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권에 이어 영일만에 나타난 왜선의 등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399년부터 왜국 연합군의 신라 침략과 숙군성 공략, 대방 전투가 벌어진 404년까지 다룬다.
소설은 신라의 '역성혁명' 이후의 정치적 상황과 고구려의 성城(국내성, 평양성, 국원성)에 대한 지리적 위치와 환경, 그리고 세 개 성이 국외 정세에 따른 전략적 요충지로서 군사적.정치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얼마나 중요한지를 서술한다.
9권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은 새 개의 사건인데, 먼저 400년에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왜국 연합군과 백제의 신라 침공이다(사실상 백제는 크게 한 일이 없다만). 관미성을 빼앗기고 절치부심 복수의 날만을 기다리는 백제, 여러 욕심이 버무려진 왜국, 여전히 권좌를 억울하게 빼앗겼다고 여기며 다시 대륙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는 해평의 분노가 절묘하게 맞물려 전쟁이 벌어진다.
두 번째는 고구려의 숙군성 공략.
예정에 없던 전투였는데, 후연이 고구려의 신성과 남소성을 건드리고 5천 호 고구려 백성을 포로로 끌고 가 노역에 이용하는 바람에 일어났다. 숙군성 공략의 단 하나의 목표는 2년 전에 끌려간 고구려 백성 5천 호를 다시 데려오는 것. 단 시간에 끝내고 목적한 바를 이룬 후 바로 퇴각하는 것도 멋지더라. 후연의 수도성까지 노려볼만 했을텐데. 북위와의 관계를 염두에 두었다하더라도.
세 번째는 대방 전투.
이 전투는 국가 대 국가의 전투라기보다는 단순 노략질이 목적인 대규모 도적떼를 처리하는 수준이어서 병력의 규모만 아니면 '전투'라는 용어가 민망할 지경이다. 물론 소설의 허구적 상상이지만 길잡이가 되어준 백제의 사두 장군까지 그들의 행태에 낯뜨거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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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권에서는 각 나라의 지도자들의 면면이 드러나는 점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특히 모용정과 모용희를 보면서 규모를 떠나 리더가 집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그에 따라 결말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신하마다 의견은 다를 수 있으니 대립하는 의견들을 조율하고, 자신의 소신이나 신념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여러 의견을 합리적으로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춘 군주. 과거의 잘못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현재에 적용하여 더 나은 해결책을 도출해내는 리더십. 참 만나기 어려운 지도자다.
이 무렵, 담덕의 나이는 이십대 중후반이다.
그는 꿈이 많아서 하고 싶은 게 많았던 것 같더라. 사방에 적을 두고 모든 사항을 면밀히 살펴야 했던 젊은 군주. 이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를 어떻게 견뎠을까싶다. 아무리 평균 수명이 짧았던 시대임을 감안해도 삼십대 젊은 나이에 죽은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아버지가 잘 닦아놓아서 장수왕은 그야말로 천수를 넘겨 산 것 같기도 하고).
이제 남은 마지막 10권.
모용희.모용운과 엮인 후연과의 에피소드가 있지만, 그보다는 동부여 토벌을 크게 담으리라 예상한다. 무엇보다 이 대장정이 어떻게 마무리될지가 궁금하다.
10권을 기다리며.
#도서지원
담덕 9권이 정말 오랜만에 출간되었다. 10권 완결로 알고 있는데 이제 그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고조선의 신수가 한반도 그 자체를 뜻함을 알아채고 백제와 신라를 도모하기 위해 수도를 국내성에서 평양으로 옮겨야겠다는 다짐으로 후반부에 등장한다. 장수왕이 천거를 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광개토태왕의 의지를 이었던 것인가 싶기도 했다. 소설이지만 역사적 근거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광개토태왕의 9번째 이야기는 새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국가를 통치하는 데는 내치와 외치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너무 안으로만 돌면 나라가 발전하지 못하고 너무 밖으로만 돌면 적이 많아져 결국 소모전에서 패하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내정을 튼실히 하고 군대를 늘려 가는 것은 중요한 덕목이다.
나라가 커짐에 따라 이웃하는 국가들이 많아지고 그들과의 이해관계를 외교로 풀어가며 전쟁을 하지 않고도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위의 탁발규와의 외교를 주로 다뤘던 8권에 이어 9권에서는 고구려, 백제, 신라 그리고 왜와 후연이 펼치는 5국 전쟁을 서술하고 있다.
신라는 고구려를 섬기기로 했지만 한성을 뺏긴 백제와 요동성을 뺏긴 후연 그리고 호시탐탐 내륙을 노리는 왜는 서로 이해관계가 맞았다. 그래서 양동 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기에 신라에서의 영향력은 커졌지만 요동의 외성들이 공격받는 것은 감당할 수 없었다.
하지만 광개토태왕은 서두르지 않고 군사를 정비해 후연의 숙군성을 함락시킨다. 마동을 일부러 내어주고 포로 교환을 통해 자연스러운 퇴각과 함께 후연의 장수를 귀화시킬 여지를 남긴다. 일본으로 도피했던 해평의 아들은 5국 전쟁에서 포로로 잡히나 광개토태왕이 살피고 돌려보내준다. 다시 아버지 해평과 함께 대방 전투에 참여하였지만 다시금 붙잡히고 만다.
아버지 해평은 지난날을 후회하며 자결하지만 아들은 보살펴 다시 돌려보내려 했지만 한 치의 부끄러움 모른 채 목숨만 구걸하는 해광을 보며 마동이 그를 수장시켜 버린다. 왕의 명령을 어긴 마동은 죽어 마땅하나 충신들의 읍소로 겨우 목숨만은 부지하게 된다. 어진 마음도 좋고 훗날의 적을 만들지 않는 것도 좋고 되려 아군이 되면 더욱 좋지만 그것이 필요 이상할 때 오히려 내분이 생길 수도 있다. 강했기 때문에 어질 수 있었을까. 쉬운 길은 아닌 것 같다.
이제 마지막은 태왕의 죽음과 평양으로의 천도 정도만 남았을까. 태왕과 함께한 대장정이 끝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