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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고 싶을 때 뇌과학을 공부합니다 : 뇌가 멈춘 순간, 삶이 시작되었다
질 볼트 테일러 저/진영인 역
리타 콜웰은 이미 좀 아는 인물이다. 우선은 콜레라균 연구의 대가로서 알고 있었고, 미국 NSF(National Science Foundation)의 총재로서도 알고 있었다(사실 더 친숙한 점은 선배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님이시자 천랩 대표이신 천종식 교수의 박사후과정 교수였다는 것이긴 하다. 또 사실 콜웰보다는 콜벨이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하기도 하다). 그런데 스스로도 놀라운 것은 그녀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거의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여성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콜레라균 연구의 ‘여성’ 대가라든가, NSF의 최초의 ‘여성’ 총재라는 것은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상당히 전투적인 책을 내놓았다는 것은 다소 생각 밖의 일이다.
하지만 몰랐던 것이다. 그녀가(책에선 ‘그녀’란 표현은 절대 등장하지 않는다) 여성으로서, 그리고 여성 과학자로서 헤쳐온 길, 그리고 그가 옹호해온 가치에 대해서 몰랐던 것이다. 이탈리아 이민자의 딸로서 악착같이 대학에 진학하고, 또 대학원에 진학해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박사후 과정을 거쳐 교수가 되고, 또 과학행정가로서 영향력 있고, 존경받는 위치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역경은 숨 막히는 것이었고, 또 극복은 경이로운 것이었다.
이 책은 영리했고, 또 용감했던 한 여성 과학자의 성공담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적인 성공담 정도로, 성공한 과학자의 널린 자서전 쯤으로 이 책을 여길 수 없다. 1950년대 이후 여성 과학자의 실패와 성공의 경로를(리타 콜웰의 경우엔 성공의 경로가 더 컸지만), 그 실패의 원인과 성공(그걸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면)의 요인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함께 한 과학자, 정치인, 사회운동가가 있었기에 조금은 나아진(그러나 여전히 모자란) 세상이 되었음을 리타 콜웰을 증언하고 있고, 또한 자부하고 있다. 그 증언은 묵직하며 또 감동적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콜레라에 대한 연구와 탄저균 테러 때의 대처, 범인 색출과 관련한 연구다. 어찌 되었든 내가 아는 콜웰은 콜레라균 전문가다. 그녀는 컴퓨터를 이용한 세균 분류의 초창기 개척자였으며, 콜레라균이 해양에서 어떻게 잠복하고 있다가 시기를 만나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게 되는지를 밝힌 미생물학자였다(그녀는 NSF 총재도 지냈지만, 그보다 먼저 미국미생물학회 회장을 지냈다). NSF 총재이던 시절, 9.11 테러 이후에 발생한 탄저균 테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새로운 과학적 방법을 정립하기도 했다(이때 나도 탄저균을 조금 연구했으므로 더욱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여러 모로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이 책에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거의 전적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여성’이라는 표현은 이 책을 읽는 남성인 내가 아주 아득히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50%가 아니라 100%에서 훌륭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낫다는, 당연하면서도 멋진 말에 공감하면서도 왜 50%를 대상으로만 이 책을 썼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이다. 그녀가 여성 과학자 운동을 하면서(‘운동’이라는 표현은 한 번도 쓰지 않았지만) 많은 남성 과학자들로부터 차별을 받고 공격을 받았지만 또한 그런 그녀들을 옹호하고 힘을 보탠 남성 과학자들이 없지 않았음을 이 책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런 내용에 충분히 공감을 보탤 남성 독자들이 많을 것임에 분명하기에 더욱 아쉽다.
인생, 자기만의 실험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리타 콜웰
콜레라 연구의 돌파구를 마련한 세계적인 미생물학자, 미국국립과학재단(NSF) 최초의 여성 총재, 메릴랜드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교수다. 수인성 전염병 분야 권위자로 기후변화가 전염병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최초의 학자로 알려져 있다.
퍼듀대학과 워싱턴대학에서 세균학, 유전학, 해양학을 공부하고 캐나다 국립연구위원회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쳤다. 조지타운대학, 메릴랜드대학 칼리지파크캠퍼스, 존스홉킨스대학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교수를 지냈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 NSF 제11대 총재로 재임하면서 미국 기초과학 정책과 이공계 활성화 방안을 총괄했다. 캐논미국생명과학 회장을 거쳐 현재 바이오 정보 회사 코스모스아이디의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네이처》, 《사이언스》 등에 8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를 포함해 여러 나라의 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고 스웨덴 국왕, 싱가포르 총리, 일본 천황,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모교인 퍼듀대학을 포함해 62개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여성으로서 과학계에 당당하게 자신의 입지를 세우기 힘듦을
고백하는 이 책은 나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깨어부술 수 있는 생각과 의지를
배워볼 수 있어 인상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난해하고 어려운 과학계에서 벽을 허물어 깨고 나올 수 있었던
멋진 활약이 궁금했기에 더욱 기대했던 책이다.
의학 분야 여성 과학자들이 주축을 이뤄
공개적으로 한목소리를 높이게 된 일을 시작으로
이 책 속에 공개되는 여성으로서의 억압이 분을 토한다.
난소에 생산되는 인하빈을 암컷 동물들을 관찰한 결과 발견하게 되는데
이 발견은 매우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아야 함이 맞지만
그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홀대받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불편해지는게 사실이다.
일리노이대학 의과대학 학과장이
'임신 말기의 여성이 의대생들에게 강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를 펼친 것에 얹짢은 기분을 넘어서게 된다.
의학계 어셩들이 춘분히 받을 만한 자격을 받지 못하는 고충을
감내 또는 수년간 소송중이란 사실이 참 안타까울 뿐이다.
"여성은 남성이 하는 모든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을 해내리라는 기대를 받았습니다."
여성 교수진은 늘어나는 여학생들에게 멘토가 돼야 했고,
진보적으로 보이려 하는 모든 캠퍼스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해야 했다.
시간 여유가 있는 소수의 여성 교수진은 곧 과로에 시달리며 혹사당했다.
많은 여성 교수가 남성 동료들이 누렸던 수익성 있는 자문 직책은 말할 것도 없고
새로운 업무로 인해 연구 시간의 절반을 잃었다.
p142
공정하지 않은 조건과 예우.
여성에 대한 편견과 맞서기 위한 고군분투가 책 속에 곳곳에 담겨있다
미국은 전체 인구에서 재능 있는 과학자와 공학자들을 필요로 한다.
앞으로 지구온난화, 식량난을 해결하고 인공지능과 현명한 윤리의식을 가지고
참여할 기대주의 과학자와 공학자는 더욱 더 필요할 것이다.
인류 전체를 전제로 모든 재능과 비범함은 필요하며
성 편견을 가지지 않는 제도적 개혁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과학 산업에서조차도 진정한 평등을 성취해 나갈 수 없다는 걸 보면서
이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진심으로 걱정되기 시작했다.
모든 남성과 여성은 학교에서, 실험실에서, 일터에서, 승진에서
그리고 각자의 삶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
여성 과학자와 영합할 필요는 없다. 단지 여성에게 동등한 성취의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인구 100퍼센트에서 최고를 뽑는 것이 인구 50퍼센트에서 최고를 뽑는 것보다 더 낫다.
미국의 모든 인재가 공정한 경쟁의 장에서 견줄 수 있다면 누구를 고용하고
누구를 지원할지는 젠더, 민족, 국적이 아니라 지성과 능력을 근거로 결정할 수 있다.
p355
이 책에서 저자는 미국 과학계를 개성하기 위해 취할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그 제안 속에서 남녀 모두 동등한 기회를 얻기 위해 법의 의지한 것보다
폭넓은 사회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의 변수들을 내다보고 생각하면
인구의 수가 감소하고 이미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변화에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앞에
모든 사람의 재능과 능력이 차별 속에서 자유하지 못하다는 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기득권층을 향해 저항하고 있는 여성 과학자들의 인내가
바닥을 치지 않도록 사회적 근간의 뿌리를 다시 잡아야 할 필요를 더욱 느낀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많은 여성들의 통곡하는 소리가
토하듯이 발설되는 텍스트 안에서
공정한 세상을 향한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기에
돌파구를 찾을 수 있길 좀 더 기대하고 싶다.
가부장제의 세상은 어느 곳이나 유리천장이 놓여 있다. 지성의 아지트라 할 수 있는 과학계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국립과학재단 최초의 여성 총재를 지내며 과학계 유리천장을 깬 상징적 인물로 꼽히는 리타 콜웰은 이렇게 말한다. "과학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고 많은 끈기가 필요하다." 진리를 탐구하는 순수과학의 세계도 역시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얘기다.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가 가부장제적 빗물이 새어들 수 없는 안전한 '자기만의 방'을 원했듯이, 과학자 리타 콜웰은 엘리트 남성 교수들의 훼방에서 자유로운 '자기만의 실험실'을 원했다. 리타 콜웰은 콜레라 연구의 돌파구를 마련한 세계적인 미생물학자다. 수인성 전염병 분야 권위자로 기후변화가 전염병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최초의 학자로 알려져 있다.
성공한 과학자가 되기는 쉽지 않다. 성공한 여성 과학자라면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과학, 수학, 공학, 기술, 의학 분야에서 여성은 두꺼운 유리천장에 숨막히곤 한다. 그래서 아예 중도포기하거나 남성 교수 사회의 들러리 역할에 그치고 만다. 리타 콜웰은 자전적인 책『인생, 자기만의 실험실』(머스트리드북, 2021)에서 자신이 과학자로 거듭나기까지, 가령 진학과 전공 선택부터, 대학원, 실험실 조교, 교수라는 징검다리 하나하나를 내딛을 때마다 과학계의 뿌리 깊은 성차별 관행에 얼마나 시달려야 했는지 상술하고 있다. 마치 미국 과학계의 젠더 불평등 사례를 한데 추린 페미니즘 계열의 과학사 서적같기도 하다.
"과학사학자 마거릿 로시터에 따르면, 1960년대는 과학계 남성에겐 정부 지원의 황금기였지만 여성에겐 암흑기였다."(29쪽)
페미니즘의 현미경으로 과학자 사회를 들여다보면 더럽기 그지 없는 독소들을 볼 수 있다. 강의실에서 노골적인 성차별 발언이 난무했고, 실험실과 현장 실습의 성희롱과 성폭력은 암묵적인 통과제의였다. 동료 교수보다 낮은 봉급은 물론, 연구 보조금 지원은 요원했고, 이른바 '친족등용금지법'의 횡포로 인해 남편이 교수면 여성 과학자들은 그저 "비서, 테크니션, 설거지 담당자, 조수 그리고 실험실 관리자 노릇까지" 겸해야 했고, 결국 과학계를 영영 떠나는 일도 허다했다. 문득 한국 과학계의 젠더 감수성은 얼마나 될지, 한국의 여성 과학자들은 어떤 말못할 속사정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인생, 자기만의 실험실' 이라는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스물살, 대학교 1학년 시절 교양과목의 과제 도서였던 페미니즘 문학의 일순위 수필이었다.
역시나, 미 국립과학재단 첫 여성 총재 리타 콜웰의 자전적인 기록을 담은 이 책은 여전히 남성중심의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과학계에서 여성으로써 평생을 얼마나 노력하며 살아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여성인 생물학자로 존재하고 성공하기 위해 수많은 차별을 이겨내고, 같은 처지의 여성들끼리 경험을 공유하며 함께 연대하고, 남성에게 필요한 도움을 요청해 온 저자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마음은 점점 무거워지고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너무 일찍 포기한 것은 아닐까?
내가 정한 것도 아닌데, 내 인생이 왜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춰 비슷하게 따라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희박해지는 여성의 자리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의 힘겨운 모습을 보면서
남성과 여성의 전통적인 사회적인 역할에 저항해보지도 않고 수긍해버렸던 것이 아니었을까?
여성으로 사회생활을 하기에 더 힘겨웠던 세대에,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두며, 후배들에게 길을 터준 수많은 선배들이 있기에 지금은 예전에 비해 여성의 교육 수준이 더 높아지고 사회 진출도 많아졌다. 여기에서 멈추면 안된다. 선배들이 힘들게 열어 놓은 길을 더 넓히고 닦아야 나의 후배들에게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물려줄 수 있다.
좋은 책 덕분에 동기부여를 받았다.
여성 과학자 하면 몇 사람이나 떠오르는가?
과학에 문외한인 내게 생각나는 사람은 솔직히 퀴리 부인 한 사람뿐이다.
긴 과학의 역사로 볼 때 분명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있을 텐데 왜 생각이 나질 않지?
인구의 절반이 남성이고 나머지 절반이 여성이라면 반반의 비율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비율은 차지하고 있을 텐데...난감하였다.
이 책은 이렇듯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남성들 위주의 과학계에서 분투한, 그리고 분투하고 있는 여성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장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학문인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남녀평등을 크게 외치지 않아도 자연스레 실천하고 있을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어디에나 만연한 불평등은 과학계에서도 예외가 아니고 이 책에는 여성 과학자가 그런 과학계에서 끊임없는 실험과 탐구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고, 남녀차별의 관행을 깨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연대한 생생한 기록이 담겨 있다.
그 위에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끈 사건인 탄저균 편지 배달 사건이나 콜레라와 관련한 최신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를 더한다.
그가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한평생 온 힘을 다해 과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뜨겁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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