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의 매운 맛이란 제목과 엄지손가락으로 벽돌을 격파하는 표지가 멋진 책.
자존감 동화라는 부제도 끌리는 책.
천지인술 계승자인 아버지가 카라지 무술고수와 대결에서 패배한 후, 지석이가 그 뒤를 이어받아 천지인술을 부활시키는 이야기. 초등학생이던 지석이가 힘든 것도 꾸욱 참고 어떻게든 아버지의 원수도 갚고 천지인술도 널리 알리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꽤나 감동적이다. 게다가 자존감 동화라는 부제가 동화 전반에 기본으로 깔려있어서 지석이가 자존감을 지키며 노력하는 일상이 일기형식으로 나오고, 각 챕터의 마지막엔 관련 만화들이 나와서 한 숨 쉬어가며 잠깐 생각해보고 이야기를 이어서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좋았다.
제일 좋았던 부분은 지석이가 복수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공개적으로 하자고 제안했던 곳이다. 중학생인데도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된 지석이의 모습이 자존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반 아이들과 이 책을 돌려 읽으며 같이 이야기 나누기를 해보고 싶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지석이는 어떤 모습일까??
우선 이 책을 쓴 고정욱 작가는 장애인을 소재로 한 동화를 많이 발표하였다. 제목만 들어도 유명한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가방 들어주는 아이> 등의 동화와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등의 청소년 소설을 쓴 작가가 쓴 책이라니 무척 반가웠다.
이 책의 부제는 고정욱 선생님의 자존감 동화이다. 스스로를 존중하며 믿는 힘인 '자존감'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시작하는 시기에 자존감이 있으면 더 주체적으로 살며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읽어보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굳게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인 강지석의 이야기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천지인 무술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던 강관장에게 어느 날 검은 도복을 입은 사내가 찾아온다. 이 사내는 강관장에게 대결을 요청하는데, 긴 시간의 싸움 끝에 지쳐갈 때쯤 검은 도복의 사내는 쇳조각을 몰래 숨겨 강관장을 공격하고, 이로 인해 강관장은 휠체어를 타는 신세가 된다. 이 때부터 강관장의 천지인 도장은 거의 망할 직전에 이르는데, 그의 아들은 강지석의 노력으로 점차 천지인 도장은 세계 무대를 꿈꾸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힘든 수련의 과정 속에서도 한 번도 포기하지 않고 아버지의 명예와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하는 강지석의 모습이 무척 대견하였으며, 이 책을 읽는 많은 어린이들에게도 감동을 줄 거라 믿는다. 방송 출연을 계기로 하여 유명해지고, 아버지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사범과의 대결이 격투기 대회로 생중계 된다는 점이 요즘 시대에 진짜 있을 법한 내용이라서 더욱 흥미로웠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중간중간에 삽입된 2쪽짜리 만화였다. 다른 관점에서 고난을 보자, 좋은 뜻을 좇는 꿈을 갖자 등 교훈이 있는 만화였는데,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내용이라 직접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보기드물게 흥미롭고도 감동과 교훈이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