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시작하면 대부분 먼저 배우는 것이 가치 투자다. 가치 투자란 무엇인가? 기본적 분석과 거시경제, 그리고 기업의 성장성을 고려하여 저평가된 주식을 매입하여 장기간 보유하여 이득을 남기는 기법이다. 보통은 우량하며 독과점적인 기업을 선택하여 장기적으로 투자한 뒤 주가 성장과 배당을 통하여 이득을 취하는데 벤저민 그레이엄, 워런 버핏, 그리고 피터 린치 등등이 가치 투자자에 속한다. 그러므로 이들이 쓴 책들은 투자의 고전 반열에 올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나 역시 주식을 처음 배울 때, 가치 투자를 메인으로 배웠었다. 그러므로 위에 언급한 거장 세 사람의 저서들을 가장 먼저 배우기 시작했는데, 초보자 입장에서 가장 무난하게 읽힌 책은 피터 린치의 저서였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글은 초보자가 읽기엔 너무나도 복잡하고 학술적이다. 가치 투자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증권분석》, 《현명한 투자자》를 반드시 읽어야 한다. 그러나 《증권분석》은 분량도 방대하고 내용도 전문적이다. 그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평이하게 저술했다고 자부하는 《현명한 투자자》도 생초보들이 접하기엔 진입장벽이 높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투자자이자 대학교수였기에 글의 수준이 무척 현학적이다. 무턱대고 덤볐다간 부러질 여지가 다분하다.
가치 투자를 상징하는 아이콘 워런 버핏의 글은 어떨까? 시중에 워런 버핏을 다룬 책은 많지만, 관찰자의 시점으로 쓰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그의 친필 주주서한을 모아놓은 《워런 버핏 바이블》이나 《워런 버핏 라이브》, 《워런 버핏 주주서한》 등등이 그의 육성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저서들이다. 그의 글은 그레이엄의 글보다는 친숙하고 유머러스하다. 투자에 있어서 주옥같은 부분들이 많지만, 초보자 입장에서는 핵심을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초보자가 대가의 주총 질의문답, 주주서한 등을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기 때문이다.
반면 피터 린치의 저서는 앞의 두 사람의 책과 비교해 볼 때 무척 친절하다. 세 거장의 글들 중 린치의 글은 가장 가독성이 뛰어나며, 투자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더라도 읽는 데 무리가 없도록 최대한 배려하였다. 국내에 피터 린치의 책은 총 3개가 번역되었는데 하나씩 열거해 보자면 앞서 리뷰했던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와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는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그리고 그의 투자 경험론이 녹아있는 《피터 린치의 이기는 투자》다. 셋 중 투자자를 위한 입문서는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를 추천하고, 피터 린치의 일대기와 무용담을 가장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책은 《피터 린치의 이기는 투자》다.
흔히 고전을 두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름은 알지만 읽지 않은 책이라고 한다. 투자 고전 역시 마찬가지다. 고전이 읽기 힘든 이유는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시대 상황, 표현, 언어 등등... 이런 진입장벽을 모두 극복하고 완독에 성공한 사람들은 인내심이 많은 극소수의 사람들뿐이다. 너무나도 현학적이고 전문적인 벤저민 그레이엄의 책, 가치 투자를 상징하는 워런 버핏의 글을 읽은 투자자가 많을까? 안 읽은 투자자들이 많을까? 안 읽은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그러나 피터 린치의 글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임에도 불구하고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이 그의 책을 '읽히는 고전'으로 손꼽는다. 이렇다 보니 판매량도 그레이엄과 버핏의 책보다 훨씬 압도적이다. 완독에 성공한 분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
주식투자에는 여러 가지 기법이 있다. 초단타 매매인 스캘핑, 하루 거래로 승부를 보는 데이 트레이딩, 최대 한 주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스윙, 그리고 좋은 기업에 꾸준하게 투자하는 가치 투자... 이 중 가장 안전한 투자법은 아무래도 가치 투자다. 초보자 입장에서는 원금을 까먹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수익률은 적지만 안정성이 뛰어난 점에서 가치 투자를 따라올 기법은 없다. 지수형 ETF에 투자하는 것도 개별 종목을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피터 린치의 이기는 투자》에서는 가치 투자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펀드를 어떻게 선별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래서 개별 종목을 가치 투자하는 데에도, 좋은 ETF를 선정하는 것에도 직간접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린치는 주식의 저점과 고점의 사이클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정하여 꾸준한 투자를 적극 권유한다. 그의 가치 투자는 버핏의 가치 투자와 결이 다르다. 버핏이 자신이 잘 아는 섹터의 독과점 우량주를 매수하여 장기로 투자한다면, 린치는 우량주를 선호하기도 하지만 내실 있는 중소기업 업체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진다. 우량주는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이 높지 않은 반면 탄탄한 중소기업 업체들은 성장성과 변동성이 무척 크므로 수익을 낼 때 폭발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개미들이 코스닥을 선호하는 이유는 코스피보다 훨씬 변동폭이 크기 때문이다. 돈을 잃을 가능성도 높지만 수익률이 극대화될 가능성도 높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의 주식시장과 린치가 활약했던 시대와는 환경이 다르다는 것도 느꼈다. 린치가 투자하던 시대는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성장하던 시대였다. 불황과 호황의 사이클이 빈번하게 출렁였고 이런 변동성은 투자에 있어서 커다란 위기이자 기회로 다가왔다. 지금은 어떠한가? 예전에 비해 기업의 성장률은 둔화됐고 사회의 번화는 더욱 가속화됐다. 이렇다 보니 기업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더욱 빠른 속도로 혁신을 거듭해야 한다. 옛날의 방식을 고수하는 기업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여 상장폐지되는 기업들도 많을 것이며 우량주라 하더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그럼 가치 투자는 오늘날 상황과 비교해 볼 때 뒤떨어진 투자법인가? 그렇진 않다. 스캘핑이나 단타로 어느 정도 충분하게 돈을 번 단기 투자자들도 모은 자산을 지키기 위해 보수적인 투자법으로 선회하는 경우가 많다. 단타 위주의 투자자라 하더라도 가치 투자와 장기투자를 모른다면 힘들게 모은 자산을 쉽게 잃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진정한 투자자라면, 장타와 단타를 편식하지 않고 고루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여전히 린치의 글은 유효하다. 그의 글은 가치 투자의 핵심을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