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있어서 최고의 의무는 타인을 기억하는 데 있다. (빅토로 위고)
나는 『꼬꼬무』의 열혈 팬이다.
파일럿 편성 때 보고 정규 편성되었을 때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벌써 시즌3를 하고 있는 것은 나를 포함한 많은 시청자의 성원 덕이라고 생각한다.
시즌 2에서 선별한 에피소드를 모아서 책이 나왔다.
이건 못 참지.
꼬꼬무의 차별성은 ‘반말체’에 있기도 하다.
장 트리오 세 명과, 매주 출연하는 패널이 적절한 반말을 섞어서
친근함을 전달한다.
이번 책도 그러한 메리트를 살리고자 반말체를 사용했다.
그래서, 꽤 오래전에 본 방영 분도 생생하게 기억나서 몰입감 있었다.
‘꼬꼬무’는 역사 속의 이야기들과, 아주 가까운 최근의 이야기가 적절히 어우러져 있는데
이번 책의 선별 기준도 그러했다.
근현대사부터 가까운 과거에 있었던 충격적이고, 놀랍고,
감동적인 이야기들 9편을 수록했다.
《암살자와 추적자들 : 백범 김구 선생 암살 사건》
《요도호 납치 사건》 《오소리 작전 -실미도》
《파출소장 딸 강간살인 사건》
《YH무역 여공 농성 사건》 《아웅산 묘소 테러사건》
《국군 포로 장무환 구출 작전》.
모두 다 보았던 회차들이었다.
방송 이란 게 아무래도 보고 나서 얼마후에는 기억에서 휘발되는 면이 있는데,
이렇게 책으로 보니까 정말 기억이 새록새록 했다.
백범 김구 사건, 처럼 어느 정도는 알았던 역사를 디테일 하게 알 때 참 좋았고,
출연자들하고 함께 분노하고, 울컥하고, 화도 같이 내면서
더욱 ‘이야기’를 함께 기억할 수 있었다.
YH무역 여공 농성,은 언제 알고 싶다고만 막연히 생각하다가 방송으로 접했는데
민주화 운동에서도 존재감을 얻지 못한 여성 투쟁의 이야기를 알아서 소오름 돋았었다.
분단의 비극으로 인한 우리만의 특수한 역사들.
그 속에서 ‘공안 당국’에 의해서 철저히 이용당하다가 스러진 이들의 이야기는
반공의 프레임을 깨고 이제는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할 현대사 였다.
힘없는 약자여서,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리고 수년 이상 옥살이를 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는 정말로 몰랐던 사건들이어서 ‘꼬꼬무’가 재 조명한 사건들이었다.
꼬꼬무는 정말 ‘제작팀’의 노고가 눈에 선한 프로라고 생각했다.
책을 통해서 PD를 비롯한 제작팀이 얼마나 ‘소명의식’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서 기뻤다.
교과서의 중립적인 서술, 신문의 냉정하고 건조한 나열은
우리가 흔히 어떤 ‘사건’을 접하는 최초가 된다.
그런데 그 너머를 보는 것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큐멘터리,
역사 드라마/영화의 또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며칠전에도 꼬꼬무를 봤다. 홍범도 장군 편이었다.
대부분 아는 사실들이어서 무던하게 보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또 울컥해 버렸다.
뜨거운 눈물이 흐르며 역사를 새겼다.
요즘 어떤 프로그램이, 어떤 유튜브가, 이러한 경험을 하게 하는지.
이렇게 책으로 접하면서, 방송에 미처 담지 못한 뒷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음은
즐거운 팬 서비스 였다.
책의 형태, 디자인 등 외부적인 모습도 훌륭해서 가독성 끝판왕인 책.
취향저격이며 새로운 ‘역사 도서’의 장을 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2 편이다.
책 중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자주독립이 마지막 소원이었던 백범 선생님. 그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역사는 발견하고 행동하는 이들을 통해 현재와 맞닿는 것이 아닐까.
현대사에서 YH 사건은 유신정권을 무너뜨린 도화선이라고 평가받고 있어.
전쟁에 참가한 병사….. 누구는 죽거나 다치고, 누구는 포로로 잡혀가고, 그중 누군가는 우여곡절 끝에 조국에 돌아왔지만 영영 돌아오지 못한 분들이 태반이다.
그들 한 분 한 분이 모두 ‘장무환’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수천, 수만의 ‘장무환’이 지켜낸 이 나라에서 ‘장무환’을 잊고 살고 있다.
피해자에게 위로를 건네는 첫걸음은 언제나 ‘진실’ 찾기이다. (153쪽)
인간에게 있어서 최고의 의무는 타인을 기억하는 데 있다. (빅토로 위고) 342쪽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사실을 검증하고 또 검증하려고 노력했다. 소중한 기억을 기록하는 아카이빙을 하고 있다는 소명의식을 감히 가져본다. -제작팀
별생각없이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보게 된 프로그램.
개그우먼 장도연, 아나운서 장성규, 영화감독 장항준.
이 세 사람이 앞에 한 명의 친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세 사람의 이야기가 연결되어서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인데
우연히 보게되었다가 완전 빠져들어서 한 편을 다 보게 되었다.
무슨 프로그램인가 찾아보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이하 꼬꼬무)라는 프로그램.
대중적으로 유명한 사고인 삼풍백화점 사고를 보면서는 펑펑 울었었다.
일부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지금까지도 고통받는 모습은 정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이야기를 전해주는 화자인 3분 모두 내가 좋아하는 분이기도 했는데, 워낙 이야기를 실감나게 잘 하시는 분들이라 프로그램이 더 힘을 얻었다고도 생각한다.
매 회 챙겨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관심있던 프로그램인데, 도서관 신착도서를 살펴보던 중 프로그램의 이름이 보였다. 이 프로그램이 책으로도 나왔구나.
심지어 2권이다.
바로 예약신청을 했고 받았는데 예상보다 두꺼웠다.
400쪽이 넘는 책을 보고 기한내에 다 읽을 수 있을까 살짝 고민이 들었다.
요즘 내가 핸드폰에 빠져서 책을 잘 못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히 봤던 프로그램에 빠져들어서 한 편을 다 봤듯이,
이 책도 한 번 시작하면 한 이야기를 모두 봐야 책을 잠시 덮을 수 있었다.
정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의 힘이라는 것이 대단한게, 앞부분을 읽다보면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끊을 수가 없는거다.
그렇게 며칠동안 가지고 다니면서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지금 이렇게 생활하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인지,
우리 아버지 어머니 시대에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싸운 사람들이 있었는지,
나라를 위해 일했는데 잊혀진 사람들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씁쓸하고 안타깝지만 알아야하는 근현대사.
제대로 알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총 9개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시즌 2에서 방영되었던 20편의 에피소드 중 9편을 고른 것이라고 한다.
들어가며에서 인용되었던 말이다.
<꼬꼬무>는 사건의 이면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럼으로써 중요한 진실이 손쉽게 훼손되고 왜곡된 진실이 세상을 유린하는 작금의 세상을 보다 세심하게 살펴보길 권하는 것 같다.
민용준(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쉽지 않다.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드러나 있지만 그 이면은 감춰져 있고, 그걸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서 이렇게 이면이 드러났고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꼬꼬무>에서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도 한 개인의 평범한 하루로 시작된다.
그래서 개인의 작은 행동, 생각도 그대로 드러나는 '디테일'이 살아있다.
그래서 더 공감되고 재미와 감동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디테일'이 책에 그대로 들어가있다.
시작부터 충격적인 '백범 김구 선생 암살 사건'
사실 이 사건 자체를 자세히 알지 못했는데, 책에서 파헤쳐지는 그 날의 일들을 읽으며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평범한 삶을 버리면서도 신념을 좇아 그날의 진실을 찾기위해 일생을 바치는 추적자들의 이야기를 보며 이런 삶도 있구나.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삶이 있구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책 내용도 <꼬꼬무> 프로그램과 동일하게 진행된다.
화자가 청자에게 이야기하듯이 그대로 구어체로 진행된다.
중간중간 사진 자료와 당시 인물의 진술이 있어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9개의 이야기가 모두 충격적이고, 우리의 아픈 근현대사였지만 그 중 가장 눈에 띈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다섯 번째 이야기, 2인조 카빈 연쇄 강도 사건.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감옥에서 만난 2명의 사람이 감옥을 나와서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렸다.
그런데 전과자에 변변한 기술도 없으니 먹고 살기가 쉽지 않고, 결국 자식을 잘 키워보자는 목적으로 (사실은 핑계거리 아닐까) 범죄를 저지른다.
은행에서 나오는 사람을 유인해 돈을 뺏고 죽이고 한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을 잡아보라며 경찰을 농락하기도 했는데, 결국 꼬리가 잡혀 검거될 위기에 처한다.
그런데 이들의 행동이 어이없다.
죽겠다고 하더니 아들은 자기가 데려가겠다며 한 명은 아들을 죽이고 자살한다.
다른 한 명은 10시간 넘게 인질극을 벌이더니 결국 아내와 자녀 둘을 죽이고 자살한다.
신기하게 이 이야기를 딱 '완도 가족 실종사건' 에서 가족들의 차를 발견하고 인양된 후 읽게 되었다.
그랬더니 더욱 가슴에 박히면서 읽게 된 이야기이다.
'동반자살' 얼마나 위험한 말인가.
실제로 자살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임을 가져 서로 합의했다면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가족동반자살'에서 아내와 아이들은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싶었을까.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이런 동반자살 케이스가 247건인데, 피해 아동 대부분이 아홉살 이하 어린이였다고 한다. 이 아이들이 자신도 죽겠다고 했을까.
마침 최근에 이슈가 된 큰 사건을 생각하며 읽으니 가슴이 더 먹먹해지는 이야기였다.
한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PD 노트로 비하인드 스토리처럼 한 장 정도 이야기가 있는데 이 부분에서 PD 의 생각도 알 수 있고, 프로그램 뒷 이야기도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아홉 개의 이야기 어느 하나 평범한 것이 없다.
드라마보다 더욱 드라마틱한 전개.
우연이 겹치기도 하고, 뒤에 엄청난 배후가 있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속상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욕도 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무엇보다 내가 몰랐던 역사 속 사건을 알게 되고 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책을 읽은 것 같았다.
TV 프로그램으로 봐도 좋지만, 이렇게 책으로 읽으니 여운도 많이 남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되어서 더욱 좋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2
꼬꼬무의 오랜 시청자로서 1권도 참 재밌게 읽었습니다.
방송에서는 다 다루지 못했던 부분을 책에서 알려주어서 몰랐던 지식과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역사적 사실과 왜곡 등의
수정이 현재 가장 시급한 역사교육이 아닌가 싶습니다.
공교육에서 디테일하게 다룰 수 없는 부분을 책으로나마 알게된다는게
고마운 책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느낀 건, 신기함이었다.
꼬꼬무 같은 프로그램은 취향이 한껏 들어간 프로그램이다. 내 취향이 그만큼 들어갔다는 의미가 아니라 좋아할 사람이 일부로 정해져있다는 소리다. 꼬꼬무를 좋아하는 사람은 대부분 역사 프로그램 그날도 좋아하고 그것이 알고싶다도 좋아한다. 그럼에도, 꼬꼬무가 다른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 시청자들도 끌어들이고 있는 이유는 스토리텔링의 새로움 때문일 거다.
다른 프로그램들도 스토리텔링의 좋은 예시다. 그러나 꼬꼬무는 효과음, 영상 자료 등을 스토리텔링자가 직접 전달하는 형식을 취하여 스토리텔링자와 듣고 있는 상대방까지도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 느끼게 하였다.
나도 한때 꼬꼬무 애청자였어서 이 책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어떻게 꼬꼬무의 스타일을 녹여 냈을지, 자료와 음성 전달은 어떤 방식을 사용하였을지, 모두 기대되었다.
책이 이 모든 것을 전달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기본적인 스토리텔링은 놔두고, 사건이나 대화를 전달할 때에는 밑줄로 알리며 자료는 첨부하여 제시하고 있는데 직접적인 음성녹음 같은 경우 따로 박스 처리를 하여 몰입도를 높였다.
기존 꼬꼬무를 한 번이라도 본 시청자라면 이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다. 효과적인데, 명료하며, 직접적이어서 상당히 놀랍다.
꼬꼬무는 많은 이야기에 능하나, 특히 근현대사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그 누구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역사의 사건일지라도 하나의 해석을 제시하지 않고 많은 의견과 가능성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프로그램의 한 회차가 끝날 때쯤에는 스토리텔링자의 의견이 아닌 나만의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책도 이러한 프로그램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어 추천하는 바다.
책과 프로그램을 비교하면, 책은 비교적 정돈된 느낌이고 프로그램은 스토리텔링자 각각의 성격과 스타일에 따라 들려주는 느낌이 다르기에 비교적 날 것 같지만 그래서 더 생생하며 직접적이다. 프로그램은 이외에도 감상하며 같이 공감하는 재미가 있기에 두 가지 방식을 다 경험하기를 추천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책에 꼬꼬무의 자료 화면을 넣은 방식이 재미있었다. 마치 프로그램을 같이 보며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꼬꼬무 책에만 있는 내용도 있다. 에피소드를 비교하며 찾으면 재밌겠다. 꼬꼬무가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기록으로서의 가치 때문이다. 꼬꼬무가 발굴한 새로운 기록이 후대에 남겨져 또 다른 기록이 될 거다. 즉, 꼬꼬무 제작팀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새로이 찾고 되살린 기록들이 역사 기록관리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