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 돌보는 세계
공유하기

돌봄이 돌보는 세계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리뷰 총점 9.7 (18건)
분야
사회 정치 > 사회학이해
파일정보
EPUB(DRM) 74.91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소개 (12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18건) 회원리뷰 이동

종이책 돌봄이 돌보는 세계 - 이제는 관심을 가져야 하는 돌봄에 대하여... 평점10점 | w******2 | 2022.09.13 리뷰제목
처음에는 단지 비명밖에 기록할 수 없다고 해도, 이야기함으로써 다시 조직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질환자들의 이야기들이 모이고, 우리 사회가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의료의 주체인 질환자, 돌봄 당사자, 의료 종사자 간에 더 건강한 관계가 정립될 수 있다고 믿는다.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라는 부제가 붙은
리뷰제목


 

 

처음에는 단지 비명밖에 기록할 수 없다고 해도, 이야기함으로써 다시 조직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질환자들의 이야기들이 모이고, 우리 사회가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의료의 주체인 질환자, 돌봄 당사자, 의료 종사자 간에 더 건강한 관계가 정립될 수 있다고 믿는다.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라는 부제가 붙은 <돌봄이 돌보는 세계>

그동안 개선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관심을 갖지 못했던 '돌봄'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책은 질병, 장애, 권리, 노동, 의료, 교육, 젠더, 혁명, 이주, 탈성장이라는 열 개의 키워드로 열한 분의 글들이 실려 있다.

그들의 글을 통해서 곁에 있었지만 알지 못했던 수많은 돌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적극적으로 의존하고 돌봄을 받아야 하는 몸을 무능력과 수치로만 여기는 사회에서, 그런 '수치스러운 몸'이 된다는 공포는 죽음보다 삶을 두렵게 만들고 있다.

 

나이 들어가면서 질병이나 죽음과 자주 마주치는 일이 생긴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사고로 몸이 정상적인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도 본다.

 

한 달 반이 넘는 시간 동안 다리 수술을 하는 바람에 꼼짝없이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동생을 돌보며 난생처음 휠체어를 밀고 다니면서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정말 <<불편한 세상>>이라는 걸 느꼈다.

고르지 못한 보도블록, 버튼을 눌러야만 열리는 자동문,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화장실, 휠체어로 이동하기 어려운 대중교통.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을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담긴 분들의 경험들이 남에 일 같지가 않았다.

 

 

 


 

 

 

자신에게 맞는 의존의 선택지가 적을수록 사람들은 사회생활에서 제한을 겪고 '약자화'된다.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자연 그 사람을 돌보는 일은 여성들의 몫이다.

불문율처럼 당연한 이야기였다.

처음엔 경제력의 유무에 달렸다고 생각했지만 똑같이 경제활동을 해도 환자는 거의 여성의 몫이었다.

병원 다니기와, 간호와 자잘한 병수발 모두가 여성의 몫이 가장 컸다.

그리고 그 돌봄은 당연시되었을 뿐 그 무엇으로도 환산되지 않았다.

그들의 노고와 그들의 시간은 그저 당연함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게 맞는 것일까?

 

문제는 의존하고 돌봄 받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돌봄을 둘러싼 권력과 통제권이 그 핵심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 경우를 이입해 본다.

만약 내가 없었다면 내 동생은 혼자 휠체어를 타고서 카페에 갈 수 있었을까?

카페에 갔다고 해도 셀프서비스와 키오스크가 대세인 세상에서 주문이나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걸어다는 사람들에게 맞춰서 설치되어 있는 키오스크는 휠체어를 사용하거나 키 작은 사람이 사용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높다.

셀프서비스는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세상이 편하게 변해가는 거 같으면서도 점점 더 불편한 거 같은 이유는 뭘까?

그건 '사람'이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장애인들을 위한, 그중에서도 가장 최신의 정보나 기기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집과 동네만 어슬렁거리던 나의 세상에서 잠시 외유를 했던 세상은 모든 게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루어진 세상이 되었다.

앱 없이는 택시도 잡을 수 없고, 앱 없이는 결제하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어있었다.

 

돌봄이라고 하면 질병이나 장애에 대한 돌봄을 우선 생각하겠지만 변화하는 세상에 재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돌봄은 필요하다.

급격하게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디지털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 역시나 돌봄의 대상이 된다.

아마도 돌봄이라는 단어에서 이런 생각을 떠올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질병과 노화는 살아가다 보면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다.

우리 사회는 급진적 발전으로 인해 그 속도를 따라가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시스템을 갖췄다.

그것이 선진국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불릴 수 있겠지만 그만큼 소외되는 사람들이 많다는 데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사회는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그에 따른 법과 사람들의 인식은 미처 못 따라가고 있는 거 같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회의 발전 속도를 못 따라가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가 보강되어야 한다.

 

이 책은 여럿이 읽고 생각을 나누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서 다양한 좋은 의견들이 나와 정말 사회 곳곳에 빛나는 아이디어로 채택되었으면 좋겠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우리에겐 동네 사람, 이웃사촌들이 즐비했다.

그들은 서로의 돌봄이었다. 품앗이라는 의미를 아는 세상이었다.

우리는 불과 30~ 40년 만에 그 모든 걸 잃었다.

다시 되찾을 방법은 없을까?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종이책 돌봄이 돌보는 세계 평점10점 | y******k | 2022.09.13 리뷰제목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돌봄이 돌보는 세계>.   질병, 정신장애, 장애, 권리, 노동, 의료, 교육, 젠더, 혁명, 이주, 탈성장의 10가지 키워드로 돌봄에 대하여 말해주고 있는 책이다.   솔직히 팬데믹 이전에는 돌봄이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는 않았던 것 같다. 초고령화 사회로 가는 분위기에서 대비해야하는 부분인데도 사실 한 켠에 쌓아
리뷰제목

취약함을 가능성으로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돌봄이 돌보는 세계>.

 

질병정신장애장애권리노동의료교육젠더혁명이주탈성장의 10가지 키워드로 돌봄에 대하여 말해주고 있는 책이다.

 

솔직히 팬데믹 이전에는 돌봄이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는 않았던 것 같다초고령화 사회로 가는 분위기에서 대비해야하는 부분인데도 사실 한 켠에 쌓아두고 나의 일은 아니니까 하는 생각들이 대부분이였을 것이다그러다 팬데믹으로 모두 집 안에 머물게 되자 구멍이 도드라지기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관련 내용으로 이슈화도 되고 도서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다른몸들 기획으로 나온 이 돌봄에 대한 도서가 특별한 이유는이 안에 담긴 목소리가 다양하기 때문이다때로는 당사자들이때로는 정책을 실천하는 이가때로는 관련 연구자 등이 하나로 모여 이 안에 담아냈다.

 

심각한 내용이지만 비교적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접근성 좋은 사회학 도서로 완성되었다.

 

_재난은 돌봄이 얼마나 절박하고 중요한 필수노동인지 깨닫게 만들었다그리고 팬데믹 3년을 겪고 있는 2022년 지금돌봄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_p5

 

_일상에서 누가 어떻게 돌볼 것인가는 복잡한 정치적 문제이고많은 이에게 돌봄은 여전히 피곤하고 고통스러운 주제이다시장화된 돌봄과 취약한 돌봄의 공공성여전히 강고한 돌봄의 설별성돌봄이 보편이 아닌 특수로 규정되는 현실사회적으로 저평가된 돌봄의 가치돌봄 노동자의 저임금과 낮은 처우 등은 제대로 된 돌봄을 수행하는 것도받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는 누군가를 돌볼수록 그 자신도 취약해지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_p111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돌봄의 테두리 안에 있다이제는 그 기본 생리와 합리적인 정착을 애써야 하는 때이다그러기 위해 알아야하는 많은 것들이 들어있는 필독서 같은 책이였다모두 함께 하였으면 좋겠다.

 

 

_통상 결혼은 여성에서 돌봄노동의 증가를 의미하지만비혼인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며 비혼여성 역시 가족 돌봄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겪는다._p114

 

 

_이용자가 요양보호사를 교체하는 데는 특정한 사유나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센터장에게 교체를 요청하는 전화 한 통요양보호사에게는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라는 말 한마디면 된다이 경우 요양보호사는 하루아침에때로는 영문도 모른 채 일거리와 임금이 끊긴다._p141

 

 

_모든 인간과 비인간 생명체는 돌봄을 주고받는 존재로돌봄을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다돌봄은 가치 있는 행위이지만돌봄노동은 시간과 육체적경제적감정적 소모를 수반한다._p287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종이책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 돌봄이 돌보는 세계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c*****5 | 2022.09.12 리뷰제목
돌봄이 돌보는 세계. 조한진희 X 다른몸들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모님은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때가 올 것이고, 곧 태어날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 역시 최소 20년은 나와 아내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나 또한 많은 존재들의 돌봄 속에 이렇게 자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돌봄이돌보는세계 라는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다른몸들 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리뷰제목
돌봄이 돌보는 세계. 조한진희 X 다른몸들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모님은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때가 올 것이고, 곧 태어날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 역시 최소 20년은 나와 아내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나 또한 많은 존재들의 돌봄 속에 이렇게 자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돌봄이돌보는세계 라는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다른몸들 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다른 몸들이 존중되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단체 이다.
.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적 약자로 대표되는 돌봄이 필요한 열가지(질병, 정신장애, 권리, 노동, 의료, 교육, 젠더, 혁명, 이주, 탈성장)의 부문을 선정하여 이야기 한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위와 같은 여러 부문의 도움. 곧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그러한 손길이 필요하지 않기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
과거에 비해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등의 시스템은 매우 발전하였음은 분명하다. 이 또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는 꾸준히 발생하고, 그로 인한 각종 문제는 뉴스에서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게 현실이다. 한달도 되지 않은 일이다. 엄마와 자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지만 사회는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때 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였다.
.
열 가지의 키워드 중 인상깊었던 부분은 #정신장애 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이상한변호사우영우 라는 드라마 때문이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장애를 혐오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드라마에 나오는 변호사 우영우는 서울대학교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자폐가 있다는 이유로 어떤 로펌의 부름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고, 그들이 사회와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차별이 없는 이상적인 사회. 국가가 책임져야 함이 기본이지만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이루어야 하는 사회일 것이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종이책 돌봄이 돌보는 세계: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하여 평점10점 | z****1 | 2022.09.12 리뷰제목
도서지원 | 해당 도서는 동아시아서포터즈 활동으로 증정받은 도서입니다. 돌봄이 돌보는 세계, 조한진희X다른몸들 기획 (동아시아)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돌봄이 돌보는 세계」는 2021년 3월 다른몸들에서 주최한 연속 강좌 <교차하는 현실 속 잘 아플 수 있는 사회를 위한 돌봄> 내용을 기반으로 구성되었다. 강좌에서 이어진 책이라
리뷰제목
도서지원 | 해당 도서는 동아시아서포터즈 활동으로 증정받은 도서입니다.


돌봄이 돌보는 세계, 조한진희X다른몸들 기획 (동아시아)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돌봄이 돌보는 세계」는 2021년 3월 다른몸들에서 주최한 연속 강좌 <교차하는 현실 속 잘 아플 수 있는 사회를 위한 돌봄> 내용을 기반으로 구성되었다. 강좌에서 이어진 책이라 더 다양한 사람의 입으로 다양한 키워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질병, 정신장애, 장애 등 총 11개의 키워드와 여러 명의 발화자를 통해 돌봄을 논의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정말 많이 반성했고 사실 부끄러웠다. 내가 생각하는 ‘돌봄’이 이렇게나 편협한 것이었다니. 성인이 된 후로는 내가 돌봄과 먼 존재라고 생각했다. 돌봐야 할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내 할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고 여겼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돌봄’은 인간으로서 삶을 영위할 땐 누구나 곁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인상 깊었던 챕터는 권리를 키워드로 한 의존과 질병의 ‘정상성’, 이주를 키워드로 한 국경을 넘는 여자들이다. 의존과 질병의 ‘정상성’ 파트에선 ‘질병권’에 대한 논의가 인상깊었다. “무엇이 우리를 돌봄 불안에 떨게 하는지, 누가 어떤 식으로 돌봄 불평등에 놓여 있는지, 어떤 조건과 문화가 특정 존재를 약자화하고 있는지 무심히 흘러가는 듯한 일상을 면밀히 들여다보자. 그런 장면과 문제를 포착하는 것 자체가 변화를 만드는 시작이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수하다(p.129).”고 말한 조한진희 활동가님의 마지막 이야기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또한 이 책에서는 돌봄의 외주화와 시장화에 대한 문제점을 자주 짚는데, 국경을 넘는 여자들은 돌봄의 여성화, 계층화에 대한 이야기 때문에 특히 더 기억에 남는 챕터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공부하는 자세로 읽지 않으면 머리에 남는 게 많이 없을 것 같아 걱정했는데, 각 챕터 안에서 소제목을 굉장히 잘 활용하였다. 소제목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에 대해 한번 더 짚어주고 요약해주어, 내 사고가 다른 길로 빠지거나 흐트러지지 않게 잘 잡아준다. 결국 이 책은 11개의 키워드를 통해 몸에서부터 제도, 제도에서부터 가치로서의 돌봄까지 개념을 확장해가며 모두가 돌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임을 알게 한다. 그리고 앞으로 돌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방법적인 제시도 잘 되어 있어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가 한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었다.

 


 

▶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나를 ‘기적’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기적’은 일회성 이벤트이다. 나에게 기적이라고 말해주었던 사람들 중 과연 얼마나 많은 수가 내가 생을 ‘지속’하며 살아가야 할, 같은 인간임을 고려했을까?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우리 사회는 내 삶의 질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질병-나의 장애는 몇 점인가요? 中)

 

▶ 돌봄에 의존하는 것이 강한 남성성에 위배되는 일이라는 주장도 사실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혼자서는 넥타이도 제대로 못 매는 남편을 위해 아내가 아침마다 넥타이를 매주고, 아내가 건네주는 영양제를 입에 털어 넣고, 집을 나설 때는 아내가 신기 편한 방향으로 놓아준 구두를 신고 출근하는 모습. 이는 남성성 훼손이 아니라, 남성 혹은 남편으로 ‘대우’받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시 강조하지만 특정 의존만이 문제가 된다. 문제는 의존하고 돌봄받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돌봄을 둘러싼 권력과 통제권이 그 핵심이다. (권리-의존과 질병의 ‘정상성’ 中)

 

▶ 돌봄을 받기만 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과 타인을 돌보는 이로 자랄 수 있겠는가? 돌봄을 하찮고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곳에서 교육을 받은 이가 어떻게 돌봄의 가치를 소중히 여길 수 있겠는가? 참된 배움은 책에 적혀 있는 진리가 아니라 삶의 진실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정의와 평등, 공존과 공생의 기술을 삶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교육이 돌봄인지도 모른다. 이제 교육과 돌봄을 분리하고 위계화했던 오랜 역사를 철폐하고, 교육과 돌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성찰하면서 새롭게 상상하고 재구성해보자. 그 길을 먼저 갔던 수많은 발자국들이 우리 앞에 있다. (교육-돌봄 없이는 교육도 없다 中)

 

 

#돌봄이돌보는세계 #동아시아 #동아시아출판사 #조한진희 #채효정 #정희진 #전근배 #오승은 #염윤선 #안숙영 #백영경 #박목우 #김현미 #김창엽 #다른몸들 #다른몸들기획 #동아시아서포터즈 #동아시아서포터즈6기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종이책 '돌봄'이라는 단어 속 수많은 키워드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h*********1 | 2022.09.12 리뷰제목
질병, 정신장애, 장애, 권리, 노동, 의료, 교육, 젠더, 혁명, 이주, 탈성장이라는 열 가지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돌봄'에 대해 톺아보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질병-의료/교육-탈성장으로 크게 두 파트로 구분된다고 생각했다. 질병-의료 파트는 '건강한 몸'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회가 '아픈 몸'을 가진 사람들을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한계에 가두어두고, 그들을 '돌보는 노동'
리뷰제목

질병, 정신장애, 장애, 권리, 노동, 의료, 교육, 젠더, 혁명, 이주, 탈성장이라는 열 가지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돌봄'에 대해 톺아보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질병-의료/교육-탈성장으로 크게 두 파트로 구분된다고 생각했다. 질병-의료 파트는 '건강한 몸'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회가 '아픈 몸'을 가진 사람들을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한계에 가두어두고, 그들을 '돌보는 노동' 또한 평가절하하는 상황을 비판한다. 이러한 상황을 전복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아픈 몸'을 기준으로 하는 사회로의 변화 말이다. 교육-탈성장 파트는 돌봄 노동과 여성간의 상관 관계에 대해 긴밀하게 파고들어간 것 같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무급, 혹은 적은 보수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이 대부분 여성이며, 이것이 돌봄 노동과 여성 모두에게 얼마나 악순환을 가져오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부장제 및 성장주의 사회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며, 따라서 탈성장이 효과적인 지향점이라고 본다.

나 역시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사회 갈등은 사회 구조 자체의 문제라고 보는 입장이다. 여전히 굳건하게 남아있는 가부장제와 경제성장을 위해서 무한 경쟁 속에 뛰어들게 하는 성장주의는 우리가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 이러한 체제의 부조리함을 직시하고,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잠시 쉬어갈 수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달리면 주변의 풍경을 잘 살피지 못하는 것처럼,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아쉬웠던 점은 열 가지 키워드가 '돌봄'이라는 공통적인 주제로 느슨하게 묶여있지만, 각 필자들의 글을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에 글의 흐름의 일관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 각각의 글을 읽으면 거진 문제제기에서 내용이 끝나는 느낌이다. 후반부의 탈성장을 논하는 글은 목차의 끝에 위치한 만큼 결론으로 느껴지긴 했으나, 이게 첫 글부터 모든 글을 포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 '돌봄'이라는 중요한 화제가 단순히 '돌봄'이라는 덩어리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있음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기에 유효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