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서 희망으로 시선을 돌린 작가의 첫 해피엔딩 단편집"
김동식의< 인생 박물관>을 읽고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따뜻한 이야기 모음집-
2017년 『회색 인간』으로 데뷔한 작가는 인간의 본성의 선악적인 면에 주목해왔다. 인간의 이중적인 본성에 초점을 맞춘 작가는 그동안 선과 악 중 주로 인간의 악한 면에 치중해서 글을 써왔다. 그런데 이번에 작가는 "이 책은 내가 인간을 사랑하기 위해 탐구한 글들이다." 라고 말할 정도로 인간의 선한 측면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마치 작가가 '인간은 선하다' 라고 성선설을 주장하듯이, 인간 내면에 깃든 선한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 책 『인생 박물관』은 '공포'에서 '희망'으로 시선을 돌린 작가의 첫 해피엔딩 단편집이다. 그래서 이 책 속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25편의 따뜻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전작들은 주로 인간으로 인한 공포와 절망적인 상황을 보여주었다면,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밝고 희망적이며 인간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담겨 있다.
희망도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작품 속 주인공들은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작가는 삶의 동기를 잃어 자살하러 가는 상황에 직면해서도 그들은 결국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발견한다. 정말 "어떤 상황 속에서도 죽으란 법은 없다." 라는 명제가 맞는 것 같다.
<벌금 10만원>에서 분유값이 없어서 동창회에 10만원을 빌리러 가는 주인공이 등장하고. <자살하러 가는 길에>에서는 삶의 동기를 잃고 자살하러 가는 주인공이 나온다. 그들이 처한 현실은 절망스럽고 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삶은 여전히 살아갈 만하다고 나중에는 깨닫게 된다. 표제작인 <인생 박물관>은 한 편의 판타지 소설 같다. 꿈 속에 존재하는 자신의 인생 박물관이라는 판타지적 소재를 사용하여 인생의 값진 교훈을 깨닫게 한다.
또한 이 책 속에서는 은둔형 외톨이로 외롭게 사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커튼 너머의 세상>에서는 커튼 너머의 남들의 세상을 엿보다 결국은 자신의 세상 속에서 삶을 살아갈 이유를 발견한다. <할머니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가>에서는 자살한 딸을 만나기 위해 지옥으로 보내달라고 하는 할머니가 등장한다. 천국으로 갈 만큼 선행을 한 할머니는 자신 때문에 딸이 죽었으니 자신을 지옥으로 보내달라고 한다. 이에 대해 천국과 지옥에서는 열심히 협의한 결과 할머니를 환생시키기로 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니 영화 <신과 함께>가 생각이 나서 더욱더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는 선한 본성과 악한 본성을 나타내기 위해 천사와 악마를 소재로 사용하여 이야기를 구성하기도 했다. <좋은 일을 하면 다 돌아온다>에서는 천사가 등장하여 주인공에게 선행을 베풀라고 한다. 이에 주인공은 천사의 요청을 받아들어 선행을 베풀게 된다. 이에 대해 천사는 나중에 다 보상을 받을 거라고 말한다. 평생 그렇게 천사의 요청에 한 번도 거절하지 못하고 선한 행동을 한 주인공은 나중에 깨닫게 된다. 자신은 이미 보상을 받았다는 것을 그리고 선을 행한 본인의 삶이 정말 잘한 행동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이 그에게 최고의 보상이었음을 말이다.
이처럼 작가는 25편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해 알려준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언제나 인생은 장미빛일 수는 없다. 고통없는 삶도 없다. 하지만, 여전 히 인간의 선한 본성이 있기에, 삶은 살아갈만한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절망적이고 극한 상황 속에서도 죽으란 법은 없는 것이다.
지치고 힘든 일상 속에서 작가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손길이 우리를 여전히 살아있게 만든다. 그동안 작가의 글을 통해 "사람이 제일 무섭다" 라는 느껴온 사람들에게 이 책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뇨?” 라고 반문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믿음이 담겨 있는 작가의 첫 해피엔딩 단편집인 것이다. 25편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힘들고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었다.
과거, 내가 인간을 탐구한 이유는 공포 게시판에 어울리는 글을쓰기 위해서였다.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그 말만을 철썩같이 믿고, 인간의 어두운 부분을 어떻게 드러낼지를 궁리하며 애썼다. 이번에는 정반대다. 이 책은 내가 인간을 사랑하기 위해 탐구하여 쓴 글들이다. 실제로 난 인간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 책도 좋다. 좋아하는 책을 낼 수 있어 기쁘다. 조금 욕심을 내보자면, 독자분들도 이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읽는 동안 독자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움직이기를, 내가 글을 쓰면서 느낀 감정과 같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p. 303,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