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김남천의 에세이다.과거의 현대문학을 보는 것은 마치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 우리의 모습, 우리의 삶, 우리의 시대가 그 안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현대문학의 역사를 잊은 이에게는 문학적 통찰력은 없다.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현대문학의 역사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는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통찰력을 얻게 될 것이다.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주 - 중학 때에 일기를 썼던 것은 대부분 없어졌고, 동경서 예과(豫科) 때에 일기첩(日記帖) 때문에 단단한 화(禍)를 입고서 그 놈을 전부 불살라 버리고는 그 뒤 일기는 거의 쓰지 않았다. 그런데 소화(昭和) 9년(1934)에 고향서 지내면서 얼마간 일기첩에 손을 댄 기억이 있어서, 석유상자를 뒤적여 보았더니 5월부터 11월까지의 일기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만4년 전이다. 이 해는 나에게 있어서 가장 혼란스럽고 또 이른바 액운이 함께 몰려든 해였다. 위선 정월 들어서 선처(先妻)가 아이를 낳고 9일 만에 세상을 떠났고 그래서 평양서 하던 장사니 살림이니 한 걸, 전부 헤쳐버리고 성천(成川)에 와 있었고, 6월과 10월에 양차(兩次)나 카프사건으로 전주를 다녀왔고, 어린아이들은 양처(兩處)에서 연달아 홍역과 이질을 앓고도 분경치듯 하던 해이다. 심지어는 틈틈이 머리를 짜듯하여 써 본 소설이 거의 그대로 미발표를 당하였고, 그래서 말할 수 없이 우울히 보내던 1년이다. 카프가 해산된건 바로 그 익년(翌年)이고, 내가 상경한 것도 그 이듬해다. 이 때의 일기가 드문드문 남아 있는데 아마 클클하던 속을 좀 덜어보고 풀어 볼 생각으로, 일기라고 끄적거려 보던 모양이다. 그런데 글이 산만하고 격정적이고, 감상적이고 너무 혼란해서 도저히 활자로 화(化)해 볼 생각이 없다. 단 한절(節), 내가 생각하기에도 신기하리 만큼 침착하니, 옛날 어린 시절을 회상한, 상당히 긴 것이 있어서 다행히 편집자의 요청을 어기지는 않게 되었으나 너무 일기답지 않아 독장에게 죄송하다.--- “어느 해의 가을의 회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