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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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기담

리뷰 총점 8.8 (7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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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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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서평]고시원 기담-전건우 [소설]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b***8 | 2018.08.11 리뷰제목
첫인상어느 출판사 모임에셔였나 정모에서였나 전건우 작가를 직접 뵌 적이 있다. 책을 가지고 가서 사인을 받은 것도 아니고 직접 말을 붙인 것도 아니고 여러명 중에 하나로 어울려서 작가님은 어떻게 생겼나 구경했으니 나만 뵌 걸로. 생각보다 키도 크고 잘 생기셨다는 인상이 남아있었다. 작가 후기를 보고 처음 서울에 올라와 고시원에 살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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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

어느 출판사 모임에셔였나 정모에서였나 전건우 작가를 직접 뵌 적이 있다. 책을 가지고 가서 사인을 받은 것도 아니고 직접 말을 붙인 것도 아니고 여러명 중에 하나로 어울려서 작가님은 어떻게 생겼나 구경했으니 나만 뵌 걸로. 생각보다 키도 크고 잘 생기셨다는 인상이 남아있었다. 


작가 후기를 보고 처음 서울에 올라와 고시원에 살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읽고서는 인상과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 경험이 있었으니 이런 이야기도 나온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비빔밥


이토록 불분명한 장르가 있을까. 작가 조차도 자신의 장르를 설명할수 없기에 독자들이 붙여줬으면 한다고 했다. 고시원 각 방의 주인공마다 다른 장르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인데 초능력을 발휘하는 이방인의 이야기가 나오는 판타지 같은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무술 실력자이면서도 회사에 취직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평범한 사람인듯 무협지 주인공 같은 이야기도 있으며 곱상하게 생긴 여고생 같지만 아무도 막지 못하는 실력있는 킬러의 이야기도 존재하는가 하면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주인공도 존재한다. 


작가가 이렇게 각기 다른 장르를 표방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각각 다른 실력을 가진 방 주인들이 모여서 나중에는 괴물을 대항하게 되는데 그 때 자신들의 주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하게 된다. 각기 따로 볶여진 재료들이 밥위에 살포시 놓여서 아름다운 한 그릇의 비빔밥을 만들어 내듯이 말이다. 어찌보면 한국판 어벤져스라고나 할까.


비참한 현실


언젠가 어떤 사람이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불을 피해서 나온 사람들을 칼로 찔렀다는 그런 기상천외한 일이 사회면을 장악한 적이 있다. 그런 기괴한 사건을 놓칠수 없다는 듯이 작가는 이 이야기속에 집어 넣었다. 고시원을 배경으로 해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이토록 참혹한 설정이 어디있으랴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와는 다르게 약간의 희망은 잡아 넣었다. 


현실도 우울한데 이보다 더 우울할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던 작가의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벤져스라고 하지 않았던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결국 그곳에 살고 있는 방주인들은 힘을 합하기 마련이다. 단 한명의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서 말이다. 영화의 어벤져스들은 어떻게 악을 이겨내었던가 알 수 없다. 


그럴지라도


지금 여기 이 미래없어 보이는 고시원에 살고 있는 각 호실의 주인공들은 그래도 희망을 보았다. 적어도 괴물과의 전투에서 더이상 떨어질수 없는 악조건 속에서 살아내었으니 말이다. 목숨을 구한 이상 그들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지 않았을까. 오늘도 절망 가운데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생들에게 약간의 희망은 불어 넣어본다. 


비록 창문이 보이는 방은 3만원 더 비쌀지라도 그만큼의 희망은 존재하는 것이니그 창문만큼의 숨 쉴 여유라도 생기길 바라면서 말이다. 기담이라고 표명하고 있지만 이것은 기담이 아니라 우리네 현실이 아니던가. 고시원 현실. 그것이 제대로 된 제목일지도 모른다.


- 소설
- 공포소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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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고시원 기담』한 평짜리 공간, 그곳에도 사람사는 이야기가 있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18.09.06 리뷰제목
자유를 꿈꾸었던 20대때,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었다. 지금 같으면 원룸이나 고시원 같은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지만 그때는 그런 공간이 드물었다. 있더라도 다가구 주택의 방 한 칸을 빌려써야 했다. 겁이 많은 편이라 혼자서 방 한 칸을 빌려쓸 생각은 하지 못했고, 결국 희망 사항으로만 남았다. 아마 나도 그때 혼자 살았다면 원룸이나 고시원 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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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꿈꾸었던 20대때,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었다. 지금 같으면 원룸이나 고시원 같은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지만 그때는 그런 공간이 드물었다. 있더라도 다가구 주택의 방 한 칸을 빌려써야 했다. 겁이 많은 편이라 혼자서 방 한 칸을 빌려쓸 생각은 하지 못했고, 결국 희망 사항으로만 남았다. 아마 나도 그때 혼자 살았다면 원룸이나 고시원 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원룸은 호사고 고시원 생활부터 했으리라.

 

지방에 사는 나는 피부로 느끼지 못하지만, 공부하는 자녀가 있으면 서울의 노량진 학원가로 많이 보낸다. 그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고시원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월세에 따라 창문이 있거나 없거나의 차이라고 했다. 사실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여러 매체에서 보는 고시원 생활은 굉장히 힘들게 보였다. 창문 하나의 존재에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하는 말에 안타까움마저 느꼈던 게 사실이다.

 

소설가에서 중요한 것이 경험에서 우러나는 글쓰기일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좋은 글쓰기를 할 수 있지만 경험에 비할바 못된다. 작가가 처음에 서울에 올라와 고시원 생활을 했던 경험으로 이 소설이 탄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가 머물렀던 한 평의 공간, 그나마 창문이 있어 숨통이 트였다던 작가의 고백이 이 소설의 배경을 더 풍부하게 해주었다.

 

도시의 쇠락한 장소, 원래는 공문고시원, 즉 '공부의 문'이라는 이름으로 열었던 고시원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 자의 이응이 떨어져 '고문'고시원이 된 이곳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담은 게 이 소설이다. 많은 사람이 떠나고 3층에 고작 여덟 명의 사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고시원의 칸막이는 합판 하나가 다 였으므로 누군가 큰 소리로 울거나 아주 작은 소음이라도 크게 들리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유령처럼 살아간다.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게 없는 사람인듯 들어왔다가 살짜기 나가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유령처럼 살아가는 이들 답게 제대로 된 이름을 발견할 수 없다. 303호, 305호, 혹은 310호 등 방호수로 불릴뿐만 아니라 이름이 나와도 주로 성으로 불린다. 권이나 홍 혹은 정, 편, 최 이런식이다. 옴니버스 식으로 진행되는 여러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형식을 취했다. 분명 비어있는 공간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고 옆방의 남자에게 사랑 비슷한 감정을 느낄 정도로 서로 소통한다고 여겼으나 그가 죽은 사람이 밝혀지고, 고시원이 원래 많은 사람이 죽어나간 불길한 장소였음이 드러난다.

 

특이한 것은 고시원에 거주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말하는 옴니버스식 이야기 중간에 검은 고양이와 얼룩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고시원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고양이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고시원 터에 있었던고 고시원의 불길한 조짐을 일찌감치 눈치 채며 '야옹' 울음소리 하나로 모든 소통을 하는 존재들이다. 

 

나는 이 소설을 추리소설로 읽었다. 한국 추리소설은 내 취향이 아니라고 우기고 있었는데, 상당히 재미있었다. 불길한 존재와 비릿한 냄새를 피우는 뱀 사나이 혹은 얼음남이 나타날까봐 밤에 책 읽는데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공포스러운 내용이기도 했다. 하지만 각 개인에 얽힌 이야기는 자못 인간적이다. 빚때문에 죽지 못하고 매일 죽는 남자로 나오는 최나 외국인 노동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행동, 99번째 이력서를 쓰고 결국 취업의 문턱 앞에서 낙하산 때문에 주저 앉은 편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모두가 눈에 띄지 않게 유령들처럼 살아가는 그들이었지만 그들이 함께 뭉치는 순간 사람사는 곳이 된다. 말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그들은 누가 어디에 사는지 알고 있었으며 모르는 척 할 뿐이었다. 외로움이 짙은 이 공간에도 사람사는 곳이었다는 게 중요하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간다는 게 맞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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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고시원에는 고시생만 살지 않는다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n***8 | 2019.05.20 리뷰제목
한국에서 아주 작은 방은 고시원일지도 모르겠다. 감옥 독방은 한평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던데 고시원 방 하나가 한평 정도밖에 안 된다면 감방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런 곳에 침대와 작은 텔레비전 냉장고도 있다니. 상상하기 어렵다. 어렸을 때 한칸짜리 방에서 살아본 적 있지만 고시원 방보다는 컸다. 고시원이 어떤지 잘 모르기도 한다. 언젠가도 고시원이 배경인 소설 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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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아주 작은 방은 고시원일지도 모르겠다. 감옥 독방은 한평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던데 고시원 방 하나가 한평 정도밖에 안 된다면 감방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런 곳에 침대와 작은 텔레비전 냉장고도 있다니. 상상하기 어렵다. 어렸을 때 한칸짜리 방에서 살아본 적 있지만 고시원 방보다는 컸다. 고시원이 어떤지 잘 모르기도 한다. 언젠가도 고시원이 배경인 소설 봤는데 제목이 뭐였는지 잊어버렸다. 고시원이 배경인 소설 없었던 것 같다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구나. 고시원이었는지 독서실이었는지. 총무는 고시원에만 있을까. 그때 본 소설에도 총무가 나왔다.

 

 일본 소설을 보면서 집을 허술하게도 짓는구나 했는데 한국이라고 그런 곳이 없지 않다니. 내가 세상을 정말 모르는구나. 고시원 방은 방과 방 사이에 합판을 끼워서 방음이 안 되고 창문이 없는 곳도 있다고 한다. 창문이 없는 방은 얼마나 답답할까. 창문이 있으면 방값이 비싸다니. 그런 곳 짓는 것도 규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주인은 싼값에 큰돈을 벌려고 하겠지. 고시원 한다고 큰돈이 될지 모르겠지만. 고시원은 서울에만 있을까. 서울은 집값 방값이 아주 비싸다. 그래서 지방에서 서울에 가면 먼저 고시원에 방을 얻는 사람이 많겠지. 고시원 방에는 고시 공부만 하는 사람만 살지 않는다. 회사원, 학생, 술집 여자, 삐끼. 지금 말한 사람이 살았던 곳은 바로 이 책에 나오는 고문고시원이다. 본래는 공문고시원이었는데 태풍이 간판에 있던 ㅇ을 날려 버렸다고 한다. 거기에 맞고 사람이 죽다니. 공문고시원 터 때문일지 운이 없는 건지.

 

 지금은 고시원이고 사는 사람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고시원이 있는 터에서는 많은 사람이 죽었다. 처음에는 연탄불 생선구이촌이었는데 불이 나고 여러 사람이 죽고 다음에는 나이트 클럽을 지었는데 그곳을 열기 전날 불이 나서 또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 다음에 지은 게 바로 공문고시원이다. 지금은 고문고시원이지만. 1층은 상가고 2, 3층은 고시원이었는데 이제는 1, 2층은 비고 3층에만 사람이 살았다. 고문고시원이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겠지. 건물이 비어 있는 곳 무서울 것 같은데, 돈이 없는 사람은 바로 방을 옮기지도 못한다. 사람은 303 316 313 311 317 310호에 살았다. 예전에는 여관에 오랫동안 산 사람도 있는데. 그런 이야기도 떠오르다니. 한사람 한사람 이야기가 나오다가 고시원에 사는 사람이 힘을 합쳐 괴물을 물리치려고 한다. 물리쳤다기보다 살아남았다고 해야겠다. 괴물은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죽은 건지 사라진 건지.

 

 사람들 이야기에 고양이도 나온다. 고양이는 고문고시원에 사는 사람을 지키려고 거기에 있었던 건지도. 고시원에 사는 사람은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유령처럼 살았다. 옆방에 산다고 인사하고 사는 거 조금 멋쩍겠다. 그래도 누군가는 누군가한테 마음을 쓰기도 했다. 사람이기에 힘든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 거겠지. 공부하는 홍, 필리핀에서 돈 벌러 온 깜, 협객이 되려고 먼저 일자리를 구하려는 편, 스트레스 해소방에서 누군가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느라 날마다 죽는 최,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는 여자아이 정. 이렇게 쓰고 나니 고문고시원에 사는 사람은 별나구나. 실제 있을 수 있을까. 310호에 사는 사람을 빼먹었다. 그 사람이 바로 뱀 사나이, 얼음장 그리고 괴물이다. 괴물은 고문고시원에 쌓인 안 좋은 것들에 더 쉽게 물들었을지도. 어릴 때부터 사는 게 그리 괜찮지 않았는데 괴물은 그런 일이 없었다 해도 자신은 괴물이 됐으리라고 생각했다. 괴물이라고 했는데 사이코패스나 마찬가지다.

 

 정말 많은 사람이 죽은 곳은 안 좋을까. 터가 안 좋다는 말이 있기는 하다. 그건 풍수지리에서 안 좋은 게 아닐까 싶은데. 집 터가 안 좋아서 안 좋은 일을 겪는 사람이 아주 없지 않겠지. 고문고시원 사람은 그곳이 그렇게 좋은 곳이 아니어도 편하게 여겼다. 괴물이 무슨 일을 저지르려고 했을 때 그곳을 지키려고 했지만 불이 나서 달아나는 것밖에 못했다. 그래도 서로 돕는 모습은 보기에 좋았다. 한번도 말하지 않은 사람도 살았구나. 홍이 그 사람을 기억해 내고 구했다. 그 뒤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다른 곳에 가서도 비슷하게 살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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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타고난 이야기꾼 전건우의 호러 미스터리《고시원 기담》 평점10점 | r********a | 2018.08.20 리뷰제목
《고시원 기담》     2014년《밤의 이야기꾼》으로 알게 된 ‘전건우’ 작가의 신작이 발표되었다. 출간 전 연재로 흥미를 불러일으키던 《고시원 기담》은 한번 손에 들면 놓기가 힘들 정도로 몰입도가 좋다. 그만큼 재미있다는 이야기. 소설가는 이야기꾼이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작품이 아닌가 한다.   소설은 작가의 사회초년생 시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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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기담》

 


 

2014년《밤의 이야기꾼》으로 알게 된 ‘전건우’ 작가의 신작이 발표되었다. 출간 전 연재로 흥미를 불러일으키던 《고시원 기담》은 한번 손에 들면 놓기가 힘들 정도로 몰입도가 좋다. 그만큼 재미있다는 이야기. 소설가는 이야기꾼이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작품이 아닌가 한다.

 

소설은 작가의 사회초년생 시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창작되었다. 취직을 해서 처음 서울로 올라가 수중에 돈 한 푼이 없어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고시원 생활은 어쩌면 슬픈 과거일 수도 있지만 이런 작품을 탄생시킨 소중한 자산이 되기도 하였으니 어쩌면 고마운 경험이 되지 않았을지. 창문이 있는 방은 3만원 더 비쌌다지만 나였어도 그 방을 선택했을 것 같다.

 

소설의 배경은 몇 번의 화재와 부도로 주인이 여러 번 바뀐 ‘고문 고시원’이다. 원래는 ‘공문’ 고시원이었으나 태풍이 ‘o'을 가져간 뒤로 아예 이름이 바뀌어 버린 것. 화재나 부도도 그렇지만 그 건물을 산 사장들이 죽거나 감방에 들어가고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에다 주변 상권의 몰락으로 정말 을씨년스러운 곳이 된 데다 사장이 고시원을 허물겠다 발표한 후 이제 8명만이 3층에 모여 살고 있는 곳이 되었다.

 

소설은 챕터마다 입주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 유일한 낙인 행시 준비생<그 남자, 어디로?>의 홍, 일하던 공장에서의 사고로 뜻하지 않게 초능력을 얻게 된 필리핀 이주 노동자 <오캐이 맨>깜, 무협지를 좋아하고 무술을 익힌 취업준비생 <취업 무림 패도기>의 편, 빚 때문에 도망을 다니다 매일 사람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는 일을 하는 <매일 죽는 남자> 최, 킬러 아버지의 뒤를 이어 소녀 킬러로 활동하는 <사투 소녀>의 죽음의 천사 정, 319호 팽귄맨, 305호 노랑머리, 그리고 310호 뱀 사나이와 말하는 고양이까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고시원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와 무서운 비밀에 다다르게 된다. 각자의 이야기도 미스터리로써 완결성을 갖지만 각자의 이야기들은 결국 ‘뱀 사나이’에 다다르게 되고 고시원으로 모이게 된 그들은 위험을 알면서도 서로를 위해 절대 악에 맞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이름은 알 수 없이 성과 별명으로만 표현되는 사람들은 한국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들을 모아 놓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비록 이름이 없는 그들이라도 자신들만의 꿈이 있고 달달한 로맨스와 정이 있다.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살다가 그들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휴식처인 고시원, 그리고 그 곳에 자리 잡은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자기 자신을 희생한다. 마지막 대결장면은 그래서 더 스릴이 넘쳤다.

 

역시 작가는 ‘이야기꾼’이다. 이 세상에 함께 살면서도 그 곳에 존재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엮어낼 수 있다는 게 참으로 놀랍다. 그래서 소설은 정말로 ‘전건우’ 답다. 하나의 작품 안에 미스터리, 호러, 스릴러까지 다양한 장르를 전혀 위화감 없이 버무려 놓을 수 있고 끔찍한 내용이지만 ‘말하는 고양이’처럼 귀엽고도 비장한 존재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것도, 캐릭터들이 너무나 유머러스하고 사랑스럽다는 것 또한 이 소설의 매력이다.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어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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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복합장르의 매력과 시원한 결말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d****i | 2018.08.14 리뷰제목
역시 여름에는 기담, 괴담 이런 책들이 끌린다.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할 것 같은 "고시원"이라는 공간이 "기담"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방 호수로 구분된 각 이야기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루어진다.303호는 공무원 시험준비만 몇 해째 하고 있는 공시생이 살고 있고, 316호는 필리핀 노동자로 어느날 우연한 사고로 초능력을 갖게 된다. 313호는 아버지로부터 무술을 연마하고, 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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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여름에는 기담, 괴담 이런 책들이 끌린다.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할 것 같은 "고시원"이라는 공간이 "기담"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방 호수로 구분된 각 이야기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303호는 공무원 시험준비만 몇 해째 하고 있는 공시생이 살고 있고,
316호는 필리핀 노동자로 어느날 우연한 사고로 초능력을 갖게 된다.
313호는 아버지로부터 무술을 연마하고, 협객의 정신을 갖고 있는 취업준비생이 살고 있고,
311호는 돈을 받고 스트레스 해소를 시켜주는 곳에서 살인 피해자 역할을 하는 일명 "매일 죽는 남자"가 살고 있고,
317호는 킬러 소녀가 살고 있다.
그리고 310호는 바로 그가 살고 있다.

각 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이 다양하고, 이야기마다 다양한 장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기담 장르도 있고, 판타지 장르도 있고, 무협도 있고, 액션도 있고, 공포도 있다.
이야기가 넘어갈 때마다 각 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면서 화자가 되고, 점점 한 곳으로
310호 그를 향해 모이게 된다.
각 방의 사람들이 힘을 합쳐 뱀 사나이, 얼음장, 괴물, 유령들과 맞설 때는 정말 아슬아슬하기도 했고,
모든 것이 비틀어지고, 엉망이된 고시원에서 그들이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피투성이가 되고, 죽을등살등 싸우는 그들을 보면서 배경만 고시원일일뿐이지 그냥 현실을 보는 것 같았다.

결말로 갈수록 "같이 가자, 같이 가자"라는 지옥의 말이 계속 들리면서 몰입감도 높아졌고,
시원한 결말이 만족스러웠다.
나 혼자 살기 바쁘고, 이웃이 누군지도 모른채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이렇게 위험에 처한 상황에 놓인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 힘을 합칠까?
도움을 주거나 힘을 합치기는 커녕 혼자 도망가기 바쁘지 않을까?
비록 현실에서는 씁쓸할지라도 이렇게 소설에서는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다.
인간 이하의 악마도 많지만, 가끔은 "그래도 따뜻한 세상'이라며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사람들도 많기에 참 다행인 것 같다.

다양한 장르의 맛을 볼 수 있는 옴니버스 구성이 매력적이였고, 그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지는 결말 또한 마음에 들었다.
소설의 재미를 다양하게 느낄 수 있었던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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