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시장 통에 자리한 고문고시원 1990년대 불어 닥친 고시원 열풍에 편승해 지어진 고문고시원의 원래 이름은 공무고시원이었다 공부의 문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었으나 어느 날인가 공자 밑의 이응이 떨어져나가 고문고시원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고시원 원장의 저가 전략에 힘입어 다양한 사람들이 고문고시원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시설이 낙후되면서 곧 하나 둘 떠나게 되고 원장이 고시원을 허물겠다고 발표한 이후에는 대부분이 방을 비워 지금은 단 여덟 명만이고문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다 고문고시원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살아간다 마치 유령처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된 그들은 각자의 방에 틀어박혀 한 평짜리 삶을 이어가고 있다
고시원 기담은 유령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옴니버스 구성으로 전개되는 이들 각각의 이야기는 추리 SF 무협 스릴러 등 서로 다른 장르를 통해 저마다의 색으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들의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마지막에 하나의 사건과 이야기로 합쳐지고 거대한 음모와 맞닥뜨리게 되면서 기적 같은 순간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한국사회의 축소판과도 같은 고시원이라는 공간을 가져와 이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장르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풀어낸다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겨나고 유령이 돌아다니는 등의 기이한 사건들은 작가의 묵직한 현실 인식과 주제 의식 위에서 단단한 현실성을 갖추고 다양하게 변주된다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묵직한 주제의식과 마주하게 된다
한국에서 아주 작은 방은 고시원일지도 모르겠다. 감옥 독방은 한평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던데 고시원 방 하나가 한평 정도밖에 안 된다면 감방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런 곳에 침대와 작은 텔레비전 냉장고도 있다니. 상상하기 어렵다. 어렸을 때 한칸짜리 방에서 살아본 적 있지만 고시원 방보다는 컸다. 고시원이 어떤지 잘 모르기도 한다. 언젠가도 고시원이 배경인 소설 봤는데 제목이 뭐였는지 잊어버렸다. 고시원이 배경인 소설 없었던 것 같다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구나. 고시원이었는지 독서실이었는지. 총무는 고시원에만 있을까. 그때 본 소설에도 총무가 나왔다.
일본 소설을 보면서 집을 허술하게도 짓는구나 했는데 한국이라고 그런 곳이 없지 않다니. 내가 세상을 정말 모르는구나. 고시원 방은 방과 방 사이에 합판을 끼워서 방음이 안 되고 창문이 없는 곳도 있다고 한다. 창문이 없는 방은 얼마나 답답할까. 창문이 있으면 방값이 비싸다니. 그런 곳 짓는 것도 규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주인은 싼값에 큰돈을 벌려고 하겠지. 고시원 한다고 큰돈이 될지 모르겠지만. 고시원은 서울에만 있을까. 서울은 집값 방값이 아주 비싸다. 그래서 지방에서 서울에 가면 먼저 고시원에 방을 얻는 사람이 많겠지. 고시원 방에는 고시 공부만 하는 사람만 살지 않는다. 회사원, 학생, 술집 여자, 삐끼. 지금 말한 사람이 살았던 곳은 바로 이 책에 나오는 고문고시원이다. 본래는 공문고시원이었는데 태풍이 간판에 있던 ㅇ을 날려 버렸다고 한다. 거기에 맞고 사람이 죽다니. 공문고시원 터 때문일지 운이 없는 건지.
지금은 고시원이고 사는 사람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고시원이 있는 터에서는 많은 사람이 죽었다. 처음에는 연탄불 생선구이촌이었는데 불이 나고 여러 사람이 죽고 다음에는 나이트 클럽을 지었는데 그곳을 열기 전날 불이 나서 또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 다음에 지은 게 바로 공문고시원이다. 지금은 고문고시원이지만. 1층은 상가고 2, 3층은 고시원이었는데 이제는 1, 2층은 비고 3층에만 사람이 살았다. 고문고시원이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겠지. 건물이 비어 있는 곳 무서울 것 같은데, 돈이 없는 사람은 바로 방을 옮기지도 못한다. 사람은 303 316 313 311 317 310호에 살았다. 예전에는 여관에 오랫동안 산 사람도 있는데. 그런 이야기도 떠오르다니. 한사람 한사람 이야기가 나오다가 고시원에 사는 사람이 힘을 합쳐 괴물을 물리치려고 한다. 물리쳤다기보다 살아남았다고 해야겠다. 괴물은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죽은 건지 사라진 건지.
사람들 이야기에 고양이도 나온다. 고양이는 고문고시원에 사는 사람을 지키려고 거기에 있었던 건지도. 고시원에 사는 사람은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유령처럼 살았다. 옆방에 산다고 인사하고 사는 거 조금 멋쩍겠다. 그래도 누군가는 누군가한테 마음을 쓰기도 했다. 사람이기에 힘든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 거겠지. 공부하는 홍, 필리핀에서 돈 벌러 온 깜, 협객이 되려고 먼저 일자리를 구하려는 편, 스트레스 해소방에서 누군가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느라 날마다 죽는 최,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는 여자아이 정. 이렇게 쓰고 나니 고문고시원에 사는 사람은 별나구나. 실제 있을 수 있을까. 310호에 사는 사람을 빼먹었다. 그 사람이 바로 뱀 사나이, 얼음장 그리고 괴물이다. 괴물은 고문고시원에 쌓인 안 좋은 것들에 더 쉽게 물들었을지도. 어릴 때부터 사는 게 그리 괜찮지 않았는데 괴물은 그런 일이 없었다 해도 자신은 괴물이 됐으리라고 생각했다. 괴물이라고 했는데 사이코패스나 마찬가지다.
정말 많은 사람이 죽은 곳은 안 좋을까. 터가 안 좋다는 말이 있기는 하다. 그건 풍수지리에서 안 좋은 게 아닐까 싶은데. 집 터가 안 좋아서 안 좋은 일을 겪는 사람이 아주 없지 않겠지. 고문고시원 사람은 그곳이 그렇게 좋은 곳이 아니어도 편하게 여겼다. 괴물이 무슨 일을 저지르려고 했을 때 그곳을 지키려고 했지만 불이 나서 달아나는 것밖에 못했다. 그래도 서로 돕는 모습은 보기에 좋았다. 한번도 말하지 않은 사람도 살았구나. 홍이 그 사람을 기억해 내고 구했다. 그 뒤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다른 곳에 가서도 비슷하게 살지도.
희선
표지나 제목만 보고는 상당히 오싹하고 고요한 공포를 예상했다. 일본 공포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서늘한 공포 말이다. ‘기담’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도 그런 예상에 한몫한 것 같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당히 자유분방(?) 한 이야기였다. 심지어는 공포가 아닐 수도 있겠다. 공포의 탈을 쓴 복합장르라고 해야 할까.
《고시원 기담》은 장르를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인데, 이 작품을 읽은 독자들이 각자 생각하는 장르를 붙여줬으면 하는 마음에 이런 구성으로 글을 썼다. p. 427, 작가 후기
되게 새로운 걸 만들어 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전에 없던 새로운 장르를 창조해낸 건 아니다. 정확히는 작가가 해보고 싶은 장르를 다 욱여넣은 느낌? 코믹함을 바탕으로 추리(그냥 흉내만 내고 있지만), 초능력, 무협, 도시괴담, 킬러라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단편집처럼 엮였다. 굉장히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고 장르가 서로 너무 달라서 옴니버스 이야기 같다. 모든 이야기가 마지막에 공포로 묶이기는 하지만, 각 편의 아이디어들이 많이 휘발되고 있어서 결말의 필연적인 느낌은 덜하다.
결과적으로 상당히 애매해졌다. 공포인가 싶으면 다른 장르의 비중이 훨씬 많고, 사회풍자극인가 싶으면 그런 것치고는 장난스럽다. 생각 없이 웃기에는 불편한 지점이 많고. 가볍게 시간 때울 킬링 타임용 장르소설? 그 정도가 적당한 분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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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소용돌이>는 스티븐 킹의 <그것>에서 큰 틀을 거의 그대로 옮겨 오는 한계를 보였었다. 이번에 <고시원 기담>까지 보고 나니, 작가는 장르소설의 큰 구조를 짜는 데 아직 자신이 없는 것 같다. 일종의 단편집 같은 구성으로 이뤄진 장편소설을 선택했는데, 어쩌면 단편에 더 강한 장점을 살리면서 장편을 쓰기에 최적화된 구조를 찾아낸 건지도 모른다. 물론 구조를 그대로 베껴 온 전작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를 보여준다. 돌파구를 찾아내려는 작가의 노력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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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으로 들어가 보면 상당히 촌스러운 느낌이 있다. ‘다방 아가씨’라든지, ‘커피숍’이라든지, 고전 탐정소설과 무협소설 속 인물과 어휘들이 난무하고, ‘책 대여점’까지 등장한다. 물론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굳이 저런 어휘를 써야 했을까 싶은 느낌은 있다. 현재라는 생각보다는 과거의 어떤 지점에 멈춰진 시간대 같았다. 어쩌면 변두리 서울에 대한 편견 같기도 하고.
어휘에 대한 문제는 첫 챕터인 ‘고문 고시원’에서 도드라지는데, 어휘나 표현에 있어서 상당히 저열한 느낌이다. 작가의 야심찬 기획임을 감안했을 때 오프닝의 문장들이 너무 성의 없다.
‘브라자나 빤스’(p. 9)라는 어휘 선택이나, ‘산타 모자를 쓰고 비키니를 입은 여자의 가슴 부위가 동그랗게 타 들어간다 싶더니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p. 11) 같은 묘사는 불쾌하라고 쓴 것 같다. ‘즉사(卽死). 방금 전까지 철권의 연속기를 외우고 있었을 소년의 머리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p. 18), 그리고 가스 마시던 양아치가 옥상에서 떨어지는 부분(“사이어인이 쳐들어왔다!" 양아치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무공을 할 수 없었던 그는 무릎으로 착지했고, 척추가 파열되는 동시에 혀를 깨물어 평생 앉은뱅이와 벙어리로 지내게 되었다. p. 19)은 죽음에 대한 지나친 장난스러움이 느껴져서 거북했다. ‘김치는 중국산으로, 발로 담근 듯한 맛이 난다.’(p. 23) 같은 표현은 프로 작가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발로 쓴 것 같은’ 문장이었다.
한결같이 일부러 불쾌하게 만들려고 작정해서 쓴 느낌이다.
이것은 먼저 말했던 장르적인 애매함이 불러일으킨 문제가 아닐까 싶다. 사회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공포이면서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유머러스한 잡탕 장르물을 한 작품에 넣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예 ‘펄프 픽션’같은 싸구려 장르 소설을 지향했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훨씬 노골적이어야 했겠지만.
오프닝에서 이렇게 광선동 사람들을 아무렇게나 굴려놓고 엔딩에서 그들을 보듬는 것처럼 매듭짓는다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지막까지 장르적으로 애매한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작가 후기에서 작가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도 같다.
그러니까 이건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위해서 다양한 장르를 빌려 왔을 뿐이다. p. 427, 작가 후기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로 장르적 문제를 어물쩍 넘어가는 건 아닐까. 일정한 톤으로 장르들을 엮어내지 못한 것을 변명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저열한 어휘와 묘사들이 분위기 조성을 하고 있기도 하다. 저열함이 공포라는 장르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다른 장르였다면 단점으로 불거져 나왔겠지만-전체적인 분위기 속에 묻혀 눈에 띄지 않는 편이다.(물론 공포 소설을 저열한 어휘로 써야만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봐도 처음 책을 펼친 독자 입장에서는 첫인상이 굉장히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작품에 대한 선입견에 앞서 작가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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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단면들을 코믹하게 다루고 있어 사회 풍자적인 성격도 엿보인다. 단지 그 모습이 상당히 피상적이고 상투적인 편이다. 치밀한 취재를 통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그냥 그렇다고들 알려져 있는 통념들을 그대로 가져와서 사용하는 수준이다.
‘오케이맨’ 챕터에 나오는 보수 기독교 층을 비롯한 언론의 반응들이 그렇고, 인터넷 방송을 하는 젊은이들이 그렇다. 깜이라는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도 굉장히 상투적이다. 고시생이나 취준생의 고통도 딱 일반적으로 알려진 수준이고, 정치인들이나 조폭들에 대한 묘사도 마찬가지.
생각해 보면 고시원에 대한 기담이라는 발상도 그 정도 발상에 머문다. 낡디낡은 시설, 정체를 알 수 없는 구성원들에 대한 공포, 벽을 통과해 그대로 전해지는 옆방의 소음… 작가 후기에 보면 실제로 고시원에서 살았던 생활을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의외로 상당히 외부적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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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연출에 있어서 공포감을 주는 능력은 확실해 보인다. 단지 긴 이야기 속에서 그런 순간이 너무 짧고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게 일어난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확실히 공포 장르와 단편소설에 최적화된 작가 같다.
그 공포 연출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스펙터클로 채워져 있다. 전작인 『소용돌이』와 마찬가지로, 멤버 모두의 능력을 합친 사건 해결 방식이 스펙터클하게 엔딩을 향해 치닫는데, 이것이 과연 공포에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스펙터클한 엔딩에 대한 강박이 느껴지기도 한다. 주로 할리우드 공포영화에서 익숙한 방식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캐리>나 토브 후퍼 감독의 <폴터가이스트>의 엔딩을 보면 집이 땅으로 꺼지거나 오그라들어 다른 차원으로 사라진다. 에드거 앨런 포의 『어셔가의 몰락』에 영향을 받은 듯한 이런 엔딩은 해결 단계의 확실한 비주얼을 보여주며 개운함을 선사하지만, 공포의 여운은 남기기 힘들다. 전건우 작가가 선호하는 이런 엔딩 방식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좀 뻔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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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등장인물들이 가족과의 관계, 특히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연속적인 존재로 정체성을 얻는 데 반해, ‘괴물’은 부모와의 연계성 없이 단독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이 재밌었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정확한 지적 같기도 했지만, 타인과의 의사소통 없이는 ‘괴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목소리로 들리기도 했다.
결국 괴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옆방 사람들과의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연대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서로의 이름을 밝히고,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는 것이 전부다. 지구라는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이상,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웃의 집을 지켜야 한다. 우리는 서로가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괴물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 서로 연결되어야만 한다. 고시원의 얇은 벽이 서로를 나누고 고립시키기도 하지만, 옆방의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일종의 희망처럼 느껴진다.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도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다음 작품에서도 고뇌가 느껴지는, 한층 발전된 모습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이제 책장을 덮고 어둠 속에서 빛으로 걸어 나가시길 바랍니다.
사람이 사는 곳으로.
찬란한 그곳으로.
p. 428, 작가 후기
고시원 기담 서평
이 책은 공포, 스릴러 소설로, 한국 소설이다. 고시원이라는 곳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고시원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고시원이라는 곳이 좁은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이 살고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한 평짜리 작은 공간 그 곳에도 삶이 있다는 문장이다. 이곳의 고시원이 기이한 곳으로 표현되고 있으나 사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도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점을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리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의 고문 고시원이라는 이름을 보면서 이 책이 많이 무서울까봐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었고, 적당히 긴장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 부분은 공포의 느낌이었고, 전반적으로 내용은 공포보다는 스릴러에 조금 더 가까운 내용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다. 서로 다른 공간에 살고 있지만 가까운 곳에 있는 이들은 가까운 거리와는 관계없이 서로 거의 왕래가 없는 상황에 있다. 아이러니한 관계인데 이들은 고시원이라는 접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각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소설이 진행된다. 고시를 준비하는 인물, 계속 죽는 일을 반복하는 직업을 가진 인물, 킬러라는 직업을 가진 소녀, 초능력을 가지게 된 외국인 노동자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서 이들의 소개만 보아도 특이함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이 책의 환상적인 이야기라는 설명은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에게서 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10p)
인기를 끌었다는 고시원이지만 그 이면에 좁은 공간에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이 안타까운 장소이다.
(24P)
고시원의 사람들을 유령으로 표현하고 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라는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의 삶을 살 뿐인데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고시원이라는 접점에서 마지막에 이들이 겪게 되는 이야기는 더 생각하지 못한 결말로 가고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도 긴장을 하게 되었던 소설이다. 고시원 기담, 고시원에서 일어나는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고시원 기담은 캐비넷 출판사의 소설이에요
캐비넷 출판사는 장르 소설을 위주로 하는 곳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유치하다, 뻔하다고 얘기하는 장르 소설이지만 저는 장르 소설을 참 좋아해요
에세이나 다른 소설들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장르 소설만큼은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더 마음껏 상상하면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고시원 기담도 장르 소설답게 1평 밖에 안되는 고시원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슬픈 현실에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등장하고 있어요
고문 고시원에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괴담이 있어요
고시원이 생기기 전에 그 터에 유명한 맛 집인'숙이 할머니 원조 연탄구이'가 있었어요
하지만 어느 해 겨울, '숙이 할머니 원조 연탄구이'에서 불이 나면서 가게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불에 타서 죽었어요
그 이후에 그 터에 들어선 가게들은 불과 관련된 사고를 당하면서 다 망해갔어요
괴담 때문에 땅값은 싸졌고 싸진 땅값에 고문 고시원이 생겼어요
고시원엔 총 8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303호엔 공무원 준비를 하는 홍, 305호엔 양아치라고 불리는 남자,
310호엔 수수께끼 같은 차가운 남자,
311호엔 사람들의 분노를 푸는 '굿바이 스트레스'에서 일하는 최,
313호엔 편권도라는 무술의 창시자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사내로 태어났으면 협객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하는 취준생 편,
316호엔 외국인 노동자로 일하다가 죽을 뻔한 사고를 통해서 염력을 얻게 된 필리핀인 깜,
317호엔 고등학생이지만 킬러인 정,
319호엔 펭귄을 닮은 펭귄 맨이 살고 있어요
다들 슬픈 사연 하나씩은 가지고 고시원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어둡고 좁은 고시원에서 괴물이 만들어졌어요
괴물은 사람들을 죽일수록 크기가 점점 커져가요
고시원 기담은 현실을 잘 반영한 소설 같아요
지금 우리나라도 공무원 준비, 취업 준비, 힘든 경제상황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시원에 살고 있어요
닭장에 갇혀 있는 닭처럼 말이죠...
열약한 환경은 사람들이 나쁜 생각을 하게끔 만들기도 해요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괴물을 만들기도 하는 거죠
하지만 우울해 보이는 고시원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어요
고시원 기담은 힘든 현실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잘 담아낸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읽으면서 재밌기도 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소설이었어요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자유를 꿈꾸었던 20대때,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었다. 지금 같으면 원룸이나 고시원 같은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지만 그때는 그런 공간이 드물었다. 있더라도 다가구 주택의 방 한 칸을 빌려써야 했다. 겁이 많은 편이라 혼자서 방 한 칸을 빌려쓸 생각은 하지 못했고, 결국 희망 사항으로만 남았다. 아마 나도 그때 혼자 살았다면 원룸이나 고시원 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원룸은 호사고 고시원 생활부터 했으리라.
지방에 사는 나는 피부로 느끼지 못하지만, 공부하는 자녀가 있으면 서울의 노량진 학원가로 많이 보낸다. 그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고시원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월세에 따라 창문이 있거나 없거나의 차이라고 했다. 사실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여러 매체에서 보는 고시원 생활은 굉장히 힘들게 보였다. 창문 하나의 존재에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하는 말에 안타까움마저 느꼈던 게 사실이다.
소설가에서 중요한 것이 경험에서 우러나는 글쓰기일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좋은 글쓰기를 할 수 있지만 경험에 비할바 못된다. 작가가 처음에 서울에 올라와 고시원 생활을 했던 경험으로 이 소설이 탄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가 머물렀던 한 평의 공간, 그나마 창문이 있어 숨통이 트였다던 작가의 고백이 이 소설의 배경을 더 풍부하게 해주었다.
도시의 쇠락한 장소, 원래는 공문고시원, 즉 '공부의 문'이라는 이름으로 열었던 고시원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 자의 이응이 떨어져 '고문'고시원이 된 이곳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담은 게 이 소설이다. 많은 사람이 떠나고 3층에 고작 여덟 명의 사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고시원의 칸막이는 합판 하나가 다 였으므로 누군가 큰 소리로 울거나 아주 작은 소음이라도 크게 들리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유령처럼 살아간다.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게 없는 사람인듯 들어왔다가 살짜기 나가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유령처럼 살아가는 이들 답게 제대로 된 이름을 발견할 수 없다. 303호, 305호, 혹은 310호 등 방호수로 불릴뿐만 아니라 이름이 나와도 주로 성으로 불린다. 권이나 홍 혹은 정, 편, 최 이런식이다. 옴니버스 식으로 진행되는 여러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형식을 취했다. 분명 비어있는 공간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고 옆방의 남자에게 사랑 비슷한 감정을 느낄 정도로 서로 소통한다고 여겼으나 그가 죽은 사람이 밝혀지고, 고시원이 원래 많은 사람이 죽어나간 불길한 장소였음이 드러난다.
특이한 것은 고시원에 거주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말하는 옴니버스식 이야기 중간에 검은 고양이와 얼룩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고시원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고양이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고시원 터에 있었던고 고시원의 불길한 조짐을 일찌감치 눈치 채며 '야옹' 울음소리 하나로 모든 소통을 하는 존재들이다.
나는 이 소설을 추리소설로 읽었다. 한국 추리소설은 내 취향이 아니라고 우기고 있었는데, 상당히 재미있었다. 불길한 존재와 비릿한 냄새를 피우는 뱀 사나이 혹은 얼음남이 나타날까봐 밤에 책 읽는데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공포스러운 내용이기도 했다. 하지만 각 개인에 얽힌 이야기는 자못 인간적이다. 빚때문에 죽지 못하고 매일 죽는 남자로 나오는 최나 외국인 노동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행동, 99번째 이력서를 쓰고 결국 취업의 문턱 앞에서 낙하산 때문에 주저 앉은 편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모두가 눈에 띄지 않게 유령들처럼 살아가는 그들이었지만 그들이 함께 뭉치는 순간 사람사는 곳이 된다. 말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그들은 누가 어디에 사는지 알고 있었으며 모르는 척 할 뿐이었다. 외로움이 짙은 이 공간에도 사람사는 곳이었다는 게 중요하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간다는 게 맞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고문고시원은 수명이 다한 초식동물처럼 보인다" (9쪽)
10여 년 전 취직을 위해 서울에 올라온 작가는 고시원에서 살았답니다.
그곳의 사람들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숨을 죽인 채 살아갑니다.
그때 소리를 내지 않고 움직이는 기술을 배웠다는 작가는 어느 날 옥상에서 고시원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시원 기담>으로 탄생합니다.
90년대 고시원 열풍을 타고 지어진 고문고시원은 긴 역사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죽어간 장소입니다.
화재로 인해 수십 명이 불에 타 죽고, 태풍이 부는 어느 날 고문고시원의 간판이 떨어지면서 초등학생이 사망하기도 하고, 동네 양아치 세명이 고시원 옥상에서 변을 당하기도 하고, 온갖 폭행 사건, 추락 사건 등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때문에 온갖 흉흉한 소문이 떠도는 곳이지요.
낡고 낡은 고문고시원에는 이제 단 여덟 명만 남았습니다.
처음부터 범인을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살다 보니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무심코 넘기는 것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드디어 그들은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그들의 은신처이자 집인 고시원을 지키기 위해 애씁니다.
전건우 작가는 장편이든 단편이든 추리소설 분야에서 종종 만나왔는데요.
그의 세 번째 장편소설 <고시원 기담>은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옴니버스식으로 여러 장르가 섞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의 책입니다.
고시생, 취준생, 외국인 노동자, 점술가, 지박령 등이 등장하여,
그 덕에 우리는 추리소설을 읽다가, SF를 읽다가, 무협을 읽는 등 한 권의 책으로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 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한 사회를 이루듯,
각기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제각각의 이야기를 펼치지만, 결국은 하나의 큰 줄기를 이루고 기적을 만들어 냅니다.
제목은 기담인데도 불구하고 기담이라는 느낌보다는
현대사회의 삭막함과 매정함이 크게 느껴졌고 그래서인지 사람들과의 소통과 인간성의 중요함이 더 크게 와닿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추리소설을 적지 않게 접해보았지만, 이런 스타일의 책은 처음이었네요.
때문에 추리 소설이나 장르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독특하고 신선한 경험을 하실 수 있는 책인듯 합니다.
전건우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작년 이맘때 <밤의 이야기꾼들>과 <소용돌이>를 재미있게 읽었기에(장르가 호러니까 술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만났다. <고시원 기담>이라는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쁜 표지에 일단 호감도 급상승~ 이상하게 표지가 맘에 들면 책이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좁고 좁은 고시원 방 한 칸, 책을 펼쳐놓은 채 소녀가 잠들어 있다. 나의 눈길을 끈 건 문을 열고 나가는 검은 고양이도 아니고, 각이 안 맞는 삐뚤어진 바닥이다. 더더욱 짠해진다.
소녀가 잠든 고시원은 서울 변두리에 위치한 광선동의 낡은 고시원이다. 이름은 공문 고시원이었으나 태풍 때문에 받침 'ㅇ'이 날아가 버려 이름이 '고문 고시원'으로 바뀌었다. 고문 고시원 자리는 원래 생선구이촌이었으나 화재로 인해 많은 인명 피해가 났고, 이 사고로 흉흉한 소문이 떠돌았다. 무당도 굿을 하지 못하고 도망쳐야 했고, 후에 나이트클럽을 세웠으나 역시 화재 사고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 뒤에 지어진 곳이 바로 고문 고시원이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홍(아무래도 표지의 그녀인 듯). 303호의 홍은 추리소설에 빠져있던 어느 날 옆방에서 들려오는 흥얼거림을 듣는다. 그걸 계기로 옆방 남자와 말을 트게 되고 홍은 그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런데 고시원 총무는 오래전부터 그 방이 비어있다고 한다. 그럼 그동안 홍은 누구와 이야기를 한 걸까?
<고시원 기담>은 각각의 주인공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진다.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어쩜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이야기다. 기담이라는 제목만 보고 호러 장르라 착각하면 안 된다. 로맨스 액션 호러 스릴러 정도라고 하면 되려나? 다양한 장르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그러나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전하는 위로에 따뜻해졌다. 이게 나라냐고,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냐고 따지고 싶은 세상에서도 아직은 살만한 곳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오늘도 좁디좁은 고시원에서 미래를 위해 살아가는 이들을 조용히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