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아는 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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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아는 척하기

딱 한 권으로 끝내는 클래식 절대지식

리뷰 총점 8.8 (11건)
분야
예술 대중문화 > 음악
파일정보
EPUB(DRM) 18.00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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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클래식 여행을 이끌 도선사 - 클래식 아는 척하기 평점8점 | p*****7 | 2019.07.31 리뷰제목
나는 언제부터 클래식을 듣고 싶었나? 최소한 클래식 작품의 주요 악장을 듣고 작품을 맞추는 시험을 치뤘던 중고등학교 때나 아예 음악자체에 관심이 없었던 대학시절은 아니다. 서른 중반 즈음부터 오디오에 취미를 갖기 시작했으니 이 때부터 클래식에 조금이나마 눈길을 주었던 것 같다. 아직까지 세례조차 받지 않은 내가 인생 첫 클래식 타이틀 구매작품으로 헨델의 <메시아>
리뷰제목

  나는 언제부터 클래식을 듣고 싶었나최소한 클래식 작품의 주요 악장을 듣고 작품을 맞추는 시험을 치뤘던 중고등학교 때나 아예 음악자체에 관심이 없었던 대학시절은 아니다. 서른 중반 즈음부터 오디오에 취미를 갖기 시작했으니 이 때부터 클래식에 조금이나마 눈길을 주었던 것 같다. 아직까지 세례조차 받지 않은 내가 인생 첫 클래식 타이틀 구매작품으로 헨델의메시아를 고른 건 어떤 계기였을까? 바로크 스타일의 장중한 종교합창에 매료되었던 건지 아니면 학창시절 가입했던 카톨릭 동아리에서 풍기는 경건함에 익숙했음일까? <메시아이후로 꽤 많은 클래식 작품들을 구입하고 들었음에도 여전히 클래식을 안다고 하기에는 부끄러움을 느낄 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VI6dsMeABpU

헨델, 오라토리오 메시아할렐루야,  동영상 링크가 바로 걸리지 않아 URL을 적었음>

 

  이렇게 클래식에 무지하다는 지적 결핍증이 종종 나를 격하게 몰아 부칠 때면 뭔가를 채워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 잡힌다. 조급해진 결과 폭넓은 감상과 인터넷 탐색으로 지적 저변을 넓혀 나가는 노력 대신에  클래식 서적의 도움을 받아 성급하게 지식을 채우려고만 하는 못된(?) 습성에 매달리게 된다. 오디오 매니아 중에는 기기변경, 업그레이드에 매몰되어 음악을 감상하지 않고 소리 그 자체에 매몰되는 이들이 꽤 있다. 내 경우는  클래식을 귀로 체험하지 않고 눈으로 이해하려는 어리석음일 것이다. 비록 본말이 전도된 셈이지만 클래식 서적 리뷰에 도전하는 걸 봐서는 미미하게라도 독서의 성과가 있는가 보다. 

 

  그간 내가 경험한 클래식 서적은 크게 3가지 스타일이다. 1) 감상기를 곁들인 명곡, 명반 위주 해설과 작곡가 생애와 에피소드 소개.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2,3>, <이 한 장의 명반이 대표적이다. 2) 클래식 연대흐름에 따라 작곡가 생애와 주요 작품을 설명. 금난새의 클래식 여행>, <고희일의 클래식 이야기를 꼽을 수 있다. 3) 연주자 입장에서 주요 작품들을 악장, 악절 단위로 구체적인 해설.클래식을 변호하다가 최근에 발간되었다

 

  <클래식 아는 척하기는 두 번째 유형이다. 클래식 연대흐름을 따라 주요 시대별 음악사조와 시대를 이끌었던 주요 작곡가들의 활동과 이들이 클래식 발전에 끼친 영향과 공헌도를 설명한다. 일종의 클래식 연대사 입문서이다. 이 책의 목차를 봐도 쉽게 유추되는 전개방식이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내심 명곡, 명반의 해설, 에피소드와 클래식 연대흐름이 입체적으로 짜여졌기를 기대하였다. 그래야만 클래식을 아는 척하기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 욕심이었지만 225페이지의 짧다면 짧은 분량으로는 내 바램이 과욕이었을 것이다.

 

  클래식 연대흐름과 개략적인 역사를 설명한 이 책이 갖는 가장 큰 의의는 다른 책들과 달리 서양음악사의 기원과 최근의 동향까지를 치우침 없이 고르게 설명해 준다는 점이다. 현대적 관점에서 클래식 음악이란 바로크 시대부터 20세기 초중반 사이의 서양음악이다. 따라서 대부분 클래식 역사를 다룬 책들은 바로크 시대부터 20세기 초의 음악사조와 작곡가들을 소개하는데 중점을 둔다. 반면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포스트 모더니즘까지 고르게 설명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17세기말 존 블로우(pp.1~105), 비발디에서 바그너(pp.106~181), 말러에서 존 케이지, 스티브 라이히(pp.184~215) 순으로 구성되었다. 흔히 비발디부터 스트라빈스키까지를 클래식 음악으로 구분한다면 근 절반 가량의 분량을 클래식 이전의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  초기 바로크 시대까지 설명하는데 할애한다.

 

  클래식 연대를 이해하는 입문서임에도 쉽게 읽혀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바로크 - 고전주의 - 낭만주의 - 인상주의 - 러시아 국민음악 - 현대순의 음악사조 외에 고대 그리스부터 초기 바로크 교회음악까지 낯설은 시대의 처음 접할 법한 내용을 개념과 짧은 서술로 풀어내 이해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 책이 갖는 차별성이자 동시에 약점이다. 안타까운 점이 하나 더 있다. 일부 문구에서 번역이 좀 더 부드러웠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문맥상 부적확하게 옮겨졌거나 약간의 오역이 있다고 여기지는 건 혼자만의 착각일까?

 

  이런 연유로 이 책을 좀 더 수월하게 읽기 위해서 독자들이 부록 클래식 용어 아는 척하기를 먼저 일독하기를 권한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인터넷 지식백과에서 추가 검색하자. 예를 들어 책에서 피타고라스가 완전4, 완전5, 완전8도를 4:3, 3:2, 2:1의 숫자로 정의하였다고 소개한다. 책에서는 완전 4도의 비율이 왜 4:3인지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지식이 부족한 나로서는 검색을 하고 나서야 길이가 다른 두 개 줄의 비율이 4:3일 때 완전 4(-)의 화음이 이루어짐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 익숙해진다면 간과했던 사실을 새롭게 이해하거나 몰랐던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내용들은 무수히 많다. 아마도 저자는 이를 강조하기 위해 서명을 클래식 아는 척하기로 정했을 지 모르겠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고대 그리스인들은 음악에 인간의 영혼에 스며드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음악은 정신과 마음을 위한 교육이라 믿었다고 한다. 감정을 중시한 고대의 음악에 대한 관점이 조물주에 대한 절대신앙을 강조했던 중세음악에서 잠시 가리워졌을지라도 르네상스시대를 거치면서 되살아났다. 종교와 신의 속박에서 벗어나 고대 그리스 로마로의 회귀와 부할을 꾀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덕목은 인간 개성의 존중과 자유 추구였다. 르네상스 음악이 중세와 달리 표현의 자유를 찾아 곡의 음역대를 확장시키는 상상력을 발휘했다는 설명에 이르면 문득 훗날 제철 봄에 무르익어 꽃잎을 만개할 새순이 겨우내 움추렸다가 이제 막 터지는 장면이나 90년대 충격적으로 데뷔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을 떠올리게 된다. 슈베르트 작품을 들으면 그리스 이래로 음악에서 강조되었던 충만한 감정의 표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k_m85e_i18o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를 위한 소나타로스트로포비치 연주

 

  고대로 이어져 왔던 감정을 표현하고자 하는 열망이 바로크 시대에 이르러 정동설(doctrine of affections)*에 근거하여 인간의 감정을 곡에 담아 내려는 노력으로 이어졌음을 알려 준다. 정동설 이야말로 후대의 고전주의, 낭만주의라는 클래식의 전성기를 이끌어낸 원동력이다. 바로크 음악의 대표적 특징으로 통주저음, 화성, 대위법, 콘체르토, 꾸밈음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늘 바로크 음악은 수학이라고 표현한다. 바로크 음악을 듣자면 마음이 편해지고 다음 악절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규칙적으로 유추될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것들이 어쩌면 바로크 음악 역시 피타고라스 음률의 영향을 이어 받았던 탓이 아닐까 자문해 본다.

 * 정동설 :  슬픔, 기쁨, 분노, 사랑과 같은 정서들이 인간의 영혼에 발현되어있다는 이론 

 

  한편 서구문명의 암흑기라 할 수 있을 중세시대가 음악사에서 반작용으로만 작용한 것이 아니다. 이 시대의 기념비적인 사건 중 하나가 음악 기보의 발명이다. 인류가 기보를 손에 쥐게 됨으로써 그간 수없이 많은 음악들이 구전을 거치며 원작의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던 한계에서 벗어나 원곡을 기록할 수 있게 되어 이를 바탕으로 후대가 전세대의 유산을 계승 발전할 수 있게 되었다. 초기 기보법 네우라라 불리는 조그마한 기호를 적는 것에서 소박하게 출발하여 11세기 이탈리아인 귀도 다레초가 오늘날 기보의 근간이 되는 체계를 제시했으며 13세기에 음길이까지 기보하기에 이르렀다. 기보는 다성음악, 금속활자와 더불어 바로크 시대부터 발현된 클래식 전성기를 예비하였다. 음악에서 있어 기보는 프로메테우스의 불이다.

 

  이 책이 저술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클래식 음악사조에서 영향이 큰 작곡가를 선별하여 소개한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차이코프스키가 유독 빠진 이유이겠다. 낭만주의에서도, 러시아 국민음악 어디에서도 그가 소개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차이코프스키가 당시 러시아에서 드물게 서유럽의 고전주의를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즉 고전주의 형식과 낭만주의적 흐름을 '단지 계승'했다는 한계에서 과감히 제외했을 거라 추정해 본다. 비록 러시아 정서를 밑바탕으로 한 그의 음악이 러시아 국민음악에 영향을 주었을지라도 말이다.

 

https://youtu.be/-Jtzq55kcQI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정경화 연주

 

  도미 속의 도미라는 말이 있다. 도미 머리부분에서 도미처럼 생긴 뼈를 뜻한다. 일본에서 행운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클래식은 오늘날 서양의 고전음악을 의미한다. 그러나 19세기에는 대략 1750~1820년대의 음악을 고전주의로 간주했다. 고전주의 시대에 들어서고 나서야 비로서 전형적인 서양 고전음악으로서의 클래식이 형식적으로 거의 완성되었다. 후대 작곡가들에게 고전주의는 교과서와 같은  뼈대, 계승하여야 할 뿌리이자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고전의 고전인 셈이다. 21세기 들어 한국에서 말러가 대세이다. 왜 말러일까? 궁금하던 차에 2~3년전 처음으로 말러 교향곡을 감상하였다. 얼핏 듣기에 고전주의 작품에 비해 그의 교향곡 스케일이 훨씬 크게 느껴졌다. 이래서 말러, 말러 하는구나 정도로 여겼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말러가 베토벤을 계승하고자 하였고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여 대편성의 오케스트라를 구성하였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청력을 잃은 운명에 베토벤이 도전하였듯 고전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말러 이후로도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까지 다분히 이어지고 있다. 클래식이 시대의 변화에 맞게 적응하고 끊임없이 변모하는 좋은 사례이다.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열정은 언제나 환희와 감동을 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9OdIl8Tf4CI

베토벤, ‘합창 교향곡중 환희의 송가

 

  항구에 정박한 배가 출항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이가 있다. 바로 도선사이다. 도선사의 지휘아래예인선이 대형 선박을 항구에서 안전한 위치까지 이끌어 준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배들이 망망대해로 유유히 헤엄쳐 나갈 수 있다. 클래식 아는 척하기는 클래식 음악 감상에 있어 일종의 도선사이다. 경험 많고 항구를 잘 이해하는 도선사가 배를 이끌 듯 전공자로서 저자는 무한히 넓은 클래식의 바다를 이해하기에 꼭 필요한 유익한 내용들을 간결하게 소개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 필자에게 한 가지 숙제가 생겼다.  책에서 소개된 작품들 중 아직 감상하지 않은 곡들을 소장하고 있는 음원이나 유튜브로 전부 일청해 보는 것이다. 독자들도 이 책을 읽고 나서 가급적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면서 서서히 지식을 쌓고 안목을 넓힌다면 클래식은 그다지 낯설고 어려운 대상이 아닐 것이다. 독자들은 어느 틈에 자신 곁에 가까이 서 있는 인생의 멋진 동반자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3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7 댓글 67
종이책 음악사를 통한 클래식 다가가기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s****6 | 2019.08.04 리뷰제목
클래식을 사람들이 잘 듣지 않는 이유가 시간이 없어서라고 보통 말한다. 일반 가요는 길어야 4 ~ 5분인데 비해 클래식은 짧게는 20 ~ 30분에서 길면 1시간이 넘어간다(긴 클래식은 2시간도 훌쩍 넘긴다). 나 또한 클래식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클래식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다는 비발디의 '사계'를 비롯한 몇 곡이 다였다. 그런 내가 클래식에 입문한 것은 몇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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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을 사람들이 잘 듣지 않는 이유가 시간이 없어서라고 보통 말한다. 일반 가요는 길어야 4 ~ 5분인데 비해 클래식은 짧게는 20 ~ 30분에서 길면 1시간이 넘어간다(긴 클래식은 2시간도 훌쩍 넘긴다). 나 또한 클래식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클래식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다는 비발디의 '사계'를 비롯한 몇 곡이 다였다. 그런 내가 클래식에 입문한 것은 몇 년 전 운전 중 무심코 돌린 라디오 클래식 채널에서 글렌 굴드가 연주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청취하면서 부터였다. 그동안 내가 들어왔던(자연스럽게 눈이 감기던) 클래식과는 확연히 다른 피아노곡이었고 반복적인 구성인데도 지루하지 않고 활기가 넘치는 매력적인 곡이었다. 차 안에서 느낀 그 작은 감동 이후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시작으로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한 것 같다. 라디오 채널은 클래식 채널만 고정해 들었고 회사에서도 점심 식사 후 유튜브를 통해 클래식 음악을 1악장이라도 들으려고 노력을 했다. 덕분에 클래식에 대해 조금씩 귀가 뚫리게 되어 부담감 없이 잘 들을 수 있게 되었지만 아무래도 음악만 듣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클래식 지식에 대한 목 마름 같은 것이 있었다.

 

 라이언 앤드리스 글 조 리 그림인 <클래식 아는 척하기>는 그래서 내게 반가운 책이다. 책 한권으로 끝나는 클래식 절대지식을 표방한 책으로 클래식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하며 당시 주요 음악가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한정된 분량에 클래식 역사를 다루다 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주요 음악가들이 많이 빠져 있고 특히 음악가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에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술술 읽히는 책도 아니다.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아르스 노바나 무조, 바소 오스티나토 같은 용어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식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음악가와 음악 양식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 생소한 음악 용어만 잘 이겨내면 모임에서 클래식을 아는 척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클래식 아는 척하기>는 고대와 중세시대의 음악을 시작으로 르네상스 음악, 바로크 시대, 고전 시대, 낭만 시대, 20세기 음악 순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순서대로 읽다보면 클래식 역사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클래식 하면 떠오르는 시기가 17세기 음악의 아버지인 "바흐"시대 부터이다. 그 이유는 평소 우리가 많이 접하는 클래식 음악들이 17세기 이후 작곡가들인 바흐, 헨델, 모차르트, 베토벤 등이 작곡한 곡들이기 때문인데, 책에서 나오는 고대부터 음악사를 따라가다보면 현재 우리가 자주 듣는 클래식 음악에 영향을 주는 시기가 훨씬 오래 전부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대에는 음악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고대 그리스는 음악을 예술이 아닌 과학의 일부분으로 봤다고 한다. 특히 숫자와 수학적인 기능에 중점을 두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는 음악과 천문학이 수학의 수와 수적 비율과 연관돼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 당시 단순한 수학적 비율을 음악에서 완전4도(4:3), 완전5도(3:2) 등과 같은 완전음정을 정의하는데 사용했는데 오늘날 여전히 완전음정 분류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1,000년 이상 지속된 고대 철학의 중심지였던 그리스가 음악의 기초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

 

 뭐니뭐니해도 책을 읽다보면 오늘날 클래식에 영향을 끼친 각 시대별 음악양식과 음악가들이 가장 눈길을 끈다.

  중세시대의 역사는 교회의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였는데, 중세음악의 특징은 교회를 기반으로 시작과 발전을 한게 특징이다. 이 시대 중요 음악가를 꼽으라면 이탈리아 수도사였던 귀도 다레초로 수평으로 된 선들과 그 선들 사이에 일정한 공간을 둠으로써 음높이를 나타낼 수 있는 기보 시스템을 고안하여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오선보 기보 체계의 기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한편 콜로뉴의 프랑코는 1280년경 리듬을 기보할 수 있는 "정량기보법"을 고안하는데, 오늘날 사용하는 온음표, 2분음표, 4분음표, 8분음표, 16분표와 같은 기보 시스템의 기원이라고 한다. 이 외에 귀족과 왕족의 후원 아래 140여곡을 작곡한 14세기 기욤 드 마쇼라는 작곡가는 이전에는 작곡가들이 악보에 익명으로 남기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마쇼는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을 작곡하면서 자신의 악보를 만들었다고 한다.

 

 르네상스 시대로 넘어가면 예술가들에게 표현의 자유권을 보장하게 되면서 그동안 틀에 박혀 작곡을 하는 시기에서 작곡가들이 개성적으로 작곡을 하는 시기로 변모하게 된다. 특히 1450년경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에 의해 금속 활자가 만들어지면서 인쇄술이 발전하게 되어 음악 악보 인쇄술이 많은 사람들에게 악보를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을 뿐만아니라 오늘날 음정 조율 시스템의 기반을 만들게 된다. 르네상스에서 기억해야 할 작곡가는 조스캥 데 프레인데, 종교개혁자로 잘 알려져 있는 마르틴 루터가 죠스캥과 그의 음악에 대해 평가한 말이 그 당시 조스캥의 권위를 잘 보여준다 하겠다. "죠스캥은 음표들의 주인이다. 음표들은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다른 작곡가들은 "그들은 음표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중세시대와 르네상스 시대의 작곡가들은 내겐 생소하다. 솔직히 이름도 머리에 잘 안 들어온다. 모임에서도 이 시대 작곡가들을 모른다고 해서 클래식 문외한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음부터 나오는 작곡가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면 되니깐. 그래도 이 시대 작곡가들이 현재 클래식에 많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기억해야 할 작곡가들이기는 하다.

 

  후기 바로크 시대부터 우리가 잘 아는 작곡가들이 등장하게 된다. 우리에게 "사계"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비발디는 500곡 이상의 협주곡을 쓴 다작 작곡가로 알려져 있고, 음악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하나인 요한 세바스찬 바흐도 작곡가로서 가장 다작한 인물 중 하나인데 매주 교회에서 불러야 했던 세속음악인 칸타타 중 200개가 넘는 곡이 후대인들에 의해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매주 15분에서 30분 길이의 칸타타를 바흐는 어떻게 작곡할 수 있었을까? 바흐가 작곡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썼던 방법은 기존의 것을 고치거나, 전에 바흐가 만들어놨던 여러 음악적인 재료들을 다시 활용했다고 한다. 한편 조지 프리데릭 헨델은 오라토리오(오페라에 사용되는 무대장치, 장면, 연기와 같은 요소가 없다) 발전을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평생 교회 테두리 안에서 수많은 작곡을 했다면, 헨델은 영국에 거주하면서 영어 오라토리오 작곡을 통해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고 한다. 예전에 학교 음악시간에 배운 기억이 나는데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 헨델은 "음악의 어머니"라고 불렀었다. 그들의 삶을 보면 별칭을 정반대로 불러야 할 것 같다.

 

 18세기 후반 고전음악의 시대는 작곡가들이 왕이나 귀족 등 후원자의 여흥을 위한 음악을 만드는 것 외에도 대중을 위한 재미있는 음악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후원자와 대중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을 했다고 한다. 이 시대 중요 작곡가가 모차르트와 하이든인데, 둘 다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두 사람의 삶은 확연히 달랐다. 모차르트는 어린 나이부터 아버지 레이폴드의 혹독한 지도 아래 유럽 곳곳으로 연주 여행을 떠났지만 원하던 취직은 하지 못했고 젊은 나이에 사망할 때까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밤낮 없이 무리하게 작곡을 했다.(유작인 레퀴엠도 끝내 완성하지 못했다.) 이에 반해 하이든은 너그러운 음악 후원자였던 에스테르하지 가에서 대부분의 음악 인생을 보냈고 연금을 받고 퇴직 후 런던으로 떠나 음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특히 헨델의 <메시아>에서 영감을 얻은 후 그 유명한 <천지창조>를 탄생하게 된다.

 

 19세기 초 고전에서 낭만시대로 가는 시기에 꼭 기억해야 할 인물은 클래식 하면 딱 떠오르는 베토벤이다. 베토벤은 개인사로 볼 때 크게 3개의 시기로 분류할 수 있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자살도 생각했었고 청각을 잃는 등 작곡가로 시련이 왔지만 작곡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특히 <에로이카 심포니>와 <영웅 교향곡>은 혁명적인 작품으로 다른 교향곡에 비해 현저하게 길고 매우 광활하며, 교향곡의 제목과 내용은 영웅을 찬사하고 그 영웅의 위대함을 표현하는 극적인 서사를 다루었다고 한다. 베토벤의 작곡한 곡은 거의 다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교향곡 6번인 <전원 교향곡>을 제일 좋아한다. 귓병이 심해진 베토벤이 자연이 있는 하일리겐시타트에서 산책을 하며 작곡 한 곡인데 연주를 들으면 마치 새소리와 시냇물이 흐르는 느낌이 날 정도로 서정적인 곡이다. 그래서 봄이 오면 언제나 <전원 교향곡>을 자주 듣는다.

 

 책의 후반부는 20세기 전후기 낭만시대의 슈베르트, 슈만, 쇼팽, 리스트, 브람스, 바그너리안 등을, 20세기에 접어들어서는 구스타프 말러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인상주의 음악가인 드뷔스, 쇤베르크 등 주요 음악가와 그 당시 유행했던 음악 양식들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오페라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챕터 하나를 따로 두고 설명할 정도로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스트라빈스키의 작품들의 경우 20세기 음악사에서 기념적인 것들이라고 하는데 이미 3세대 뒤의 작곡가들에게까지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스트라빈스키 하면 "봄의 제전"이 떠오른다. 원시주의라 불리는 새로운 양식으로 초연했는데 초연 당시 충격을 받은 관중들이 거의 폭동을 일으켰을 정도라고 한다. 유튜브에서 "봄의 제전"을 찾아보면 인디언 부족같은 여성들이 풍요제사를 지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음악도 평소 듣던 클래식과 다른데 내가 봐도 초연 당시 관중들이 놀랐을 것 같긴하다. 그런데 이 작품이 현대음악의 시초가 되었으며, 가장 많이 연주되는 현대음악 작품들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스트라빈스키를 한 쳅터에서 다룬 이유는 그의 음악이 모든 현대 작곡가들에게 하나의 표본이 되었고 그 영향력이 지금까지도 미칠 정도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클래식 역사가 끝날 것 같지만 포스트모더니즘 등 그 이후 음악사에 대해서 소개를 하면서 <클래식 아는 척하기>는 끝을 맺는다.

 

 

 

 <클래식 아는 척하기>는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책이라기에는 조금 어려운 면이 없진 않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음악적 지식이 아예 없는 사람이라도 아주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아주 필수적인 상식들을 제공해준다고 했지만, 솔직히 음악 용어들과 바흐 이전 작곡가들은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에게는 생소하기 때문에 한번 읽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여러 번 읽어봐야 저자의 생각대로 클래식 아는 척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중간 중간 삽화가 조 리의 그림과 함께 부록으로 "클래식 용어 아는 척하기"에서 책 속 클래식 용어들을 설명해 주고 있어 이해를 돕고 있다.

 클래식 입문자의 경험으로 클래식과 친해지려면 우선 좋아하는 작곡가들의 음악을 익숙할 때까지 여러번 들어보자. 어느새 클래식이 편안해지고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것이다. 이때 <클래식 아는 척하기>로 이론까지 마스터한다면 어느 모임에 가서도 뒤처지지 않는 클래식 애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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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클래식 아는 척하기 - 라이언 엔드리스(글), 조 리(그림) 평점9점 | g*******7 | 2019.07.31 리뷰제목
취미를 묻는 말에 클래식 감상이라고 말하면 고상한 척하는 것 아니냐며 너스레를 떠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다양한 음악장르 중에서 유독 클래식에 대해서만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클래식의 역사를 떠올려보면 대부분 왕과 귀족 계층의 후원에 힘입어 음악가들이 활동할 수 있었기에 클래식에 고급이라는 이미지가 덧붙여서 그러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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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미를 묻는 말에 클래식 감상이라고 말하면 고상한 척하는 것 아니냐며 너스레를 떠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다양한 음악장르 중에서 유독 클래식에 대해서만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클래식의 역사를 떠올려보면 대부분 왕과 귀족 계층의 후원에 힘입어 음악가들이 활동할 수 있었기에 클래식에 고급이라는 이미지가 덧붙여서 그러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근본적으로 클래식에 대한 이해 부족이 주요 원인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요즈음 왠만한 가정에서는 아이들에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비롯하여 악기 하나 정도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더이상 클래식이 특정 계층이 누리는 취향과 연결짓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이제는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오히려 자유롭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요즈음 클래식과 관련된 다양한 책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 [클래식 아는 척하기]클래식을 발전 과정에 따른 역사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왜 클래식을 책으로 살펴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클래식을 많이 듣고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는 만큼 많이 보인다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는 클래식에도 유효하다. 음악회에 처음 갔을 때, 도대체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활이 아닌 손가락으로 직접 현을 퉁기는 모습을 보고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나중에 그것이 '피치카토(pizzicato)'라는 주법임을 알게 되었다. 즉, 바이올린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활로 현을 켜는 '아르코(Arco)' 주법 이외에도 '피치카토(pizzicato)'처럼 활을 사용하지 않는 주법도 존재하였던 것이었다. 이러한 기술적인 것 이외에도 클래식의 역사는 물론 음악가들에 대한 이해를 먼저 알고 클래식을 감상하게 된다면 그저 소리로서 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이 책 [클래식 아는 척하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전해주고 있는 것일까?

 

 먼저 클래식의 역사에 대한 흐름을 한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단순한 것 같지만, 이는 클래식 감상에 있어서 꽤 중요한 부분이다. 보통 클래식을 감상하다보면 우선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곡 또는 음악가 위주로 시작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점점 그 영역을 확장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클래식의 역사를 이해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 또는 곡이 어떠한 특징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가마다 자신만의 영감과 느낌을 곡에 담아내어 차별화를 보여주고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게 되면 일정 부분 그 시대의 사조(思潮)로 공통된 부분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든다면 작곡가 자신의 표현과 개인의 정체성에 중점을 둔 낭만주의라든지 우아함, 구속, 단순함 및 보편적 호소를 표현하려 했던 고전주의를 떠올린다면 그에 속한 음악가의 곡을 그러한 것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베토벤을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사이의 음악가로 보는데, 이는 각 시대에 해당하는 음악의 특징과 역사를 이해해야 비로소 공감하면서 그의 음악을 그러한 관점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바로크'라는 용어는 바흐와 헨델의 음악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고, 18세기 후반의 음악을 가리킬 때에는 '고전'이라는 용어가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모든 고전음악이 고전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역설이기도 하다.

 - p. 123 中에서 -

 클래식(고전)의 원래 의미는 시대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1990년대의 대중가요가 현재에 많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점은 클래식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준다. 그러나, 위의 대목을 보면 1750년대를 기점으로 등장한 '고전주의'로 인하여 이 시기를 제외한 다른 시기에 해당하는 클래식이 고전적이지 않다라는 역설을 보여준다. 일종의 말장난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이 대목에서 나타나는 것은 클래식이 시대에 따라 다양한 사조(思潮)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조는 세분화되면서 동시에 반복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클래식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두번째로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후기 바로크 시대(1700 ~ 1750) 이전의 음악의 발달 과정을 새롭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역시 감상으로만 클래식을 이해하려는 것에 대한 한계로 이해할 수 있다. 음악 전공자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아마 가장 과거의 음악가로 [사계] [화성의 영감]으로 잘 알려진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를 꼽게 된다. 바흐와 헨델도 그 이후의 음악가이니 비발디 이전의 음악가를 떠올린다는 것은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이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음악으로부터 시작하고 있으니, 우리는 대략 이 책을 기준으로 대략 분량의 반에 해당하는 후기 바로크 시대 이전의 음악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주로 즐겨듣는 음반 위주의 클래식에 대한 이해가 빚어낸 이러한 클래식 역사에 대한 이해의 단절을 바로 이 책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은 한번쯤 이 책을 읽어봐야 할 이유라 할 수 있다.

 

 세번째는 바로 잘 알려지지 않은 클래식의 형식에 대한 발전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 책에서도 그 시기에 해당하는 음악가에 대한 언급은 그리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죠스캥 데 프레(1450~1521)와 같이 르네상스 시대의 플랑드르 출신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가에 대한 짧막한 설명도 등장하지만, 그들이 작곡한 곡보다는 그들을 통한 클래식의 발전 과정을 다루고 있다. 기보와 악보의 발달, 성악과 기악의 관계, 종교음악과 세속음악에 대한 설명은 우리가 익숙해하는 클래식이 어떠한 과정으로 형성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음악의 기본 구성 요소를 살펴보면 이후 클래식의 사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창조와 재해석의 반복 과정을 보여준다. 시대에 따라 그 특징이 구분되지만, 그러한 특징 마저도 이전의 음악의 영향으로부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가령 로마의 예배의식에서 비롯된 '상투스'는 신의 거룩함을 찬미하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데, 훌쩍 세월을 뛰어넘어 모차르트의 [레퀴엠(Requiem)]에 포함되어 있는 것은 그러한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클래식이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면서 클래식이 역사에 대한 또 하나의 관점이 될 수 있음도 주목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역사에서 중세 시대가 종교에 많은 영향을 받아 굵직한 사건들이 일어났는데, 클래식 역시 종교음악이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부분이라든지 르네상스, 절대주의, 종교개혁, 인쇄혁명에 따른 음악의 변화는 그러한 의미를 뒷받침하고 있다. 절대주의의 상징인 루이 14세가 음악을 통한 공연으로 자신의 이미지인 '태양왕'을 이끌어낸 점이라든지 르네상스의 막이 오르면서 작곡가들이 자신의 음악에서 명료함과 구조적 측면을 참고하면서 음역대를 확장시키는 기술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점은 그러한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금속 활자가 책에 대한 대량 보급을 가능케 함으로써 대규모의 지식의 공유를 통하여 역사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음악 역시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우리는 아래와 같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금속 활자의 탄생과 음악 인쇄술의 발전은 르네상스 시대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꼽을 수 있다. 그 이유는 대량 제작과 복제, 그리고 유통까지 가능했기 때문이다.

 - p. 51 中에서 -

 

 음악의 고전이라 일컫는 클래식은 현재에도 여전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라든지 구스타프 말러는 확실히 과거 클래식과는 다른 면을 지향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고전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보통 고전이 과거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클래식은 과거는 물론 현재에까지 지속적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창조되고 있다. 그래서, 클래식을 역사와 결합하여 설명한 [클래식 아는 척하기]는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아는 척하기'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에서 솔직히 그 내용이 쉽다고는 할 수 없다. 한 권의 책으로 클래식의 역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부분을 다루고 있으니 용어부터 익숙하지 않다. 비록 책의 말미에 용어에 대한 설명들을 수록하고 있지만, 결코 아는 척하기를 위한 책은 아님에 분명하다. 책과 함께 그에 해당하는 음악가와 곡들을 들어보면서 그 의미를 떠올려야 비로소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야만 클래식에 대한 '아는 척하기'가 아닌 '앎'을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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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클래식 아는 척하기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g********r | 2019.08.04 리뷰제목
르네상스 음악의 발전은 인본주의 운동과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 15세기 이전, 작곡가가 개성적으로 작곡을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그러나 르네상스의 막이 오르면서, 예술가든은 표현의 자유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p.47)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 때는 클래식이나 뉴에이지 등의 연주곡을 즐겨 듣는다. 가사가 있는 음악을 들으면 그 가사에 집중하게 되어 오히려 독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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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음악의 발전은 인본주의 운동과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 15세기 이전작곡가가 개성적으로 작곡을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그러나 르네상스의 막이 오르면서예술가든은 표현의 자유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p.47)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 때는 클래식이나 뉴에이지 등의 연주곡을 즐겨 듣는다. 가사가 있는 음악을 들으면 그 가사에 집중하게 되어 오히려 독서를 방해하게 되기 때문에 방해 받지 않기 위한 음악으로 선택했다가 지금은 습관처럼 즐겨 듣는다. 그런 나를 아는 몇몇 친구들은 책과, 에스프레소와 클래식. “고오급진취미생활 하신다고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사실 클래식은 우리가 즐겨 듣지 않아, 또 그 용어들이 낯설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일 뿐 정확하게는 다른 음악들과의 수준차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말도 안 되는 가사에 이상한 옷을 입은 몇몇 가요들과는 수준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우리가 클래식에 대해 조금만 더 안다면 어렵고 고급스러운 곡이라는 느낌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      토카타라는 이름은 듣는 청자로 하여금 실재 인물로 만들어졌다라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기악음악은 리체르카레가 있다. 성악의 모테트와 이탈리아의 칸초네처럼 모방적인 기법이 많이 들어있는 게 특징이다. (p.80)


-      바흐는 비발디의 영향을 바다 오르간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도 했다. 그래서 비발디 협주곡에 들어있는 부분을 바흐의 프렐류드와 푸가에서도 들을 수 있다. (p.115)


-      도대체 바흐는 어떻게 매주 15분에서 30분 길이의 칸타타를 작곡할 수 있었을까? 바흐가 작곡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썼던 방법은 기존의 것을 고치거나, 전에 바흐가 만들어놨던 여러 음악적인 재료들을 다시 활용하는 것이었다. (p.118)





아기곰이 아직 샬롬이었던 무렵, 나는 주변사람들이 지겨워할 만큼 같은 음악 몇 가지를 무한 반복하여 들었다. 그 중 가장 손꼽히는 것이 추억의 그룹 SES 바다가 부른 내발을 씻기신 예수라는 곡과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6번 프렐류드, 이루마의 피아노 태교음반이었다. 당시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던 프렐류드를 이 책에서 만나며 반갑고, 그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는 묘한 마음이 들었다. (대부분 아시겠지만 프렐류드는 과거에는 전주곡-본 곡의 소품 같은 역할- 현대에는 독립된 소곡으로 표현된다.)





-      바로크라는 용어는 바흐와 헨델의 음악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고, 18세기 후반의 음악을 가리킬 때에는 고전이라는 용어가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모든 고전음악이 고전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역설이기도 하다. (p.123)


-      클로드 드뷔시는 말러와 슈트라우스 같이 바그너의 계보를 이어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드뷔시는 바그너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인상주의(미술의 인상주의와 유사하다) 음악이라 불리지만 실제로는 상징주의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p.189)


인상주의 라고 배워온 그가 상징주의라니. 다소 낯설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뒤의 내용들을 읽어보니 상징주의라고 불릴만한 까닭도 충분히 이해가 되더라. 드뷔시는 작품의 의미와 구조에서 이미지를 따와 표현했기에 인상주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는 말에 조금 놀라움이 들기도 했다. 또 이 책을 읽는 내내 잘 몰랐던, 혹은 알아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했던 클래식 용어에 깨달음을 느끼기도 했고, 전혀 다른 의미라 낯선 마음이 들기도 했다.








솔직하게 기록하자면 쉬이 읽어지는 책은 아니었다. 읽는 내내 쉬어 읽어야 했고, 찾아볼 게 많았다. 설명이 그리 친절하지도 문체가 그리 친절한 책도 아니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이 책을 완전히 숙지한다면 아는 척이 아닌 진짜 아는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읽으면 읽을수록 아는 척하라고 쓰신 책이 아님도 분명하고.  (저자는 아는 사람을 많이 만들고 싶으셨던 느낌) 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는 못했더라도, 평소 모르던 용어를 꽤 알게 되었고, 각 시대별 음악의 특징이나 역사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아, 오래 읽은 시간이 아깝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재미에 편중된 책을 읽다 간혹 이렇게 지식에 편중된 책을 읽으면(읽어내면) 마지막 장을 덮는 쾌감이 보통의 책보다 크다. 이 책은 마지막까지 읽어낸 보람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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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클래식아는척하기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2 | 2020.11.29 리뷰제목
클래식아는척하기. 클래식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접하기 어려운것도 사실이고, 아는 것도 별로없고, , 그러나 굳이 더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   막연히 좋아한다는 마음만 가지고 한 번씩 생각날 때만 듣던 음악인데, , 이런 책이 있어서 대여로 한 번 구매해보았습니다,  , 클래식에 대해서 좀 더 쉽게 접근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 높은 진립장벽을 이 책으로 낮춰볼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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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아는척하기. 

클래식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접하기 어려운것도 사실이고, 아는 것도 별로없고, , 

그러나 굳이 더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   막연히 좋아한다는 마음만 가지고 한 번씩 생각날 때만 듣던 음악인데, , 이런 책이 있어서 대여로 한 번 구매해보았습니다,  , 

클래식에 대해서 좀 더 쉽게 접근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 높은 진립장벽을 이 책으로 낮춰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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