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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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존재

리뷰 총점 8.1 (1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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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철학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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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경계를 인식하는 것이 과잉을 막는 최선의 방책이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i*****n | 2021.04.15 리뷰제목
저자는 21세기를 '과잉의 시대'로 규정하면서, 사람들에게 '과잉은 이제 삶의 방식, 존재 방식 자체'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세계가 현실을 대치하면서 시간도 정보에 대한 장애도 사라졌고, 오히려 그러한 세상에서 '너무 많은 대상들이 주어지지만, 바로 그 때문에 진짜 대상은 판별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저자의 논의가 부분적인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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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1세기를 '과잉의 시대'로 규정하면서, 사람들에게 '과잉은 이제 삶의 방식, 존재 방식 자체'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세계가 현실을 대치하면서 시간도 정보에 대한 장애도 사라졌고, 오히려 그러한 세상에서 '너무 많은 대상들이 주어지지만, 바로 그 때문에 진짜 대상은 판별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저자의 논의가 부분적인 현상을 지나치게 일반화시킨다는 혐의가 짙게 풍기지만, 실상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그에 대한 진단으로서는 설득력이 높다고 여겨진다. 길을 가면서도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어떤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에는 잠시 휴대폰이 아닌 주위를 살피면서 안전에 유의해야만 하는데도, 그 잠시 동안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또한 휴대폰에 과잉으로 몰입된 현대인의 초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첫 번째 항목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과잉주체'임을 밝히는 것으로부터 논의를 풀어가고 있다. 과잉은 단순히 '너무 많음'이라는 상태가 아니라, '모든 기준을 철폐함으로써 세계 전체를 질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대증상이자 집단충동'이라고 설명한다. 나와 타인의 구분이 어렵고, 어떤 상황에 대한 판단도 이미 경계가 흐려진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지난 20세기는 '경계를 긋는 시대'였다면, 21세기의 현재는 사람들이 '지킬 경계가 없'으며 '경계가 없으므로 행동 대신 과잉행동할 수 있을 뿐'이라고 규정한다. 결국 '경계감의 해체는 판단력의 해체'를 초래하고, 현대사회에서 '과잉은 자신이 정치인지를 판별하지 못하도록 정치혐오증과 극단주의를 양산해낸다'고 설명한다. 가짜뉴스를 양산해내는 언론들과 이에 편승하는 각종 미디어 환경 역시 이러한 현상을 증폭시킨다고 이해된다.

 

저자는 과잉의 병적 증후로서 두 번째 항목에서 'ADHD의 시간'을 거론하는데, 이 증상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라고 번역된다. 흔히 어린아이들에게 진단되는 ADHD 증후군을 '시간결핍증'과 연결시키며, 과거와 미래의 삭제를 통한 시간감각의 해체로서 많은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증세라고 진단한다. 그리하여 일중독과 쇼핑중독,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이른바 '관종'이나 악플달기 등의 과잉행동도 '순간만이 그에게 남은 모든 시간이기에 과잉행동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ADHD 증후군은 주의력이 결핍된 일부 아동에게서만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라, 이미 경계를 잃어버린 많은 현대인들에게서 쉽게 발견되는 현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공황장애의 무게'라는 세 번째 항목에서, 방향감각의 상실 등으로 발현되는 공황장애도 이러한 경계의 소멸로 발생하는 병리적 현상임을 서술하고 있다. 'SNS 조울증'이라는 항목에서도 현대인들이 널리 이용하는 SNS가 오히려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해서 활용되기보다, 인증샷을 올리고 '좋아요'라는 클릭을 갈구하는 창구로 전락했다고 서술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실재로부터 기쁨과 슬픔을, 진실도 대상도 없는 조증과 울증으로 변환하고 비트화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소통하기보다 인터넷을 통해서 타인들과 소통하는 것이 일상화되다 보니, SNS에 글을 올리고 댓글이나 좋아요에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우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역시 현실과 인터넷의 경계가 해체된 상황에서 초래되는 과잉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라고 여겨진다.

 

최근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연쇄살인과 묻지마 범죄'의 차이점을 다룬 다섯 번째 항목에서는, 이를 각각 범죄자의 기준과 경계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묻지마 범죄를 일컬어 '모든 기준과 경계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 보이는 것으로써, 까닭 없이 상대를 없애버리려는 '소거와 제거'의 충동이 자리 잡고 있다고 논하고 있다. 과거의 연쇄살인에는 그것을 감추려고 하는 의도가 존재하고, 범인마다의 특정 행동(시그니춰)이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근래에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는 증거가 너무 쉽게 발견되고, 그저 상대방을 나의 현실에서 '소거 혹은 삭제'하겠다는 단순한 의도가 개재해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나와 세상과의 경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과잉 행동의 하나라고 설명한다.

 

이상의 증상들이 대체로 개인들에게 나타나는 증후라고 한다면, '폭식증 자본주의'로 대변되는 자본의 무한증식력이나 자신의 민주적 주권조차도 선택적 정의라는 기준으로 결정짓는 '경계선 주권 장애는 이것이 사회적으로 확대되어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과잉행동으로 나타난 이러한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과잉에 저항하기'라고 하겠는데, 타인과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자신의 주체를 회복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것은 우선 자신과 상대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하며, 지워진 경계가 아닌 '대상의 회복'으로서 사람들 사이에 서로 '경계를 지켜야 비로소 타자를 마주친다'고 전제한다. 저자는 그것을 어머니와 아기의 관계에 비유하면서, 아기가 어머니를 신뢰하듯이 상대를 신뢰할 수 있을 때 과잉행동은 조절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대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상에 밀착하기보다, 오히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차니)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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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김곡〈과잉존재〉 번쩍 뜨이게 한 책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b********5 | 2021.04.15 리뷰제목
인문서 읽는 쾌감을 되찾다   저자 김곡은 현재를 ‘과잉의 시대’라고 진단한다. 무엇이든 과해야 인정받고, 나아가 스스로도 그게 맞다고 생각하게 되버린 시대.   몰입도 과해야 직성이 풀리고, 흥분도 과해야 하며 싫어함은 극혐해야 하고, 자랑은 플렉스 해야 하는 ‘우리’들.   기어이 ‘과잉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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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서 읽는 쾌감을 되찾다

 

저자 김곡은 현재를 과잉의 시대라고 진단한다.

무엇이든 과해야 인정받고, 나아가 스스로도 그게 맞다고 생각하게 되버린 시대.

 

몰입도 과해야 직성이 풀리고, 흥분도 과해야 하며

싫어함은 극혐해야 하고, 자랑은 플렉스 해야 하는 우리.

 

기어이 과잉존재가 출현했다는 선언으로 저자는 글을 시작한다.

 

과잉경계’ boundary를 지우는 데까지 이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생각, 행동, 가치관에서 무엇이든지 경계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고

경계는 없을수록 좋은 거라는 이념이 칭송받는 시대다.

이렇게 말한다고 저자가 꼰대인 건 전혀 아니었다.

 

적절한 경계가 있음으로써 자아는 정체성을 형성해가는데

현대는 그것이 희미해졌고, 도리어 옳다고 주장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그럼으로인해 사람들은 수많은 정체성 장애에 시달리고

우울증, 공황장애, 신경성 질환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김곡은 말한다.

 

유튜브, SNS, 메신저에 수많은 좋아요가 오간다. 추천을 받고, 추천을 하는 것이,

모두 공감행위를 하는 걸로 착각에 빠지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허나 이는 얄팍한공감에 그치기 쉽고 어느 시점에는 허무함만을 자아낸다고 김곡은 꼬집고 있다.

 

현대의 사상의 공허함과 인간관계의 간편함, 개인이 겪는 질환에 가까운 증상들이

모두 과잉에서 기인하다고 저자는 여러 이론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20세기 초 멜라니 클라인으로 시작하여

20세기의 사상가 조르주 아감벤, 지그문트 바우만 등 여러 석학들을 인용하면서

주장을 펼쳐간다.

 

 

뻔한 자기계발서적에서, 일부 교양서에서 한계를 없애라고 가르친다.

능력주의는 미사여구로 포장되지만 적자생존 약육강식 논리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김곡은 지적한다.

하지만 한계가 없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고,

한계를 없애라는 건 오히려 끔찍한 결과를 초래해 왔다고 저자는 설파한다.

 

무언가 한 현상이 만연하다는 건 직감적으로 알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뼈 때리게 안 기분이었다.

그저 과유불급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었다.

과잉존재가 되는 것이 사회와 개인 양면에서 얼마나 불행한 결과를 야기하는지를

저자는 학구적인 접근과 대중문화를 아우르며 해박하게 펼쳤다.

 

간편한 공감 기술이 넘쳐나는 시대에 오히려 진정한 공감은 실종되어 가고 있다는 저자.

먼저 회복해야 할 것은 진지한 경청을 통한 공감이라고 한다.

경청을 가능하게 하는 건 상대에 대한 -반대편에 대해서도- 존중감이다.

 

김곡은 후반부에서 권력, 국가주의, 정치를 분석한다.

언젠가부터 극단인 정치만 난무하게 된 한국의 현 정치를 이야기하는 이 부분이 무척 신선했다.

음모론이 판치고, 각종 위기론이 넘쳐서 무엇이 진짜 위기인지 분별할 수도 없어졌다.

 

김곡은 분명하게 강조한다.

혼란스럽다고 지겹다고 공포· 불안· 단념에 빠지면 정치 외면으로 귀결한다고.

 

자신은 쿨하게외면한지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누군가들은

국민과 시민의 공포와 불안을 지금도 이용하고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건 특정 정치세력일 테고, 구조적으론 자본주의 이기도 하다.

 

 

책을 읽은 직후에 영화 한편을 보았다.

그 영화에서 주인공이 한 대사가 책장을 덮으며 맴돌았다.

계속 그렇게 정의를 위한 일해 눈 감는다면, 저들은 언제까지고 우리를 개 돼지로 볼 거다.”

그 영환 1953년을 배경으로 친일파가 청산되지 않고 경찰,군인이 되어 벌인 사건에 대한 거였다수십년이 지났어도 지금도 유효하지 않은가 소름돋게 생각했다.

 

정리하면

과잉은 규모, 수량의 이야기가 아니라 경계가 철폐된 것이다, 라는 것.

대상들간의 경계를 철폐해 무엇이 진짜 목적인지 알지 못하도록 판단을 마비시키는 것.

 

그에 따라 사회의 지향점은 오락가락하고, 시장의 변덕은 일상화된다.

넘쳐나는 대상들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유혹하며 주체를 팽창시킨다.

나는 뭐든 할 수 있다는 전능감을 주는 이들 뒤에는 다 계획이 따로 있다.

 

오늘날 퇴색한 미덕인 희생’ ‘연대’.

이 단어들이 사라진 이유는 공감 능력의 상실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가짜 공감기술로 공감을 주고 받았다고 착각하게 하는 요즘의 모바일 환경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게 했다.

 

무한충전이 재충전이 아니고, 네트워크가 신뢰는 아니라는 저자의 일갈이

오래 음미하게 될 듯 하다.

 

독창적인 저자의 생각을 담은 선명한 문장들이 매력적이었다.

인문서 읽는 즐거움을 오랜만에 회복할 수 있어 감사했다.

 

  책 중에서

타자들이 마주쳐야 경계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경계를 지켜야 비로소 타자들은 마주친다. 진짜 세계는 그때서야 나타난다.

 

오늘날 과잉의 폭풍속에서 우리는 외로울 수 있는 능력을 잃어간다.

외로워서 과잉한다기보다는 외로울 수 없어서 과잉하며, 존재의 불완전함을 통해 대상을 마주하는 법을 점점 잃어간다.

저항만이 세계를 회복한다.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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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과잉은 무능인가?, 「저항=Ø의 **」공식 평점7점 | YES마니아 : 로얄 k*****7 | 2021.04.10 리뷰제목
'과잉 [過剩]'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1. 예정하거나 필요한 수량보다 많은 상태, 2. 정해진 수량이나 필요보다 많이 남게 되다」 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과잉의 영어식 표현인 'hyper'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과도하거나 지나침을 나타냄'을 의미하는 '접두사'」라고 풀이하고 있다. 사전에서도 풀이되듯 '과잉' 자체라는 의미를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쉽게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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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過剩]'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1. 예정하거나 필요한 수량보다 많은 상태, 2. 정해진 수량이나 필요보다 많이 남게 되다」 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과잉의 영어식 표현인 'hyper'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과도하거나 지나침을 나타냄'을 의미하는 '접두사'」라고 풀이하고 있다. 사전에서도 풀이되듯 '과잉' 자체라는 의미를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지만, 그 풀이 자체만 보면 과잉은 '수량'의 많고 적음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렇지만, 저자가 말하는 '과잉'사물의 수량을 따지는 용어가 아니라 '과잉'을 '삶의 방식, 존재방식' 자체로 보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저자는 왜 '과잉'을 사전적 의미의 수량적 접근이 아닌 삶과 존재 방식에서 접근을 하고 있는 걸까? 그 이유는 하나부터 열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넘쳐남(단지 자산적 의미만을 뜻하는 것은 아님)으로 인해 파생되는 각종 폐해들을 지적하고 그 원인을 찾아보기 위해서이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공황장애, 조울증, 묻지마 범죄, 아동학대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뿐만 아니라 일중독, 쇼핑중독 등도 그 대상이 된다.

 

 

「과잉 시대」에서 '과잉'이란..

 

철학 전공자 답게 영화를 철학적으로 접근해 풀어가는 것처럼 저자는 이 책에서 '과잉'을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안나 프로이트'와 '멜라니 클라인'의 영유아기 정신분석학 논쟁을 빌어 유아기 시기의 한 인간을 독립 주체로 보고 부모와 독립하는 과정을 철학적으로 대입하며 풀어간다. 그리고 '과잉'의 기준을 20세기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비교하며 풀어간다.  

 

과잉은 20세기에도, 19세기에도 그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상품이 과잉공급되고, 통화량은 팽창하고, 전쟁터에는 무기와 시체들이 넘쳐나고, 공장에서 죽어나가는 근로자도 생겨났다. 하지만, 저자는 당시 이렇게 넘쳐나던 과잉은 현재 우리가 말하거나 체감하는 것과는 다르게 해석한다. 그것을 과흥분이나 과몰입으로 보지 않았고, 공장에서 일하다 죽어도 그것을 '과로사'라고 해석 하지 않고, 혁명을 향한 '열정'이나 '희생'으로 해석되었다. 즉, 20세기 이전의 '과잉'은 '과잉'이 아닌 그것의 등장을 억압하고 지연시키기 위한 개념이나 수단을 갖춘 시대였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말이 곧 넘치는 것을 조절하기 위한 방법이 존재했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과잉은 '경계의 철폐'이다

 

그렇다면 과잉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저자는 '과소'가 아닌 '경계(threshold, limit)'를 과잉의 반대말로 보고 있다. 기준점 혹은 제한을 의미하는 '경계'는 그것을 통해 균형하고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앞서 저자는 '과잉'을 수량 개념이 아닌 '삶의 방식' 혹은 '존재 방식'으로 본다고 했는데, 그것과 연결해서 보면 된다. 즉, 저자가 말하는 과잉은 '경계'는 수량의 많고 적음이 아닌 기준점 혹은 제한을 무너뜨리는 것. 즉, 과잉은 기준점이나 제한이라는 경계를 없애버리는 것이 된다. 그럼으로써 사회 전체의 많은 질서를 변화 시켜 버린다. 마치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무엇을 취사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알 수 없게 되버리는 것처럼 넘처나는 많은 것들로 인해 경계가 무너지며, 우리는 거기에서 무엇을 해야 되는지 알수 없게되며 '판단력의 해체'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 과잉공급의 핵심은 더 많은 선택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선택이 좋고 나쁜지를 모르게 된다.

- 과몰입의 핵심은 더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집중하고 분산할지 모르게 된다는 데에 있다.

- 하이퍼미디어의 핵심은 더 진짜 같은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도록 하는 데에 있다.

- 과잉경쟁의 핵심은 경쟁이 목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

- 과로의 핵심은 더 많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더 하고 덜 하는지 모르도록 하는데에 있다.

- '칼퇴근'이란 말은 우리가 더 이상 경계 긋는 칼을 가지고 있지 못함을 지시한다. (p.26~27)


 

 

「과잉 시대」에가 만들어낸 폐해

 

과잉 시대에는 질환마저도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러 온다. TV를 켜면 연예인들을 통해 아주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질병 중 하나가 '공황장애'이다. 저자는 책에서 '공황장애의 대중화'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요즘이다. 저자는 '공황장애'를 미디어,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가 보편화되며 존재가 언제든 휘발될 수 있는 시대에서만 대중화하는 '무중력병(혹은 '무저항병')'이라고 소개한다. 예전처럼 권력이나 억압에 의해 짓눌리며 생기는 것이 아니다. 무대 위에서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마치 나 혼자만이 광활한 우주속에서 티클만한 먼지가 되는 것 같은 상태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공황장애, ADHD, 조울증과 같은 질병은 이제 신경학적 문제이기에 앞서 사회적 질환이기도 하다. 

 

 

「과잉 시대」에 무동기화 되는 범죄들 - '소거충동'


전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에 의하면 '프로파일러'라는 직책 또는 분야가 만들어진 계기를 설명할 때 '수요와 공급'으로 든다. 좀 더 쉽게 말하면 '필요성'의 문제이다. 미국 FBI의 프로파일러 창설과 한국의 프로파일러 창설 시기에는 30년이라는 기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도 우리도 프로파일러를 창설하기 전까지의 대부분의 범죄들은 범죄현장 등 범행 동기가 뚜렷했기 때문에 굳이 필요하지 않았었던 것이다. 저자의 해석을 여기에 이어 보면 20세기 이전(좀 더 구체적으로는 1990년대 중반 이전)의 범죄(자)들예게는 그들만의 경계가 존재했다고 본다. 사전에 범죄를 계획하며 도구와 범행 후 도주로를 준비하고, 범행을 하는 동기가 있었다. 그것이 치정이나 원한에 의해서여도 말이다. 그런데, 현재의 범죄(자)들에선 그런 경계를 확인할 수가 없다. 균형과 조절이 무너지며 범행대상도 즉흥적이고, 그나마 있는 계획도 허술하다 못해 현장에 버젓이 증거도 남기기도 하고, 어쩔땐 도주하는 것도 포기한다. 더 무서운 것은 무너진 그 경계는 범행 행위의 강도와 범위마저 조절할 수 없게 한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을 저자는 '소거 충동'이라고 말하고 있다.

 

'소거 충동'은 (범행)대상을 애초부터 없었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이 소거 충동이 범행 대상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아까지도 소거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범죄자 자신 조차도 범행을 외 하는지 스스로도 동기를 알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그런 와중에도 그들이 인증을 받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조금 헷갈렸던 것은 '인증'과 '인정'의 차이가 뭘까 하는 점이다. 이들에게는 '자기과시의 본능'이라는 것이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최근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사례들 그 중 n번방의 범죄자들을 보면 각 방을 찾아 몰리는 회원들을 마치 자기가 왕인냥 군림하며 피해자인 여성들과 회원들인 남성들까지도 손바닥 위에서 가지고 놀듯 왕놀이를 한다. 내가 왕이니 너희들은 그점을 인정하고 증명해 보이라는 것과 같은 의미에서 '인정'이 아닌 '인증'으로 이해해도 되는 걸까. 이러한 모든 현상들은 디지털 세상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소거와 리셋의 가능한 현상의 영향을 받은 특수한 충동유형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서는 때론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사건 취재기를 모은 책을 읽을때마다 "그래서 범행동기가 뭔데?"하며 정작 원인을 알 수 없어 답답했었던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아 씁쓸하면서도 조금은 후련하다.

 

 


 

 

결국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넘처나고 억압이 없어지고 경계가 철폐되며 기존의 질서가 무너진 세상 속에서 판단력을 상실한체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과잉의 주체'인 것이다. 보다 나은 미래를 살기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만들어낸 것들이 적절한 선에서 멈추지 못하며 결국엔 우리 스스로의 발등을 찍고 있는 형국인 것 같다. 저자는 서문에서 20세기 이전의 '과잉'은 '과잉'이 아닌 그것의 등장을 억압하고 지연시키기 위한 개념이나 수단을 갖춘 시대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 말이 곧 넘치는 것을 조절하기 위한 방법이 존재했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경계가 사라져 판단력을 잃은 지금도 보다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발버둥 치고 있다. 지금은 나쁜 것과 더 나쁜 상황 그 사이에서 사라져 버린 경계를 되돌리려는 최선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되지 않을까.

 

 

** 본 게시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8 댓글 2
종이책 과잉존재 리뷰 평점6점 | r*****5 | 2021.04.08 리뷰제목
언제 어디서 멈춰야 할지를 망각하는 새로운 시대증상 '과잉'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저자는 말한다. 과잉의 패러다임에서 모든 충동은 과잉충동이다. 알프리드 화이트헤드는 근대를 살았던 인간을 의미하는 '주체(subject)'에 대비시켜서, 우주론적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을 "자기초월체(su-perject)"라고 불렀다. 우리는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주체를 '과잉주체(hy
리뷰제목

언제 어디서 멈춰야 할지를 망각하는 새로운 시대증상 '과잉'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저자는 말한다. 과잉의 패러다임에서 모든 충동은 과잉충동이다.

알프리드 화이트헤드는 근대를 살았던 인간을 의미하는 '주체(subject)'에 대비시켜서, 우주론적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을 "자기초월체(su-perject)"라고 불렀다. 우리는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주체를 '과잉주체(hyperject)'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과잉주체는 주체가 아니다. 주체는 지난 세기 경계의 패러다임을 살아가던 근대적 인간이다. 그가 경계를 통해 누리던 행동과 생각의 조절방식 자체가 과잉주체에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니, 과잉주체는 주체처럼 행동하고 반응하지 않는다.

그는 과잉행동하고 과민반응한다.

과잉주체는 사유하지 않는다. 그는 과몰입한다.

과잉주체는 상상하지 않는다. 그는 과대망상한다.

과잉주체는 말하지 않는다. 그는 과장한다.

과잉주체는 관계 맺지 않는다. 그는 허이퍼링크한다.

과잉주체는 욕망하지 않는다. 그는 과흥분한다.

특히 이 과잉의 부작용은 SNS에서 극대화된다.

저자는 SNS를 닮아가는 사회란 조울사회라고 표현한다. 그것은 '좋아요'와 '싫어요'라는 극단적 이분법만으로 개인을 평가하는 사회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급성장하면서 모든 것이 과해졌다.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려 하고, 더 많이 누리려 한다. 끊임없이 더더더를 외치는 무리 속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왔고, 그 과정에서 과한 것이 과한지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러 가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들의 욕망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ADHD, 공황장애, SNS 조울증, 연쇄살인, 폭식증 등의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과잉이 만들어낸 부작용에 대한 저자의 일침은 경계를 잃고 폭주하는 기관차를 멈추라는 신호와 같다.

특히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며 이슈가 되고 있는 아동학대와 학교폭력, 살인 등은 과잉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세기를 지배하는 분노조절장애, 보복운전, 몰카, 악플, 디지털 성범죄, 아동학대 같은 묻지마 범죄에서 그런 균형과 조절을 찾기는 어렵다. 범행은 불필요한 과잉행동으로 나타나고 표적의 선택은 즉흥적이며, 계획은 있어도 허술하다. (......)

그들은 행동이 아닌 충동의 인간이다. 충동은 행동이 아니다. 행동은 경계를 지키지만, 충동은 경계를 부인하고 해체한다. (......)

연쇄살인은 적어도 때와 장소를 물었다. 기준과 한계를 묻는 사회였기 때문이다. 반면 충동 범죄는 때와 장소를 묻지 않는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오늘날 사회가 시공간의 한계도, 자아의 한계도, 아무것도 묻지 않기 때문이다. 과잉사회도 프로파일링되지 않는다. 과잉은 시그니처가 아니다. 연쇄살인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이 사회에 연쇄가 일어날 시공간 자체가 없다.

- 본문 중 -


 

그렇다면 우리가 과잉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신뢰다.

우리는 과잉의 시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아를 찾고,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 일회용으로 가볍게 지나치는 관계가 아닌, 진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나를 찾아가야 한다.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누렸고, 원했고, 잃었다. 이제 우리는 과잉의 시대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바라봐야 한다.

저자는 경고한다.

과잉은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니다.

그것은 경계를 잃고 비대해진 자아의 종말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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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과잉존재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t****s | 2023.10.28 리뷰제목
이상한 책을 만났다. 과잉존재라. 책관련 단톡방에서 누군가 이 책을 언급했던 것이 기억나 읽은 책. 포켓사이즈의 얇고 작은 책인데, 이상하다.   21세기는 과잉의 시대다. 슈퍼마켓의 상품이 넘쳐나고, 미디어도 다양화 되어 컨텐츠가 넘쳐난다. 뉴미디어 속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든 이가 컨텐츠다. 그런 컨텐츠는 ‘좋아요’를 통해 드러나고, 우리는 그 ‘좋아요’를 위해
리뷰제목

이상한 책을 만났다. 과잉존재라. 책관련 단톡방에서 누군가 이 책을 언급했던 것이 기억나 읽은 책. 포켓사이즈의 얇고 작은 책인데, 이상하다.

 

21세기는 과잉의 시대다. 슈퍼마켓의 상품이 넘쳐나고, 미디어도 다양화 되어 컨텐츠가 넘쳐난다. 뉴미디어 속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든 이가 컨텐츠다. 그런 컨텐츠는 ‘좋아요’를 통해 드러나고, 우리는 그 ‘좋아요’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한다. 모든 것이 넘쳐 흐르는 시대가 21세기라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과잉의 반대는 무엇일까? 단연코 과소는 아니다. 그자체가 수량이 아니다. 과잉의 반대는 ’경계‘다.  경계는 그 자체가 균형이고 조절이며 기준이다. 그렇다면 경계가 없는 과잉의 시대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변해갔는가를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그 시작은 ADHD다. 저자는 주의력결핍장애는 경계없는 현재에 감금된 것이라 말한다. 주의산만이 아니라, 앞으로 해야 할일을 지금하는, 그러니 미래가 없고, 오로지 현재만 존재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일을 해도 경계가 있었다. 회사 안과 밖, 시간 역시 출근과 퇴근이 있었다. 하지만 플랫폼 위에 있는 요즘은 집과 회사의 구분이 없고, 출퇴근 시간이라는 경계가 없다. 매 시간이 반복이고, 그러기에 시간은 순삭되었다. 매일이 동일한 오늘이고 지금이라는 것. 이런 것은 일에서만 나타나진 않는다. 사람과의 관계속에서도 누군가와 만나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 순삭되고, 예단한다. 진중함은 사라지고, 오로지 합리화나 등가성과 같은 개념만 남기에 오롯한 향락이나 대인기피의 양극단의 모습만 남는다. 

점점더 짧아지는 컨텐츠. 짧은 컨텐츠에 갖힌 우리. 어떤 단계나 나아가는 시간이나 방향이 없이 현재에 갇힌 우리에게 ADHD라는결과는 필연일지 모른다. 

 

이밖에도 공황장애, SNS조울증, 묻지마 범죄, 폭식증, 경계선 주권장애 등에 대해서도 과잉의 측면에서 논하는 저자의 글을 보며, 나는 경계가 없다는 상태, 진공에 떠있는 것과 같은, 주체를 잃어버린 그 상태가 주는  지금이 문득 두려워졌다. 무언가 부당한것 같은데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현재를 나아가고 싶은데, 나아가야할 방향을 잃은 현재는 나은 미래라는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지 조차 불투명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과잉을 벗어나는 주체가 되기위해선 아이러니하게도 현재라는 벽을 마주해야하고, 주체로써의 나가 완전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라는 글을 읽으며, 묘해졌다. 그러면 그건 좋은 건가.? 나라는 한계를 인식하는 것과, 나라는 한계를 인지하지 말고 나아가라는 현재. 아. 자아분열 올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이상했다. 맞는말인데, 그 말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닌가. 싶어서.

 

하지만 경계가 없는 과잉의 시대에서 분명 나는 방향을 잃었다. 지금의 내상황과 내 감정이 묘하게 책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에 더 몰입해서 읽은책. 

이상하다. 다시 읽어야지.

 

굿. 진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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