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지리적으로 너무 가까워서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그렇게 모진 억압과 수모를 겪었던 걸까. 일본은 우리나라를 침략했을 뿐만 아니라 민족성을 말살시키려고 노력했다.
그것도 모자라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재를 도둑질했고 돌려주지 않고 있다.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써졌는데 가오베 선생은 실존 인물 ‘가루베 지온’의 모델이다. 공주공립고등보통학교에 교사로 부임해서 송산리 고분 등 백제 고분 1천기를 도굴했다고 한다.
왜 남의 나라에서 남의 문화재를 도둑질했는지 분통 터지는 일이다.
책에서 가오베 선생은 우리나라가 문화재를 지킬 힘이 없어서 자신이 일본에서 그것을 지키려한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존경했던 선생님이 도굴꾼이라는 것과 그것을 도운 사람 중에 자신의 아버지가 있었다는 사실에 어린 민은 깊은 상처를 받는다.
힘.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으려면 힘이 있어야한다. 힘이 없으면 무시당하고 부당한 일을 당해도 항변할 수가 없는 것이다.
독립 후 우리나라는 과연 어떻게 변했나. 여전히 일본은 과거를 사죄하지 않고 심지어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지 않나. 그것은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힘을 가져야겠다고 민이 다짐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과거를 거울삼아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일본인 가오베는 민이 존경하던 선생님이었다. 가난하고 서러운 식민지 아이인 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가오베는 점심을 싸오지 않아 물로 배를 채우고 있던 민에게 자신의 도시락을 아낌없이 나눠주었고 월사금이 밀려 주눅이 들려 할 때에는 비슷했던 사연을 들려주며 어깨를 다독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가오베 선생은 식민지 조선이 팽개친 백제 유물에도 큰 애착과 관심을 보였다. 깨진 기와 조각 하나 허투루 돌리지 않으려 했다. 민은 그런 선생님을 존경하며 아낌없이 심부름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민이네 누렁이가 사라진다. 친구 홍식이와 탐정놀이를 통해 누렁이의 행방을 추적하다가 믿어지지 않는 현실과 맞닥뜨린다. 야심한 밤에 백제유물인 왕궁터 무덤을 도굴하고 있는 일당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민은 가오베 선생이 아니었다면 그 무덤이 얼마나 귀하고 중요한지 몰랐을 것이다. 백제 왕궁터 무덤의 진가를 가르쳐준 이는 가오베 선생이었다. 그러니 그 무덤을 지켜야했다.
범인을 찾아 파헤치는 홍식이와 민.
탐정놀이의 결과는 비참하고 충격적이었다. 사람을 사서 무덤을 도굴하고 있던 이가 다름 아닌 가오베 선생이라니. 그뿐이 아니었다. 실업상태이던 민의 아버지가 도굴꾼으로 합류된 상태였다.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 앞에서 가오베 선생의 궤변은 어떠했는가.
민과 홍식은 과연 백제 유물을 지킬 수 있을까?
이 동화가 아이들에게 어필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가오베의 친절과 도굴, 백제 유물에 대한 사랑과 도둑질이 나란히 병치된다. 그리하여 일본은 우리 것을 빼앗아 갔다는,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을 또 한 번 강조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우리 문화재의 소중함을 모를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소중한 우리 문화재의 상당수가 해외에 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늦었지만 아주 늦은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