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위대한 승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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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위대한 승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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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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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결국 사랑이 승리한다는 것, 그것 뿐임에 오싹한... 평점10점 | n*****0 | 2023.11.25 리뷰제목
우리는 십삼 년 전처럼 다시 서로를 사랑하게 됐으니 현재의 몰골과 처지가 뭐가 중요하며, 우리 중 누가 먼저 죽고 누가 나중에 죽는 걸 굳이 왜 따진단 말이냐? 우리 모두 죽음에 이르러서는 사랑의 위대한 승리를 찬양할 뿐인데!(276쪽)사랑의 모습을 어느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사랑은 그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 각자의 생각과 감정, 경험과 판단이 전
리뷰제목
우리는 십삼 년 전처럼 다시 서로를 사랑하게 됐으니 현재의 몰골과 처지가 뭐가 중요하며, 우리 중 누가 먼저 죽고 누가 나중에 죽는 걸 굳이 왜 따진단 말이냐? 우리 모두 죽음에 이르러서는 사랑의 위대한 승리를 찬양할 뿐인데!(276쪽)

사랑의 모습을 어느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사랑은 그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 각자의 생각과 감정, 경험과 판단이 전제가 되어 각인되는 것이니까. 또 사랑을 항상 맑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생각할 수도 없을 것이다. 사랑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음미하다보면 늘 기쁘고 행복한 순간만 있는 건 아니니까. 그만큼 아프고 쓰린 상처가 사랑의 이름 아래 포함되어 있고, 그 상처를 어느 한 순간도 잊거나 버리지 못하고 스스로 자신의 마음과 몸에 각인시키게 된다는 것을 알아채게 될 테니까. 그래서 사랑이 애틋하면서도 무섭고, 겁이 나면서도 끌릴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

이 소설을 읽으며, 순간순간 공포스럽기까지 했다면 내가 소설을 잘못 읽은 걸까. 우선, 전체적으로 소설이 진행되어가는 모든 이야기들과 문장, 표현들이 대단하다는 느낌이 가장 먼저 들었다. 김솔 소설가의 문장력이나 소설의 흐름을 이끌어나가는 솜씨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이렇게 소설을 쓸 수 있구나 싶고 중간에 쉽게 이야기를 끊고 책을 덮기 어려웠다. 그만큼 사람을 이끄는 힘이 있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이 소설이 점점 무섭다고 생각이 든 이유가. 십삼 년만에 마주친 그 '형제님'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소름돋았다. 얼마나 지독한 사랑의 과거를 품고 있기에 현재와 미래를 이토록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있는 것인지. 과거를 쉽게 내보이지 않고 있음에도, 그 십삼 년 전 둘 사이에 있었을 일들의 순간 감정이 전해져 느껴지는 듯하여, 끔찍했다. 아마도 난, '나'의 마음에 공감하며 소설을 읽어나갔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궁금하기도 했다. 그때의 그 '형제님'이 진심으로 '나'와의 일을 쉽게 기억에서 지웠다는 판단하게 된 계기가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 하나였을까. 혹은 대화 속에서 전혀 자신의 처지를 눈치채지 못하는 그 우둔함이었을까. '나'는 이미 모습을 바꾸었고,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지옥의 끝까지 다녀왔다고 본다면, 과연 알아보고 그로 인한 감정을 다시 일깨우는 것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이 소설 어디에서도 그가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갖고 행동하고 이곳을 오고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알 수 없음, 그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음에 더욱 의문도 커지면서 또한 그를 계획의 한가운데로 몰아붙이기 쉽기는 했다.
그리고, '겟세마네'의 누가 '나'인 것인지가 끝까지 미스테리였다. 알고 싶었고 너무 궁금했고, 누구의 모습이어야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인가가 끝까지 해결되지 않은 숙제였다. 하지만 누구여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누구라는 것이 드러나게 되더라도 '나'가 그에 대한 복수의 모습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미 모든 계획 속에 그는 들어왔고, 그를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를 위한다고 하니 마치 그를 향한 강렬한 사랑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싶기도 하지만-사실,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지만-그를 파괴하기 위한 사랑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아프게 다가왔다. '나'는 이미 자신의 사랑을 어떤 방식으로 정의내릴 것인가에 대해 군더더기 없는 확신을 갖고 있었으니까.

앵무새의 "다섯 시 이십육 분 지브롤터"에서 슬그머니 빠져나가려다가 너는 나를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숨이 멎는 듯했다. 왜냐하면 십삼 년 전에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나는 넋을 놓고 너를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185쪽)

'나'가 그에 대한 복수를 내려놓을 수 없는 이유가 이 문장에 숨어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챌 수 있을 것만 같아, 많은 것들 중 하나도 눈치채지 못하는 그에게 화가 나고 원망스러웠다. '나'의 마음을 멈춰세울 수 있는 자는 그일 텐데, 싶었다.

제목을 반복해 읽어보았다. 결국 사랑이 승리한다는 것, 그것 뿐임을 보여주고 있음에 오히려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바가 내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다 읽고나서야 알아챘다. 그 느낌이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보는 수밖에.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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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사랑의 위대한 승리일 뿐 평점10점 | y******n | 2023.11.16 리뷰제목
이 소설, 상당히 흥미롭다! 일단 1장을 통과하면 그 다음부터는 책을 덮지 못한다(그렇다고 해서 1장이 지루하다거나 어렵다는 의미는 아니고, 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서. 김솔 작가님의 장편을 두어 편 읽어 본 개인적 경험으로 장편이 대체로 이런듯한 느낌적인 느낌?).   소설을 1장까지 읽고나면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프롤로그는 이토록 비장하며, 도입부는 이렇게 장황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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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상당히 흥미롭다!
일단 1장을 통과하면 그 다음부터는 책을 덮지 못한다(그렇다고 해서 1장이 지루하다거나 어렵다는 의미는 아니고, 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서. 김솔 작가님의 장편을 두어 편 읽어 본 개인적 경험으로 장편이 대체로 이런듯한 느낌적인 느낌?).  


소설을 1장까지 읽고나면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프롤로그는 이토록 비장하며, 도입부는 이렇게 장황할까, 싶다. 그런데 2장에 들어서면 충분히 비극적으로 읽혀지는 운명적 만남과 한 사람의 처절한 복수의 서막이 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남자가 법정에서 천 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고 보호시설에 왔다. 아름다운 용모, 세상 걱정 없어 보이는 표정, 고급 의복과 승용차. 그는 한눈에 봐도 유력한 집안의 자제였고, 사회봉사는 그저 시간 채우기에 불과한 형식적인 행사였다. 어느날, 겟세마네라는 방에 수용 중인 사지절단 행려병자가 그에게 접근해 마치 세에라자드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테니 대신 올 때마다 자기에게 음식을 한 가지씩만 가져다 달라는 제안, 아니 유혹을 한다. 이야기를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행려병자의 말은 진짜일까, 아니면 식탐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다른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일까.  
 
'나'는 청년에게 그가 13년 전의 일을 기억하도록 몇 개의 단서를 제공하지만 그는 '나'와의 사랑도, 자신의 죄악도, '나'라는 사람도, 전혀 기억해내지 못한다. 

 


소설은 화자에 따라 복수의 대상이 2인칭 '너' 혹은 3인칭 '형제님(그)'으로 불리면서 서술한다. 독자는 쳥년에게 중남미 여행기를 들려주는 자가 당연히 '나'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읽을수록 오리무중에 빠진다.  


독자가 추적해 나가는 것은 13년 전 사건의 진실, 그리고 보호시설 내부에서 과연 '나' 가 누구냐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화자를 유추할 수 있는 부분들이 사이사이 등장한다. 성별, 과거의 직업, 대화 패턴, 이어지는 크고 작은 반전들. '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의 정체, 그리고 '그들'이 '그'와 독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의 진실과 거짓 여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백지상태인 '그'보다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의 대화와 독백을 읽고 관찰하는 독자가 더 혼란스럽다.  


이 소설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사건의 가해자이자 복수의 대상인 '그'의 목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다. 13년 전 뿐만 아니라 최근의 사건 내막까지 가해자 당사자의 입장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오로지 사건의 피해자인 '나'에 의해서만 모든 정황을 설명한다. 왜일까? 어쩌면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닫아버리는 현실에 대한 일갈 또는 한풀이(?)라는 생각이... .


ㅡ 


성폭력 사건, 사회적 약자 차별, 권력층의 카르텔, 존엄한 삶, 이기와 탐욕, 상실된 인간성, 현실의 문제를 외면한 종교와 신앙 그리고 신념의 옳고 그름, 증오와 사랑, 죄악과 용서. 파블로가 들려준 남미 여행기와 그의 과거사 중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그의 이야기는 장소와 사람을 달리했을 뿐 13년 전의 '그'와 현재의 우리 사회를 겨냥한다. 


소설의 후반부를 읽으면서 문득 든 생각은...  우리는 존엄한 죽음에 대해서는 말하면서 살아가는 중인 지금 당장의 존엄한 삶에 대해서는 왜 논하지 않을까. 서점 스터디셀러에도 존엄성에 있어서 삶보다는 죽음을 다룬 책들이 훨씬 많은 양을 차지한다. 우리는 어째서 한순간의 죽음보다 더 긴 삶의 존엄성을 간과하고 있나. 존엄한 삶을 살면 존엄한 죽음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보호시설의 원장신부를 비롯한 성직자와 의료진, 자원봉사자, 그리고 수용인들까지 드러나지 않은 그들의 민낯은 추악하기 그지없다. 자신이 괴물이라는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자들이 갖는 위험성,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용기. 과정이야 어떻든 우리는 결과적으로 잘못을 저지르고 이를 반복한다. 어쩌면 무인도에서 혼자 살지 않는 이상,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미덕이야말로 인정認定과 용서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꾼, 연출가, 암살자, 이들 중 누가 과연 '나'일까. 그들 모두일지도 아니면 그들 모두 아닐지도. 


이 책 자체가 '그'에게 전하는 메세지이자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들이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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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사랑의 위대한 승리일 뿐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m*******6 | 2023.11.12 리뷰제목
어서 내가 너를 파괴할 수 있도록 허락해다오. / p.8   이 책은 김솔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날 수 있는 가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된 책이다. 거기에 표지가 참 인상적으로 와닿았다. 철조망으로 둘둘 말린 사람의 모습이 기억에 맴돌았다. 과연 이 사람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호기심이 드는 책이자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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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내가 너를 파괴할 수 있도록 허락해다오. / p.8

 

이 책은 김솔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날 수 있는 가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된 책이다. 거기에 표지가 참 인상적으로 와닿았다. 철조망으로 둘둘 말린 사람의 모습이 기억에 맴돌았다. 과연 이 사람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호기심이 드는 책이자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은 요양 시설에서 사지가 없는 한 사람이 자원봉사자에게 이야기와 자원봉사자가 이 요양 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된 이야기로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전개된다. 우선, 전자에는 파블로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맹인이자 서두에 언급했던 사지가 없는 사람이다. 거그는 맛없는 음식을 만드는 수녀님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것저것 맛있는 음식을 요구한다. 조금 깐깐한 듯 재료의 맛이나 질감 등 하나하나 훈수를 두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자신이 어떻게 사지가 없는 상황에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전달한다.

 

그리고 자원봉사자는 불행한 가정사를 가진 인물인 듯하다. 가족인 아버지의 배신과 사랑에 데인 인물로서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러 부랑자 시설에 자원봉사를 하는 벌을 받게 된다. 그곳에서 파블로를 만나고, 부랑자 시설에 있는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듣는다. 그러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복수와 불행, 부정적인 감정들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물론, 이 감정들이 자원봉사자의 입으로 직접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두 가지 지점에 대해 깊이 생각이 들었다. 과연 사랑이라는 무언가의 의미이다. 자원봉사자의 구체적인 죄는 살인미수이지만 그것 또한 사랑에 배신을 받아 행했던 행동이다. 보통 아버지가 자녀에게 주는 사랑, 그리고 애정이 담긴 남녀 간의 사랑. 그게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결론적으로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되었고, 결과로 저지르게 됐다. 사랑이라는 게 이렇게 부정적인 행동을 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주변에서도 사랑 때문에 해서는 안 될 일들이 많이 펼쳐지기는 하지만 읽는 내내 사랑 그 자체에 대한 의문이 따라다녔다.

 

두 번째는 절대자 신에 대한 존재이다. 작가의 말을 읽기 전까지는 신과 작가가 같은 화자로서 읽혀졌다. 아니, 그렇게 착각했다. 중죄를 저지르는 것은 맞지만 신이라는 이름 하에 있는 절대자가 이를 용서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자격이 될 수 있을까. 이는 피해를 받은 자에게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았을 때 마지막에 책을 덮고 난 이후에는 자원봉사자에게 말하는 화자의 신이 그에게 피해를 받은 누군가로 대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었다.

 

전반적으로 읽으면서 조금 난해하게 느껴졌다. 짝수와 홀수 장에 따라 다른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배경 자체가 종교적인 의미를 띄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매번 음식을 제공하는 인물은 수녀이며,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부랑자 시설을 독점하고자 하는 인물 역시도 원장 신부라는 인물이다. 거기에 후반부에 이르러 마치 신이 심판하듯 자원봉사자에게 전달하는 이야기들이 전개되는 것이 신을 믿지 않는 독자인 입장으로서는 어렵게 와닿았던 작품이자 종교인의 이중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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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모든 것이 있고 아무것도 없는 그의 소설 평점9점 | c*******i | 2023.11.22 리뷰제목
소설의 1장에서 파블로는 식탐이 많고 중남미를 여행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쉬지 않고 들려준다. 파블로의 목소리로. 2장에서 말하고 있는 사람을 통해 우리는 파블로의 이야기가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럼 이 사람은 누구인가, 보니 그의 정체는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다. 이곳(부랑자들을 보살피는 보호시설 ? 겟세마네)의 수용인 중 한 명이거나 관리자들이나 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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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1장에서 파블로는 식탐이 많고 중남미를 여행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쉬지 않고 들려준다. 파블로의 목소리로.

2장에서 말하고 있는 사람을 통해 우리는 파블로의 이야기가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럼 이 사람은 누구인가, 보니 그의 정체는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다. 이곳(부랑자들을 보살피는 보호시설 ? 겟세마네)의 수용인 중 한 명이거나 관리자들이나 자원봉사자들에 섞여 있을 수도, 한 명이 아니라 서너 명, 앞서 말한 자들 전부일 수도, 라는 식이다. 그가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한 가지, 그는 이국에서 성전환수술을 받았다는 것.

3장은 다시 파블로의 목소리. 그는 겟세마네 안 자신의 방을 설명한다. 대륙의 이름을 붙인 7개의 침대가 있는 곳. 이들이 점유하는 침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작가는 파블로의 입을 통해 대륙의 상황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면서(은유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세계의 정치와 부조리를 말하고(는 것 같고) 각 침대(대륙)에 인물을 배치한다. 파블로, 페드로, 후안, 필리페(첸첸), 티아고 노인, 앵무새, 안드레…. 한 달에 한 번씩 침대를 이동해 자리를 옮기고 모든 대륙을 돌아오기까지 다시 7개월. 복잡한 몽타주로 엮어있는 인물들과 세계에 대한 묘사, 미래에 관한 연상, 그들이 하는 기억과 추측은 모두 관계의 결핍이라는 생각을 했다.

소설을 읽어가면서 잘 이해되지 않는다, 는 느낌이 들 때 작가가 ‘나’라는 목소리로 쓴 부분을 기억해 본다. “누락된 진실을 찾아내고 그것의 쓸모를 강조할수록 맥락은 오히려 더욱 복잡해지고 어두워졌다.”
가장 주제적인 부분은 198p, 208p에 적혀있다(는 생각).
그렇다면 왜 쓰고 말하는가 - “이야기를 통해서만 제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202p)

<말하지 않는 책>에 붙은 박혜진 평론가의 비평처럼 “모든 것이 있고 아무것도 없는 그의 소설, 아무것도 아닌 모습으로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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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복수의 완성을 위한 미친 사랑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s*****4 | 2023.11.19 리뷰제목
<사랑의 위대한 승리일뿐>에는 두 명의 화자가 나레이션하는 두 개의 이야기 줄기가 교차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1장, 3장, 5장에서 사지가 절단된 채 부랑자 보호시설에 수감된 '붉은 라디오'가 화자가 되어 자신을 돌봐주러 온 봉사자에게 장황하고 과장된 말솜씨로 자신의 여행기와 보호시설 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는 저지른 죄의 댓가로 천 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받고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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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위대한 승리일뿐>에는 두 명의 화자가 나레이션하는 두 개의 이야기 줄기가 교차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1장, 3장, 5장에서 사지가 절단된 채 부랑자 보호시설에 수감된 '붉은 라디오'가 화자가 되어 자신을 돌봐주러 온 봉사자에게 장황하고 과장된 말솜씨로 자신의 여행기와 보호시설 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는 저지른 죄의 댓가로 천 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받고 배치된 상대에게 시설에서 맛볼 수 없는 맛있는 여러 요리를 댓가로 요구하며 자신의 파란만장하고 진귀한 이야기를 제공하기로 한다. 그의 경험은 진귀하나 어디부터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거짓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장되어 있고 그 표현이 어렵지 않음에도 장광설에 가까운 미사여구가 많고 긴 호흡의 문장이 많아 읽기 쉽지 않은 느낌이다.

그나마 1장의 시작 전 프롤로그에서 십삼년 전 사건에 대해 복수를 결심하는 비장하고 날서린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1장에 들어가는 순간 프롤로그의 비장하던 나레이터가 1장의 화자와 같은 화자인가, 그가 복수를 위해 연기중인가 어리둥절해진다.
그러나 2장에 들어서는 순간 프롤로그에서 보았던 복수시전자의 관점이 다시 등장하며 2장, 4장을 거쳐가며 화자가 둘이며 1장의 붉은 라디오의 거래 또한 복수를 계획한 시전자의 큰 그림 안에 들어간 계획의 일부임을 알게 된다

1, 3, 5장에서 붉은 라디오와 죄를 짓고 사회봉사를 하러 온 복수의 대상이 대화를 하는 흐름에 교차되어 2장, 4장, 6장에서는 마치 그들의 시간을 제 3자의 자리에서 지켜본 듯, 그러나 복수의 시점에서는 철저히 1인칭의 시점으로 상대에 대한 복수를 설계하고 진행하며, 그 또는 그녀에게 과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들 사이에 얽힌 이야기가 실체를 드러낸다.


사회와 법이 정말 만인에게 평등하게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
법이 피해자의 원통함을 달랠 정도로 충분한 처벌을 내리고 있는지
그 두 문제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의 사건들이 계속 보도되고 다소 쏠림이 있지만, 부족한 법의 처벌, 부당한 판결 등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과 원성의 소리가 높은 최근 분위기다. 이 소설 속에서도 힘과 권력을 가진 부모에 의해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고, 사랑의 이름하에 함께 벌인 일을 홀로 뒤집어쓰게 됨으로써 두 사람의 삶이 천지차이로 벌어지고 뒤바뀐 데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한 개인에게 어떤 결심을 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국민사형투표>나 <비질란테> 등 법이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개인이 해결하겠다는 자경단을 정당화하는 웹툰과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는 현실이다. 소설 속 복수가 소설 속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다.

그녀의 미친 사랑과 복수는 성공했을까. 6장의 독백같은 기술로 끝나는 소설. 진짜 그녀의 복수는 결국 성공했을까. 확실히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 마지막 죽음의 순간 그녀는 그를 끓어안으며 다시 함께 하길 꿈꾼다. 그녀의 사랑과 복수는 등을 맞대고 있다. 너무 사랑하기에 13년이 지나도록 용서치도 놓아버리지도 못하고 끝을 향하고 있다.

p.173
만약 미래의 누군가가 이 책을 우연히 읽고 어떤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된마면 이는 그의 주변에 너처럼 잔혹한 죄를 저지른 가해자와 나처럼 처참하게 파괴된 피해자가 많이 살고 있으며 그들 사이에서 정당한 처벌과 용서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p.276
우리는 십삼년 전처럼 다시 서로를 사랑히게 됐으니 현재의 몰골과 처지가 뭐가 중요하며, 우리 중 누가 먼저 죽고 누가 나중에 죽는 걸 굳이왜 따진단 말이냐? 우리 모두 죽음에 이르러서는 사랑의 위대한 승리를 찬양할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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