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사랑학의 고전
저자 버스카글리아Led Buscaglia는 미국의 교육학자, 교수, 저술가, 사랑의 가치를 강조한 강연으로 미국 전역에서 명성을 얻어 ‘닥터 러브’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1924년 로스앤젤레스의 이탈리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후 초등학교 특수교사로 일하며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지도하다가 모교인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교수로 일했다. 18년 동안 교단에 섰던 그는 아끼는 제자가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러브 클래스>라는 사회교육 세미나를 열기 시작했다. 세미나는 젊은이들에게 삶의 지혜와 용기를 심어주며 대성공을 거두었고, 그의 책들 역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는 1998년 6월 네바다 주의 자택에서 심장발작으로 74세로 생을 마감했다.
책 제목이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이렇게 세 개의 단어로 되어있지만, 실은 세 개가 하나의 행동이다. 우리는 살면서 사랑하고, 사랑하면서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배움은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거나,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는 것은 책을 읽지 않아도 알 수가 있다. 또 배우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도 그냥 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삶의 목적은 사랑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제대로 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사랑의 기본은 자기 자신부터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은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인 존재다. 다른 무엇과 대체할 수가 없다. 그리스 비극에 마녀 메데이아가 등장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지자 예언자가 나타나서 ‘메데이아야, 무엇이 남았느냐? 모든 게 무너지고, 사라졌도다’라고 말했을 때, 메데이아는 이렇게 대답했다. ‘무엇이 남았느냐고요? 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 세상이 무너져도 자신은 남는다. 자신을 사랑하려면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발견해야 한다.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발견하고 세상을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편견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세상을 공정한 눈으로 바라볼 수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를 편견 속에 가두기 때문이다. 빨갱이, 일베, SKY, 반지하, 장애인, 이슬람, 흑인, 이런 단어들은 우리에게 선입견을 집어넣는다. 특히 어렸을 때 부모나 교사로부터 듣는 언어는 더욱 중요하다. “멍청이” “바보” “병신” 등의 단어만이 전부가 아니다. “네가 하는 게 뭐가 있니?”, “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너는 어째 하는 일마다 그 모양이냐?” 이런 말은 자신의 가치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고 부정적인 편견에 사로잡히게 한다. 묘하게도 긍정적인 칭찬의 말보다 부정적인 말이 더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아야 한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려면 자신의 단점부터 사랑해야 한다. 용모가 아름답지 못해서, 재능이 부족해서, 가진 것이 없어서 자신이 못마땅할지라도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 어쨌든 신이 자신을 창조한 것이다. 신이 자신을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존재로 창조했기 때문에 세상에 없는 독특함이 자신에게 있다. 우리는 자신의 본연의 모습, 독특함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특성을 배움을 통해 계발해야 한다.
“사랑이란 당신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도록 돕는 과정일지도 모른다.”<생텍쥐페리>
자신을 사랑하려면 자신의 단점과 함께 실수도 너그럽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유명 TV 요리 강습 진행자가 “오늘 밤에는 수플레를 만들어보겠습니다.”라고 하면서 수플레를 오븐에 넣고 요리를 한다. “자, 이제 하나가 완성됐습니다.” 그리고 오븐을 열자. 움푹 꺼진 수플레가 등장한다. 요리의 달인이 수많은 시청자들 앞에서 요리를 망친 것이다. 그 요리사는 당황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자살은 더더욱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아무튼 맛있게 드세요”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우리들은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에게 더 친근감을 느낀다.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는 사람은 많아도 사랑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어떤 감정도 사랑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여자라도 방정맞게 큰 소리로 웃을 수 있고, 남자라도 슬픈 드라마를 보며 쪼잔하게 눈물을 흘릴 수 있어야 한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거리에서도 남이 보거나 말거나 서로 끌어안기도 해야 한다.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수시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아무데서나 자기 학교의 학장님을 와락 끌어안아서 괴짜라는 별명을 들었다 한다.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감정을 드러내기는 힘들 것 같긴 하다.
또한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의 욕구를 잊지 않는 사람이다. 봐줬으면, 알아줬으면, 인정해줬으면, 성공했으면, 재미있게 살았으면, 인생을 즐겼으면, 살아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었으면 하는 욕구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욕구를 인정하고 그것의 충족을 위해 실력을 쌓아야 한다. 인간은 배움에 대한 욕구도 있다. 뭔가를 배우려면 자유로워야 한다. 자유롭게 시험하고 시도하고, 자유롭게 실수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이다. 남의 눈을 의식하면 그만큼 자유가 줄어든다.
우리는 본래의 자신을 찾아야 되지만, 본래 자신의 모습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의 내 모습이야말로 새로운 나로 나아가는 시발점이다. 지금의 나를 인정하는 것은 힘찬 도약을 위한 디딤판이다. 나만의 독특함과 개성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야 한다. 나를 새롭게 한다는 것은 내 안의 나를 해방시키는 일이다. 새로움이란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
배움이야말로 새로운 내가 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인간이 가장 확실하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인간과 인간의 만남을 통해서이다. 우리는 인간 관계 속에서 사랑, 두려움, 편견, 미움, 책임감, 존경심, 상냥함, 너그러움을 배운다. 또한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 남에게 비치는 나의 모습으로 자신을 발견한다. 남과 다른 나의 모습에서 내가 부족한 것과 남에게 없는 나만의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삶에서 무언가를 배우려는 사람은 자신의 고통과 실패도 받아들인다. 고통과 실패를 통해서 삶의 교훈을 배울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우려는 사람은 모험을 피하지 않는다. 인간은 모험에 도전할 때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실패를 통해서 배울 자세도 되어 있기 때문에 모험이 두렵지 않다. 저자는 모험 중에서도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큰 모험이라고 한다. 인간 관계 때문에 받은 상처와 고통은 깊고 오래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정한 인간관계를 통해서만이 나를 알 수 있고, 발전시킬 수 있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가 없다. 저자에게 배움이란 내가 우리가 되는 것이다. 우리란 서로 다른 한 사람, 한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 똑 같다면 조화란 있을 수가 없다. 그림 맞추기 게임에서 그림 한 조각, 한 조각이 자기 자리에서 다 맞춰져야 온전한 그림이 되듯이, 우리 사회도 각기 개성을 지닌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온전한 공동체가 된다. 내가 없으면 온전히 그림이 되지 못한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내가 자신의 가진 것으로 다른 사람의 없는 부분을 채움으로써 우리가 되는 것이 삶의 본질이다. 내가 가진 것을 배워 갈고 닦을수록 더 많이 더 많은 다른 사람과 나눌 수가 있다.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내 안의 모든 신비로움과 개성을 계발해야 한다. 저자는 사랑의 본질은 나눔이라고도 말한다. 짧은 인생 속에서 서로의 삶이 맞물리면서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일생 최대의 기쁨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삶은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말한다. 이 삶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 삶을 주신 하느님께 보답하는 방법이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고통, 환희와 절망은 다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이 달라진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을 지금 당장 하라고 외친다. “난 모든 걸 알고 싶어, 모든 걸 느끼고, 만지고, 맛보고 싶어. 그걸 모두 다 하려면 시간이 없으니 당장 시작해야 해.”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소중하게 생각하자고 한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깊은 감동이 지금도 느껴진다. 이 책은 지식만 전달해서 머리만 커지는 아이들에게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는 교사로서의 사명감이 느껴지는 책이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아이들 앞에 서고자 하는 예비교사에게,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학술적인 내용이 아닌, TV에서 강연을 듣는 것 같이 쉽게 읽혀지면서 마음에 와 닿는 내용들이 많다.
'교육은 지식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게 아니라 독창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그것을 나누어줄 수 있는 방법을 친절히 가르치는 일입니다.'(p28)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이 필요하다. 기본이 되는 전제 조건은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남과 다른 자신부터 사랑해야 한다. 남과 다른 자신은 자신의 독창성을 깨닫는 자신이다. 진실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만의 독창성을 계발하기 위해 홀로 애를 쓰고, 그 독창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상과 혼자 싸우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p34)8y
'배우기만 하면, 삶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할 용기가 있으면, 그것으로 됩니다. 그게 바로 발전이고, 그게 바로 인생입니다.' (p127)
'인생은 곧 사랑하면서 사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인간의 삶은 하느님이 주신 선물입니다. 그 삶을 어떻게 가꾸느냐가 바로 내가 하느님께 되돌려 드리는 선물이 됩니다. 우리 멋진 선물을 만들어봅시다.'(p136)
꼰대선생 틈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