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고구려 벽화같은 서사가 시작된다"
엄광용의 <광개토대왕 담덕 1 >을 읽고
천년을 기다려온 소설, 백년 후면 역사가 된다
-백 년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을 고구려의 대서사시가 시작된다-
고구려의 왕들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유명한 왕은 아마도 '광개토대왕'일 것이다. 드넓은 만주 벌판을 달려 주변 변방민족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그 호탕한 기개와 용맹에 대해 많이 들어왔다. 한때 우리 민족도 말을 타고 초원을 달렸던 유목민의 후예였고 그런 '노마드 정신'이 우리 핏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 『광개토대왕 담덕 1』권은 우리에게 잊혀졌던 고구려 역사를 소환시킨다. 거대한 만주벌판을 호령하고, 영토확장과 왕권강화를 통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최고군주였던 광개토대왕의 탄생신화의 대서사시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저 '광개토대왕릉비'에 적힌 비문을 통해 간알게된 광개토대왕의 업적과 『삼국사기』에서 다루어진 내용들을 통해 미진하나마 제한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역사적 고찰의 한계점을 안타깝게 여긴 저자는 오천 년 역사를 자랑하던 고구려 역사를 현대로 소환한다.
저자는 『삼국지』와 같은 국민 역사소설을 쓰기를 갈망해왔고 11년간의 집필 기간과 그 간절한 열망이 합쳐져서 위대한 서사시 『광개토대왕 담덕』이 완성되었다. 저자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20년 동안 중국 등지에서 보내면서 고구려 사료, 역사적 기록, 역사적 인물들을 찾아냈다. 이 소설이 다룬 직접적인 시대적 배경은 광개토대왕 재위시기를 전후한 40~50년이지만 오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융성했던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역사적 사료와 연대기에 충실하면서도 스토리텔링 기법을 살려서 역사적 인물들을 소환시켰다. 소설의 형식을 빌려 등장인물들의 내면, 행동 등을 실감나고 흥미롭게 구성하여 마치 한 편의 사극을 보는 것 같았다. 또한 사극에서 빠질 수 없는 등장인물 간의 로맨스를 결합시켜서 역사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특히 『광개토대왕 담덕 1』권 광개토대왕이 탄생하기 이전 고국원왕(책 속에서는 대왕 사유) 시대 고구려와 백제의 전쟁, 연나라에게 당한 치욕 등 고국원왕 재위 기간 동안 일어난 서사를 다루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고국원왕은 고구려의 제 16대 태왕이며 아버지인 미천왕이 크게 확장한 영토와 강화한 왕권을 대부분 상실한 무능한 군주로 평가되는 '암군'이다. 암군은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이 책 속에도 대왕 사유는 성격이 급하고 고집이 센 어리석고 현명하지 못한 왕으로 묘사된다. 특히 급하고 고집불통의 성격 때문에 백제와의 2번의 전투에서 크게 패하고 결국 평양성 전투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된다. 이 책 『광개토대왕 담덕 1』권에서는 고구려와 백제의 평양성 전투 시작 부분까지만 기술되어 있다. 『광개토대왕 담덕 2』권에서 본격적으로 평양성 전투가 다루어지고, 고국원와의 비극적인 최후와 태자인 구부, 즉 소수림왕의 즉위기간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 같다.
고국원왕 재위 기간동안 약한 왕권으로 인해 여러 제후들이나 기득권 세력들의 힘이 막강하여 왕권을 크게 흔들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음모를 꾸미게 된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왕자 이련의 왕자비 집안이었던 하대용과 동부성을 지키는 동부욕살 하대곤 등이다. 그 집안과 관련하여 왕자비 연화, 말갈족이면서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가졌지만 연화를 남몰래 연모하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비운의 남자 추수, 왕제 무의 아들이며 하대곤의 양자인 숨겨진 왕족 출신 해평 등의 인물 이야기가 오히려 더 재미있고 인상적이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했기 때문에 전투의 결과나 왕의 서거, 즉위 등은 정해져있지만, 그 과정에 관련된 인물들의 실감나는 서사는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 같다.
그들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하고, 역사적 사실에 어떤 결과와 영향을 끼칠지는 앞으로 이 책 『광개토대왕 담덕 』을 읽어나가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집필한 원고지 1만 매 중 이번에 출간된 원고지 3000매 분량이 『광개토대왕 담덕 1』, 『광개토대왕 담덕 2』권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제목이 '광개토대왕 담덕'이니만큼 앞으로 등장하게 될 광개토대왕의 모습에 주목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1,2권에서는 등장하지 않을 것 같다. 언제 광개토대왕의 탄생과 광개토대왕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지 기다려지고 기대가 된다.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고구려 역사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의 오랜 기간 동안의 역사적 사료와 자료 조사를 통해 탄생한 이야기이니만큼 이 책만 읽어도 고구려 역사 공부가 저절로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책 덕분에 고국원왕, 소수림왕, 평양성 전투 등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정보 검색을 하면서 읽으니 책의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광개토대왕 담덕 1』이 2일 동안 다 읽어버릴 정도로 너무 재미있었는데, 『광개토대왕 담덕 2』권은 더 재미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어떤 역사적 사건과 그 역사적 사건들이 이루어지는 과정 속에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지 너무나 궁금하다.
저자가 자신의 글쓰기 인생 전부를 바쳐 오랜 시간 동안 집필에 쏟은 혼신의 작품인 만큼, 작가의 바램대로 이 책이 고구려 역사를 제대로 조명하면서 『삼국지』와 같은 국민 역사 소설이 되길 마지막으로 바래본다.
나는 소설을 통하여 그 원형질의 동력을 찾아내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였다. 소설 속에서 그 동력을 찾아내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지만, 분명 광개토태왕이 광야를 달리는 말발굽 소리를 통해 오늘날 세계로 뻗어 가는 네트워크를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가 그물처럼 엮여진 정보의 유통망을 통하여, 독자들이 새로운 미래의 시간을 열어가는 동력을 확보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22년 6월 엄광용-
광개토태왕의 능비에서 상상과 역사로 빚어낸 ‘노마드 정신’
광개토태왕 능비, 지금은 중국 땅에 사방이 유리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일제 강점기 탁본을 떠놓은 것을 보고, 지워진 행간을 퍼즐처럼 맞춰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작가 엄광용의 끈질긴 노력과 집념, 기자 근성인가 고구려역사회에 들어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역사학을 공부하면서 중국을 찾고 둔황을 거쳐 실크로드까지, 펼쳐진 ‘광야’ 담덕이 말 타고 달리던 1500년 전의 광야에서 작가의 상상을 씨줄로 역사의 파편을 날줄로 엮어, 우리 앞에 놓인 이 책…. 작가는 우리 민족의 기상, 노마드 정신을 되살려 새로운 미래의 길을 열어갔을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광개토태왕의 기상과 정신을 이 소설을 통해….
마치, 고주몽과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떠오른다. 불세출의 영웅들…. 담덕은 질투도 하고, 사랑을 느끼기도…. 영웅의 전형, 천편일률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있다.
순풍과 역풍
371년(고국원왕 41년), 고구려 북방 국경을 지키던 장수 동부욕살 하대곤의 양자로 들어온 해풍, 고국원왕 사유의 동생 왕자 ‘무’의 아들이다. 무는 연나라 모용씨와의 전쟁에 출전하여 승리를 거두지만, 모용씨는 죽은 부왕(미천왕)의 무덤에서 시체를 꺼내고, 태후와 왕후, 백성 5만을 인질로 잡아 후퇴하고, 이들에게서 부왕의 시체와 인질을 데리러 갔던 ‘무’는 요구를 들어주는 조건으로 고구려에서 영원히 사라지라고….
연의 모용씨는 부왕의 시체를 돌려주고 무가 확실히 사라졌다는 확신 때까지 볼모는 그대로…. 미천왕의 시체만 모셔오게 되고, 국경에 이르러 당시 왕제 무의 부장이었던 하대곤에게 뒤를 부탁하고 홀연히….
하대곤은 이 일을 계기로 계속 승차하여 동부욕살에 이르고, 어느 날 무의 편지와 함께 찾아온 어린아이 해풍, 하대곤의 사촌 동생으로 종마장을 열고, 상단을 꾸려 장사를 하던 하대용, 그리고 야무진 그의 딸 연화, 말갈족 후예로 하대용이 거둬들인 무예의 달인인 추수,
하대곤은 사리분간을 제대로 못 하는 리더 고국원왕 대신에 지도자의 자질이 넘쳐나는 왕제 ‘무’ 같은 이들이 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품는다. 날로 성장해가는 해풍을 보면서 역모의 꿈도 서서히….
등장인물들의 관계도가 펼쳐지고, 고국원왕은 천제를 지내러 가는 길에 하대용의 집성촌을 찾아들고, 백제정벌 때 군사를 내주지 않았던 동부욕살 하대곤의 동정도 살필 겸….
군사훈련을 겸한 천렵을, 무술을 겨루기, 말달리기 시합을 하는데…. 해풍, 천수, 남장의 연화, 왕자 이련, 이련의 말이 넘어지고 연화는 시합을 포기하고 말에서 내려 이련을 돌보고, 이런 연화의 모습에 신경을 쓰는 추수, 이 시합에서 이긴 해풍….
여기에 왕의 차남 이련 왕자…. 이렇게 하나둘 등장인물이 모여들고, 5천년 역사의 위대한 왕 담덕이야기의 서막이 오른다.
해풍과 추수는 하연화를 연모하는데, 둘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연화의 마음은 왕자 이련을 향하고, 지금까지 하대곤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주던 하대용은 해풍과 연화를 결혼시키려했던 맘을 바꿔, 왕자와 결혼을 추진하려하자, 하대곤과 대용은 거리를 두게 되고, 독립적으로 군사를 꾸려야 한다고 생각한 하대곤….
하대곤의 판 뒤집기를 위해, 왕후를 배출한 우씨 집안에 연통을…. 괴상한 스님 석정과 하대곤의 호위무사 두충과의 만남…. 우씨집안에서 하대곤 진영으로 찾아든 우적, 해풍의 스승이 되고, 해풍에게 군사의 생명이 내 생명임을 일캐워주면서, 장수의 길, 지도자의 길을...
석정은 고구려의 앞날을 역풍과 순풍이 불 것을 예견하는데…. 역풍은 무엇이고, 순풍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한편, 백제를 공격했다가 태자 수에게 패하여 물러났던 고국원왕은 복수의 칼날을 벼리며 와신상담을…. 이것이 역풍과 순풍을 가르는 시작인가?
담덕의 이야기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TV드라마 <주몽>처럼... 말달리는 모습과 시전거리 등이 떠오른다. 씨줄과 날줄을 엮어내는 글쓰기, 아마도 십 수년간의 준비를 거친 덕분인가,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 담덕과 하대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들...
이 흥미로운 전개, 연화를 향한 해풍의 연모, 지켜보는 것도...
2편에서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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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사실 아직까지는 광개토대왕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우리의 국사책에는 그 역사적 의미가 비교적 짧게 나온다. 사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등의 기록은 매우 일천하고 후대에 작성된 기록이다. 그를 알기엔 역부족이다.
중국의 기록, 왜곡과 윤색이 많이 가해졌다. 만주에 서 있는 '광태토태왕 능비'에 그 기록이 일부 있지만, 일제에 의해 역사왜곡이 제기되기도 한다.
광개토태왕, 서쪽으로는 요동반도를 동쪽으로는 지금의 연해주, 북쪽으로는 만주 저 깊숙이까지 정복한 정복군주, 39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아들인 장수왕은 97세까지 장수하면서 아버지의 북진 대신에 남진을 해서 백제를 멸망 직전까지 밀어붙였다.
아버지인 광개토태왕 대 신라를 침입한 왜구를 정벌한 이래 신라는 실질적 식민 상태에까지 이르게 하며 그의 아버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사실 역사를 좋아하고 왠만한 역사책은 다 섭렵한 나 역시도 광개토태왕에 관 역사적 사실은 떠올릴 것이 몇 부분 안된다.
광개토태왕은 일제를 거치면서 한민족의 역사가 한반도에 갇혀 있다시피 하고, 우리의 웅혼한 기상을 잃은 채 조선의 유교 사상 등과 맞물려 고리타분한 역사가 된 우리민족의 역사에서 가장 가슴이 뜨거워지고, 웅혼한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이순신, 세종대왕, 정약용 정도 다음에 위대한 인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광개토태왕’은 지금까지 여러 책의 일부분이나 또는 드라마로 만들어져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거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이지 극히 일부분이거나 피상적인 수준 또는 왜곡된 말그대로 드라마나 영화의 창작인물이라 할 수 있다.
실제 광개토태왕 담덕에 대한 직접적인 자료는 만주 집안의 호태왕비 비문에 나와 있는 것이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비문 역시 누군가에 의해 변형되고 훼손됐다는 설이 유력한 채로 만주 벌판 수풀속에 묻혀 있다가 발견된 것이다.
대략 1,600여 년전의 인물을 매우 한정된 자료로 인해 우리 역사상 어찌보면 위대한 인물 다섯 손가락 안애 들 수 있는 인물을 오늘날 그 참모습으로 다시 끌어내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선조에 의해 쓰여진 당시 유일한 정사 기록이라 할 수 있는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의 광개토태왕의 모습은 오히려 역사 퍼즐 맞추기를 방해하기 일쑤였다.
김부식의 신라 중심 사관 및 사대주의로 인해 그가 남긴 고구려의 모습은 중국 시각에서 매우 축소됀 채 소략하게 다루고 있다.
저자는 비록 소설의 형태로 역시 어느 정도 창작의 부분을 가미하지 않을 수 없지만 최대한 사료적인 시각을 잃지 않으려고 지난 20여년 자료들을 수집하고 현장 답사를 했다고 한다.
1,600년 전 광개토대왕은 '광야를 보며 무엇을 느꼈을까.
우리 민족의 비교적 정적인 역사에서 그는 노마드적인 동적인 역사, 달려나가는 웅혼한 기상을 보여주었다.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 로마의 카이사르, 몽골의 징기즈 칸, 프랑스의 나폴레옹처럼 그는 정복군주였다.
책은 371년 고구려 고국원왕 41년 봄부터 시작한다.
하대용이라는 인물은 서역과 말 교역을 하는 대상인으로 말 관리를 맡고 있는 호자무와 함께 시작한다.
고국원왕은 미천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지 12년째 되던 해, 연나라의 침입을 받게 된다.
사실 이시기는 중국 동진시기로 중국 북방은 선비족과 흉노족 등으로 대표되는 북방민족이 양쯔강 이북 중국 북방 지역을 점령하던 대혼란기였다. 중국 역사상 치욕적인 시기로 현대의 한족 중국 사가들은 이 시기를 대충 이야기하거나 지워내는데 열중하고 있다.
고국원왕은 미찬왕의 아들로 이름은 사유였다. 그는 315년에 태자가 되었고 미천왕 사후 331년에 고구려 16대 왕으로 즉위한다. 하지만 재위기간 41년 동안 외침을 가장 많이 받고 후에 근초고왕에게 전사하기까지하는 비운의 왕이었다.
부왕 미천왕의 시신을 모용선비에게 강탈당하기까지 한다. 고구려는 이 고국원왕 시기 국력이 매우 쇠퇘했다가 17대 소수림왕 시기 불교를 수용하고 율령을 반포하면서 국가 기틀을 다시 한 번 정비한다. 이런 내정의 정비는 후에 광개토태왕의 정복 전쟁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소수림왕의 동생인 고국양왕이 왕위에 오르고, 고국양왕의 아들이 바로 담덕 광개토태왕이다.
대왕 사유는 이미 늙었고, 사후에는 태자 구부가 왕위를 잇겠지. 구부에게는 아들이 없다. 현재로서는 태자비가 아닌 다른 여인을 취한다 해도 아들을 낳기 힘들어.
태자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거든. 그렇다면 구부 다음에 왕위에 오를 수 있는 인물은 왕자 이련 밖에 없다. 내 생각에 이련은 왕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
대왕 사유처럼 유약한 성격을 꼭 빼닮았어. 지금 고구려는 서쪽으로는 연나라 다음으로 일어선 전진의 부견이 있고, 남쪽으로는 발해에서 황해에 이르는 해상권까지 장악한 백제가 버티고 있다.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진 자가 왕위에 오른다면 고구려의 미래는 장담할 수가 없어.
미천대왕 때처럼 강력한 왕권이 들어서야만 우리 고구려에 희망이 보인다.
이 소설 속 표현이 당시 고구려의 절박한 상황을 여실히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 적지는 못하겠지만 1권은 배경 설명적인 부분이 크다.
주요 인물은 고국원왕 사유와 고국원왕의 아들로 율령을 반포하고, 불교를 공인하면서 내정을 다진 소수림왕 구부, 그리고 소수림왕의 아우인 광개토태왕의 아버지인 고국양왕 이련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북쪽으로는 모용씨와 전진의 침입을 막고, 남으로는 백제를 맞아 싸우는 시대적 배경이 펼쳐진다.
고구려의 정치 세력 집단체인 5부중 하나인 연나부, 소노부 등이 나오고 동부욕살 등 고구려의 대성, 정치체계, 관직 등에서 생생한 고증이 뒷받침되어 있다.
작가는 20년 넘게 시간을 들여 역사서를 찾아보고, 중국 현지 답사 등을 통해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에서 미쳐 들려주지 못한 역사의 빈 공간을 사료와 저자의 합리적 상상력을 통해 복원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들 하나하나에 작가로서의 의미와 역할을 부여하여 당대의 역사를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음이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의은 광개토태왕 재위시기를 전후한 40~50년이지만, 고구려라는 우리 민족의 웅혼한 시기를 다시 한 번 되살려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새움출판사에서 좀 더 다양한 홍보 등을 통해 대작을 알려주면 더 좋을 것 같다.
*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일은 어머니를 모시고 제주도에 가기로 한 날인데, 따뜻한 봄날의 훼방꾼처럼 밤바람이 차다. 그러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의 역사에서 또 기록하고 추억할 날이다. 이런 소박한 즐거움과 행복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에 감사한다. 월요일도 연차라 잠시 회사에 나가, 해야 할 일을 미리 마무리하고 오후 늦게 책을 읽는데 유채꽃이 만발했다는 소식보다 찬바람 꽃샘추위가 좋아하는 가을 느낌을 준다. 가을을 좋아하고 홍매화가 좋으니 참 바라는 것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김진명의 '고구려'를 지겹게 기다리고 있다. 또다시 나온 광개토대왕에 관한 '담덕'이란 소설을 구한 지 오래되었다. 이 책을 역사의 진실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이 책의 맥락은 역사의 진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기록이란 창작 속에 남은 역사적 기록이 모두 진실이라고 할 수 없다. 동시대의 다양한 연관 기록을 현대적 국경 넘어까지 조사해서 해석을 더하는 일이 역사 해석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얼마 안 되는 고구려사에 관한 기록의 역사책이 시간 순서에 따른 왕, 사건을 이해하기는 좋지만 맥락을 알아가기 위해 소설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계해야 할 것은 과도한 부풀림과 왜곡일 뿐이다. 우리가 중국의 동북공정을 경계하고, 문화적인 주권을 지키는 것도 그것이 고착되고 오랜 기간 기록이 남으면 진실 위에 다른 포장이 남기 때문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단재가 조선상고사를 쓰며 악착같이 기록과 진실을 남기기 위해서 노력하는 이유가 그러했을까?
다 아는 시대적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야기가 잘 이해되는 소설이다. 머릿속에 우리나라 대왕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광개토대왕과 세종대왕이 2 톱이란 생각이 든다. 오래전 '태왕사신기'도 생각나고, 재야에서 말하는 고토의 강역도에 대한 이야기, 환빠라 불리는 환단고기도 생각난다. 저자한테 선물 받았다는 책을 출장 중에 만난 사촌 형이 줘서 들고 오느라 고생한 생각도 난다. 책이 무려 2Kg은 되는 것 같다. 머릿속이 산만한가 보다
해평, 이련, 추수와 같은 인물의 이야기가 역사와 조화를 이루는 창작은 작가들의 뛰어난 상상력이다. 이런 상상력이 내게 아주 신기한 일이다. 문학도와는 거리가 멀지만 문과계열의 공부만 한 내게 이런 상상력보다 논리적 접근이 편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쩌면 큰 오류다. 1권에 담덕은 아직 출현도 하지 않았지만 내겐 이것보다 고구려, 백제의 흥망성쇠에 대한 작가의 설명이 더 인상적이다. 소설을 소설로 읽지 못하는 것일까?
국가와 나라가 부강해지는 것은 부를 축적하고, 부를 근간으로 타국이 침략을 하지 못할 정도의 문화, 군사,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방향이 역사에서 보편적이다. 그런 이야기를 이 소설에서 보여준다. 그러나 백 면전 실학과 실사구시를 주장했지만 현실에 크게 실현해내지 못하고 국치를 경험한 이 나라는 과거의 웅대한 역사에서 잠시 이탈했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한국전쟁 이후 한강의 기적이란 성과를 이루며 위대한 역사의 길로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부강한 국가와 후손들이 잘 사는 세상이란 관점, 이것이 편견인가라는 불편한 노이즈가 많이 생긴다. 세상이 왜곡된 것인지 내가 왜곡된 것인지? 도통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지럽다. 동시에 내가 읽고 생각하던 것이 올바른 방법에 부족할 수 있지만 결코 부정한 방향이란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다. 주인공들의 사건 전개 과정에서 나오는 생각, 판단, 실행, 결과를 보며 현재를 돌아보면 술 취한 듯 어지럽다.
역사를 잊지 않기에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간다는 나이브한 믿음만 갖고 살지는 않는다. 그런데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반복하는 것이다'라는 볼테르의 말이 지금의 현실을 진실에 가깝게 설명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사료도 얼마 없는 고구려의 웅혼한 역사책을 읽기가 주저주저하며 늦게 잡고 천천히 읽게 되는 이유랄까? 하필 나 사는 시대가 독재, 냉전, 민주화, 탈이념주의, 신자유주의, 탐욕의 시대를 거치며 역사책에서 말하는 공화정 순서와 사건을 돌아보면 물음표가 여럿 생긴다. 칼 들고 이웃을 공격하며 땅따먹기 하는 시대보다 무엇이 나은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꼴에 지식인이라 생각하며 비겁해져 가고, 안일하게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여러 차례 하며 마음속에 떠오르는 쌍욕을 자제해 보려는 중이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거나 내가 미쳐 돌고 있는 중이거나 그런 게 아닐까? 정신을 차려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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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중국의 태도 때문에라도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의 역사가 일본의 횡포로 많이 축소되고 회손되고 소실 되었지만, 그럼에도 늦게라도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과거의 고구려의 영토와 발해의 영토를 다시금 회복한다면 대한민국이 지금처럼 중국이나 일본 미국으로부터 홀대받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물론 지금도 한류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에 대한 민국의 위상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음에 감사한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개최축하공연장에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당시 밥호프와 브룩 쉴즈가 내한 했었는데, 브룩 쉴즈는 비행기에 오를때까지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몰랐었단 이야기를 어디선가 얼핏 들었었다. 올림픽 이후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씩 알려졌어음에도, 지금도 영화 같은데서 한국을 이야기하며 한국의 현대 자동차는 줘도 안갖는다는 등의 혐한의 이야기들이 나올때면 마음이 씁쓸하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일부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이야기겠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알지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사람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그럴때마다 늘 하던 이야기는 과거 고구려의 영토를 회복해야 한다 내지 발해의 영토를 아직도 보유햇더라면 하는 희망 사항들을 이야기 한다. 사실 우리는 고구려나 발해의 역사에 대해 깊이있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고, 실질적으로 고구려의 영토가 어디까지였는지도 개인적으론 알지 못했었다. 과거에 비해 역사의 많은 부분을 조금더 알 수 있게 되었다. 시대가 변하며 감추어졌던 이야기들을 좀더 자유로이 만날 수 있게된데 연유가 있겠다. 그리고 국민들도 역사에 대한 이해가 조금더 많아진데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북한의 분단과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한 역사의 왜곡들은 우리로 하여금 경각심을 일깨운다. 일본이나 중국이나 자국을 위한 역사왜곡을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면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을 깨우치고 있어야 한다.
소설 <광개토태왕 담덕 1>은 광개토태왕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천년 역사, 최고 군주의 탄생 신화가 시작된다!"는 문구가 시선을 이끈다. 이 소설은 광개토태왕의 시작과 탄생, 성장 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책은 시리즈 중 1권으로 2권까지 보이고 있다. 전체에서 1부에 해당되는 부분이라고 한다. 1권에서는 담덕인 광개토태왕의 출생 전의 상황까지를 보이고 있다. 역사 소설은 고증의 힘이 크다. 역사서에 소설의 재미가 가해져야 독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너무 역사책적인 구성은 쉽게말해 재미가 없다. 소설적인 요소가 가미되어야 재미를 얻을 수 있다. 자료수집과 고증을 위한 탐방까지 작가의 노력과 수고에 의해 이 책은 만들어졌다. (출판사의 책을 준비하는 기획과 수고가 있긴 하지만 그 부분은 빼겠다. 출판사 새움은 역사소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특히나 역사소설은 작가의 준비하는 기간이 길고 작업하는 기간도 길다. 이 책 역시 예외는 아니며 실재로 이 책은 다른 책에 비해 준비기간이 훨씬 길었다. 작가가 꿈꾸었던 그런 소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나아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역사 소설로 그야말로 '역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저자인 작가는 "나는 20여 년간 역사 속에 가려진 광개토태왕의 발자취를 더듬기 위해 조각난 자료들을 수집하고, 흔적이 지워진 역사 현장을 답사하는 등 나름의 최선을 다해 왔다. 조각난 자료들의 퍼즐 맞추기는 지난하고 지루한 작업이었다. 자칫 역사의 퍀트에서 벗어나기 쉬운 일이므로, 근거 불충분한 상상력으로 그 공간을 메우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기울여 왔던 것이다." 앞서도 이야기했든 자국의 역사를 바로 알아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완성된 <광개토태왕 담덕>을 통하여 민족의 자부심도 갖게되면 좋겠지만, 제대로 된 역사를 알고 국제관계에서 우리의 입장을 곤고히하는 자기 주장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북한에 가로막히고 중국이 막고 있어서 고구려나 광개토태왕에 대한 많은 자료를 수집할 수 없었음에도, 자료가 거의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놀라운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음에 작가에게 감사한다. 총 몇부작에 몇 권이나 만들어질지 모르지만 그 첫번째 책 <광개토태왕, 담덕 1>은 다음을 기다리게 만들고 기다리고 싶게 만든다.
*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