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문기자 이은선의 첫 에세이.
이 책은 영화와 요리가 어우러진 에세이다.
책 말미에 수록 영화 정보 28편이 나와있는데 본 영화도 있고 아직 보지 못한 영화도 있다.
이은선 기자님은 요리를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다. 본인이 먹을 음식 뿐만 아니라 지인분들에게 대접하는 것도 기꺼이 즐기는게 글에서 느껴진다.
28편의 짧은 글들과 더불어 직접 그린 일러스트도 정말 멋졌다. 내용과 잘 어울리는 느낌의 일러스트였다.
"내 글과 말이 누군가의 인생에 어느 정도의 깊이로 가닿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식탁에 차려낸 요리가 나 자신을 혹은 마주 앉아 있는 사람을 어느 정도로 기쁘게 만드는지는 즉각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요리와 불확실한 매일에 시달리는 내게 확실한 행복을 주었다"
오랫만에 재미있는 에세이를 읽었다. 원래도 요리 나오는 영화, 감성적인 영화를 좋아했는데 기자님이 추천하는 영화도 조만간 한편씩 도장깨기 해봐야겠다.
'영화와 요리가 만드는 연결의 순간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영화 전문기자였던 저자가, 영화 속에 소개되는
요리에 대해서 그 숨은 의미도 찾아보고,
본인의 일상 속에서 느꼈던 마음속 이야기도
진솔하게 풀어놓고 있는 에세이 도서이다.
영화의 장면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기에, 적지 않게 음식을 먹는
장면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는 물론 요리 경연을 주제로 한
특별한 영화도 있었지만, 유독 영화 중에서
상황에 맞는 요리들이나 식사하는 장면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꽤 많이 있다.
최근 예상치 못했던 팬데믹의 길고 지루한
파장이 오래도록 지속이 되면서, 공공장소를
찾는 일도 소원해지는 언택트 시기가 돼버렸다.
전에는 시간을 즐길 곳이 딱히 없으면,
자연스럽게 영화관을 찾기도 했던 일상 역시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있는지 오래다.
그동안 시간을 내서 극장에 찾아가는
개인적인 이유는, 그저 보고 싶은 영화를
커다란 스크린에서 관람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우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무엇보다도 티켓팅을
하면서 이번 영화는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
하면서 잔뜩 기대감을 가지고 극장에
가는 길 자체도 즐거움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에세이에서는
꽤 많은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영화를 보고 난 후에 함께 평도 나누어 보고
저자가 느꼈던 감흥에 함께 동화가 돼서
자연스럽게 스크린 속으로 빠져드는 듯했다.
영화 속 세상이 때로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보다도 더 현실 같기도 하고, 미쳐 우리가
만들지 못했던 삶을 대신 살아 보게도 된다.
음식을 먹는 과정 역시 빠질 수 없을 텐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만나는
당연한 기본 일상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각 챕터 별로,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주제와 연관을
지을 수 있는 대표적인 영화의 제목과 감독을
본문 도입부에 적어두고 있어서,
글을 읽다가 다시 한번 영화를 찾아서
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센스 있는 구성이었다.
그렇게 많은 영화 속에서 각 인물들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먹는 음식과,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알게 모르게 숨어있는 의미도
다시 찾아보는 재미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책의 말미에는, 본문에 소개되었던 영화들의
기본 정보를 별도의 색인으로 두었기에
따로 영화를 검색해 보기에도 어렵지 않았다.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책의 제목처럼,
영화 전문 기자였다가 프리랜서로 전향하면서
스스로 일을 만들고 찾아가는 힘겨움도
살짝 토로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삶을 살아가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차분하게 소개하고 있다.
최근 급속도로 변모하고 있는 영화 산업과
침체기에 대한 속내도 털어놓고 있는데,
그 와중에 또 다른 OTT 산업의 강력한 등장도
새로운 변수로 크게 작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저자 본인 주변의 지인들과, 일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도 나누어 보고 있고,
굉장한 변혁기에 직면하고 있는 영화 산업에
대한 전문적인 의견도 들어볼 수 있었다.
요즈음 다들 어려운 시기이기에, 생필품처럼
우리의 직접적인 생존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영화 산업이기에 더욱 힘겨운 상황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미래의 희망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전혀 무관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본문에 소개하고 있는
영화들 중에 상당수의 제목들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낯설기도 했는데, 행여 들어봤어도
미쳐 관람해보지 못했던 영화들도 꽤 많았다.
아무래도 음식에 대한 의미를 크게 담을 수
있는 내용의 영화들이기에, 흥미 위주의
오락 영화나 액션 블록버스터들과 같은
대형 영화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서인듯싶다.
영화 역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있고,
또 실험적인 독립 영화나 단편까지 친다면
정말 다양한 소재의 스토리가 넘치고 있다.
영화나 음악은 사람마다 좋아하는 취향이
각기 다를 것이고, 또 성장해오면서 그 시기에
느꼈던 감동과 느낌도 사뭇 다를 것이다.
사실 그동안 너무 좋아했던 영화도 상세한
대사 내용이나 때로는 줄거리도 혼동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그 영화를
다시 찾아서 보게 되면, 그 영화의 내용뿐 아니라
그 옛날 느꼈던 감동과 당시의 기분도
다시금 돌아오는 듯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본문에서 소개하는
영화의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
저자 역시 어린 시절부터 최근 지인들의 만남 등
그동안 걸어온 인생의 길을 되짚어가고 있다.
영화 속 만찬처럼 그럴듯한 요리를
준비하려다가, 그녀만의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손님을 접대해 보았던 유쾌한 경험과,
이제는 너무나 평범한 피자가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어릴 적 소중했던 추억도 꺼내보게 된다.
굳이 영화 업계에 종사하는 저자뿐 아니라,
평범한 우리들도 영화와 닮은 우리의 삶에
대한 잔잔한 이야기를 함께 소통할 수 있었다.
전체 스토리보다도 하나의 명대사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준 영화들도 많은데,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대사는 영화를
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너무나 강렬한
뉘앙스를 남겼던 대사가 아닌가 싶다.
...중략...
결국 옥수수튀김을 만들었던 날,
나는 <걸어도 걸어도>의 토시코 가족을
종일 떠올렸다. 잘 알고 지내던 가족의
레시피로 요리를 만든 기분이었고,
심지어 거기에서 향수마저 느껴질 참이었다.
누군가의 추억은 음식의 온기를 타고
머나먼 바다 건너
또 다른 누군가의 추억이 되기도
한다는 걸 새삼 실감한 순간이었다.
_P. 158
우리의 삶을 투영해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영화와, 또 반대로 영화를 통해서 우리의
삶에 녹여보는 상호 보완의 작용이 계속되기에
영화와 같은 삶을 살기를 여전히 꿈꾸고 있는가 보다.
'정성껏'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내게 음식과 요리는 일상적인 행위인 동시에 사람과 삶을 한층 더 정성껏 바라보게 하는 대상이었다. ... (중략)... 단순히 허기를 달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취할 때의 마음을 구별하게 한다. 한 그릇의 요리에 담긴 의미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_9p.
최근 들어 몸이 좋지 않아 책 읽기도 여의치 않은 몇 주를 보내던 차였다. <스크린>,<무비위크>, 중앙일보<magazine M>의 취재기자를 거쳐 프리랜서 영화 전문 기자로 활동하는 이은선이 이야기하는 영화와 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를 보는 시각을 조금 더 따스하고 내밀하게 생각하고 보게 된다. '어! 분명 봤던 영화인데, 이런 부분이 있었나?' 싶은 영화도 있고 관심이 가는 영화도 생겨 리스트업 해보기도 해보기도 했다. 음식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하지만, 영화는 개인 취향에 따라 그 편차가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음식과 영화가 이렇게나 잘 어울리다니... (감탄에 감탄을 하며 책장을 아끼며 넘기게 된다.)
전염병의 시대는 언제나 우리를 자유로운 일상으로 돌아가게 해줄까? 좋은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느끼는 여운을 느껴보고 싶다. 나를 위해, 또는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들인 요리는 일상을 가꾸고 유지하는데 중요한 만큼, 영화는 우리의 영혼을 위해 꼭 필요한 평생의 친구가 아닐까? '영화와 요리에서 발견한 매일을 지탱하는 순간의 온기' 따스하고 매력 가득 한 글이다.
전염병의 시대가 모든 것을 바꿨다. 영화관을 찾는 일일 관객 수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충격적 수치로 연일 바닥을 쳤다. 전 세계적 현상이었다. 공공시설마저 하나둘 문을 닫는 시기에 전 세계의 영화관들은 대책 없이 휘청였다. 그 안에서 누려왔던 '공통의 경험'이라는 말은 무색하게 느껴졌다. _64p.
2020년에 내가 무엇을 가장 크게 잃었는지 생각해 봤다.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마음과 시야의 크 기를 압도적으로 잃었다. 살아가는 이상 사회적 배경과 주변의 관계들을 말끔하게 제외한 ‘나’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 자꾸 ‘나’만 생각했다. 폭삭 주저앉으려는 산업 안에서 공포를 느낀 나, 1인 가구의 경제적 위기를 실감하는 나, 작아지는 나, 고립을 자처하는 나, 나, 나. 그러나 기실 이런 자의식은 그저 방어기제 이상의 그 무엇도 아닐 것이다. _69p.
인생에는 단맛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꼬운 순간들을 맞이할 때, 피로가 몸과 마음을 지배하려 할 때 즉각적인 처방전으로 이보다 유용한 건 찾기 어렵다. _80p.
스스로 돌봄에 있어 대충은 안 된다. 취향 때문에 식은 음식을 선호할 순 있어도, 누군가가 '차가운 국을 내놔도 언제나 불평 없는 사람'으로 나를 대하게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자존감을 지키는 비결은 결국 아주 사소한 선택들이 만들어낸다고 나는 믿는다. _2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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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