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탐구로 학문 활동을 시작했지만 그녀의 삶을 바꾸게 한
굵직한 사건을 경험한 후로는
철학자로 불리길 거부하고 정치이론가를 자처한 한나 아렌트.
독일인에 가까운 정서를 지니며 자랐지만 성인이 되어 반유대주의를 접하고는
유대인의 정체성을 자각하게 됐다고 해요.
대학에 들어가 철학과 신학, 그리스어를 공부했고
이 시기에 스승이던 하이데거와 깊이 교류하다 얼마간 연인으로 발전하기도 했다지요.
이후에 현상학의 창시자 에드문트 후설과
실존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를 사사했을 정도로
한번쯤 들어봄직한 분들을 스승으로 두며 그녀만의 정치철학 입지를 다져 갑니다.
실제로 한나 아렌트는 히틀러가 집권한 1933년, 그녀가 20대 후반이었을 때
게슈타포에 체포되어 일주일간 감금당하기도 했고
유대인 박해 속에서 망명하는 등 유대인 탄압으로 고초를 겪은 후에
다시 미국 뉴욕으로 망명하면서 지금의 한나 아렌트라는 이름을 확실히 남기게 되죠.
고대 철학가들이 설파한 내용들에 근거해서
한나 아렌트가 중요시하는 정신의 삶에 대해
1부는 사유, 2부는 의지를 중심으로 그녀의 생각들을 펼칩니다.
정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직접적인 계기는 아무래도 아이히만의 재판에 참석했던 경험이었고
그것을 계기로 그녀의 말년에는 사유, 의지, 판단 문제를 탐구하는 데 전념했다고 해요.
푸른숲 <정신의 삶> 은 부제가 "사유와 의지" 입니다.
Thinking / Willing / Judging
한나 아렌트가 특히 말년에 집중했던 사유 / 의지 / 판단 이 세가지를
정신의 삶 3부작이라고도 일컫는데요.
사유와 의지를 이 한권에 묶어 넣은 것이고
판단에 대한 내용은 상대적으로 조금 차지하게 구성되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그녀의 정치적 체험에 관한 이야기 전체나
유럽의 사상적 전통 체계를 조명하기 보다는
과거의 역사를 어떻게 공평하게 판단할 수 있는가를 성찰함으로써
그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데 역점을 두었어요.
전체주의에 대한 체험과 특히 아이히만 재판은 정신의 삶에 대한
한나 아렌트의 정치 철학적 연구를 촉진시키는 직접적 계기가 됩니다.
그렇게 나온 책이 <전체주의의 기원>, 그리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과 <한나 아렌트의 말> 에 이어서 <정신의 삶> 책도 소장하게 되네요.
이 정도면 제가 한나 아렌트에 관심이 많긴 한거 같아요.
아직 제대로 독파하지는 못했지만 시간은 많으니까요. ㅎㅎㅎ
두고 두고 한나 아렌트의 생각을 책으로 만나게 될 날을 고대하며
설레임을 갖고 언젠가는 독파하겠습니다!!!
이 책은 인간의 활동적 삶의 관점보다 정신적 삶을 통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는 핵심을 갖고
다방면으로 인간의 사유와 의지에 대해서 접근합니다.
사유의 부재와 악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이히만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고 있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에서 나온 "악의 평범성" 처럼
아이히만은 신기하게도 너무나 정상적이며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그가 악한 사람으로 지금까지 이야기 되는 것은
확고한 이데올로기적 신념이나 특이한 악의적 동기를 갖고 행동한 것이 아니라
사유하지 않음으로 해서 악을 범했던 것입니다.
"사유하지 않음" 이 곧 악의 원인이었던 거죠.
이는 아이히만 이어서가 아니라 어떤 인간이라도
아이히만처럼 사유의 부재가 있을 때는 특정한 환경에서 사악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사실이 참 무서운 것이고
한나 아렌트에 의해 세상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악의 평범성" 이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한나 아렌트의 정치이론이 현실 정치철학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하죠.
한나 아렌트의 정치철학은 인간활동의 다양한 의미를 밝히는 데 중점을 두고 있고
사유하고 의지하고 판단하는 정신 활동을 무시한 삶은
진정한 삶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살고 있기 때문에 사유한다.
사유한다는 것은 진정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주의에 대한 체험과 아이히만 재판을 통해 상당한 충격을 받으며
정신의 삶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고
사유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서 죽기 전까지도 파고 들었던 한나 아렌트.
사유의 부재를 통해 전통적인 선악이론을 넘어서는 한나 아렌트의
기저에 있는 사유와 의지, 정신의 삶의 의미를 접할 수 있는 책이 될 것입니다.
내용이 많이 어려울 수도 있음을 미리 일러두는 바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렵다는 말이 읽기 불가능하다는 뜻도 아니겠지요?^^
한나 아렌트처럼 파고 들기, 우리도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