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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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코끼리

황경신 연작소설

리뷰 총점 9.1 (3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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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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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보아뱀이냐 모자냐 그것이 문제로다.『한 입 코끼리』 평점8점 | w*****8 | 2015.01.23 리뷰제목
하수상한 세상을 대변하듯 동화는 더는 어린이를 위한 전유물이 아니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를 재해석하거나 각색해서 삶에 대입하는 방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걸 안다. 내 기준으로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타이틀을 처음 접했던 건 10년도 더 전이었던 것 같다.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의 삶은 날 선 칼날 위를 걸어가는 것과도 같다. 그만큼 견뎌내야 하는 것과
리뷰제목

 

 

 

하수상한 세상을 대변하듯 동화는 더는 어린이를 위한 전유물이 아니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를 재해석하거나 각색해서 삶에 대입하는 방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걸 안다. 내 기준으로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타이틀을 처음 접했던 건 10년도 더 전이었던 것 같다.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의 삶은 날 선 칼날 위를 걸어가는 것과도 같다. 그만큼 견뎌내야 하는 것과 견뎌야만 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따뜻함을 내재한 것들을 찾아 헤맨다. 어린 마음에 깊게 새겨진 동화 한 편쯤 누구에게나 있다. 그 가운데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영원히 기억될 동화 한 편이 있다. 바로 『어린 왕자』다. 『어린 왕자』는 유년 시절 만나게 되는 최초의 외국 동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린 왕자』야말로 어른을 위한 동화의 시초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책이든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겠지만 아직 이 동화만큼 읽을 때마다 절절한 감정의 깊이를 전해주는 동화는 만나보지 못했다. 황경신 작가가 『한 입 코끼리』의 화자, 8살 소녀 친구로 373살 보아뱀을 낙점한 것도 이런 연유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아이의 눈에 보아뱀은 보아뱀이다. 하지만 어른의 눈에는 그저 모자일 뿐이다. 이게 바로 아이와 어른의 시각 차이, 환경의 차이, 시간의 흐름에서 존재하는 간극이다. 어렸던 시절, 세상은 무궁무진한 호기심의 세계였다. 모든 게 대단해 보였고 환상으로 가득한 보물섬 같은 존재였다. 반면 어른이 된 후 차츰 호기심이 충족돼갈수록 세상은 메마른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아 떠도는 사람들로 득시글거린다. 어른이 될수록 포기해야 하는 것도 체념해야 하는 것도 늘어간다. 그런 삶에 잠식되어 사는 재미를 잃어버린 이들에게 8살 소녀와 보아뱀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본성의 나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그림 형제의 동화는 동화임에도 잔인하고 통속적인 세상의 실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 요즈음 한 번씩 그림 형제의 동화를 다시 만날 때마다, 아이들이 이런 내용을 읽어도 될까 같은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세상이 찬란한 무지갯빛 향연은 아니라는 건 안다. 지금의 아이들이 그 옛날 아이들만큼 무지하지 않다는 것도. 하지만 난 그렇다. 세상의 각박함을 빨리 알아가는 것보다 조금은 천천히 알아가는 아이들이길 바란다. 누구는 비웃음을 흘릴지 모르지만, 아이는 아이다운 천진함으로 무장했을 때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임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는 그림 형제의 열여덟편 동화가 소개된다. 소녀는 동화를 읽고 나름의 질문을 보아뱀에게 던진다. 질문하고 답변함과 동시에 아이의 사고는 확장된다. 세상을 보는 시각을 열어가는 것이다. 실제로 작품에서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소녀의 질문이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고 발전하는 것이 보인다. 성장하고있는 것이다.

 

소녀의 질문 속에는 어른이 잃어버린 시간이 있다. 이제는 머리로 기억하지 않아도 몸에 익어 저절로 기계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소통, 관계, 삶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가 말이다. 아주 가끔, 세상에 찌들어있는 나를 보며 흠칫거릴 때가 있다. 마음은 언제까지나 순수하고싶지만 이미 나는 아이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어른이 되어도 마음 속에는 어린 아이가 존재한다지만 실상 이미 나는 어른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는 거다. 어릴 때 읽던 동화는 대부분 해피엔딩에 권선징악의 주제 일색이었다. 그래서 삶 또한 동화와 비슷한 게 아닐까, 잘은 모르지만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아니었다. 삶은 동화보다는 리얼리티 다큐였다. 그랬다.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거대함 투성이었다. 알아가야 할 것들로 가득해서 무궁무진하고 찬란한 세계였다. 지금은 알아가는 게 두려울 때도 있다. 당연하게 그래야 하는 것이라고 규정해둔 틀 속에서 상처 입고 깨져버린 마음의 허함. 8~9살  아이의 눈과 마음에 투영된 세상은 호기심 천국이다. 궁금한 것 투성이다. 하지만 진짜 어른이 되지 않는 한, 직접 겪어보지 않는 한 삶의 무게란 가늠할 수 없는 미지의 그것이다. 보아뱀과 함께 한 몇 달은 아이의 의식 속에 잠재돼있는 어른 세계이자 현실의 바로미터일지도 모른다. 궁금했던 호기심이 보아뱀이라는 지혜의 샘터를 만나 차츰 확장되고 충족되며 또 다른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과정 자체가 말이다.

 

 

 

 

 

"너무 애쓰지마. 삶은 절절한 허구야."

언젠가 잠이 든 내 머리맡에서 보아뱀은 혼잣말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때는 몰랐던 말의 의미를 알게 될 때, 심장 깊은 곳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이 혈관의 구석구석을 통과할 때, 문득 삶은 절절해진다. -243~244쪽

 

책 한 권을 읽고 세상이 살만해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그런 책은 없다. 다만 조금씩 깨우쳐간다. 조금씩 되짚어본다. 잊었던 것들, 잃었던 것들, 잊지 않아야 할 것들, 소중하게 지켜가야 할 것들을 말이다. 『한 입 코끼리』는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책이지만,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아이는 책 속 화자이자 질문자가 되고 어른은 보아뱀이 되어도 좋겠고 역할 바꾸기를 해도 재밌을 것 같다. 때로는 아니 어쩌면 매 순간,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정확한 지혜를 전해줄 때가 있으니까. 복잡함 투성이인 어른의 눈과 마음보다 단순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처럼. 사실 삶은 단순하다. 단순함을 넘어서려고 하는 삶에 과하게 심취해버린 어른이 있을 뿐. 이즈음에서 나는 고민한다. 내가 딛고 서있는 이 거대한 세상속, 그 안의 저 그림 한점은 보아뱀일까 모자일까, 하고 말이다.

 

 

 

1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2 댓글 10
종이책 한 입 코끼리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k*****3 | 2015.01.15 리뷰제목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릴 때, 빠지지 않고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크리스마스 전이었던 것 같은데 텔레비전에서 만화를 했다. 그 당시 나는 여섯 살인가 일곱 살이었다. 그때 내 또래의 여자 아이가 차가운 겨울날 양동이에 물을 받아오는 장면이 있었다. 모두가 행복하게 웃는 크리스마스이브. 여자 아이는 다 터진 손을 호호 불며 집으로 왔지만 주인 여자와 주인 집 딸은 여자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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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릴 때, 빠지지 않고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크리스마스 전이었던 것 같은데 텔레비전에서 만화를 했다. 그 당시 나는 여섯 살인가 일곱 살이었다. 그때 내 또래의 여자 아이가 차가운 겨울날 양동이에 물을 받아오는 장면이 있었다. 모두가 행복하게 웃는 크리스마스이브. 여자 아이는 다 터진 손을 호호 불며 집으로 왔지만 주인 여자와 주인 집 딸은 여자아이를 무시한다. 그리고 밥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 여자 아이는 홀로 창고 같은 방에서 다 터진 인형을 부여잡고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 한다. 눈물을 흘리며.. 그 장면을 보며 만화인데도 나는 엉엉 울었다. 가끔 오빠한테 치이고 언니한테 치이고 동생한테 치이는 내 처지와 비슷한 것 같아서...

 

이후 나는 이야기에 몰입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글을 알고 처음으로 읽었던 책이 뭔지 자세하게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공주와 관련된 이야기였던 것 같다. 때론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되고 때론 백설 공주가 되는... 이후 초등학교 3학년 이후부터는 현실에 공주는 없구나 싶어서 주인공에 심하게 몰입하지는 않지만, 엄마한테 혼나거나 혼자가 되면 나는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나는 이 집의 딸이 아니라, 입양된 아이였다거나, 내 부모는 따로 있지만 지금은 키울 수 없어 이 집에 있는 거라는 둥.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지만... 그 시간은 나를 강하게 만들고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을.. 나는 안다.

 

황경신 작가도 어린 시절 상상의 나래를 펼친 그런 사람이었을까? ‘한 입 코끼리는 어린왕자에 나오는 보아 뱀과 여덟 살 먹은 여자 아이의 재미있는 이야기다. 여자 아이는 그림형제의 동화 열여덟 편을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한다. 373년을 산 능구렁이(?) 같은 보아뱀과 이제 조금 세상을 알아가는 여덟 살의 아이. 어떻게 보면 상상할 수 없는 조합이지만 상상할 수 없기에 더욱 흥미를 끈다. 무엇보다 그림형제의 동화가 이렇게 많았어?’에 감탄했고, 읽어 본적 없는 동화는 찾아서 읽어봐야지 하는 욕심이 생긴다.

 

동화는 동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동화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았고, 의문을 품지 않으려 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가끔 아이들과 동화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긴다. 왜 이렇게 이야기가 끝났을까? 왜 이런 미션이 주어진 것일까? 왜 주인공들은 적극적이지 못하고 남의 도움을 받을까? 공주 왕자가 아니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왜 늘 마녀의 저주를 받을까? ... 그 의문들이 어린 시절 찾아왔다면 나에게도 보아뱀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동화를 이렇게 바라 볼 수 있구나 싶어서 참 좋았다. 동화가 주는 메시지 이외의 다른 시선을 찾아보는 것. 이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보아 뱀이 소녀에게 하는 말 중엔 기분 좋은 충고가 있어 읽을 맛이 난다.

한 번 비교하게 시작하면 누구도 행복해지지 않아.” (44)

아예 아무것도 모를 때는 무서울 이유가 없어. 무언가가 무섭다는 건 그것이 나한테 해를 끼칠 거라고 믿기 때문이야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두려움을 가지는 것도 마찬가지지.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약간만 알고 있는 상태가 가장 어려운 거야. 모르고 있는 나머지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거든.” (50)

열심히 하는 것도 좋고 뭘 이루는 것도 좋지만, 모든 이들이 그런 걸로 행복해지진 않아.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거야. 그러니까 열심히 살지 않는 삶이 무의미하다거나, 뭐 그런 판단은 쉽게 내리지 않는 게 좋아. 그렇게 생각해버리면 자기 삶을 살 수 없게 되지. 다른 사람의 가치가 내 가치가 되어 버리니까.” (55)

다 안다고 다 잘사는 것도 아니지, 다 안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세상은 몰라서 못하는 것보다 알지만 못하는 게 더 많을지도 몰라.”(82)

난 다른 사람의 비밀을 할부로 듣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나한테 비밀을 말하더니 그걸 지키라고 하고.” (260)

 

그림형제의 동화를 다 찾아 읽고 싶어졌다. 나는 그림형제의 책을 읽으며 보아 뱀이 아닌 어떤 생물과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을지 상상하는 것. 이것도 꽤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으니까.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10
종이책 질문하는 책읽기여야 하는데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n***8 | 2015.05.24 리뷰제목
여덟 살 아이가 나온다고 이 책을 여덟 살 아이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 이 말은 어린이를 얕보는 걸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오래전 신동이라 한 사람은 서너 살에 피아노 치고 어른도 잘 모르는 책을 떼고 시를 짓기도 했으니까. 모차르트는 여덟 살에 곡을 썼다고 한 것 같기도 해.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말을 했어. 앞에서 피아노 쳤다고 한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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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아이가 나온다고 이 책을 여덟 살 아이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 이 말은 어린이를 얕보는 걸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오래전 신동이라 한 사람은 서너 살에 피아노 치고 어른도 잘 모르는 책을 떼고 시를 짓기도 했으니까. 모차르트는 여덟 살에 곡을 썼다고 한 것 같기도 해.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말을 했어. 앞에서 피아노 쳤다고 한 것도 모차르트 얘기야. 여기 나오는 ‘나’는 여덟 살짜리 여자아이야. ‘나’는 이름이 안 나오는구나. 보아뱀이 아이한테 “꼬마야” 해서, 왜 이름이 아니지 하는 생각만 하고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는 건 깨닫지 못했어.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지. 별게 다 다행이네. 여기까지 쓴 걸 보고 ‘보아뱀?’ 할지도 모르겠다. 어린왕자에 보아뱀 나오잖아. 처음에는 책 속 보아뱀이 살아있었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다른 보아뱀이 그 책 속에 들어간 거였어. 보아뱀이 어떻게 책 속에 들어가지 하는 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길. 어딘가 쉴 곳이 필요할 때 들어가기 좋은 곳은 책 속이 아닐까 싶어. 현실보다는 안전하잖아. 어린왕자에 나오는 보아뱀은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그림이니 책 속 그림에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야. 아이는 보아뱀을 만나고 책을 읽고 나면 보아뱀과 이야기해. 아이가 겪은 일을 이야기할 때도 있어.

내가 여덟 살 때는 어땠지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봤는데 생각나는 건 별로 없어. 여기 나오는 아이처럼 책을 읽은 것도 아니고. 아이가 책을 읽는다고 했잖아, 그 책은 다 그림형제 거야. 아이 이름이 없는 건 이 책을 읽는 사람이 더 쉽게 아이한테 자신을 겹쳐보게 하려는 것 같기도 해. 나는 그렇게 할래야 할 수 없지만. 누구나 어린시절에 이 그림형제를 만나는 건 아니잖아. 책이 아니더라도 다른 걸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텔레비전에서 하는 방송(만화영화)으로. 지금은 더 많은 아이가 그림형제 책을 만날지도 모르겠어. 왜냐구, 지금은 책이 아주 많아졌으니까. 내가 어릴 때도 책이 있었을 테지만, 나는 그걸 잘 몰랐어. 아이는 알고 싶은 게 많은 것 같더군. 이것도 잘 생각나지 않아. 나도 어렸을 때 이것저것 알고 싶어했는지. 아이는 책을 보고 그것을 그대로 보기보다 다른 생각을 하더군. 나는 어렸을 때 그렇게 못했는데. 이런 거 별로 안 좋다고 했군. 남과 견주기 말이야. 책을 보고 이 아이는 잘했는데 나는 못했구나 하는 건 조금 다를까. 아주 다르지 않을지도 몰라. 지금까지 못했다면 지금부터라도 하면 되잖아. 우울하게 생각하지 않고 새로 알게 된 걸 받아들이면 괜찮겠지.

보아뱀은 아주 오래 살아서 아는 게 많은 듯해. 아이한테 좋은 선생님 같아. 무엇이든 물어봐도 모른 척하지 않고 대답해주려 하니 말이야. 누군가 나한테 뭘 물어보면 나는 답하기 어려울 듯해. 나한테 물어볼 사람도 없겠다. 난 비밀을 말하는 그런 놀이 잘 몰라. 그런 것을 한 아이도 있구나 했어. 누군가 나한테 이건 비밀이니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하고 말한 적도 없어. 나는 우연히 어떤 것을 알게 되고 그걸로 끝이었어. 그것은 비밀이 아닐지도 모르겠군. 비밀이면 다른 사람한테 말 안 해야 하는데, 누군가한테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는 듯해. 그건 자신을 알아주기 바라서가 아닐까. 남 이야기를 다른 데서 떠드는 거 별로 안 좋아해. 그런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 친하게 지내는 사람 안 좋은 이야기를 그 사람이 없을 때 하더라구. 그건 나쁜 뜻으로 한 건 아닐지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안 좋은 면을 알 만큼 친하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이 말 저 말 퍼뜨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게 아닐 때도 있겠군.

책을 보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학교 친구 때문에 생각한 것도 있어. 비밀 이야기도 그렇군. 전학 온 아이가 다른 아이와 좀 달라서 멀리한 것, 병아리가 죽어서 슬픈 친구. 사람은 자신과 다르면 가까이 가지 않기도 해. 상대가 마음 문을 열기를 바라야 할까. 자신이 먼저 한 발 다가가야 할까. 둘 다 시간이 맞으면 좋을 텐데 그렇게 안 될 때가 더 많은 듯해.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판다고, 더 관심 가진 사람이 먼저 말하겠지. 책에 나온 이야기와 좀 다른 건가. 누구나 나름의 사정이 있다고 봐야겠군. 멀리에서 보는 것보다 가까이에서 보면 더 잘 보이잖아. 사람 마음도 그래. 아이는 병든 병아리를 판 아저씨가 나쁘다 말했는데,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니야. 아이 친구한테도 잘못은 있다고 봐. 어떤 잘못이냐구. 목숨의 무게를 몰랐다는 거야. 이것은 어쩔 수 없구나. 뭐든 처음부터 알면 좋겠지만, 경험해봐야 알기도 하잖아. 귀엽다고 동물 키우고 싶다 쉽게 생각하면 안 되지. 어린이는 귀엽다고만 생각하지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건 모르겠다. 그건 어른이 가르쳐주어야 하는 거구나. 어린이만 잘 모르는 건 아니구나. 처음에는 동물이 귀여워서 키우지만 시간이 흘러 싫증나면 버리는 어른도 있잖아. 어른 가운데는 어린이를 애완동물로 여기는 사람도 있구나.

아이가 여기에서 읽은 건 그림형제가 지은 이야기지만, 어떤 책이든 질문하면 좋을 듯해. 누구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지기도 해. 나쁘고 무서운 것을 늑대로 나타내잖아. 늑대는 본래 자기보다 약한 동물을 잡아 먹어. 늑대가 나타내는 건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있는 그대로 보는 것도 괜찮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거야. 나도 잘 하는 건 아니지만, 가끔 의문이 들기도 해. 착한 것과 나쁜 것에 뚜렷한 선은 없는 듯해. 어떤 게 나은지 생각해야 해. 보이는 것만 보는 게 아니고 말이야.



희선




☆―

“한 번 견주기 시작하면, 누구도 행복해지지 않아.”  (44쪽)


“아예 아무것도 모를 때는 무서울 까닭이 없어. 무언가 무섭다는 건 그것이 나한테 해를 끼칠 거라 믿기 때문이야.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두려움을 가지는 것도 마찬가지지.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조금만 알고 있는 상태가 가장 어려운 거야. 모르고 있는 나머지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거든.”  (50쪽)


“그걸로 괜찮은 걸까? 다들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라고 하던데.”

“흐응, 어른들은 늘 그런 소릴 늘어놓지. 자기들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하지만 꼬마야, 열심히 하는 것도 좋고 뭘 이루는 것도 좋지만, 모든 이들이 그런 걸로 행복해지진 않아.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거야. 그러니까 열심히 살지 않는 삶이 뜻 없다거나, 뭐 그런 판단은 쉽게 내리지 않는 게 좋아. 그렇게 생각해버리면 자기 삶을 살 수 없게 되지. 다른 사람 가치가 내 가치가 되어버리니까 혼란스러운 거야.”

(……)

“사람들이 정해놓은 가치 같은 걸 그대로 받아들이진 말라는 뜻이야. 세상에 반드시 그런 건 없거든. 내 이야기도 마찬가지야. 다 옳은 소리는 아니니까. 그렇다고 무시하라는 건 아니다?”  (54~56쪽)


“다 안다고 다 잘 사는 것도 아니지. 다 안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세상에는 몰라서 못하는 것보다, 알지만 못하는 게 더 많을지도 몰라.”  (82쪽)


“너는 늘 질문을 해야 해. 어른이 되어서도 말이야. 질문을 하는 건, 절대로 창피한 게 아니야. 제대로 된 질문은 대답보다 힘이 세니까.”  (136쪽)


“꼬마야, 삶에는 끝이 없어. 죽은 다음에도, 살아있는 사람 기억으로 누군가의 삶은 이어지는 거야.”          (292쪽)


“지켜준다는 건 기억해준다는 거야…….”  (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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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한 입 코끼리] 동화와 함께 하는 상상력의 세계 평점10점 | s*****a | 2014.12.03 리뷰제목
중학생 때 『어린왕자』를 처음 읽었다. 영락없는 모자 그림을 보고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이라고 박박 우기는 아이의 심리가 궁금했다. '도대체 그 마음을 어떻게 알아채라고?' 오히려 그 동화가 마음에 와닿은 것은 어른이 되고 나서였다. 어렸을 때와는 다른 부분이 마음에 들었고, 가슴 속에 소중한 문장 하나 남겨두기도 했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어린 왕자』를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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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 『어린왕자』를 처음 읽었다. 영락없는 모자 그림을 보고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이라고 박박 우기는 아이의 심리가 궁금했다. '도대체 그 마음을 어떻게 알아채라고?' 오히려 그 동화가 마음에 와닿은 것은 어른이 되고 나서였다. 어렸을 때와는 다른 부분이 마음에 들었고, 가슴 속에 소중한 문장 하나 남겨두기도 했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어린 왕자』를 주기적으로 읽게 되었다. 예전에 읽던 마음과 지금의 감동은 다르기 때문이다. 다양한 버전의 책을 읽으며 그때 그때 느낌은 다르다. 때로는 그림으로, 때로는 어린 왕자의 마음을 짐작하며, 여러 번 손에 집어들게 되는 책이다.

 

독특한 소설을 만났다. 제목은 『한 입 코끼리』인데, 여덟 살 소녀가 보아뱀을 만나 열여덟 편의 동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라푼젤,빨간 모자와 늑대, 헨젤과 그레텔 등 어린 시절 읽은 동화이지만 기억에 희미한 무언가를 다시 떠올리며 창의적인 상상력의 세계로 들어가본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원하던 류의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해하지 못했던 옛날 동화 속 이야기를 함께 생각해보기도 하고, 동화 속 문장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며 함께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 책에 이런 문장이 있었나? 이 부분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아이와 보아뱀의 대화를 보다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기도 하고, 감탄하게 되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하지? 나의 상상력은 여전히 빈약하구나!

 

동화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동화책을 다시 손에 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항상 뒷전으로 미루다보니 일 년이 금세 흘러가버린다. 이렇게 다른 책을 통해서 옛날에 읽었던 동화를 생각해보는 것이 정말 좋다. 동화를 통해 구성한 책을 읽고 싶었는데, 이 책은 내가 원하던 100%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 괜찮다, 마음에 든다.

 

[한우리 북카페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2
종이책 한 입 코끼리 평점10점 | h****t | 2014.11.29 리뷰제목
어릴적 아니 어른이 되어서도 이처럼 빨간모자는 아니지만 모자 그림을 본적이 있다. 그때에도 순수한 마음보다는 어른의 눈으로 바라보아서일까 하지만 눈으로 봐라본것이 전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눈으로 바라볼때는 모자이었지만 작가가 말하는 그림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란다.    이번에는 빨간모자 그것도 한입코끼리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을 만나보았다. 하지
리뷰제목

 어릴적 아니 어른이 되어서도 이처럼 빨간모자는 아니지만 모자 그림을 본적이 있다.

그때에도 순수한 마음보다는 어른의 눈으로 바라보아서일까

하지만 눈으로 봐라본것이 전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눈으로 바라볼때는 모자이었지만 작가가 말하는 그림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란다.

 

 이번에는 빨간모자 그것도 한입코끼리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을 만나보았다. 하지만 제목과 같이 있어도 여전히 모자라는 생각을 먼저하고 있는 나를 봐라보고 있다.

코끼리를 삼켰다는 보아뱀을 생각하면서......

 

처음 8살 꼬마아이가 외할머니의 창고에서 373살의 보아뱀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코끼리를 한입에 삼켰기 때문에 소화하는데 6개월이 걸리는 동안 잠들어 있던 보아뱀이 깨어나면서 꼬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있는 총18개의 동화속 이야기를 통해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궁금했던부분과 자신의 생활속이야기를 보아뱀과 나누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익히알고 있던 동화인지라 같이 몰입해나갈수있는 그런책이었던지라 어릴적이 생각나게 한다.

왜 난 그런생각을 못했을까? 아니 그땐 나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보아뱀은 어른의 시선으로 멘토의 입장이 되어 강요하지도 않고 입장 바꿔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아이와 함께 했다.

거의 1년 가까운 시간동안 다른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은 보아뱀과의 이야기속에 아이도 어느새 자라고 많은 생각의 힘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니 어른이 된 나에게도 그 동화속의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아이를 잡아먹지 않았던 보아뱀의 모습 또한 아이의 소중함을 간직할 수 있었던 추억을 남겨주었던 것 같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여러방면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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