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서양 미술사
그림을 볼 줄 모른다.
그저 앞에 놓인 그림을 노려보듯 응시한 다음, 눈에 띄는 것 몇 가지 챙겨보는 정도
그래서 그림을 보면서도, 우리 말 속담을 떠올리곤 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책을 갈구했었다. 나에게 그림 보는 것을 가르쳐줄 선생님 같은 책을.
바로 이 책이 그 책이다.
이 책은 그림의 의미를 먼저 이렇게 정의한다.
미술 작품은 인류가 지나온 역사를 보기 위한 문이자 그 열쇠가 되어주기도 한다.
거기서 배울 점은 많다. (7쪽)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자, 이제 그 보는 법과 배우는 법을 함께 해보자.
따라서 이 책은 그림을 보는 법과 배우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7쪽)
어떻게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걸 알 수 있다.
제1부 서양 미술사를 즐기기 위해
1 미술사란 무엇인가
제2부 서양 미술을 더 즐겁게, 명화 보는 법
2 그림 읽어 보기
제3부 서양 미술의 ‘기법’, ‘장르 구분’을 배우다
3 기법 / 4 장르
제4부 서양 미술의 ‘역사’를 배우다
5 미술의 발자취
제5부 ‘우의화’, ‘성서화’, ‘신화화’에 숨은 암호를 해독하다
6 알레고리/ 7 성서/8 신화
따라서 이 책을 통하여 배우는 것을 단계별로 정리하면 이렇다.
서양 미술사를 알기 위한 기본 전제 몇 가지을 알고,
그 다음으로 미술 기법과 장르 구분을 알고
그 다음 서양 미술사를 배우고
우의화’, ‘성서화’, ‘신화화’에 숨은 암호를 해독하는 것을 배우면 되는 것이다.
그 중 몇 가지, 기록해 둔다.
04 그림을 해독하기 위해 알아두면 좋은 세 가지 기호 (22-23쪽)
아이콘, 지표, 상징을 알아두어야 한다.
아이콘 : 원 대상과 형상이 닮은 것
지표 : 인과관계가 있는 것
상징 :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 것
예컨대 비둘기 같은 경우다. 비둘기는 원래 그런 의미는 없었지만, 거기에 평화라는 의미를 부여해서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으로 부르는 것이다.
그림 읽어보기
〈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 이 장면은 왜 충격적이었을까? (52-53쪽)
17세기 네델란드 화가 페이메이르가 그린 그림이다.
그런데 이 그림이 지금 보면야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당시에는 충격적이었다.
왜 그랬을까
바로 그 전에만 해도 여성 대부분이 글을 읽을 수 없었는데 이 그림이 편지를 읽는 여인을 그렸기 때문이다. 사회가 변한 것이다. 이제 세상이 바뀌어 여자들도 글을 읽고 편지를 주고 받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해서 이 그림은 당시 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그림인 것이다.
이 책을 읽지 않고, 해서 이런 사실을 몰랐더라면 이 그림은 평범한 그림에 불과하였겠지만, 이걸 알고 나니, 그림이 다르게 보인다. 그래서 그림을 보는 눈이 열리는 것이다.
07 〈비, 증기, 속도〉,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를 처음으로 그린 작품 (60-61쪽)
영국의 화가 터너가 그린 그림이다. <비, 증기, 속도>
기차가 달리는 것은 그릴 수 있겠지만, 달리는 속도 자체를 그릴 수 있을까
이 부분을 읽을 때,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읽어보니 이해가 된다.
실제로는 카메라가 아닌 이상 속도를 그릴 수는 없다.
그러나 터너는 그 속도를 찰나의 순간 이미지로 그려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일련의 흐름에 따른 감동을 이미지화하게 되었다. 자연히 무엇을 그렸는지 알기 어려웠지만 동시에 이 작품은 속도를 처음 그려낸 그림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60쪽)
설명 옆에 있는 그림을 보니, 물론 흑백으로 되어 있어 그 자체도 흐릿하지만,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그게 무엇을 그렸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설명을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으며서 살펴보니 그제서야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게 된다. 그림이 보이는 것이다,
우의화’, ‘성서화’, ‘신화화’에 숨은 암호를 해독하는 것을 배우면 되는 것이다.
성서의 주제를 그림으로 그린 것은 성경의 내용을 알아야만 하고
신화 역시 마찬가지다. 신화의 내용을 알아야만 그림이 무엇을 그리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신화 관련 그림은 모두 7점,
덕분에 신화도 공부할 수 있었다.
〈사투르누스〉
아들을 삼키고 있는 신이다. 사투르누스, 자신의 지위를 빼앗을까봐 두려워 자식을 삼키는 모습, 끔직한 모습을 그린 것이다.
〈페르세포네의 납치〉
지하의 신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하여 하데스 곧 지하로 끌고가는 장면이다.
〈프로메테우스〉
제우스가 금지한 불을 훔쳐서 인간에게 가져다준 벌로 고통을 받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아폴론과 다프네〉
다프네를 좋아하여 쫒아다니는 아폴론, 그러나 끝까지 도망을 치다가 결국 나무로 변하는 신화 속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다프네의 손과 발이 나뭇가지로 변하는 모습이 아주 사실적이다.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그 유명한 피그말리온 이야기가 조각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너스의 탄생〉
보티첼리의 그림 <비너스의 탄생>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그림이다.
비너스의 아리따운 자태가 여실히 드러나는 포즈, 아름다움과 관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파리스의 심판〉
토로이 전쟁의 발단이 되는 파리스의 심판. 파리스에게 주어진 과제, 누가 가장 예뿐 여신인가? 그래서 그는 아프로디테 손을 들어주었고 그것은 결국 트로이 전쟁으로 이어진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그림 읽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림 보는 법은 먼저 그림을 읽어야 하기에 그림 읽는 법이라 한 것이다.
그림 속에 들어있는 것을 찾아내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 그것이 파악되면 그림은 갑자기 말을 건네는 글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그림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볼 수 있게 된다.
이론을 익히고 그 실례가 되는 그림을 바로 살펴볼 수 있으니. 매우 실제적으로 그림 감상도 겸하여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