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증후군이라는 말은
미국 정신분석 의사인 '허버트 프뤼덴버그'가 처음 사용한 말로
영어로 다 타버렸다는 뜻이에요
모든 것을 불태워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
그래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함
그런 상태를 번아웃이라고 말하는데
다른 말로는 무기력증, 소진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올림픽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챔피언이
더 이상 올라가거나 이뤄야 할 것이 없을 때 또는
다 이뤘다는 생각이 들 때 현타로 번아웃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직 한창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해야 할 우리 아이들이
예상외로 번아웃 증상을 겪는 일이 많다고 해요!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어떡해요?의 주인공 도영이는
이른바 엄친아라고 부르는 모범생입니다
다섯 살 때부터 영어유치원과 문화센터를 다니고
학습지를 풀고, 체험학습을 다니며
초등학교 4학년이 된 현재까지 엄마가 짠 시간표대로 살아가고 있는 아이지요
엄마가 빽빽한 시간표를 만든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선행 학습은 기본이고
악기도, 운동도 잘해야 하고
수행 평가를 위해서는 그림도 잘 그려야 했으며
글로벌 인재가 되려면 제2외국어도 필요하니까요
남보다 앞서가기 위해서는 한마디로 만능이 되어야 했습니다
친구들에게 천재, 인공지능, 영재라고 불리며
남들과는 다르게 똑. 똑. 한 도영이는
하루 종일 영어 단어를 외우고 중학교 수준의 수학을 풀며
영재로서의 피곤한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물어보면 답한다는 인공지능 도영이의 번아웃은 의외로 너무 사소한 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미생물, 장, 결장, 설사, 코딱지, 트림, 귀지까지 영어 단어를 척척 대답해내던 도영이가
정말 너무 간단하고 쉬운 단어에서 머리가 백지처럼 변하는 것을 느꼈거든요
지금껏 외우던 많고 많은 단어들이 깡그리 사라지는 느낌....
도영이의 불안함은 자기보다 더 똑똑하게 느껴지는 친구가 같은 반으로 전학을 오자 극에 달합니다
어딜 가나 뛰어나게 특별하고 똑똑하다 칭찬을 받던 도영이가
그동안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하던 친구에게까지 대회 우승 자리를 놓치고 난 뒤,
또 남에게 뒤처지면 어쩌나...
내가 남들보다 못하면 어쩌나...
엄마가 실망하면 어쩌나...
더 이상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거든요
책을 읽으며 마음에서 울컥울컥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지난 일 년 코로나로 가정학습을 하며
혹시나 아이의 학습에 공백이 생기지 않을까
부담스러울 정도의 학습지와 교재를 아이에게 내밀고
매일 채점과 검사를 반복하며 공부 시키고도
새 학년 진급을 앞두고 또 혼자 들지도 못할 만큼 많은 책을 얼마 전 아이에게 내밀었거든요
이대로 코스대로 공부하면 가정학습으로도 아이가 뒤처질 일은 없겠지? 하는 생각에 내심 뿌듯했는데..
그 책을 받아들던 딸아이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던 게 생각났어요
나도 학교 다닐 때 착실하게 문제집 풀던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왜 아이에게 과목당 두세 권씩의 문제집을 매일 풀라고 하는 건지..
분명 아이를 낳았을 때만 해도
공부를 못해도 좋으니 건강하게 자라다오~ 하고 말했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ㅠㅠ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본 우리 아이들이
너무 많은 기대와 부모의 관심 때문에
벌써부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모든 일에 무기력함을 느낀다니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더 이상은 아이의 백 점짜리 시험지가 아닌
아이가 행복한 모습에 좀 더 칭찬해 주는 엄마가 되어보려고요
오늘부터는 좀 다른 말로 아이에게 칭찬을 하려고 합니다
"넌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할 수 있어!"
내 아이가 세계 최고가 아니면 어때요
이미 세상에서 유일한 내 아이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