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궁금했는데 이유를 알고 나니 이보다 이 책의 주제와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제목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 트레시 맥밀런 코텀은 어려서부터 몸이 '두툼하다(thick)'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흑인들에게 몸이 두툼하다는 말은 비난이나 지적이 아니다. 이들은 살집이 많고 풍만할수록 매력적이고 아름답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백인들은 다르다. 특히나 여성들은 얼마나 말랐는지가 곧 미의 척도이기 때문에 가슴이나 엉덩이를 제외한 다른 신체 부위에 약간의 살집이 있기만 해도 비난거리가 된다. 이는 미국에서 흑인 여성으로 살고 있는 저자에게 이중 제약이 되었다. 흑인 남성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두툼한 몸매를, 백인 여성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깡마른 몸매를 가져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였다.
저자는 대다수의 흑인 여성들이 생애 전반에 걸쳐 이런 식의 문제 - 흑인 집단과 여성 집단에게 우호적인 존재가 되어야 하지만 성별과 피부색 때문에 결국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 어느 쪽과도 완전히 합일되지 못하는 - 를 겪고 있으며, 이는 흑인 여성들이 단순히 연애나 결혼 시장에서 비(非) 선호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끊임없이 차별받고 무시되는 문제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여성들이 법적, 정치적, 경제적 도전 없이 주장할 수 있는 자산은 아름다움뿐이다. (중략) 아름다움은 바람직한 자본이 아니다. 아름다움은 한 성별에 대한 억압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아름다움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의지에 반하여 그들을 제약한다. 아름다움은 돈이 들어가고 돈이 있어야 한다. 아름다움은 식민지화하고, 상처를 주고, 고통스럽고, 절대 만족을 모른다."
가장 끔찍한 건 사람 목숨이 달린 의료 현장에서의 차별이다. 실제로 저자는 임신 당시 백인 환자가 대부분인 병원에 갔다가 의료진으로부터 적절한 케어를 받지 못해 아이를 유산한 경험이 있다. 남성과 백인에 의해 아름다움을 평가받을 때만 유의미한 몸, 임신하고 출산할 때조차 무시당하고 차별당하는 몸을 가지고 사는 흑인 여성들의 삶을 보다 깊이 알 수 있게 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