흔적들처럼 영롱하게 빛나지만 만질수도, 가질 수도 없다. 그저 그것은 그것으로 완전하게 존재하며 아주 멀어져 버린 느낌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거의 모든 것들에서 어떤 것은 사라져가고 있고, 어떤 것은 만들어가고 있다. 소멸하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도 언젠가 소멸하겠지만, 그것이 어두운 어딘가를 얼마간 빛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늘은 단 한번도 완전히 어두워진 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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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S**********6 | 2023.11.1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 글은 사카모토 류이치의 글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을 읽고 적는 리뷰글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최근에 세상을 떠나신 사카모토 류이치 작곡가님. 이 분을 처음 알게 된 건 <마지막 황제> OST를 통해서였다. 세상에 정말 아름다운 노래들을 많이 만드셨고, 음악과 한평생을 동고동락하며 지내신 당신의 인생을 책으로나마 조금 엿볼 수 있었다. 열
리뷰제목

이 글은 사카모토 류이치의 글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을 읽고 적는 리뷰글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최근에 세상을 떠나신 사카모토 류이치 작곡가님. 이 분을 처음 알게 된 건 <마지막 황제> OST를 통해서였다.

세상에 정말 아름다운 노래들을 많이 만드셨고, 음악과 한평생을 동고동락하며 지내신 당신의 인생을 책으로나마 조금 엿볼 수 있었다.

열정 가득했던 인생과 삶에 대한 애정이 담긴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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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1220.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K*****2 | 2023.10.2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안녕하세요!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깡꿈월드입니다. 여러분은 류이치 사카모토님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잘 알지 못했는데 저의 사랑 방탄소년단 덕분에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활동가인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과 깊은 사유의 기록. 1220. "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 입니다.         &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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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깡꿈월드입니다.

여러분은 류이치 사카모토님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잘 알지 못했는데

저의 사랑 방탄소년단 덕분에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활동가인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과 깊은 사유의 기록.

1220. "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 입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일본의 작곡가이자 뮤지션으로

세계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영화 음악을 통해

골든글로브상과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한 인물이자

아시아 최초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빛나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그에게도

시련이 찾아왔으니

2014년 중인두암 발병으로 투병생활을 했다.

완치의 기쁨도 잠시 2020년 직장암 진단을 받고

몸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다음 날,

온라인 피아노 콘서트 일정이 잡혀 있었다.

최악의 정신 상태로 연주가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었지만 그는 피하지 않았다.

 

 

 

 

 

자신의 '죽음'을 가까이 느끼며

그 상태 그대로 공연 당일을 맞이했다.

병 때문에 몸도 마음도 차갑게 시렸지만

조금이라도 긴장을 놓으면

연주를 망칠 것을 알았기에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열다섯 곡의 연주를 무사히 마쳤다.

 

 

 

 

2021년 초 큰 수술을 받고 긴 시간 입원해

요양하던 그는 체력이 회복되자

습관처럼 신시사이저를 만지작거렸다.

그저 소리를 마음껏 느끼고 싶어

신시사이저와 피아노 건반을 쳤고

마치 일기를 쓰듯 그 스케치를 기록해 두었다.

 

 

 

 

 

20210310~ 20220304까지 약 1년에 걸친

이 앨범은 "12"라는 이름으로 발매 되었다.

어떤 계획도 없이 만들어진 이 앨범은

수많은 수식어에 쌓여있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본 모습을 보여주는 앨범이 아닐까 싶다.

 

 

 

 

나는 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이 책을 보며 느낀 점은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어떤 순간에도 음악과 함께한 그는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악기를 연주하고 음악을 만들었다.

짧은 그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치지만,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시간이 지나도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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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도서]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A*******s | 2023.10.21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이 리뷰는 위즈덤하우스에서 출판된 류이치 사카모토 작가의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를 읽고 쓴 것입니다. 모든 리뷰는 제 개인적인 의견을 담고 있으며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참고용으로만 봐주시거나 스킵하시길 바랍니다. 사실 음악에는 문외한이지만 류이치 사카모토는 그런 나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음악계에서는 알아주는 아티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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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위즈덤하우스에서 출판된 류이치 사카모토 작가의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를 읽고 쓴 것입니다. 모든 리뷰는 제 개인적인 의견을 담고 있으며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참고용으로만 봐주시거나 스킵하시길 바랍니다.

사실 음악에는 문외한이지만 류이치 사카모토는 그런 나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음악계에서는 알아주는 아티스트이다. 그리고 어쩐지 음악가라는 느낌보다는 환경운동가, 반전운동가로서 더 나에게 잘 알려진 류이치 사카모토. 사카모토 류이치라는 이름보다 그의 글로벌한 명성에 알맞게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그의 유명한 작품 중 마지막 황제의 ost나, 혹은 rain 곡들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작품이다. 그런 그가 오랫동안 투병중이었던 암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남겨진 유작 에세이가 이 책이다. 그래도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마지막을 위한 준비를 했었다. 그를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도 그렇고, 그의 남겨진 에세이들에서도 보여지 듯, 어떻게 마무리를 잘 할까. 삶의 마지막에서 그의 삶을 정리하는 에세이라 더 뭉클하고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이제 반전을 이야기하고 환경에 대해서 생각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마음을 써가며 자신의 것을 나눠주고 희망을 불러일으키던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국적을 떠나 세계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남겨진 사람들에게 숙제를 내 준 사람이다. 그와 못지 않은 세계시민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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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G****a | 2023.10.1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어떤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 내용보다는 음악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그렇다. 시리즈를 통해 계속 쓰이는 한스 짐머의 ‘He’s A Pirate‘는 영화 속에서 우스꽝스럽게 뛰는 잭 스페로우와 함께 영화 내용보다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 이처럼 연출, 배우와 더불어 음악은 영화를 영화답게 만드는 주요 구성요소가 된다. 이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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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 내용보다는 음악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는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가 그렇다. 시리즈를 통해 계속 쓰이는 한스 짐머의 ‘He’s A Pirate‘는 영화 속에서 우스꽝스럽게 뛰는 잭 스페로우와 함께 영화 내용보다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 이처럼 연출, 배우와 더불어 음악은 영화를 영화답게 만드는 주요 구성요소가 된다. 이러한 음악은 영화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맞는 음악을 선정하기도 하지만 그 영화에 맞게 새롭게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최근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맞는 음악을 만드는 일을 잘 했던 이를 잃었다.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류이치 사카모토이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류이치 사카모토가 암 진단을 받고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삶의 마지막 고비에서 되돌아본 인생과 음악에 대한 사유를 기록한 유고집이다. 제목의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그가 음악을 맡았던 영화 마지막 사랑에서 원작자 폴 볼스의 말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책의 도입부에 실려 있는데 길지만 인상적인 문구이기에 옮겨본다.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하고, 인생을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고작 몇 차례 일어날까 말까다. 자신의 삶을 좌우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한 어린 시절의 기억조차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떠올리 수 있을지 모른다. 많아야 네다섯 번 정도겠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을까? 기껏해야 스무 번 정도 아닐까. 그러나 사람들은 기회가 무한하다고 여긴다.” (13쪽)

 

한 평생을 음악과 예술 속에서 살다 간 저자이기에 음악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이룬다. 그리고 영화 음악을 제외하고는 현대 예술이나 공연과 같은 것들은 주위에서 자주 접할 수 없고 그나마 유튜브나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는 것들이 만아 솔직히 잘 모르는 그래서 조금은 집중을 할 수 없는 이야기도 더러 있었다. 그럼에도 책에는 삶의 마지막까지 곡을 만들고 심지어 자신의 장례식에 쓰일 음악 리스트까지 선곡을 하는 그야말로 숨을 쉬는 동안 음악과 함께한 한 음악인의 모습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과 삶에 대해 알고 싶어 선택한 책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두 장의 사진이었다. 먼저 6더 큰 산을 향해뉴욕 자택의 마당에서 필드 레코딩이라는 제목의 사진이다.

 


 

방탄소년단의 슈가는 세상은 소리로 가득 차있고 그 소리들이 모이면 음악이 된다는 걸 알려주신 선생님이라는 추모를 했다. 그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진인 것 같다. 눈이 가득 쌓인 날 마당에서 레코딩을 하는 모습이 음악은 오선지 위에서 만이 아니라 세상의 소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다음으로는 8미래에 남기는 것뉴욕의 자택 마당에 놓인,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중인 피아노와 함께라는 사진이다.

 


 

거의 100년 전에 만들어진 피아노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실험이라는 실험아래 마당에 놔 두어 몇 년의 시간동안 비바람을 맞으며 본래의 나무 상태에 가까워지는 피아노와 함께 한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저자의 모습이 어떻게 나이를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마음을 편안하게하고 의욕을 고취시켜주는 음악을 듣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은 그러한 역할에 충분해 보이기에 적지 않은 이들이 그의 음악으로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책 마지막에 그가 남긴 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이것으로 저의 이야기는 일단 마칩니다.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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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이 몹쓸 호기심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골드 l*****5 | 2023.10.0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책보고 너무 좋아서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한 사람이 궁금해졌다.가볍게 위키백과부터 봤다. 가족관계부터 심상치않더니.... 각종 구설수.. 안볼걸.. 책을 바이백카트에 담아놨다 아직 안읽은 페이지가 한바가진데..아쉽다 호기심에 눈이 멀러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찾아봤다사람읋 존경할 필요는 없지만 그냥 아쉽다신나게 책장 넘겼던 처음으로 돌아갈래요책만 보세요 책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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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고 너무 좋아서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한 사람이 궁금해졌다.
가볍게 위키백과부터 봤다. 가족관계부터 심상치않더니.... 각종 구설수.. 안볼걸.. 책을 바이백카트에 담아놨다 아직 안읽은 페이지가 한바가진데..

아쉽다 호기심에 눈이 멀러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찾아봤다
사람읋 존경할 필요는 없지만 그냥 아쉽다
신나게 책장 넘겼던 처음으로 돌아갈래요

책만 보세요 책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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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RIP. 용일이 형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꿈**화 | 2023.09.3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거장의 마지막 글을 함께 할 수 있는 안도감과 이제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음악을 접할 수 없다는 아쉬움의 교차하는 건, 그의 음악에 존경과 경외감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당연한 감정이자 굳이 나만의 감정은 아닐 듯 싶다.   책을 읽으며 마지막을 맞이하는 무덤덤함과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는 글 한자 한자를 읽으면서 아마 독자들은 그의 부재 보다는 영원 불멸의 음악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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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마지막 글을 함께 할 수 있는 안도감과 이제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음악을 접할 수 없다는 아쉬움의 교차하는 건, 그의 음악에 존경과 경외감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당연한 감정이자 굳이 나만의 감정은 아닐 듯 싶다.

 

책을 읽으며 마지막을 맞이하는 무덤덤함과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는 글 한자 한자를 읽으면서 아마 독자들은 그의 부재 보다는 영원 불멸의 음악을 마음 속에 간직하면서 그를 추억 할 것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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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몇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포*버 | 2023.09.2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고인이 되신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글이었다암과 함께 살아간다는 마인드 자체에서 놀랐고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곡에 대한 비하인드도 풀어져 있어서 더 흥미로웠고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로렌스가 짧은 시간내에 나왔다는게 놀라웠다..??역시 거장은 다른가… 특히 빙하가 녹고 떨어져나가는 소리를 녹음해서 곡을 만들때 사용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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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되신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글이었다
암과 함께 살아간다는 마인드 자체에서 놀랐고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곡에 대한 비하인드도 풀어져 있어서 더 흥미로웠고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로렌스가 짧은 시간내에 나왔다는게 놀라웠다..??
역시 거장은 다른가… 특히 빙하가 녹고 떨어져나가는 소리를 녹음해서 곡을 만들때 사용했다는게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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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그가 못 본 보름달을 볼 때마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p*****s | 2023.09.06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아마 달에게도 음악과 같은 힘이 있을 것입니다.”   8월에는 보름달을 두 번 보았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보름달을 볼 때마다 그리운 사카모토 류이치가 생각날 것이다. 다행히 그가 남겨 주고 간 음악들이 있어서, 한참을 들으며 생전에 부족한 감상과 이해를 채워본다.   “인간이 오랜 시간을 거쳐 묵묵히 쌓아 올린 것들이 한순간에 너절한 잡동사니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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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달에게도 음악과 같은 힘이 있을 것입니다.”

 

8월에는 보름달을 두 번 보았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보름달을 볼 때마다 그리운 사카모토 류이치가 생각날 것이다. 다행히 그가 남겨 주고 간 음악들이 있어서, 한참을 들으며 생전에 부족한 감상과 이해를 채워본다.

 

인간이 오랜 시간을 거쳐 묵묵히 쌓아 올린 것들이 한순간에 너절한 잡동사니가 되어버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이, 거기에 무언가 조금 보태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서서히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은 왜 이럴까 싶게, 인간 스스로가 애써 이룩한 것들을 한순간에 망치고 있다. 인간이 살만한 기후에 관해서는 망가질 거란 경고가 있었음에도 수십 년간 듣지 않고, 무시하고, 조롱하고, 왜곡하고, 외면했다. 뇌의 진화를 어째서 생멸의 부작용을 야기한 걸까.

 

...................................................................

 

음악이 아닌 여행이야기로 시작할 줄 몰랐다. 그것도 그린란드로. 20여 년 전 말릴 틈도 없이 욕이 나올 뻔한 추위와 얼음의 나라였고, 며칠 전 본 사진 속에선 작아진 얼음들이 많이 보여 낯선 곳. 앨범 <Out of Noise>는 이 여행을 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이야기를 듣고 들어보는 것이 더 좋겠구나 싶다. 고요하지만 적막하기보다 평온한.

 

이 여행의 경험 자체가 스스로의 가치관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돌아온 후 한동안은 영혼을 빙하 위에 두고 온 듯 허탈한 상태에 빠져 있기도 했죠.”

 

지금 현재, 이 순간에도 여러 가지 중요한 것들이 붕괴되고 있는데(그렇게 보이는데), 종류도 다양하고 속도도 빨라서 쇼크 상태로 보고만 있다. 화를 내거나 외면하거나 별 도움도 저항도 아닌 일만 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몇 주 전 보았는데, 집중을 못했다. 화면 속 아픔과 치유가 내게는 닿지 않았다. 오염수 처리는 뭘 어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카모토의 뜨겁고 주저 않는 비판과 겸손하고 단단한 신념을 느끼며 깊은 위로와 존경을 느낀다.

 

저는 어느 시기부터인가 제 사회적 활동에 이름을 판다라는 야유를 듣는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 설령 위선자라는 비판을 받는다 해도, 그로 인해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싶어서요. 환경에 관한 운동도, 지진 재해 후 활동도 이런 신념의 힘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노화가 42세부터였다고 특정할 수 있는지 신기하다. 나는 45세부터 확연히 감각이 약화되었다는 실감이 들었다. 매일이 발견의 연속이었다. 안 보이네, 노안이구나, 뭐지, 판단력도 흐려졌나, 아이고, 관절이야.

 

코로나가 다시 창궐한다고 한다. 신뢰할 수 없어도 이미 유의미하게 큰 숫자, 47천여 명이라는 걸 보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방에서 공격당하는 과장된 느낌이 내 불안과 망상일 뿐이길 매일 바란다.

 

팬데믹과 암 재발, 그 와중에도 강한 생각을 했던 거장의 문장들이 빛나 보인다. 아무 것도 급작스럽게 포기하지 않고, 검토하고, 치병하고, 재능을 기부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살피고, 반핵 환경 운동을 지속하고, 책정리를 하고, 음악가들을 만나고 녹음하고 중계하였다. 삶을 살았다.

 

비교적 냉정하게 죽음을 내다보며 여러 가지 구체적인 검토를 해나갔습니다.”

 

담담한 울림과 떨림 같은 그의 음악과 글이 아름다워서, 읽는 동안 자주 슬퍼졌으나, ‘비교적 냉정하게감정을 추스르며 쉬다 읽다 했다. 세상에 가득한 소리를 음악으로 만들던 그의 사진들을 보러 전시회를 다녀왔다. 참 잘한 일.

 

며칠 전 읽은 책에는, 완곡어법 말고 사망했다라고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라는 조언이 있었다. 오늘은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라는 표현이 좋다. 사카모토의 마당에서 몇 년 동안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인 피아노처럼, 나도 새 옷을 입히지도 말고, 무거운 관에 가두지도 말고, 에너지를 써서 태우지도 말고, 좋아하는 나무 아래 묻어 주면 좋겠다. 그렇게 돌아가고 싶다.

 

세상 모든 일은 고작 몇 차례 일어날까 말까다. 자신의 삶을 좌우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한 어린 시절의 기억조차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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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음악이,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제* | 2023.08.3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의 책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책에 소개된 영화, 음악, 책까지 하나하나 찾아보며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가 우리곁을 떠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들려주는 음악과 이야기는 저절로 눈물을 샘솟게 한다. 삶의 무게감, 지치고 힘든 인간관계 그속에서도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 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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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의 책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책에 소개된 영화, 음악, 책까지 하나하나 찾아보며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가 우리곁을 떠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들려주는 음악과 이야기는 저절로 눈물을 샘솟게 한다. 삶의 무게감, 지치고 힘든 인간관계 그속에서도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 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한다.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 그 이면에는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았다 생각했던 마음에 질문을 던지고 힘을 내게 만드는 책.

참 좋다. 그리고 그 책 속의 글들이 들려주는 음악의 소리까지 너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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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리뷰 (1건)

구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M******s | 2023.12.0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랜기간 힘든 투병을 하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던 거장의 모습에 감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체념과 희망 속에서 싸우면서도 자신의 마지막을 꼼꼼히 준비하고, 환경보호, 자선사업 등 타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으로 하려고 노력했던 인간을 사랑했던 사람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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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랜기간 힘든 투병을 하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던 거장의 모습에 감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체념과 희망 속에서 싸우면서도 자신의 마지막을 꼼꼼히 준비하고, 환경보호, 자선사업 등 타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으로 하려고 노력했던 인간을 사랑했던 사람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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