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수학개념 100>의 저자 라파엘 로젠은 수학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살아 숨 쉬는 생생한 속성임을 보여주는 데서 한발 더 나가 예쁘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수학 배우기는 노을 바라보기, 시 읽기,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 듣기와 비슷하다는 뜻이다. 수학에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자기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여야 한다. 자기 주변 세상에 숨어 있는 수학의 매력적인 개념을 배우고 나면 수학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피자에서 도넛까지, 온라인 쇼핑에서 스마트폰 GPS까지, 우리의 일상세계에 스며든 수학을 찾으러 탐험을 떠날 것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 마치 영원처럼 긴 시간 동안 오지 않다가 갑자기 동시에 버스 두세 대가 함께 나타나는 이유를 살펴볼 것이다. 동네 슈퍼마켓에 있는 이상하게 생긴 채소를 살펴볼 것이고, 음악을 어떻게 번역해 스마트폰에 집어넣는지도 배울 것이다. 그리고 도로를 더 건설하는 것이 오히려 교통난을 가중시키는 이유 같은 이상한 역설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
이 책에서 주인공이 사각형인 소설책 <플랫랜드>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영국의 교사 겸 성직자 에드윈 애벗이 1884년에 발표한 소설 <플랫랜드>의 전제는 의식이 있는 사격형과 육각형, 직선, 원 등의 도형이 3차원 세계의 우리처럼 생각하고 상호작용하며 사는 2차원 세계를 상상해보는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사각형이다. 이 사각형이 독자들에게 플랫랜드(평면의 나라)의 규칙과 관습을 이야기해주는 역할을 한다. 규칙 중에는 집의 형태에 관한 것도 있다. 플랫랜드 거주민이 부지불식간에 부딪혀도 다치지 않도록 집은 각도가 날카롭지 않은 오각형으로 만든다. 군인과 하층 노동자는 전투에 유리하도록 각이 날카로운 이등변 삼각형이다. 중간계층 남성은 사각형과 오각형, 귀족은 육각형이다. 변의 수가 증가할수록 계층도 높아진다. 최고위층은 원이 차지하고 있으며, 사제 계층의 특권을 누린다.
"<플랫랜드>는 놀랍게도 차원의 개념을 아주 잘 설명하고 있다. 주인공 사각형은 라인랜드(신의 나라)와 포인트랜드(점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고, 스페이스랜드(공간의 나라)의 주민과도 상호작용하며 3차원 세계를 이해하려 애쓴다. 2차원 세계에 사는 존재들에게는 3차원을 설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상상이 갈 것이다.(...) 3차원은 그들이 사는 2차원 세계에서 '위아래로', 또는 '수직으로' 더 뻗어나와 있는 세계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2차원 존재가 납작한 평면 위에 존재하지 않는 방향을 어떻게 상상할까? 자신이 존재하는 평면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개념을 어떻게 이해할까? 독자들이 차원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는 면에서만큼은 그 후로도 이 책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저자는 버스가 몰려다니는 이유를 카오스 이론의 본보기라고 설명하여 흥미롭다. 어떤 승객의탑승시간이 오래 걸려서, 대기 승객이 많아서 버스가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다음 정류장에는 그만큼 더 많은 승객이 기다리게 된다. 버스가 마침내 그다음 정류장에 도착하면 이렇게 쌓인 더 많은 승객을 태워야 해서 탑승시간이 또 길어진다. 그럼 그다음 정류장에는 더 많은 승객이 기다린다. 이런 지체 과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지체 시간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반면 지체된 버스 뒤에 오는 버스는 막상 정류장에 도착하면 대기중인 승객이 별로 없다. 대부분 앞서간 버스를 탔기 때문이다. 대기 승객이 별로 없으니 승객 탑승시간도 짧다. 그래스 비교적 빠른 시간에 출발해 다음 정류장에 일찍 도착한다. 이렇게 시간을 줄이다보면 지체된 버스가 점점 더 지체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빨리 가는 버스는 점점 더 빨라진다. 그러다 보면 결국 뒷버스가 앞버스를 따라잡아 두 버스가 몰려다니게 되는 것이다. 앞버스가 배차 간격을 맞추기 위해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한 말이다.
"버스가 몰려다니는 현상은 카오스 이론의 한 본보기다. 카오스 이론은 초기 조건의 작은 차이가 결국 극적인 차이로 이어지는 현상을 설명하는 수학 분야다. 이 경우에는 사람들이 버스에서 승하차하는 시간에서 생기는 작은 차이가 그 노선에서 운행하는 다른 버스들과의 상대적 위치에 극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상전문가가 텔레비전에 나와 내일 비 올 확률이 40%라고 할 때 그 말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날씨를 예보할 때는 수학의 기본 가지인 확률을 사용한다. 일기예보 중 강수량을 예보할 때는 강수 확률을 사용한다. 일기예보 중 강수량을 예보할 때는 강수 확률로 나타낸다. 그런데 사람들은 40%의 의미를 이해 못 할 때가 있다. 이것은 비가 전체 시간 중 40% 동안 내린다거나, 일기예보 해당 지역의 40%에 비가 내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말은 내일 조건과 대략 비슷한 조건을 갖는 열흘 중 나흘 정도 강수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뒤집어 말하면 그런 날 중 엿새는 강수가 없다는 뜻이다.
저자는 수학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은 많지만 바둑처럼 우아한 게임은 없다고 말한다. 바둑을 체스와 비교해도 엄청난 숫자가 등장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체스를 둘 때는 일곱 수까지 분석해 내다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을 바둑에 적용하려들면 곧 과부하가 걸리고 만다. 체스 경기를 할 때는 컴퓨터는 매 수마다 600억 가지 경우의 수를 검토할 수 있다. 그런데 바둑에서 일곱 수를 내다보려면 컴퓨터는 1조의 만 배나 되는 경우의 수를 검토해야 한다.
최근 반 고흐 작품 <별이 빛나는 밤>은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바탕에 까려 있는수학으로 더 유명해졌다. 반 고흐의 두 작품 <까마귀가 나는 밀밭>과 <사이프러스와 별이 있는 길> 뿐만 아니라 <별이 빛나는 밤>의 소용돌이 패턴 역시 난류와 기이하 정도로 닮은 것으로 드러났다. 난류는 강물에서 일어나는 소용돌이나 불에서 올라오는 연기 등에서 보이는 운동을 말한다. 파이프를 통해 흐르는 유체의 운동에서도 나타난다.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가끔 기체가 덜컹거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이는 대기 중에서 더운 공기와 찬 공기가 섞이며 발생하는 난류 때문이다. 난류는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수학으로 기술하기는 어렵기로 유명하다. 그렇게 하려면 수학자들은 나비어-스톡스 방정식의 해를 이해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별이 빛나는 밤>에 나타나는 패턴이 난류의 특징과 맞아떨어지는지 판단하려고 반 고흐의 붓놀림으로 칠해진 물감의 휘도, 즉 밝기를 검사했다. 이들은 그림을 디지털화해 그림 안에 들어있는 픽셀의 휘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휘도의 패턴이 1940년대에 통계를 이용해 난류를 이해하려 애썼던 러시아 수학자 안드레이 콜모고로프가 공식화한 방정식과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책에는 신용카드는 어떻게 보안을 유지할까?라는 질문으로 소수에 관한 수학개념을 이야기한다. 인터넷 보안과 일반적인 공개키 암호방식은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눌 수 있는 특별한 수인 소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소수는 예를 들면 1,3,5,7,11.. 등이 있는데, 소수의 수는 무한하고 숫자가 엄청나게 길어질 수도 있다. 소수 개수가 무한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수학적 증명도 잇지만, 그것은 다른 얘기다. 온라인에서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할 때 RSA 알고리즘을 이용한다. 발명자의 이름을 딴 이 알고리즘은 1977년 만들어졌으며, 엄청나게 긴 소수를 이용하는 암호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신용카드 번호를 또 다른 거대한 숫자, 무작위로 고른 두 개의 거대한 소수를 곱해 나온 숫자로 변환해 보안을 유지한다. 두 소수를 알면 이 새로운 숫자를 원래의 신용카드 번호로 변환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수학적 사실 덕분에 자료는 안전하게 보안된다. 바로 거대한 수를 소수 두 개로인수분해하기가 어마어마하게 어렵다는 것이다. 숫자의 크기가 충분히 클 때 정확한 두 인수를 찾으려면 슈퍼컴퓨터를 네트워크로 동원해도 수십 만 년이 걸릴 정도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RSA 시스템이 철통 보안은 아니라는 소물이 돌았다. 이 시스템의 완전성은 무작위 소수를 발생하는 데 달려 있는데, 이 일을 담당하는 프로그램인 난수 발생기가 항상 완벽하게 무작위적인 숫자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물일치성 때문에 사기꾼들이 두 소수의 정체를 알아 민감한 정보를 빼어갈 가능성이 열린다. 저자는 온라인 뱅킹이나 온라인 통신 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도 지금까지는 안전한 듯 보이지만, 수학자들이 좀 더 보안이 철저한 새로운 시스템을 고안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수학개념 100>는 수학이 단순히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우리 생활에서 쉽고 흥미롭게 발견하여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