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없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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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없는 달

환색에도력

리뷰 총점 9.2 (47건)
분야
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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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미야베 미유키, 환색에도력 幻色江戶ごよみ...[신이 없는 달] 평점8점 | e***i | 2019.05.03 리뷰제목
#1.미야베 미유키의「삼귀」를 읽고 이 작가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잡은 책이「신이 없는 달」이다. 책 제목 사이에 조그맣게 적혀 있는 '환색에도력'이 뭔지 얼른 알아채질 못했다. 처음엔 환색에 도력? 이렇게 띄워 읽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표지의 왼쪽에 붉은 글씨로 세로로 쓰여 있는 幻色江戶ごよみ를 우리말로 번역한 말이다. 환색은 환상적인 색채, 매직 컬러라는
리뷰제목

#1.

미야베 미유키의「삼귀」를 읽고 이 작가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잡은 책이「신이 없는 달」이다. 책 제목 사이에 조그맣게 적혀 있는 '환색에도력'이 뭔지 얼른 알아채질 못했다. 처음엔 환색에 도력? 이렇게 띄워 읽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표지의 왼쪽에 붉은 글씨로 세로로 쓰여 있는 幻色江戶ごよみ를 우리말로 번역한 말이다. 환색은 환상적인 색채, 매직 컬러라는 의미 일터이고, 에도(江戶 지금의 도쿄)는 도시 이름이고 고요미(ごよみ)는 달력을 뜻한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는 12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달력의 12달에 맞춰서 풀어내는 이야기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챈다. 책 제목은 열두 이야기 중 신무월(神無月)이란 작품의 제목일 뿐이었다.


#2.
○ 1화 귀자모화 鬼子母火 : 술 도매상 이타야마에 불이 난 때는 섣달 스무여드렛날 밤…. 불이 시작된 신단방에서 발견된 금줄 토막 속에 하얀 빔지(종이를 꼬아 만든 끈)가 있었고 그 속엔 머리카락이 들어 있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걸까? 애달프구나, 그 모정이….

 

○ 2화 붉은 구슬 紅の玉 : 비녀 등 방물 만드는 장인 사키치. 사치 금지령으로 일감이 없어 빈궁한 살림에 힘들어할 때, 한 무사가 눈깔사탕만 한 붉은 산호 구슬을 가져와 은비녀 제작을 의뢰한다. 많은 사례비와 함께…. 하지만 그 반전은 처연하기만 하다.

 

○ 3화 춘화추등 春夏秋燈 : 값이 조금 나가는 사방등(실내용 각등, 行燈)을 찾는 손님에게, 두 개의 사방등에 얽힌 내력을 들려주는 고물점 가게 주인의 1인칭 이야기이다. 특히 승천하는 용이 조각된 등의 이야기는 섬뜩하면서도 야한 듯한 것이….

 

○ 4화 얼굴 바라기 器量のぞみ : 덩치가 크고 힘도 장사인 박색(薄色)인 열여덟 살 오노부에게 엄청난 훈남이 청혼하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한다. 알고 보니 남자의 아버지에게 차인 한 여인의 저주 때문에 미추를 판단하는 감각이 거꾸로 되어버렸다는….

 

○ 5화 쇼스케의 이불옷 庄助の夜着 : 이불옷이란 게 생소하다. 잠옷이 아니라 이불이긴 한데 요즘의 네모난 이불과는 달리 두루마기처럼 생긴 모양이다. 헌 이불옷을 샀는데 어여쁜 유령이 씌어있네... 그 유령과 사랑에 빠진 결과는... 중의적이다.

 

○ 6화 미아 방지 목걸이 まひごのしるべ : 백중날, 길 잃은 아이의 목걸이에 적힌 주소를 찾아갔더니 아버지는 삼 년 전 화재로 죽었고 아이와 어머니는 그때 이후 행방불명의 상태이다... 그런데 미아의 현재 나이는 두 살이다. 타임슬립? 타임리프? 아니다...

 

○ 7화 다루마 고양이 だるま猫 : 소방대원이 꿈이지만 불 앞에 서면 그만 오금이 굳어버린다. 좌절하던 차 다루마 고양이가 그려진, 화재의 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신통력을 가진 소방 두건을 전해 받게 되는데…. '도망치지 마, 한 번 도망치면 평생 도망치며 살게 돼.'

 

○ 8화 고소데의 손 小袖の手 : 헌 고소데(소맷부리가 좁은 전통 의상)를 사온 아이에게 엄마가 들려주는 괴기한 이야기. 횃대에 걸린 고소데 소매에서 하얀 손 두 개가 쓰윽 나오더니 나를 향해 이리로 오라고 손짓을... 그 고소데는 횡사한 여인의 혼이 깃든 물건일 거야...

 

○ 9화 목맨 본존님 首吊りご本尊 : 일은 힘들고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고용인이 자살하려고 창고에 갔더니 누군가 먼저 목을 매달았네. 깜짝 놀라 올려다보니 그 목맨 남자가 '오, 안녕하신가. 미안하지만 여기엔 이미 빈자리가 없는데.'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 10화 신이 없는 달 神無月 : 표제작이다. 일본에는 매년 음력 시월에 팔백만 신들이 인간의 혼인과 운명을 결정하기 위해 한 곳에 모이는 모양이다. 그러니 이달에는 신이 자리를 비우는 달이 되는데... 이달에 일어난 강도 사건의 현장엔 팥알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 11화 와비스케 동백꽃 侘助の花 : 와비스케 동백(唐椿)을 키운 적이 있어 어떤 꽃인지 안다. 간판장이 요스케는 가게 앞을 밝히는 초롱을 만들 때면, 젊은 시절 짝사랑한 아가씨와 연결되는 이 꽃을 항상 그려 넣는다. 왜 그런지 궁금한 손님들에게 지어낸 이야기를 했다가...

 

○ 12화 종이 눈보라 紙吹雪 : 끝까지 읽어야 종이 눈보라의 의미가 드러난다. 이즈쓰야의 하녀로 3년의 세월을 보낸 긴은 날씨 좋은 섣달 어느 날, 양 소맷자락에 뭔가를 퉁퉁하게 채우고 지붕을 오른다. 찬바람이 잦아들 때를 기다려 작은 종잇조각들을 바람에 실어 날린다...


#3.
12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일본 에도 시대의 괴기 이야기 속에 가난한 이들의 고단한 삶과 애환이 잘 녹아 있다. 가장 여운이 있는 이야기는 마지막 작품인 '종이 눈보라'였다. 어머니를 궁지로 몰아 어린 동생과 동반 자살하게 한 고리대금 사채업자를 응징하는 이야기가 왠지 마음에 와 닿았다.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이 안타까워서 그런 것일까? '붉은 구슬'도 끝 부분에서 인간의 욕망이 읽혀져 안쓰러웠다. 전체적으로 볼 때 비유가 맛갈스러운 미미 여사 특유의 일본 전통 풍물 묘사가 여전히 흥미롭긴 하나, 전에 읽었던 작가의 소설에 비해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의 책읽기였다.단편이기 때문일까?


#번외
작품을 읽다보면 작가는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화재의 두려움을 깔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래서 에도에 큰불이 난 적이 있는지 찾아봤더니.... 1657년 3월 2일에 일어난 메이레키 대화재(明 の大火)로 인해 에도 전체 면적의 60% 정도가 불에 탔으며 사망자가 10만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화재는 64년 로마 대화재, 1966년 런던 대화재와 함께 세계 3대 화재사건에 속한다.) 이 이후로도 에도에서 1772년 메이와(明和) 대화재, 1806년 분카(文化) 대화재가 발생하여 큰 피해를 입었다고 전한다. 자료를 더 찾아보니 일본인의 화재에 대한 피해의식은 상상불허의 두려움으로 존재한다는 걸 알게되었다. (심훈 교수의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 참고)

 

2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7 댓글 12
종이책 구매 환상 X 미완 X 애잔 홀릭 ㅡ 신이 없는 달 평점10점 | y*****7 | 2017.12.22 리뷰제목
신이 없는 달 ㅡ 미야베 미유키 , 이규원 , 북스피어1년 열두 달처럼 12개의 단편을 묶어 낸 < 신이 없는 달 > . 그런데 어쩐지 저 먼 하늘 달님을 쳐다보면서 " 정말 그래 ? 거긴 신이 없어 ?!" 묻고 싶어진다 .일본의 달력과 신화에 얽힌 이야기를 제목으로 한 이번 소설집은 전체가 환상 소설집이어도 좋지 않았을까 , 싶기도 했는데 미미여사님은 단단하게 현실의 삶 쪽으로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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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없는 달 ㅡ 미야베 미유키 , 이규원 , 북스피어

1년 열두 달처럼 12개의 단편을 묶어 낸 < 신이 없는 달 > . 그런데 어쩐지 저 먼 하늘 달님을 쳐다보면서 " 정말 그래 ? 거긴 신이 없어 ?!" 묻고 싶어진다 .
일본의 달력과 신화에 얽힌 이야기를 제목으로 한 이번 소설집은 전체가 환상 소설집이어도 좋지 않았을까 , 싶기도 했는데 미미여사님은 단단하게 현실의 삶 쪽으로 이야기를 되돌려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미미월드와 에도시대로 구축해내며 이야기 자체를 매듭을 짓지 않고 환상과 미완을 오가며 질문을 이끌어 낸다 .


그래서 ? 그런데 ? 그리고 ? 왜 ? ......
그 많은 질문 끝에 남는 확실한 감상은 애잔함이다 . 분명 사람 사는이야기인지라 따스한 구석도 있지만 이번 책에선 창백한 달빛처럼 ,어쩐지 풍요 가득한 보름달이 그린 듯 밝게 떳어도 마음은 스산한 사람들의 깊고 깊은 한 숨같은 것을 꼭꼭 쟁여 담은 것만 같다 .

역병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무덤에 모시지도 못한 어린 소녀가 재단의 금줄에 몰래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공양하려한 <귀자모화> 의 애틋함을 넘어 , 죽어서도 역병이 행여 자식에게 해악을 끼칠까 스스로 타오르려 한다는 이야기는 부모 자식간의 천륜이 패륜으로 치닫는 현대인에게 가장 먼저 들려 주고 싶던 미미여사의 또 다른 메세지가 아니었나 싶다 .

<붉은구슬>은 가문의 복수를 깔고 가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 시대의 희생양이 되는 많은 것들도 동시에 생각하게 하는 반정치물이다 .길지 않은 이야기지만 참 많은 것들을 담고 있었다 . 지금의 시대상과 비춰 봐도 뼈아픈 통찰이 사뭇 날카롭기까지 하다 . 어느 시대고 정치의 개혁으로 몸살이 없을 수 없다는 것과 비록 좋은 의도일지 몰라도 ( 사치의 근절 같은 예) 상공업 발전과 더불어 문화까지 죽이게 되는 위험을 생각못하는 엄격은 고인 물 썩고 폐쇄된 가옥이 망하는 것과 같아 , 오래지 않아 반란(반격)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역사가 , 이야기가 누차 알려주고 있었다 .

미완의 사랑 이야기로 보이는 < 쇼스케의 이불옷 > < 고소데의 손 > < 와비스케 동백꽃 > 은 이뤄질 수 없는 , 혹은 이뤄지지 않은 사랑을 담은 듯 보이지만 그 진면목은 고독한 혼자들의 몸부림에 가깝다 . 겉으론 아무렇지 않게 이웃하며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던 사람들이 , 하루아침에 연기처럼 사라진다 . 또는 사라지는 것을 천천히 사람들은 지켜본다 .
이상한데 , 점점 야위어가네 . 사람이 못쓰게 되가잖아 ... 하면서 , 당장 어쩌지 못하는 사이 . 그게 이웃인지도 모른다 . 가족이어도 그럴수 있다 . 옆에 있어도 그 속을 누가 알까 . 그러니 한 길 사람 속을 모른다는 말이 있는 걸 거다 .

그만큼 사람의 외로움 또한 잘 드러나지 않는다 . 더구나 속 깊은 고독을 감추는 것을 , 명랑할 것을 타고난 사회성 쯤으로 교육받고 살아온 우리들은 오죽할까 . 어두운 것 , 너무 내밀한 이야기 , 그런 것을 멀리하자 배워온 우리는 더할 거라고 생각한다 .

그런 이야기 끝에 < 춘화추등 > 과 < 얼굴바라기 >를 나란히 놔주고 싶다 . 인간의 진흙탕같은 내면을 바로 되비추는 거울같은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 나 ? 나는 그런 어둠은 모르는데 , 그런 지저분함은 더더욱 몰라 ... 한다면 . 그 역시 자랑은 아닐 것이다 . 타고난 거짓말쟁이란 뜻일테니 .

인간의 욕망과 무서운 파멸의 이야기 < 미아방지목걸이 > < 다루마고양이 > , 인간 모두에게 신이 있어 줄 수 없기에 엄마 , 어머니를 보내주었다는 이야기처럼 , 어머니가 곁을 지켜 주지 못하거나 그 어머니 곁을 지킬 수 없는 자식에게는 생계를 위해 일하는 곳에서 지켜주는 또 다른 신이 있다는 얘기로도 읽힌 < 목멘본존님> . 그렇지만 그본존의 얼굴은 실상 그 자신의 얼굴일 수도 있을거다 . 언젠가 읽었던 그 짧은 싯귀가 또 스친다 . #당신의계이름 ㅡ중에서ㅡ#쌤앤파커스 북.
" 나는 아직까지 누군가의 삶이 일방적으로 누군가의 생계가 되길 원한다는 말만큼 슬픈 말을 들어 본적이 없다 . "

<신이 없는 달 > < 종이눈보라 > 는 다른 듯하면서 비슷한 슬픔의 정서를 가지고 간다 . 신이 없는 달에서는 아버지가 매년 아픈 딸을 위해 , 좀도둑질을 한다 . 딸이 아픈 이유가 신들이 모두 자릴 비운 탓이라 여겨 신을 부르는 행위로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귀신이나 잡귀는 쫓는다는 팥을 가지고 딸의 놀이공을 만들고 팥음식을 해먹자 한다 . 정작 그 자신 스스로가 잡귀가 되어가는 줄도 모르고 .

종이 눈보라에서는 병들어 사망한 아버지 때문에 진 빚으로 어마어마한 고액의 사채로 과로한 나머지 실명을 앞두게 된 어머니가 어린자신과 오빠와 음독자살을 꾀하고 그녀만 살아남아 이모집에서 자란 소녀가 커서 삼년간 사채꾼네 하녀로 일하며 조금이라도 인간적인 면을 찾기를 희망하다 절망하는 이야기이다 . 삼년간 그녀는 사채꾼 내외만이 아니라 스스로도 인간적인 이해와 용서를 하려고 애를써보지만 어머니와 비슷한 모습의 여인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는 마지막 남은 희망의 끈을 툭 끊어 버린다 . 실제 그녀 자신은 어린 그때가족들과 같이 죽었던건지도 모르겠다 . 누군가는 종이처럼 힘없이나부끼는 자신을 쓸모있게 , 사람으로 꽃피워주길 바랐는지도 . 그러나 이미 다타서 재가 된 그녀는 바람에 하얗게 흩날릴 뿐이었다는 ...그런 얘기 아니었을까 .

이렇게 열 두편의 이야기가 , 사계절을 빙 돌아 한 겨울에야 막을 내린다 . 작가는 먼 과거 우리가 볼 수 없고 갈 수 없던 이웃 나라의 시대로 우리들을 초대할 뿐이다 . 볼 수 없고 갈 수 없으니 오감을 그저활짝 열어 상상을 극대화시킬 수밖에 없겠다 . 뿐인가 ? 기억의 온갖 서랍도 다 열어 젖혀서 희미한 설화와 신화들의 발자국들도 쫓아야지... 여긴 과거로 통하는 오래된 우물 통로 같은 게 달리 없으니 말이다 .  

다음 문을 열면 그땐 에도시대 어느 현장 어떤 이야기 속일까 ? 벌써부터 기다려지고 있다 . 미미 월드 급행은 KTX 연결 안되려나 ? 다음 정차역은 미미월드 2막 2018. 1월역입니다. 하고...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8
종이책 그저 보여주기만 한다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n***8 | 2018.03.31 리뷰제목
가난한 사람이 살기에 나은 때는 겨울보다는 여름이겠지. 여름과 봄가을도 좀 나을까. 봄은 늦봄 가을은 초가을. 가난한 사람만 그때를 편하게 지내는 것은 아닐 거다. 하지만 지금 여름은 많이 더워서 없는 사람은 지내기 힘들겠다. 이런 말로 시작하다니. 그냥 그런 게 먼저 떠올랐다. 옛날에도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이 있었지만 옛날에는 인정이 있어서 잘사는 사람이 못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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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한 사람이 살기에 나은 때는 겨울보다는 여름이겠지. 여름과 봄가을도 좀 나을까. 봄은 늦봄 가을은 초가을. 가난한 사람만 그때를 편하게 지내는 것은 아닐 거다. 하지만 지금 여름은 많이 더워서 없는 사람은 지내기 힘들겠다. 이런 말로 시작하다니. 그냥 그런 게 먼저 떠올랐다. 옛날에도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이 있었지만 옛날에는 인정이 있어서 잘사는 사람이 못사는 사람을 돕기도 했다. 지금이라고 그런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저 형식일 뿐인 것 같다.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사람이 어떤지 잘 모르고 돈만 턱 내놓지 않을까. 다시 생각하니 그런 거라도 있어야겠구나. 경제가 나빠지고는 그런 것도 줄어서 힘들다고 하던데. 한사람이 돈을 많이 내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내면 나을 텐데. 그것도 줄었을지도 모르겠다. 못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사람 마음을 알아서 조금이라도 냈는데.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을 돕는 마음이 다시 살아나기를 바란다.

 미야베 미유키가 에도 시대를 그린 책에서 처음 본 건 《괴이》인지 《외딴집》인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이건 언젠가 썼던가). 잘 생각나지 않는 걸 보면 《괴이》를 처음 봤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제목처럼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외딴집》이라고 현실만 말하지 않지만. 이번 책 《신이 없는 달》을 볼 때 《괴이》가 떠오르고 전설의 고향이 생각났다. 일본 에도 시대는 한국 조선 시대와 비슷한 때가 아닐까 싶다. 《외딴집》을 볼 때는 그걸 많이 느꼈다. 전설의 고향이 조선 시대 이야긴지 잘 모르겠지만 조선 시대가 많지 않았을까. 전설의 고향에 귀신이 나와서 무서운 이야기 같기도 한데, 거기에 무서운 이야기만 있었던 건 아닐 것 같다. 따듯한 이야기도 있었겠지. 무서운 이야기를 더 많이 기억해서 전설의 고향은 무섭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여기 나오는 이야기에 아주 무서운 건 없다. 아니 하나 있던가. <다루마 고양이>는 조금 오싹할지도. 그렇다 해도 나중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과 같은 길을 가지 않기를 바랐다. 사람은 자신만 안 좋은 일을 당한다 여기면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이기도 한다. 그런 마음에 지지 않아야 할 텐데. 그건 사람이 약해서 그런 건지도. 미야베 미유키는 약한 사람이라 해도 크게 뭐라 하지 않는다. 본래 그렇기는 하다. 소설가는 판단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약한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는 건지도.

 자신이 놓인 처지를 생각하고 한해에 한번 안 좋은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건 <신이 없는 달>에 나오는 사람이다. 신이 없어서 자신을 지켜보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기도 했다. 그 사람은 자신이 편하게 살려고 그런 건 아니다. 아이가 아파서 자신이 버는 돈만으로는 아이를 돌보지 못한다 생각하고 돈을 훔쳤다. 그렇다 해도 난 그게 좋은 것 같지 않다. 아무리 자식이 아프다고 다른 사람 것을 훔치다니. <붉은 구슬>에서 남편은 아픈 아내를 잘 보살피려면 더 많은 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그 시대에 하지 않아야 하는 일을 하고 돈을 벌지만 잡혀간다. 돈이 있으면 이것저것 할 수 있겠지만 돈으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난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나 같은 사람은 돈이 없으면 굶어 죽을지도. 세상은 그런 사람을 미련하다 하겠지. 내가 그런 걸 어쩌라고.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도 있는 거지.

 마지막 이야기 <종이 눈보라>에서는 자신의 부모를 죽게 한 고리대 장사를 하는 사람한테 복수한다. 그 모습이 어쩐지 슬프게 보인다. 억울한 일을 당하면 그대로 돌려주고 싶기도 하겠지만 그걸 한다고 마음이 풀리지는 않을 거다. 여기에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미야베 미유키는 한발 떨어져 있다. 미야베 미유키 소설은 거의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니 소설은 거의 그렇겠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거겠지. 소설을 보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를 쓰면 조금 다르기도 하다. 무척 놀랄 만큼은 아니지만. 그런 경험도 괜찮은 것 같다. 어떤 것이든 한쪽에서만 보지 않고 여러 곳에서 봐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여기에는 열두 가지 이야기 담겼다. 일월에서 십이월까지인가 보다. 달은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것도 잘 봤다면 좋았을 텐데. <신이 없는 달>은 시월을 생각했다. 에도 시대를 사는 서민 이야기다. 따스한 이야기 안타까운 이야기에 조금 슬픈 이야기도 있다. 사람 사는 게 그렇기는 하구나. 살다보면 좋은 일이 있기도 하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누군가한테 마음을 쓰는 사람도 있고 자신을 더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남을 돕는 게 자신한테도 좋은 일이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더 늘어나기를 바란다. 나도 그러려고 애써야겠다.



희선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10
종이책 한없이 여리고 가냘픈 존재, 신이 없는 달 평점8점 | k****e | 2017.09.02 리뷰제목
인간은 나약하고 가엾은 존재라 늘 신에게 의지한다. 어딘가에 있을 신이 자신을 돌봐주지 않을까, 하다 못해 신이 있다는 것만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헌데 그런 신이 없는 달이 있단다. 신이 없는 달에 인간은 어찌하면 좋을까?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제목이자 열두 편의 단편 중 하나인 '신이 없는 달'을 비롯 각 단편엔 갖가지 사연을 가진 자가 등장한다. 영혼을 믿는 자, 믿
리뷰제목

인간은 나약하고 가엾은 존재라 늘 신에게 의지한다. 어딘가에 있을 신이 자신을 돌봐주지 않을까, 하다 못해 신이 있다는 것만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헌데 그런 신이 없는 달이 있단다. 신이 없는 달에 인간은 어찌하면 좋을까?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제목이자 열두 편의 단편 중 하나인 '신이 없는 달'을 비롯 각 단편엔 갖가지 사연을 가진 자가 등장한다. 영혼을 믿는 자, 믿지 않는 자. 이용하는 자와 이용당하는 자, 마음을 다스리는 자가 있다면 흔들리는 자도 있고 하나같이 한없이 여리고 가냘픈 존재, 인간이 그 주인공이다.

 

<귀자모화>는 절대 갈라놓을 수 없는 부모와 자식의 애틋한 정을 보여주고, <붉은 구슬>에선 알면서도 이끌려 이용당하는 남자가 있고, <춘화추등>은 사방등과 관련해 기묘하면서도 궁금한 나머지 고물점 주인의 이야기를 자꾸만 듣게 되고, <얼굴 바라기>는 결국 외모가 전부는 아니라는 거고, <쇼스케의 이불옷>은 누군가의 연정이 혹시 이불 속에 담겨있었던 게 아닐까 추측하며, <미아 방지 목걸이>는 한 여자의 애끓는 사연이 슬프고, <다루마 고양이>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함이 옳다는 교훈과 함께 섬뜩함도 선사하며, <고소데의 손> 역시 오싹 소름이 끼치고, <목맨 본존님>은 에둘러 말함으로써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데,

 

정말 신은 없는 걸까?

 

<신이 없는 달>은 열린 결말에 아쉬움만 가득 안겨주고, <와비스케 동백꽃>은 오해가 오해를 부르지만 그 오해가 가엾은 이야기이며, <종이 눈보라>는 모든 복수가 그렇듯이 한없이 서글프고 씁쓸할 따름이다.


 

***  

 


미야베 미유키, 미미여사는 이 이야기로 또 한번 증명해낸 것 같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재주를 가졌다는 걸. 한 편, 또 한 편 읽어나가다보면 대체 이런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내는 걸까? 에도시대엔 그렇고 그런 전해내려오는 이야기가 많은 건가?...하고 궁금하기까지 하다. 거기다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나눠 읽어도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거나 방해가 되질 않는다.

 

책은 또다른 책을 부르지만 때론 서평도 책을 불러온다. 재미도 있고 교훈도 있고 나름의 철학도 있는 이 책은 그리해서 읽게 되었다. '신이 없는 달' 따뜻하면서도 서늘해지고 그러면서도 묘한 이끌림을 느끼는 이야기. 요즘 혹은 조금 더 지나서 읽기에 참 좋을 것 같다.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14
종이책 삶과 문화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j***6 | 2017.09.07 리뷰제목
꽤나 음산하다. 이 작가의 글이 아니었다면 내 취향이 아니라면서 안 읽었을지도 모를 이야기들이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앞서 많이 읽었던 게 이해를 도와주었다. 재미도 있고, 교훈도 있고, 일본인의 정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 셈이니까.   오늘 이 땅에 살고 있는 '나'는 나 이전의 앞선 세대가 남겨 준 수많은 문화의 총합이다. 내가 하는 행동 하나
리뷰제목

꽤나 음산하다. 이 작가의 글이 아니었다면 내 취향이 아니라면서 안 읽었을지도 모를 이야기들이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앞서 많이 읽었던 게 이해를 도와주었다. 재미도 있고, 교훈도 있고, 일본인의 정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 셈이니까.  

 

오늘 이 땅에 살고 있는 '나'는 나 이전의 앞선 세대가 남겨 준 수많은 문화의 총합이다.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말 한 마디, 생각 한 조각까지 힘을 입지 않은 바가 없다. 일본인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도 나는 나 자신과 우리 조상을 떠올리게 된다. 내가 지금 이러는 것은 내 선조들이 그때 그렇게 했던 것으로 인한 결과의 한 모습이구나. 가르치고 배우면서 전해졌을 풍속들이 민족성이 되고 전통이 되고 문화가 되었으리라.

 

일본인이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갖고 있는 정서를 어렴풋이 짐작할 듯하다. 종교와는 또 다르다. 오히려 우주 혹은 자연을 숭배하는 마음이 강한 것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그만큼 생활에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와 같은 행동의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권선징악의 원리와도 또 다르고. 아무 잘못도 없다 싶은데 곤경에 처하거나 벌을 받는 것을 봐도 그렇고(나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 세계이다).     

 

늘 그랬듯이 책은 잘 읽힌다. 바다 건너 이야기이므로 현실감을 갖지 않아도 되니 무서운 이야기여도 썩 무섭지는 않다. 일본 사람들은 무섭다고 느끼기는 할까? 마치 우리가 죄를 지으면 자연스럽게 죄의식을 느끼는 것처럼.

 

사람이라서 이해가 되기도 하고 이해를 못하겠다 싶을 때가 있다. 민족성이라고 다를 게 무엇이 있겠는가마는 어떤 부분은 이해가 되고 어떤 부분은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 일본인, 참 두 얼굴이다. 그들도 우리를 이렇게 볼 테지? 낮은 곳에서 어렵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았을 사람들의 절박한 삶의 의지가 낯설지 않다. 안타깝고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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