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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7.9 (15건)
분야
소설 > 추리/미스터리/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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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미야베 미유키 소설집 평점9점 | 이달의 사락 b********5 | 2018.10.26 리뷰제목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는다. 베스트셀러나 영화화된 장편도 좋겠지만 가볍게 단편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신나게도 도서관에 미유키의 책이 꽤 많았다. 무엇을 고를지 즐거운 고민이 되었다.우선 한 권을 고르기로 하고 이 작품 《불문율》을 골랐다.같은 분량의 일곱 편을 수록했다. 나는 우선 다섯 편을 읽었다.첫 단편은 『지하도의 비』. 이 책의 일본어 원
리뷰제목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는다. 베스트셀러나 영화화된 장편도 좋겠지만 가볍게 단편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신나게도 도서관에 미유키의 책이 꽤 많았다. 무엇을 고를지 즐거운 고민이 되었다.
우선 한 권을 고르기로 하고 이 작품 《불문율》을 골랐다.
같은 분량의 일곱 편을 수록했다. 나는 우선 다섯 편을 읽었다.

첫 단편은 『지하도의 비』. 이 책의 일본어 원제를 살펴보니 이 작품이 표제작이었다.
주인공은 1인칭 화자로 스물 여덟의 아사코 미우라. 탄탄한 대기업의 부서에서 일하다가 동료인 미쓰루를 만나서 사내 연애를 했다. 두 사람은 약혼을 하고 일사천리로 결혼식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식 이 주 전에 청천벽력으로 아사코는 파혼을 당했다.
미쓰루는 긴 변명을 했지만 결론은 사랑이 식었다는 거였다. 한술 더 떠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단다.

아사코는 퇴사하고 실연을 당하고 망연하게 지내는 처지가 됐다. 어디라도 가서 뭐라도 하라고 재촉하는 어머니의 성화로 등 떠밀리듯이 일을 알아봤다. 전 직장이 유리한 경력이었지만 아사코는 만사가 귀찮았다. 머리 쓰지 않고 인간관계가 없고 단순하게 일하는 일을 찾다가 지하 아케이드의 커피숍에서 일하게 됐다. 물론 전 직장하고는 급여나 여러 가지로 천양지차였지만 아사코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평이한 이야기였다. 아사코의 바람처럼 매일 아무 일도 없고 반복된 단순노동을 하면서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평일 오후에는 카페도 한산했다. 직장의 미팅으로 한적한 카페를 찾는 비즈니스맨 외에는 손님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월요일 오후 4시에 한 여자가 들어왔다. 여자는 한 눈에 봐도 미인이고 옷 차림새도 화려했다.
그런데 매일 오후 4시에 와서 홀로 카페오레 한잔을 시키고 창 밖을 쳐다보는 거였다.
커피숍은 지하철의 환승 구간이어서 많은 사람이 오고 갔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던 아사코는 여자가 매일 오자 조금씩 저 여인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그런데 어느날 여자가 먼저 불쑥 말을 건넸다. 카페에서 흘러 나오는 팝송이 좋다면서 말문을 텄다. 그 일을 계기로 아사코는 여자와 친해지게 되었다.
그런데 아사코에게 그 의문의 여자는 충격적인 인연을 갖게 되는 사이가 된다.

두 번째로 읽은 이야기는 『결코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 미야케 에쓰로는 한달 전에 결혼한 신혼이다. 신혼집은 도쿄의 교외에 있는 나기사 하이타운이라는 곳에 마련했다. 그곳은 조성된 지 얼마 안된 곳으로 조용하고 도심과 대중교통이 구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가 아직 불편했는데 지하철 11시면 교통이 끊긴다는 것이었다.
에쓰로는 어느날 퇴근이 늦어져 새벽 1시에 택시 승강장으로 바삐 향했다. 도쿄의 밤 치안 택시 승강장은 안전한 편이었다. 차들과 택시들만이 도로를 지나갔다.

나기사 하이타운은 아직 번화한 데가 아니라서 택시를 잡기도 만만하지는 않았다.
에쓰로는 선량하고 고지식한 남자였다. 일 때문에 간혹 택시를 잡을 때 늘 자기보다 뒷 순서에 있는 사람에 신경이 쓰였다. 20대의 젊은 여성이거나 노인이라도 있으면 택시를 타고 가면서 ‘저 사람이 얼른 택시를 잡아야 할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두세번 젊은 여성들에게 다가가서 방향을 묻고 합승을 한 적이 있었다.
어느날 아내에게 무심하게 그걸 얘기했는데 (당연히) 아내는 불같이 화를 냈다.
줄을 서서 차례에 따라 택시를 잡는 건 죄책감 가져야 할 일이 아니라고.
게다가 신혼이었으니 아내가 그럴 법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에쓰로는 심야에 택시를 잡을 때면 뒤에 여성이나 노인이 있으면 찜찜해 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날에는 60대의 마른 노인이 자기 뒤에 있었다. 날은 쌀쌀한데 택시는 30분이 지나도 올 기미가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말을 트게 되었고 주거니 받거니 제법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

단편이라 페이지는 얼마 안 남았는데 이야기가 몹시도 흥미진진했다.
끝에서는 정말 상상도 못한 반전을 작가는 전해 주었다.

다음 이야기는 『불문율』. 이야기는 형식이 독특하다.
출발은 신문의 머릿기사 두 줄로 시작했다. 「부두에서 죽음의 다이빙 일가족 네 명, 차에 탄 채 바닷속으로. 강제 동반 자살 의심」
이후에는 기사 속의 사망자들의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로 이루어진다.

운전은 가장인 남자가 했고 보조석에는 아내가 있었고 뒷자리에는 아들과 딸이 있었다.
경찰이 승용차를 끌어내고 현장을 조사해보니 특이하고 이상한 점이 있었다.
보조석의 여자는 안전벨트를 하였는데 남자는 벨트를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앞으로 고꾸라져 겹쳐져 있은채 발견되었다.

부부가 서로 ‘합의’한 사건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제기된다.
경찰은 주변인들을 탐문했다. 인터뷰의 내용은 탐문의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알고보니 남자는 사내의 스물두살 여직원과 불륜의 사이였다. 그 직원은 사이를 끝내자고 이야기를 얼마전에 꺼냈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부부는 사이가 좋지 않았음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사고가 난 날은 가족이 디즈니랜드로 향하던 중이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네 번째 작품은 『혼선』. 이 소설집의 배경은 아직 핸드폰이 대중화되지 않은 때이다.
책의 발행년도도 1994년이었다. 혼선이란 유선 전화기의 혼선을 의미한다.
소설이 시작하면 한 젊은 여성이 매일 밤 장난 전화를 받아서 괴로움을 토로한다. 예전이라 상대 번호를 알 수 없던 때였다. 근 한 달이 되어가자 여자는 오빠를 불렀다.
그날도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전화가 걸려왔고 여자는 오빠에게 넘겨준다. 오빠라는 사람은 사실 다른 사람이었는데 작가는 그 정체를 밝힌다. 관할 경찰서의 수사관이었다.
이러한 ‘변태 장난 전화’는 드물지 않고 빈번히 발생하는 범죄에 속했고 그걸 전담하는 경찰이었다.

이야기는 정말 독특했다. 지금과는 시대가 달라서 처음에는 무척 예스러웠는데, 오히려 그런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지금은 사라진 범죄의 형태를 소재로 미야베 미유키는 흥미로운 픽션의 세계를 구현한다. 제대로 판타지 스릴러였다. 오싹하고 소름이 돋는 작품이었다.

다섯 번째로 수록된 소설을 마지막으로 읽었다.
『영원한 승리』.

미유키의 단편들은 제목의 작법이 기발하고 근사했다.
심플해서 담백한 제목이 있고, 다 읽고 나서 음미하면 오싹한 제목이 있다.

한편 읽는 과정에서는 ‘응?’하는데 엔딩에 다다라서는 ‘아하!!’하는 제목이 있다.
영원한 승리가 여기에 속했다.

본작의 주인공은 20대 여성 히로미. 히로미가 생애 처음으로 상복을 사러 백화점에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친척이 상을 당했다. 이모인 가쓰코 이모이다. 히로미는 세이부에 들렀다가 미쓰코시로 가서 상복을 구입했다. 엄마가 선호하는 백화점이었는데 히로미는 이유를 몰랐지만 과연 가보니 점원의 서비스가 탁월했다.

히로미는 처음으로 친척이 돌아가시는 거였다. 장례식도 처음 참석해보는 거라 처음에는 철이 없었다. 물론 이모가 투병을 하시다가 50대에 돌아가셔서 애석했다. 그런데 큰 이모인 가쓰코와는 전혀 친한 사이가 아니어서 반쯤은 의무감으로 장례식을 향했다.

이모들은 여러명이다. 각자 성격이 제각각이고, 여느 대가족이 그러하듯이 서로 크고 작은 앙금들이 서로에게 있었다. 히로미는 남동생과 함께 장례에 참가하면서 조용히 있다가 무사히 마치기만을 바란다.

이번 소설집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작품이었다. 비록 미야베 미유키를 처음 읽지만 이전까지 네 작품을 다 만족하게 읽어서인지 다섯 번째 이 소설에서 어떤 감동이 응집한 건지도 모르겠다.

이모 중에 말이 거침없는 한 명이 ‘언니는 일평생 교사로 깐깐하게 살았고 독신으로 살다가 갔네’라면서 운을 뗐다. 장례식에, 고인의 연인이었던 것 같은 남성은 한 명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모들은
‘이렇다할 연애도 안 하고 이렇게 황망하게 갔다’고 이야기가 오갔다.

그런데 말이다. 과연 그랬을까?

미야베 미유키는 주인공 히로미의 시선을 통해서 어떤 트릭 같은 걸 던진다.
그전까지도 일본의 고유한 장례식 문화를 위트 있게 묘사해서 참 재밌게 읽던 차였다.

단편인데도 완벽하게 트릭이 있고, 반전의 반전까지 있는 이 완결성 무엇?
감탄스럽게 읽은 최고의 이야기였다.
이런 스토리가 1994년작이라니! 와 정말 이래서 미미여사 미미여사 하는 구나 알았다.

남은 두 편은 정통 형사 수사물, 그리고 감성적인 제목의 작품이다.
『무쿠로바라』 와 『안녕, 기리하라 씨』.

다섯 편의 단편소설로 미야베 미유키 월드의 입덕을 완료했다.
남은 두 편은 더더욱 소중하게 읽어야지~~.


《가쓰코 이모는 아파트 서재 안에 사전과 연표를 몇 권인가 갖다 두었다. 책을 펼쳐 조사해 보았다. ‘국철 조반 선 미카와시마 역 구내 이중 충돌 사고’라는 대참사가 일어난 날은 1962년 5월 3일이다. 히로미가 태어나기 팔 년이나 전의 얘기다.
히로미의 감각으로는 진주만 전쟁이나 포츠담 선언 수락과 비슷할 정도로 거리가 있는 사건이다. 그건 먼 과거의 역사이며 교과서에서 배우고 잊어버리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큰 사건이 이모의 인생과 깊이 연관되어 있었다니. 역사 교과서에 이름이 실린 인물의 족보를 더듬어 가면 어딘가에서 자신의 가계와 만난다고 누가 가르쳐 준 듯한 느낌이었다.
활자가 될 만한 사건이 자신의 친척과 엮이다니 히로미에게는 상상 밖의 일이었다.》

( 153쪽. 『영원한 승리』 에서)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8
종이책 나도 때로는 작가를 혼동한다 평점8점 | s*****l | 2016.12.22 리뷰제목
자주는 아니지만 작가의 이름을 혼동하여 생각도 없이 책을 읽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한꺼번에 처리할 일이 많아서 생각이 복잡하거나 뭐에 씌이기라도 한 듯 '이 사람이 확실해!' 자신만만해 하는 경우에 흔히 벌어지는 일이지요. <고백>을 썼던 미나토 가나에와 <화차>와 <모방범>을 쓴 미야베 미유키를 혼동했던 건 지난주 목요일의 일이었습니다. 환하게 불이 밝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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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는 아니지만 작가의 이름을 혼동하여 생각도 없이 책을 읽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한꺼번에 처리할 일이 많아서 생각이 복잡하거나 뭐에 씌이기라도 한 듯 '이 사람이 확실해!' 자신만만해 하는 경우에 흔히 벌어지는 일이지요. <고백>을 썼던 미나토 가나에와 <화차>와 <모방범>을 쓴 미야베 미유키를 혼동했던 건 지난주 목요일의 일이었습니다. 환하게 불이 밝혀진 동네서점을 보고 나도 모르게 문을 열고 들어갔던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법이죠.

 

판매대에 놓인 신간도서를 쭈욱 훑어보다가 미야베 미유키의 <불문율>에서 눈길이 멈추었고, '아, <고백>을 썼던 작가의 신간이 나왔구나' 생각했던 것입니다. 책날개에 적힌 작가 소개만 읽었더라도 이런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겠지만 그 순간에 나는 지나친 자신감으로 충만했었고 구매에 이르기까지 일사천리로 이어졌던 나의 판단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추리소설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닥 즐기는 편도 아닌 까닭에 책은 곧바로 펼쳐지지 않은 채 며칠 동안 방치되었습니다. 숙소의 책상 위에 덩그마니 놓였던 책을 어젯밤에 겨우 발견하여 그길로 내처 읽게 되었습니다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작가를 혼동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 '작가의 문체나 분위기가 많이 변했는 걸' 하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내가 작가를 혼동했다는 걸 알아챈 건 책을 다 읽은 후였고 이 책도 신간이 아닌 제목만 바꿔 재출간되었다는 사실도 그때 겨우 알았습니다.

 

이 책에는 표제작인 "불문율"을 포함하여 일곱 개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일본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라는 호칭에 걸맞게 "불문율"에 실린 단편 또한 사회의 모순과 병폐를 날카롭게 파헤치면서도 그 속에서 상처 받은 인간의 모습을 놓치지 않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상처 받은 인간의 모습을 작품 속에서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그래도 우리 사회는 아직 살 만하다고 말하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두번째 작품인 "결코 보이지 않는다"와 여섯번째 작품 "무쿠로바라"는 읽기에 따라서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결코 보이지 않는다"에는 인적이 끊긴 늦은 밤, 택시 정류장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두 사람이 등장합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는 오지 않고 결혼한 지 한 달이 된 신혼의 에쓰로는 애가 탑니다. 부슬부슬 안개 같은 비가 내리는 봄밤은 여전히 추위를 느끼게 합니다. 에쓰로의 뒤에 서서 택시를 기다리던 나이 지긋한 노인에게 같은 방향이면 합승을 하자고 말을 겁니다. 노인은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같이 걷자고 말합니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으면서 노인은 자신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노인은 자신이 기르던 개와 아내가 된 여인의 인연에 대해 말합니다. 아내는 애완견 로쿠의 죽음을 미리 예견하였습니다. 결혼할 배우자와는 붉은 실로 맺어진 관계인 반면 검은 실로 맺어진 인연은 임종을 지키게 된다는군요. 말하자면 노인의 아내는 로쿠와 검은 실로 맺어진 인연이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노인은 에쓰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운명이란 녀석은 엄청나게 넓은 게임판이나 퍼즐 같은 건가 봅니다. 나나 당신이나 두 사람 사이에 공통점이나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지만 운명의 눈으로 보면 나와 당신은 옆에 나란히 있기에 어울리는, 비슷한 모양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기에 만났을 때 서로 그립게 느꼈을까요. 정해진 상대를 겨우 만났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로쿠는 집사람을 따랐습니다. 그래서 죽은 아이는 지인을 따랐던 겁니다. 와, 찾았다, 반쪽을 찾았다,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둘이 만나서 완성된 운명의 그림을 발견했으니까."    (p.67~p.68)

 

"혼선"에서는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서 만일 여자가 받으면 밤마다 집요하게 전화를 걸어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변태 성욕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발신자의 번호를 쉽게 알 수 있고 차단도 가능하지만 1990년대만 하더라도 그건 가능하지가 않았었죠. 마지막 작품인 "안녕, 기리하라 씨"는 우리 사회에 대한 일침을 가하는 소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은 지 십 년 된 목조 이층 건물에 사는 오스기 씨 가족은 모두 다섯 명입니다. 오스기 씨의 노모와 부부, 그리고 그들의 딸과 아들로 이루어진 그 집에는 각자의 방에서 독립된 생활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스기 씨 집에는 소리가 사라지는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마치 가족 모두가 집단 중이염에라도 걸린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집 밖으로 나오는 순간 소리는 다시 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들 앞에 기리하라 씨가 등장합니다. 소리를 지운 건 그의 손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소리가 사라진 후 가족들은 비로소 할머니의 외로움을 인식하게 됩니다.

 

"나는 기리하라 씨가 할머니와 오목을 두던 모습을 떠올렸다. 가족이면서 격리되었다. 이 집에서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내 눈에 소리가 들리지 않는 텔레비전 앞에 앉은 할머니의 등이 떠올랐다. 서랍에서 귀걸이를 가져가는 모습이 떠올랐다. 할머니는 오늘 밤에 죽으려고 했다. 우리 가족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가지고. 이전부터 그럴 작정으로 물건을 모아서는 감추었다."    (p.282)

 

이렇게 나는 우연처럼 소설 한 권을 새롭게 읽었습니다. 최근에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 어느 방송국의 드라마로 제작된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어째 이상한데' 싶으면 여지없이 그 순간에 책을 내려놓고 거들떠도 보지 않는 나의 독서 습관을 감안할 때 이번 경우는 조금 예외적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아마도 그건 미야베 미유키의 놀라운 마법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여행에서 때로는 길을 잃을 필요가 있는 것처럼 독서에도 때로는 작가를 혼동할 필요가 있는가 봅니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6
종이책 [불문율] 미스터리와 괴담 사이 그 어딘가 평점8점 | y*****p | 2023.06.09 리뷰제목
오랜만에 마주한 미야베 월드. 역시나 이야기의 마술사답게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하긴 미미 여사의 작품을 오랫동안 등한시한건 개인적인 사정이고, 이 작품은 《지하도의 비》를 표제작으로 1994년에 발표된 단편집으로 국내에는 제목을 《불문율》로 바꾼 개정판이 다시 출간되었다. 아마도 7편의 작품 중 가장 요즘의 사회상과도 맞물린다고 여겨지기 때문이 아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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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주한 미야베 월드. 역시나 이야기의 마술사답게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하긴 미미 여사의 작품을 오랫동안 등한시한건 개인적인 사정이고, 이 작품은 《지하도의 비》를 표제작으로 1994년에 발표된 단편집으로 국내에는 제목을 《불문율》로 바꾼 개정판이 다시 출간되었다. 아마도 7편의 작품 중 가장 요즘의 사회상과도 맞물린다고 여겨지기 때문이 아닐까싶은데, 한편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뒷맛이 씁쓸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간 군상을 그린 짧은 이야기 속에 숨은 교묘한 장치를 발견한 순간 번갯불이라도 맞은 듯 찌릿한 전율이 인다. 상처 입은 사람들에 대해 다루는 솜씨가 뛰어난 저자이다 보니, 각 편마다 장르는 달라도 등장인물들에 감정이입된 채 책장을 넘기노라면 다양한 인생사를 돌아본 기분이다. 미스터리와 괴담 사이에서 약간 오싹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사건 자체보다는 인간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회색빛 분위기가 흐른다. 무서움이나 찜찜함보다는 애처로움이 강하게 남는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공포물을 보면 늘 악몽을 꾸는 나도 우려했던 것 치고는 평온한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

 

지하도의 비 地下街の雨
회사를 그만두고 지하상가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사코. 같은 직장의 약혼자에게 결혼식을 앞두고 배신을 당한 충격은 여전한데, 한 여성손님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경험담을 듣게 된다.

 

결코 보이지 않는다 決して見えない
늦은 밤 좀처럼 오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던 에쓰로는 자신이 가고나면 홀로 남겨지는 사람들까지 걱정하는 자상한 성격 탓에 뒤에 선 중년남자가 신경이 쓰여 조심스럽게 합승을 제안해본다.

 

불문율 不文律
일가족 네 명이 차를 탄 채 바다에 빠져 사망한 사건이 벌어진다. 자살일까. 경찰과 지인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가운데 그들 가족의 신변 사정을 짐작해가다보면 충격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혼선 混線
날마다 음침한 장난전화가 걸려오자 피해자는 오빠를 불렀다. 대신 전화를 받고 수화기 저편의 남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는데, 혼선이라도 된 것처럼 이상한 소리가 끼어든다.

 

영원한 승리 勝ち逃げ
존경받는 교사로 일하던 독신여성이 사망했다. 장례를 치르며 가족들은 엄격한 성품의 그녀가 과연 어떤 삶을 살았을지 궁금해 하는데, 우편함에서 오래된 과거의 빛바랜 편지가 발견되었다.

 

무쿠로바라 ムクロバラ
형사 일을 하다보면 불운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하시바도 그런 남자로, 머리가 약간 이상해져서는 경찰서를 찾아오곤 한다. 흉악범 ‘무쿠로바라’를 잡아달라고. 반장은 오늘도 위통에 시달린다.

 

안녕, 기리하라 씨 さよなら、キリハラさん
늘 뭔가의 소리로 소란스러운 오스기 집안에 이변이 생겼다. 때때로 모든 소리가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 그와 동시에 기리하라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그리고 어느 날 할머니가 집을 나갔다.

 

갑자기 무슨 일이 닥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또한 사소한 습관이나 무심코 하던 행동이 변화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비극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기가 막히는 건 나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 타의에 휘말려 재난을 만나게 되는 경우다. 하지만 그것 또한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니, 운명이라 받아들이기엔 애달픈 사연들이 이 세상에는 무수히 생겨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도 무사히’를 최고의 행운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 보통의 사람들은 “가해자”나 “피해자”라는 용어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야말로 ‘하느님이나 부처님이 휴가를 떠난’ 위기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 뉴스에서 음주차량에 의해 화상을 입은 여성의 이야기를 읽었다. 가족의 헌신과 본인의 의지로 재활에 성공했지만 얼마나 많은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했을지,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한 사람의 인생을 뒤엎어놓고 술이나 약을 핑계로 빠져나가는 세태가 달라지는 날이 오기는 할까. 유감이라는 말로 유야무야 넘어가는 가해자를 바라보는 피해자의 심경은 과연 어떠할까. 술술 읽히는 소품임에도 묵직한 여운을 남겨 이런저런 사유를 하게 만드는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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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불문율 평점10점 | i***2 | 2017.03.04 리뷰제목
불문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북스피어    메니아들 사이에서는 미미월드, 미미여사라고 불리우는 미야베 미유키 소설집이다. 아쉽게도 개인적으로는 미미 여사의 소설 중에서 제일 별로라는 생각이다. 단편을 그닥 선호하지 않는 성향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집중이 안되고 정작 읽으면서도 뭘 전하고 싶은 것인지 잘 소통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30일 이사를 앞두고 그동안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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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문율

미야베 미유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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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니아들 사이에서는 미미월드, 미미여사라고 불리우는 미야베 미유키 소설집이다. 아쉽게도 개인적으로는 미미 여사의 소설 중에서 제일 별로라는 생각이다. 단편을 그닥 선호하지 않는 성향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집중이 안되고 정작 읽으면서도 뭘 전하고 싶은 것인지 잘 소통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30일 이사를 앞두고 그동안 모아두었던 폐지와 의류를 처분하느라 꽤 오랜 시간을 잡아먹은데다가 몸까지 찌뿌드드해서 결국 사우나를 다녀오고 말았다.

이번에 표제작이 된 「불문율」의 경우에는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모아놓은 것인데, 디즈니랜드로 향하던 일가족의 차가 돌연 바다에 뛰어든다. 부모는 물론 아이들까지 목숨을 잃고, 경찰은 아버지에 의한 강제 동반 자살로 결론을 내린다. 성실한 남편, 좋은 아내. 주변에서는 절대로 그럴 사람들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자신만이 알고 있던 그들의 다른 모습을 되새겨 본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강제된 불문율. 그리고 비극을 불러온 어린아이의 천진한 장난. 그 잔인한 우연은 어떻게 태어난 것일까?
이 책에는 '불문율'을 비롯하여 일곱 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지하도의 비」, 「결코 보이지 않는다」, 「불문율」, 「혼선」, 「영원한 승리」, 「무쿠로바라」, 「안녕, 기리하라 씨」라는 작품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가슴이 애잔해지는 이야기도 있다. 어떤 이야기는 기이하고 어떤 이야기는 눈물이 핑 돈다. 분위기도 경향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찬찬히 읽다 보면, 처음에는 통일성이 없는 듯 보였던 여러 장르의 단편들이 어떤 소재를 드러내기 위해 나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지하도의 비』 를 새롭게 개정판으로 출간한 책인데, 호러, 미스터리, SF까지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빛을 띠고 있는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하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바로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이야기, '상처 입은 사람들'이다. 그가 다루는 상처는 언제나 우리 삶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글을 읽는 독자들 중 누군가가 이미 받은 상처, 누군가에게도 나타날지 모르는 아픔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더욱 기이하고, 더욱 따뜻하다. 이미 내 곁에 있는, 혹은 곧 내 곁에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들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지하도의 비」는 격정적인 쓸쓸함으로, 「결코 보이지 않는다」는 먹먹해하면서, 「불문율」은 분통을 터뜨리며, 「혼선」은 으스스한 기분으로, 「영원한 승리」는 뜻하지 않은 로맨스에 설레는 마음으로, 「무쿠로바라」불합리와 맞설 수 없는 무력함을 느끼며, 「안녕, 기리하라 씨」는 유쾌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읽었다고 역자는 말하는데, 씁씁하게도 어느 한 작품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 한 것 같다.
표제작 '불문율'을 비롯하여, 배신당하고 상처 입은 여자의 마음을 그린 '지하도의 비', 붉은 실이 아닌 검은 실로 이어진 인연에 대한 이야기 '결코 보이지 않는다', 지독한 장난 전화에 관한 이야기 '혼선' 등, 다채로운 이야기 7편을 담아냈다.

2017.3.3.(금)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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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불문율 평점8점 | r***u | 2019.05.31 리뷰제목
이 책 빌려 읽기가 제법 힘들었다.많이 궁금했었다.예전에 출판되었던 '지하도의 비'의 개정판이라고 했다. 이야기 몇 개가 있었다.'지하도의 비'는 우울할까봐 걱정되었지만 어찌 보니 그렇게 비참하지만은 않은 이야기었다. 사랑을 위해 이야기 거리를 짰는데 그게 좀 쎄다고 할까? 그 일을 맡아준 여자가 대단히 고마울 뿐...집에서만 소리가 사라지는 이상한 실험하는 가족의 이야기.
리뷰제목

이 책 빌려 읽기가 제법 힘들었다.


많이 궁금했었다.


예전에 출판되었던 '지하도의 비'의 개정판이라고 했다. 이야기 몇 개가 있었다.

'지하도의 비'는 우울할까봐 걱정되었지만 어찌 보니 그렇게 비참하지만은 않은 이야기었다. 사랑을 위해 이야기 거리를 짰는데 그게 좀 쎄다고 할까? 그 일을 맡아준 여자가 대단히 고마울 뿐...

집에서만 소리가 사라지는 이상한 실험하는 가족의 이야기....결국 귀여운 정도라서 괜찮았다.


아주 괴이하고 나쁜 책들이 아니어서 좋다.

다른 것은 기억이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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