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나에게 특별한 것이다. 너무 너무 못하는 것이 문제여서 컴플레스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놓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되었다. 더 늦기
전에 배우고 싶어, 임신 기간에 미술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갑작스럽게 입원을 하게 되면서 금방 그만 두게
되었다. 계속해서 그림은 그리고 싶지만, 아직까지도 여건이
안 되서 다시 시작을 못하고 있는 상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술사 책을 많이 읽었다. 특히 서양 미술사나 그림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는데, 읽으면서 너무
재밌었다. 집에 미술사 책만 수두룩 할 정도로. 그러다가
한동안 미술책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오랜만에 읽은 이 책, 너무
재밌다. 미술에 대한 나의 의지를 다시 불 태우게 도와준다.
-
이 책은 미술 교양을 쌓고 싶은 사람, 그림이
좋긴 한데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 미술관에 혼자 가기 두려운 사람, 그림 한 점 구입해 볼까 싶은 사람 등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구분 없이 모두 읽을 수 있는 미술 이야기입니다. (p.5)
개인적으로 전공자가 이런 책을 볼까 싶기는 하다. 가벼운 책의 내용이라, 전공자가 굳이 볼 필요가 있을까 정도의 생각이
든다. 오히려 나처럼 교양이나 취미로서 미술을 대하는 사람들에게 훨씬 적합하다. 적합? 아니 꼭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미술에 크게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흥미로워 질 것 같다.
글도 참 재미있게 썼고, 소재도 우리가 익숙한 것들이 많았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화가들도 많고, 작품도 한 번씩 지나치면서 본
것들도 좀 있는 편이다. 아예 모르는 작가들도 있었지만, 이
또한 ‘이런 사람도 있구나’ 라며 들여다보게 도와줄 수 있는
책이다. 사실, 내가 너무 재밌어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차에서 조금만 봐야지 하다가 한시간 넘게 붙들고 있었다.
소제목을 건너 뛰는 버릇이 있어서 오히려 더 신경 쓰고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책에서도 그 소제목으로 나눈 것이 의미가 있는지, 나에게 제대로 전달 되는지를 신경 쓰는 편인데 이 책은 그 소제목에 참 충실하게 목록이 나누어져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소제목을 보고 내용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각 장의 내용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각 소제목에 맞는 내용이 잘 들어가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유명한 작품들이 더 친근해졌다. 막연히 누구 화가의 그 작품 했던 것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 느낌이다.
모나리자는 워낙 언급이 많이 되었으니, 말할 것도 없겠다 싶었는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프랑스에서 그렇게 환영 받으며 심지어 프랑스에 묻히게 되었다고는
몰랐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자신의 능력에 맞는 대우를 받으며 행복하게 죽었을 것 같다. 프랑스의 젊은 왕 프랑수와 1세가 다빈치를 직접 초대해 길진 않지만
죽을 때까지 극진히 대하며 대화 하는 걸 즐겼다고 한다. 엄청 부럽기도 하다. 무려 그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니.
‘라파엘 전파’라는 단어는 낯설었다.
-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한 문학작품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낭만적 정서와 중세의 신비로움이 깃든 셰익스피어 비극이 주요 소재였습니다.
(p.39)
책에 설명이 먼저 나오고 그 뒷장에 밀레이의 ‘오필리아’ 라는 작품이 나온다. 보자마자 한 눈에 반해버렸다. 그림이 너무 아름다웠고,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의 오필리아를 소재로 그린 것이기에 더 마음이 쓰였다.
-
여자들은 어떤 그림을 좋아할까요? 먼저 예뻐야
합니다. 두번째, 낭만이 있어야 하죠. 세 번째, 스토리 상상이 가능하면 더 좋습니다. (p.38)
저자가 정곡을 찔렀다. 처음에 읽으면서 음, 그렇군 하다가 ‘오필리아’ 작품이
나오자마자 뿅~ 했으니. 모델이었던 엘리자베스 시덜이 아름답게
그려지기도 했고, 이 그림의 모델일 때문에 급성 폐렴에 고생하기도 하고 사랑의 슬픔으로 자살 같은 죽음을
맞이한 연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참 예쁜 그림이지만, 슬픈
그림이기도 하다.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전을 본 적 있다. 미술 전공하는 친구를 쫄래 쫄래 따라갔다. 그 말은 아무런 배경 지식도 없고, 작품전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큰 충격이었다. 환공포증을 불러
일으킬 그 점들에, 내 눈도 빙글 빙글. 급기야 토할 것
같은 느낌에 제대로 마저 보지도 못하고 나왔던 기억이었다. 그리고 할머니가 작품활동 하시는 비디오를
보고 있었는데 저렇게 동그라미만 그리고 있는 것도 예술이 되는 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는 자세히
알아 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 경험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고, 어쨌든
내가 보기에는 예쁘지 않았으니까. 그 당시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들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된 쿠사마 야요이는 완전 다른 사람이었다. 여전히 그녀의 작품이 어떤 예술성을 띄는 지는 모르겠고, 예쁜지도
모르겠지만, 그녀의 인생 자체를 놓고 본다면 천상 예술가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정신병을 극복하고자 스스로 정신 병원에 들어가 생활하는 그녀를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많은 이들이 겪는 그 문제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에 감탄했다. 그리고
낮 동안 작업실에서 자신의 작품 활동을 지속하는 것도 대단하다. 어쩌면 그 두 가지로 그녀가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게 아닐까 싶긴 하지만. 솔직히 여전히 그녀의 작품이 마음에 들거나, 미술로서의 가치를 느끼진 못하겠지만, 그녀의 인생에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은 커졌다.
이 책의 가장 큰 진가는 바쁜 이들이 5분이라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용은 재밌고, 글자는 크고, 그림은 아름답다. 특히
나처럼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차에 두고, 내리기 전에 한 편씩만 봐도 좋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바쁜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다녔다.) 삶에서의 잠깐의 여유? 이 책을 통해 미술관에 가서 주눅도 들지 않을 거다. 미술관에 갈
일이 없는가?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이 미술관에 가야 하는 이유도 생길 것이다. 그리고 너무 어렵지 않게 작품들을 들여다보고 있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동행인에게
여유롭게 작품이나 작가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멋지지 않은가?!
이 책을 덮으며 저자가 참 부러웠다. 그렇게 여기 저기 다니며 미술 작품들을 볼 수 있다니! 이 또한
그녀의 직업인 것이겠지만, 여행 작가들이 한 번도 부러워 본 적이 없는데 이 작가는 좀 부럽다. 멋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