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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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하고 매혹적인 폐허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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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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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버려진 장소의 역사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23.06.14 리뷰제목
폐허가 된 장소에도 역사가 있다. 역사를 알면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방향을 말해준다. 타인의 삶을 보면 내 삶의 지표를 어디로 향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되는데 이게 독서의 힘이 아닐까.   트래비스 엘버러의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를 읽으며 우리가 보존해야 할 유산을 지키는 법, 기후 위기에 맞서 지구 환경을 지키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리뷰제목

 

폐허가 된 장소에도 역사가 있다. 역사를 알면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방향을 말해준다. 타인의 삶을 보면 내 삶의 지표를 어디로 향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되는데 이게 독서의 힘이 아닐까.

 

트래비스 엘버러의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를 읽으며 우리가 보존해야 할 유산을 지키는 법, 기후 위기에 맞서 지구 환경을 지키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지도로 보는 폐허의 역사를 읽으며 세계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싶었다. 기후 위기로, 혹은 쓰임을 다해 폐허가 된 장소들을 지도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역사 안내서라고 볼 수 있겠다.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을 만든 히틀러가 사실은 유대인이었을 거라는 내용을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히틀러의 할머니와 아버지의 고향인 될러스하임이 베를린으로부터 냉대를 받았던 역사가 뒷받침해주는 것 같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이티의 상수시 궁전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1791년 노예 반란이 일어난 직후 식민 지배를 타도하는 투쟁에 나섰던 크리스토프였다. 1804년 최초로 흑인이 독립을 주도한 주권국가이자 노예 반란을 통해 노예를 해방한 사회가 되었으나, 자신을 위한 요새 궁전을 세우며 독재자로 변해가던 그는 아이티를 왕국으로 선포하고 스스로 왕이 되었다. 최악의 지진으로 상수시 궁전은 무너져 현재는 폐허만 남았다.

 

 

 

전 세계 다이아몬드 총생산량의 10퍼센트 이상을 공급하며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마을 중 한 곳이었던 콜만스코프의 현재는 버려져서 허물어진 주택과 콜만스코프 전역을 잠식한 모래더미에 파묻혔다. 나미브사막의 모래 언덕이 사람이 떠나버린 공간을 메워버린 곳. 버려져 있는 장소일 뿐이다.

 

추운 겨울이나 은행 강도 등 범죄에 가담한 이들이 주로 착용하는 발라클라바는 빅토리아 시대 중기 군복의 일부였다. 영국군이 착용한 것 중 유행시킨 첫 번째 모직 의류는 니트 조끼 즉 카디건이다. 두 번째는 역시 군복의 일부였던 발라클라바다. 이 모자의 이름을 따온 지역이 소련의 극비 잠수함 기지로 쓰였다. 기지가 완성되며 공식지도에서 지워졌다. 소련의 해체 후 크리미아반도는 새로 독립한 우크라이나의 영토로 넘어갔다. 우크라이나는 잠수함 기지가 황폐해지도록 방치하는 대신 박물관을 열어 대중에게 공개해 잊지 않게 해준다.

 


 

우리는 불의를 생생하게 기억해야 한다. 과거에 그토록 참혹한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잊히지 않도록, 미래에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르완다와 국경을 맞댄 우간다 남서부의 분요니호수에는 수풀이 무성한 환초 아캄펜섬 혹은 형벌의 섬이 떠 있다. 잘 보이지도 않는 이 좁다란 섬은 소름 끼치는 역사를 품고 있다. (283페이지)

 

아칸펜섬은 가족에게 수치를 안겨준 젊은 처녀가 끌려와서 버려지는 곳이었다. 처녀성을 잃지 않은 딸은 결혼 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상품이었다. 지참금으로 가축을 넉넉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혼하기도 전에 아이를 밴 여자는 부족의 성적 도덕률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가족의 잠재력 수입을 빼앗고 먹여 살릴 입까지 늘린 죄인으로 여겼다.’ 아캄펜섬에는 나무가 두 그루밖에 없었으며 먹을 수 있는 열매도 열리지 않아 사실상 죽음의 섬이었다. 분요니호수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 섬은 머지않아 사라질 위험에 빠졌다.

 

황폐해지고 버려진 장소를 지도와 함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게 한 책이다. 언젠가는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장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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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m*******6 | 2023.06.06 리뷰제목
하지만 방치는 희망을 모두 포기해야 할 근거가 아니라 그 반대다. / p.13   어렸을 때에는 사회과부도를 보는 게 취미 중 하나였다. 쉬는 시간이나 휴일이 있으면 무조건 지도부터 보는 게 당연하다고 느낄 정도인데 부모님께서는 지구본을 사 주어야겠다고 말씀하셨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지도 애플리케이션이 보급되지 않았을 때여서 2D 평면으로 보는 지도가 조금 아쉽게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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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방치는 희망을 모두 포기해야 할 근거가 아니라 그 반대다. / p.13

 

어렸을 때에는 사회과부도를 보는 게 취미 중 하나였다. 쉬는 시간이나 휴일이 있으면 무조건 지도부터 보는 게 당연하다고 느낄 정도인데 부모님께서는 지구본을 사 주어야겠다고 말씀하셨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지도 애플리케이션이 보급되지 않았을 때여서 2D 평면으로 보는 지도가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은 예전만큼 그렇게까지 지도를 볼 일이 없지만 지리를 찾아야 하는 일이면 무조건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킬 정도로 애용하고 있다. 심심하면 3D 형태의 지도로 아무도 모르는 곳을 보는데 그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보는 지도 보는 방법이 나이가 들어서까지 이어지는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트래비스 엘버러의 지리학에 대한 도서이다. 지도를 통해 역사를 알려 주는 책은 종종 봤었는데 인류의 흑역사를 다루었다고 해서 관심이 갔다. 어차피 우리가 배우는 역사들은 대부분 인간이 걸어오는 길이기에 지도로 표현하는 흑역사가 궁금해졌다. 특히, 그동안 멀리 했었던 세계사와 좋아하는 지리의 조합이니 더욱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잊혀진 곳과 사회의 변화에 따라 도태가 된 곳, 영광을 누렸다가 지금은 사람의 발길이 끊긴 곳 등 다섯 파트로 나누어 총 마흔 곳의 폐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한때 문화적으로, 또는 물리적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닿았다가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그 안에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장소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처음 듣는 지명들이 많았지만 자세하게 설명된 그림 지도를 보니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사진에 실린 폐허들의 사진도 인상 깊었다. 녹이 슬거나 무너진 장소를 사진으로 보니 마음이 이상하게 답답했다. 한때는 영광을 누리던,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장소였을 텐데 말이다. 사람이나 장소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답답함이 들지 않았을까.

 

읽으면서 제목에 대한 의문이 따라왔다. 인간들의 생각과 결정에 의해 장소가 버려졌다는 점에서 인류의 잘못된 선택 정도로 생각했었지만 사실 인류의 흑역사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내용 자체가 인류의 잘못보다는 지금은 폐허가 된 장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초반에는 장소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러다 중반에 이르러 제목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와닿았다. 한순간의 실수로 크리스털 팰리스는 불에 소실이 되었고, 당시 규범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타락적인 존재로 보고 정신병원에 가두었다. 또한, 히틀러는 자신의 뿌리일지도 모르는 이들을 비인간적으로 말살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의 무지, 실수, 차별, 폭력성 등으로 씻을 수 없는 역사들을 만들었다. 사람들의 발길은 끊겼지만 인류가 저지른 과거만큼은 그 장소에 남았다. 그것만큼 더 확실한 인류의 흑역사는 어디에 있을까. 흥미로움과 동시에 많은 생각을 들게 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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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본질상 폐허는 울적한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평점10점 | c*******9 | 2023.06.06 리뷰제목
"본질상 폐허는 울적한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_87쪽   저자는 생소한 지명 40곳을 소환한다. 지금 폐허로 남아 있는 곳을.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은 곳이었지만 시대의 변화로 인해 인적이 드문 곳으로 바뀌었다. 이 책의 특징은 면적이 그다지 넓지도 않은 곳들을 확대하여 지면에 실었다는 점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세계 지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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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상 폐허는 울적한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_87쪽

 

저자는 생소한 지명 40곳을 소환한다. 지금 폐허로 남아 있는 곳을.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은 곳이었지만 시대의 변화로 인해 인적이 드문 곳으로 바뀌었다. 이 책의 특징은 면적이 그다지 넓지도 않은 곳들을 확대하여 지면에 실었다는 점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세계 지리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저자가 소개한 확대 지도만 쳐다보더라도 흥미를 배가시키지 않을까 싶다. 

 

폐허가 되기 전 시대마다 유명했던 곳은 나름 사용될 가치가 크고 넘쳤던 것이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사용하는 전자기기든 가전제품이든 구매해서 사용했던 도구들은 구매 당시 사용할 가치가 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용도 폐기가 된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하고 매혹적인 폐허 40곳도 당시 얼마나 위세가 컸었는지 저자의 설명을 통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멀쩡하게 관광지로 유명했던 곳이 몇 차례의 지진과 화산 활동으로 접근 금지 지역으로 공포됨으로써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사라진 폐허도 있으며 정치적으로 이유로 독재자의 영예에 손상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하루 아침에 포격 장소로 바뀐 폐허도 소개하고 있다. 그 뿐인가. 다이아몬드 채광 지역으로 한때는 돈과 사람과 명예로 사람들이 득시길 몰렸던 곳은 건물의 잔해 더미만 덩그러니 남은체 영화 촬영 장소로 기억될 뿐 그 사람 사람 조차도 찾지 않는 곳으로 바뀐 곳도 있다.

 

그렇다. 세상에는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나라의 역사만 보더라도 그렇다. 한 때는 한 국가의 도읍지로 자리잡을 정도로 지정학적 쓸모가 있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인구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곳도 있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아시아보다 유럽을 중심적으로 다뤘던 점이고 아시아 중에서도 한국은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은 점이다. 이 부분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조사해 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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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씁쓸한 폐허의 기록 『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n******i | 2023.06.15 리뷰제목
시골집으로 들어가는 큰길에는 짓다가 만 건물이 있다. 도로변에 있어서 못 보고 지나칠 수 없는 위치인데, 이렇게 방치된 상태가 10년이 넘었다. 좋은 자리여서, 건물이 들어서기만 하면 뭘 해도 손해는 안 볼 거로 생각했다. 동네 사람들 누구도 이 건물이 이 상태로 머물러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건물은 1층과 2층 사이의, 철근이 위험하게 솟아 있는 회색의 콘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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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으로 들어가는 큰길에는 짓다가 만 건물이 있다. 도로변에 있어서 못 보고 지나칠 수 없는 위치인데, 이렇게 방치된 상태가 10년이 넘었다. 좋은 자리여서, 건물이 들어서기만 하면 뭘 해도 손해는 안 볼 거로 생각했다. 동네 사람들 누구도 이 건물이 이 상태로 머물러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건물은 1층과 2층 사이의, 철근이 위험하게 솟아 있는 회색의 콘크리트 상태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치 누가 와서 미완성의 그림을 완성해주길 기다리는 것처럼.

 

저자는 이 책으로 모든 버려진 장소에 남겨진 이야기를 전한다. 말 그대로 한때 화려함을 자랑했으나 이제는 누구도 찾지 않는 장소.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아무 위험요소가 없어도 그냥 겁부터 나게 하는 말이다. 황량하고 스산한, 사람도 없고 건물도 사라져가는, 지금 여기에 사는 이가 없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그대로 보여주는 장소가 됐다. 여기에서 소개된 장소들은 어쩌다가 지금의 악명을 남기게 된 걸까. 저물어가는 곳이 되고, 마지막에는 누구도 찾지 않는 장소가 되어간 과정을 들려주면서 꽤 쓸모 있는 교훈을 전한다. 인간이 만든 이 흑역사 속에서 어떤 교훈을 발견할 수 있을지 기대하면서 읽게 된다.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마다 다른 이유에서 시작된 장소들의 역사를 들려준다. 예정된 운명이 이루어진 곳, 세상의 변화에서 끝내 도태되어버린 곳, 시간의 무게에 잠식되어버린 곳, 찬란했던 영광의 잔해로 남은 곳, 그리고 오래된 이야기의 마침표가 된 곳. 그런 곳들이 모여 인간 역사의 쓸쓸함을 더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많은 고아를 돌봤던 뷔위카다 보육원은 튀르키예와 그리스의 싸움으로 문을 닫아버렸다. 그 많은 아이는 어디로 가야 했을까. 1964년 보육원이 문을 닫고 아무도 돌보지 않은 그곳은 방치를 거듭하며 시간의 흔적으로 남았지만, 흉물이라 불리며 역사의 한 장면으로 박제되었다.

 

 

영국의 해외영토 몬트세렛은 비틀즈의 프로듀서가 만든 AIR 스튜디오가 생겨나면서 많은 가수가 찾아오곤 했다. 어느 순간 유명한 곳이 되었지만, 최악의 허리케인 휴고가 몬트세렛을 덮쳤다.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도시의 회복은 더뎠고, 더 끔찍한 악몽이 시작되었다. 휴화산 수프리에르힐스가 폭발했고, 녹아 흐르는 용암은 섬을 집어삼켰다. 거듭된 화산 폭발은 이곳을 금지구역으로 만들었다.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곳은 무너져가기 마련, 위험한 곳으로의 사람 발길은 끊겼고 폐허가 되었다.

 

도쿠가와 막부의 쇄국 정책으로 나라 밖으로 나가기 어려웠던 일본인은, 60년 전만 해도 하와이에 가고 싶어도 쉽게 갈 수 없었다. 2차 세계대전의 패한 여파로 일본 내에서는 전후 경제 지원을 위해 현금이 국내에 머물러야 한다고 믿었고, 외국 여행과 관광을 억제했다고 한다. 그에 하와이 대신으로 하치조지마는 일본의 대표 관광지가 되었고, 하치조로열 호텔은 화려함을 자랑하며 일본 내 관광객을 흡수했다. 하지만 일본이 부유해지면서 해외여행은 쉽고 저렴해지면서, 일본인들은 더는 하와이를 닮은하치조지마를 향하지 않았다. ‘진짜 하와이를 갈 수 있었으니까. 그 후로 1990년대 일본의 거품 경제가 붕괴하고 경기 침체가 계속될 때도 이름을 바꿔가며 영업해나갔던 하치조로열 호텔은 2006년 문을 닫았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정원의 나뭇가지가 제멋대로 자라나면서 나뭇잎이 진입로의 표지판을 가렸고, 덩굴이 건물을 뒤덮고 안으로 파고들었다. 자연이 이 호텔의 폐업안내판이 되어버린 듯하다.

 

어느 여행작가의 글로 관심 두었던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 넓게 뻥 뚫린 시원함으로 기억했는데, 그곳에는 열차들의 무덤이 있다. 영국이 초석 등 천연자원 운송 목적으로 철도를 세우고 우유니에 환승역을 건설했지만, 인공 질산염의 등장은 이 자원들의 수요를 줄게 했다. 기차역이 폐기되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곳은 자연스럽게(?) 소외되고 잊히기 마련이다. 녹슨 증기기관과 객차가 모여 앉아 우유니 기차 폐기장을 만들었다. 한때 번영의 상징이 되고 희망을 주었을 그곳이 지금은 쇠락을 보여주는 곳이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예전에 어떤 어른의 왕년에~’로 시작하는 말을 정말 듣기 싫어했는데, 어떤 건물, 장소, 사람 등 모든 것이 한때의 화려함과 자신만만함을 뒤로하고 오늘의 씁쓸함을 받아들여야 하는 마음이 살짝 읽히기도 한다. 어느 것이든 누구든, 소멸해가고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정말 경험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가족과 수치는 어떤 관계일까 하는 의문을 잠깐 가졌던 장면이 우간다의 아캄펜섬의 이야기다. 처녀성을 잃지 않은 딸이 결혼 시장의 우수한 상품으로 매겨지는 가능했던 시대. 그러니 결혼 전 처녀성을 잃었거나 아이까지 가진 여성이라면 얼마나 큰 비난을 받았을지 가늠하고도 남는다. 아캄펜섬은 그런 이유로 가족과 사회에서 밀려난 여성이 갇히는 곳이었다. 이 섬을 나가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가난해서 아내를 얻지 못하는 남자들이 구세주로 나타나거나. 이 관행은 19세기에 아프리카에 선교단이 들어오면서 금지되었다고는 하나, 아캄펜섬 유배 관습은 20세기에도 꾸준히 이어졌다. 아캄펜섬에서 유배되었던 여성이 오늘날에도 생존해 있으면서 그 증언을 생생하게 이어간다고 하니, 산 증인이 된 거다. 그런데 해마다 분요니 호수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 섬이 곧 물 아래로 사라질 위험에 빠졌다고 하는데,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오랫동안 젊은 여성을 사라지게 했으니 쌤통이라고 해야 할지, 역사의 증거가 된 곳이 사라진다고 하니 잊힐까 봐 걱정해야 할지 말이다.

 

폐허가 된 많은 도시, 장소, 건물이 정말 폐허로 그 생을 마감해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세상의 변화로 물 흐르듯 그 쓰임이 다해버렸다는 게 안타깝고, 한 시대의 중심이 되었던 사실들이 역사에 그대로 박혀있다는 것에 존재를 유지해야 하는 건 아닐까. 자연스럽게 쓸모없어졌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남아서 쓸모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세월의 덧없음을 지켜본 것 같고, 인간의 욕심과 욕망이 빚어낸 결과가 이렇구나 인정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미래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것은 고민하게 하는 이야기인 듯하다.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산업화나 환경의 파괴보다 무분별한 발전을 앞세우는 방식들이, 지금 우리가 숨 쉬는 이 시간을 폐허로 만드는 건 아닐까 염려해야 할 때이다. 흑역사라기보다는 씁쓸한 역사의 한 장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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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n*****c | 2023.06.09 리뷰제목
한국어 제목을 잘못 붙였다. 책의 내용에 맞게 쓰려면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싶다. 이 책의 내용은 인류의 흑역사가 아니다. 인류사에서 버려진 장소들의 다양한 사연을 정리한 책이다. 영어 원서의 제목은 보다 적절해보인다. Atlas of Forgotten places. 잊혀진 장소들의 지도책. 어린시절 내가 살던 동네에는 아무도 찾지않는 버려진 장소가 많았다. 버려진 폐가, 골목 뒤의 공터, 아파
리뷰제목
한국어 제목을 잘못 붙였다. 책의 내용에 맞게 쓰려면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싶다. 이 책의 내용은 인류의 흑역사가 아니다. 인류사에서 버려진 장소들의 다양한 사연을 정리한 책이다. 영어 원서의 제목은 보다 적절해보인다. Atlas of Forgotten places. 잊혀진 장소들의 지도책.

어린시절 내가 살던 동네에는 아무도 찾지않는 버려진 장소가 많았다. 버려진 폐가, 골목 뒤의 공터, 아파트 지하에 대피소, 계단밑에 숨겨진 아늑한 공간들. 어쩌면 늘 놀거리가 부족했고 어른들에게는 환영받을 것이 못되는 어린아이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장소들을 찾아 흘러갔을 것이다. 나는 잡목들이 숲처럼 우거져 음습한 폐가에서 유리병에 편지를 담아 묻는다거나 지렁이를 괴롭히면서 놀았다. 모두에게 버려진 장소는 나만의 장소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시절 나의 마음과 비슷한 감정이 일었다. 뭐랄까. 버려진 장소들에 대한 소유욕이랄까. 모두가 찾지않는 곳이라면 나만의 것으로 삼고싶은 욕심. 한장소 한장소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지고 어떤 사연으로 버려졌는지 읽노라면 딱히 매매를 하고 등기를 쳐서 가지지 않더라도 한번쯤 찾아가서 한 순간이라도 머물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 짧은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만의 장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고 무엇보다 버려진 사연들의 뒤에 나와의 사연을 덧입히고 싶다는 헛된 바람도 있다.

방송PD나 작가와 같이 새로운 장소에서의 소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이용해서 그 장소들을 자기의 작품에 녹여넣어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낼 법도하고, 오지 여행가라면 새로운 탐험에의 자극을 받아 자기 여행 경험에 녹여넣어 자기 것으로 가져갈 수 있겠다. 나는 이 버려진 장소들을 어떻게 훔칠까 새삼 골몰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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