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2021.11.14.
읽었습니다 39
부천책집 〈용서점〉에서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를 처음 만나며 망설였습니다. 〈용서점〉에서 장만할는지, 〈카모메 그림책방〉으로 찾아가서 장만할는지 한참 생각하다가, ‘이다음을 생각하면 잊거나 놓쳐’ 하고 여기면서 집었습니다. 이러고서 석 달 뒤, 가을 끝자락에 〈카모메 그림책방〉으로 찾아갔습니다. 마침 서울마실을 하던 날이요, 고흥으로 돌아갈 시외버스를 기다리기까지 한참 남은 아침이었어요. 글로 읽은 모습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면서 서울 금호동에 〈고구마〉란 헌책집이 있던 무렵 이 둘레 골목을 샅샅이 걸어다닌 일이 새삼스레 떠오릅니다. 예전 모습은 이제 거의 없지만, 마을책집으로 그림빛을 나누는 곳이 천천히 뿌리를 내리니, 오늘부터 새롭게 짓는 이야기가 푸르게 퍼질 테지요. 빛그림 ‘카모메’에서 가장 떠오르는 모습은 갈매기예요. 인천에서 나고자라며 비둘기 곁을 나는 갈매기를 늘 만났어요. 바다 없는 서울에 바다내음이 살풋 흐릅니다.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정해심 글, 호호아, 2021.8.4.)
ㅅㄴㄹ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의 속 마음은 어떨까.
좋아하는 일을 시작할 때의 설레임과 걱정, 불안, 두려움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은 그에 대한 책방지기 저자의 답장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판단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판단에는 댓가가 따른다.
다른 사람들의 걱정은 오지랖으로 바뀌기도 하고, 나 자산에 대한 소신은 가까운 가족과의 불화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면?
EBS 다큐 <휴식의 기술>에서 쿠리야마 타카시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일과 생활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 자체가 곧 생활(Work as life)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나의 생활이 거의 일치하고 있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괴롭거나 힘들지 않습니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선택 중에서 온전하게 플러스만 되는 것은 없다.
하지만 단순히 플러스 혹은 마이너스로 나눌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삶의 일기장을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카모메 그림책방 지기 정해심 작가의 두 번째 에세이
카모메 그림책방은 그림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책방이다. 책방 운영자의 두 번째 책이 출간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반가웠다.
「이 나이에 그림책이라니」 라는 첫 번째 에세이가 육아에 지친 엄마로서 그림책을 만나 내면이 치유되고 성장한 내용을 담았다면,
두 번째 책의 내용은 “현실보다는 마음을 좇아 책방을 열고 꾸려가는” 그림책방 지기로서의 삶을 보여준다.
단순히 그림책방 창업의 과정을 그린 것이 아니다.
돈벌이가 되어야하고, 안정적인 삶이 보장되어야 하는 현실 VS 하고 싶은 일, 살고 싶은 삶이지만 두렵고 불안정한 이상 사이에서의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다독이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는” 작가의 모습을 통해, 이 책을 읽은 독자는 현실보다 마음을 좇아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최근 그림책을 찾는 독자가 많이 들어났다. 아무래도 그림에서 읽혀지는 의미들이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매우 다양하고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음의 크기와 모양만큼 다르게 받아들이고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 주는 감동 때문에 그림책들도 넘쳐나고, 그림책방도 많이 생겨나고 있으며, 나만의 그림책방을 꾸리는 것이 꿈인 사람들도 많다.
독자가 1. 그림책을 사랑하거나 이제 막 읽기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작가의 삶에 위로와 감동을 준 그림책들을 만날 수 있다. 부록편에 소개된 “카모메 그림책방의 베스트셀러와 그테디셀러 130권”도 찾아 읽어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독자가 2. 그림책방 창업을 앞둔 사람이라면, 창업의 과정이나 개성이 넘치는 그림책방을 운영에 대한 실제적인 도움(그림책과 타로를 결합한 심리 치유 이야기, 책방이 위치한 동네 사람들 이야기, 주차문제로 인한 갈등, 그림책방 내부 프로그램-글쓰기, 작가와의 만남, 베스트셀러 목록, 낭독모임 등)을 얻을 수 있다.
아들에게 한 이야기이지만, 작가는 이 책을 읽는 독자를 분명하고 강한 목소리로 응원하고 격려한다. 막막하고 두려운 현실 앞에서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짜 나"로 살아가라고 말이다.
[글을 쓰는 일도 책방을 여는 일도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할 것 같아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그 길을 매일 걷고 있다. 아들에게 할 말이 생겨났다. "엄마는 꿈이 작아진게 아니라 엄마에게 꼭 맞는 꿈을 이제야 찾은 것 같다. 너도 분명 너의 꿈을 만나게 될 거야. 알지?"]
p204 발췌
하나의 글에 자신의 삶과 그림책을 엮어 내어 쉽게 읽힌다. 처음 만난 그림책인 <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실수를 실수로 내버려두지 않는 <아름다운 실수>, 때마다 나타나는 방해자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 <조랑말과 나>, 나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시인과 여우>, 나만의 개성을 찾는 <내 안에는 사자가 있어, 너는?>, 큰 위로를 주는 <홈런을 한 번도 쳐보지 못한 너에게> 등 그림책과 일상을 연결짓는 솜씨가 좋아 글에서 감칠맛이 난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 추천 목록도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