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읽었던 어떤 책에서 이 책이 언급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터라 한 권의 책에서 인용된 책들까지도 다 읽어봐야겠다는 욕심이 많던 때라 기억해두고 있었죠. 게다가 전혀 몸의 자세나 건강과 관련이 없는 책이었음에도, 자세와 관련된 책이 인용되었다는 사실이 특이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 마침, 최근 예스24 북클럽에 이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기회로 읽게 되었죠.
기대했던 것보다도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제목만으로는 그저 자세에 관한 책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몸의 자세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한 고찰도 담겨있던 책이었지요. 책을 읽을 때마다 바르지 못한 자세를 교정하고, 늘 염두에 두게 되었던 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밑줄 긋고 싶은 보석같은 문장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 문장들을 읽으며, 나는 너무 몸을 함부로 낭비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삶을 너무 급하게만 살아온 것은 아닌지 하루 하루가 너무 바쁘기만 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수 있게 되었지요.
책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대부분의 우리는 평소에 자세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누가 자세에 관해 언급을 하면 그제서야 허리를 곧추 세우는 정도죠. 몸을 위한다는 의미에도 운동과 음식은 들어갈지언정 자세에 관해서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자세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삶이 끝날 때까지 몸은 저와 함께 한다는 것, 그래서 그 몸을 좀 더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죠(너무 당연하지만 또 너무 당연해서 평소에 생각하지 않는 부분이죠).
책을 읽다보니 몸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던 것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이, 우리가 어깨 아래로 두고 있는 이 팔이 한 쪽 당 평균 3~4kg이나 된다는 것. 즉 우리는 평균 6~8kg을 어깨 아래에 달고 다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충격적인 것은 평소에 그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즉 그 모든 무게를 어깨, 승모근이 도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깨와 승모근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고 승모근이 점점 더 붙어서 목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팔의 존재를 의식적으로 늘 생각하고 승모근을 아래로 떨어뜨리려 노력합니다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냥 평소처럼 걸을 때도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그 팔의 존재라는 것을 의식하며 바이올린 연주를 하다가 정말 팔이 이토록 무거운 존재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어깨는 가벼웠지만 악기와 활을 든 팔은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졌어요. 아, 그동안 이 팔을 어깨와 승모근이 들고 있느라고 너무나도 고생이 많았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우리가 머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머리가 아니라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머리란, 혀로 위를 탁 치면 닿는 그 입천장부터가 머리인 것입니다. 머리 또한 의식적으로 띄워야 한다고 합니다. 마치 머리에 풍선을 매단 것처럼 말이죠.
책을 읽다보면 사실 독자의 상상력을 요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서 있을 때는 머리에는 풍선을 매달고 귀는 쫑긋, 날개뼈에는 날개를 펼치고 엉덩이에는 꼬리를 달고 코 아래에는 은색 수염을 달아서 수염을 따라 미소 짓듯 해야 합니다. 앉을 때도 엉덩이에 있는 꼬리를 의식하고 엉덩이로 60%, 발로 40% 앉는다는 느낌으로 앉아야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시겠지만, 아마 책을 읽으시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따라하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그토록 자세가 중요한가 하니, 자세와 행동은 마음가짐과 태도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사실 위에서 조금 설명한 저 자세를 유지하려고 시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빠르게 동작을 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자세를 교정하면서 '좀 더 여유롭게 생각해야지', '좀 더 천천히 움직여야지' 하며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아직까지는 서툴고, 서두르고, 삐긋거리고, 허둥거리지만요. 그래도 이 책을 읽은 후에 의식적으로 자세와 삶의 여유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이 책은 단순히 자세 교정만을 위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통해 제 자신의 평소 자세뿐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했던 습관들, 삶의 자세에 대해 돌이켜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상상력을 다소 요하는 책이기는 하지만,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었던 책이었어요. 삶을 너무 바쁘게 재촉하며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면, 삶을 살아가는데 너무 지쳤다는 생각이 든다면 한 번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우리도 우리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몸을 함부로 쓰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움직임들을 무감각하게 해치우다 보면 어느 결에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까지 틀에 박히게 된다. 그 틀이 굳어지면 삶이 무감각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