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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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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바라본 에피소드들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20.08.03 리뷰제목
몇 년 전 엄마를 떠나보내고 늘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처럼 아픔이 남아 있다. 주변에서 말하길, 돌아가시기 전에 잘해드리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영원히 살아 있을 것처럼 생각되었다. 병원에서 오래 누워계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후회가 남았다. 면회를 갈 때마다 오늘이 마지막이겠거니 그렇게 생각하며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 등을 사 갔었다. 하지만 결국 남은 건 후회 뿐이
리뷰제목

몇 년 전 엄마를 떠나보내고 늘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처럼 아픔이 남아 있다. 주변에서 말하길, 돌아가시기 전에 잘해드리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영원히 살아 있을 것처럼 생각되었다. 병원에서 오래 누워계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후회가 남았다. 면회를 갈 때마다 오늘이 마지막이겠거니 그렇게 생각하며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 등을 사 갔었다. 하지만 결국 남은 건 후회 뿐이다. 왜 좀더 일찍 엄마랑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을까 하는. 엄마와 함께 여행다니는 딸들을 보내면 늘 부럽다.

 

 

 

이번에 읽게 된 작품은 대만의 장례식장 직원으로 일하며 쓴 에세이다. 장례식장에서 일한다고 해서 무조건 슬플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꽤 유머스럽게 글을 썼다. 장례식장에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렸다. 요양보호사로도 일했던 저자는 반갑게 맞이하는 인사로 장례식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타박을 받기도 하지만 자신의 일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냉동실에 보관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저자는 그 자신도 키 170cm에 몸무게 120kg이 나가는 뚱보다. 140kg이 넘는 시신이 들어와 곤란한 상황을 이야기하며 고도 비만 오타쿠들은 체중 감량을 할 것을 권한다. 시신을 보관하는 냉동실에 들어가지 않아 옆으로 누워 있어야 하며 관을 너무 크게 짜 화장터에 들어갈 수도 없을 만큼 그 처지가 불쌍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책의 느낌이 올 것이다. 슬픔만 있을 것 같은 장례식장의 상황들을 이처럼 유머스럽게 그렸다.

 

 

 

아무래도 장례식장에서 일하므로 죽은 자들과 함께 있게 된다. 대만의 특성상 불교를 믿는 사람이 많을 터다. 종이들을 정리하고 있던 할머니가 좀 도와달라고 하자 귀신인줄 알고 부리나케 도망쳤는데 나중에 장례식장에서 폐지들을 정리하고 있던 할머니였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죽은 가족을 위해 발인하기 전까지 매일 찾아와 복을 비는 가족이 있는 반면 자기를 키워주지 않은 부모에게 아무것도 해주고 싶지 않아 과자 상자를 들고와 유골함을 거기에 담아달라고 했던 아들의 사연도 있었다.

 

장례식장 직원들은 목매달아 죽은 시신을 '그네 타기', 투신 자살한 시신을 '피터팬', 부패가 심한 시신을 '헐크', 번개탄을 피우고 죽은 시신을 '검둥이'라고 부른다. 무겁고 심각한 사건들을 처리하는 동안 유가족들과 같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피터팬 시신이 들어온 건 왕따때문에 자살한 소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과거 엄마를 욕했던 아이를 때려 눕힌후 학교에서 왕따 당했던 일들을 떠올렸다. 죽은 아이의 시신에게 찾아가 위로의 말을 건넬 줄 아는 저자였다. 다만 얘기할 상대가 필요할 때 자신을 찾아 오라고 했다가 경비실에 있는 큰 뚱보를 찾아가라고 다시 말을 바꾸긴 했지만 말이다.

 

저자는 장례식장에서 일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부모는 자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또한 죽은 자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라는 중요한 진리를 깨달으며 자신을 키워주신 외할머니께 자주 안부 전화를 드린다고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는 장례식장에서 일하므로써 진정한 삶을 깨우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저자는 남겨진 사람들을 위하여 절대 자살하지 말라고 한다. 죽음후의 모습은 끔찍하다. 타인들에게 죽음이 발견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신은 부패하여 더 끔찍한 모습을 한다.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작품에서도 자살한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들을 말했었다. 다스슝의 작품에서도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었는데, 어떠한 죽음이든 그 이후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다는 거였다.

 

 

 

나는 늘 오늘만 생각하며 살고, 부자고 되고 싶은 마음도 오래 살고 싶은 마음도 결혼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단 하나 원하는 게 있다면 인생의 마지막 날 편안히 눈감는 것, 그것이 내 유일한 꿈이다.  (152페이지)

 

현재 혼자 거주하는 독거인들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독거인들의 죽음은 아주 나중에야 발견되는데 그때는 이미 부패가 심하여 벌레에게 파먹힌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어떻게 죽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에 일리가 있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가고 싶은 곳을 가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뚱보인 저자는 살아 있을 때 맛있는 것, 색다른 것을 많이 먹어 두어야 텅빈 뱃속에 아쉬움만 가득 안고 죽지 않을 수 있다고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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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a*****2 | 2020.07.15 리뷰제목
죽음 그리고 장례식장을 다룬 독특하고 범상치 않은 소재라 눈에 띈 도서였다.아직 장마철이고 선선하지만, 곧 이어질 불볕더위와 열대야에 잠 못 이룰 때 이만한 즐거움과 간담 서늘해짐을 동시에 주는 책은 아마 찾기 힘들지 싶다. 대만의 한 필자가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며 겪은 일들을 나름 담백하지만 소름 끼치고 깊이 있게 담아낸 에세이집이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소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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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그리고 장례식장을 다룬 독특하고 범상치 않은 소재라 눈에 띈 도서였다.

아직 장마철이고 선선하지만, 곧 이어질 불볕더위와 열대야에 잠 못 이룰 때 이만한 즐거움과 간담 서늘해짐을 동시에 주는 책은 아마 찾기 힘들지 싶다. 대만의 한 필자가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며 겪은 일들을 나름 담백하지만 소름 끼치고 깊이 있게 담아낸 에세이집이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소개 글 그대로 별별 사건·사고를 대체로 덤덤하게 풀어내며 유머보다는 공포와 여러 생각에 잠길 수 있게 해준다. 때론 너무나 직업의식에 투철한 저자의 태도로 인해 무서움이 배가 되기도 하였다.

아무렇지 않고 괜찮은 척 읽었지만 사실 힘들었다.



 

답이 없는 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간간한 재미를 선사하며 죽음과 최종 마주한 분들의 일들을 통해 오히려 삶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그려볼 수 있게 한다. 슬프게도 말이다. 무섭지만 무섭지 않고 농이 있지만 골계미가 서려 있으며 가볍지만 결코 경하지 않은 묵직한 서적이다.



 

그리고 조심스럽지만 다른 걸 제쳐두고서, 목숨이란 단어 앞에 생각이 많아지는 이 순간이다.



 

누군가 내게 자살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느냐 물어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거야. 힘들어지는 건 널 아끼는 사람들뿐이라고!

130페이지 하단에서



 

오래전에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으나, 해가 갈 수록 이제는 할 수 있는 한 무한의 여러 생각에 쉽지 않은 고뇌를 되풀이 해 본다.

어쩌면 별거 아닐 수도 있는 수필집으로 인해 며칠 전부터 계속 속 시원한 해답을 얻지도 못할 질문들을 수시로 쏟아내 본다. ()이란 과연 무엇이고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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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여러 유형의 죽음을 통해 무탈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평점10점 | n*****9 | 2020.08.02 리뷰제목
부모님을 떠나보내는 일이 평범한 중년, 부음을 들을 때마다 70대 후반인 어머니가 생각난다. 고령의 나이에도 계절 따라 농사를 짓고 밭일을 하며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애쓰는 어머니의 휜 다리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려온다. 지금은 자식들 곁에서 이런저런 소식을 전하지만 언젠가는 이 세상에 없을 어머니를 생각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장례식장을 찾아 망자(亡者)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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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을 떠나보내는 일이 평범한 중년, 부음을 들을 때마다 70대 후반인 어머니가 생각난다. 고령의 나이에도 계절 따라 농사를 짓고 밭일을 하며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애쓰는 어머니의 휜 다리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려온다. 지금은 자식들 곁에서 이런저런 소식을 전하지만 언젠가는 이 세상에 없을 어머니를 생각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장례식장을 찾아 망자(亡者)를 애도하고 상주의 슬픔을 함께하며 예를 갖춰 조문하는 시간은 유한한 인생을 회향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잦은 도박과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아버지를 홀대하지 않는 어머니를 보고 자란 저자는 중풍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간병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하였다. 그는 요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이들을 간병하며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보면서 존엄성을 지키며 품위를 잃지 않는 삶이 쉽지 않음을 절감하였다. 친구도 없이 놀기 좋아하다 도박에 빠질 것이라는 아버지의 판단이 전적으로 맞지 않았다며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며 겪은 일화를 모아 아버지 영정 앞에 놓고 싶다는 저자의 후기는 부자간의 거리를 가늠케 한다.

 

   장례식장에서 일하게 된 날, 새벽녘 순찰을 돌다가 도움을 요청하는 누군가의 손을 무서워 뿌리치고 도망쳤다가 이튿날 쓰레기 치우는 할머니로부터 버르장머리 없는 청년이라는 꾸지람을 들으며 장례식장 일에 적응해갔다. 유가족들을 불러 서류를 작성한 뒤 시신을 냉동고에 넣는 일을 앞두고 용기를 내야 했다. 보디 백을 열어 시신에 이름표를 두르는 일은 섬뜩한 일인데 오랜 시간이 지난 발견된 시신은 훼손이 심해 시각과 후각의 충격이 컸다. 외할머니의 충만한 사랑과 관심을 고마워하는 저자는 할머니 죽음에 특별한 감정이 일어 눈물 짓는 일이 많았다. 연로한 이들 중에는 다음을 기약할 수도 없는 일들이 흔한 편이라 안부를 전할 때에는 다음으로 미루지 않고 지금 바로 연락하는 일이 옳음을 되새긴다.

 

   “밤에 잘 자고 뒷날 누운 채로 죽으면 좋겠다.”

   라며 어머니는 몹쓸 병으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되더라도 연명 치료는 하지 마라며 신신당부하였다. 살아날 가망 없는 이의 명을 끄는 것은 천명을 거스르는 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미장원에서 머리하고 나오다 쓰러져 그 길로 세상을 뜬 이웃 할머니, 마루에 앉아 있다 힘이 없다며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가 죽음에 이른 고모 등 죽음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나이 들수록 편안하게 죽는 것을 큰 복으로 여기며 기도에 정진하는 이들도 있다. 미수를 넘겨도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 오늘도 불경을 독송하는 노보살의 모습은 이승에서의 삶에 대한 원망과 미련을 없애는 일로 비춰져 숭엄해진다.

 

   살다보면 차라리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낫겠다고 여기다가도 마음속 고민을 털고 일어나 일상을 시작한다. 왕따를 당한 학생의 투신자살, 고독사한 지 오래 되어 부패한 주검 등 여러 유형의 시신을 수습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변사체의 경우 관할 경찰의 현장 보존 아래 감식반의 현장 감식이 끝나면 시신을 보디 백에 담아 온다. 사고사의 경우 훼손된 시신을 복원하여 화장을 마친 뒤 냉동고에 보관한다. 유가족의 사정대로 위패를 만들어 향을 피우고 경을 읽는 애도의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있지만 경제적 여력이 없으면 이를 생략한다.

 

   오늘 저녁에는 중학교 동기가 지병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떴다는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오십 대 중반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서둘러 이승을 뜬 친구의 황망한 죽음은 참혹함을 더한다. 후덕한 성품으로 동기회 모임에 정성을 다하던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며 질병의 고통 없는 곳에서 편히 쉬기를 바라며 글을 쓴다. 한 친구는 코로나 19로 병문안도 한번 못 갔는데 이렇게 황급히 서둘러 갈 줄 몰랐다며 회한을 토로했다. 태어난 자는 죽음을 향해 가는 여정에서 이탈한 채로 영생할 수는 없다. 단지 삶을 마감하는 날이 언제인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탈한 일상을 이으며 보고 싶은 이들과 만나 회포를 풀고 서로 소통하며 지내는 시간이 그리워진다. 슬픔으로 북적일 장례식장, 산 자와 죽은 자의 마지막 접견실에서 의미 있는 삶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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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 다스슝 평점10점 | h***m | 2020.07.23 리뷰제목
장례식장에는 '제일' 비참한 사연이란 없다. '더욱' 비참한 사연만 있을 뿐이다. 그곳에서 그 누구도 자신이 제일 비참하다는 말 같은 걸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절차를 돕는 다스슝(大師兄)이 쓴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죽음을 가까이 둔 직업을 가진 저자가 실제 겪고 느낀 에피소드를 엮었다. '작은 뚱보'라는 별명을 지닌 다스슝이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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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는 '제일' 비참한 사연이란 없다. '더욱' 비참한 사연만 있을 뿐이다. 그곳에서 그 누구도 자신이 제일 비참하다는 말 같은 걸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절차를 돕는 다스슝(大師兄)이 쓴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죽음을 가까이 둔 직업을 가진 저자가 실제 겪고 느낀 에피소드를 엮었다. '작은 뚱보'라는 별명을 지닌 다스슝이 장례식장에서 일하게 된 사연, 그곳 직원들과의 체험담, 망자와 이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마음으로 덤덤하게 풀어냈다.



고약한 아버지를 둔 덕에 요양보호사와 장례식장 직원이라는 일을 하게 된 다스슝은 낙관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은 '그저 그런' 삶을 살아 간다. 대단한 꿈은 커녕 결혼 생각도 없다. 그냥 지나가는 대로 살다 평안히 세상을 떠나길 바란다. 이같은 생각을 지닌 그가 쓴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는 오히려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모순을 가졌다.


'어쩌다 장례식장', '매일 시체를 보는 사람들', '남겨진 자들의 얼굴', '무서운 이야기', '삶과 죽음, 그 사이에서' 등 각 장의 제목에서 읽히듯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사이에서 일하는 저자의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 진다. 무서운 귀신이 등장하기도 하며, 애절한 스토리를 지닌 가족이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피식 웃음이 나게 만드는 '사람 사는' 이야기다.


동거 중이던 남녀의 죽음. 남자의 가족, 여자의 가족 그 누구도 별로 슬퍼하지 않는 장례식 속에서 유일하게 대성통곡을 하는 사람을 발견한 다스슝. 누가 저리 슬퍼할까 알아보니 바로 집주인이었다는 웃픈 사연이 있는가 하면, 모든 가족을 죽기 위해 목을 매는 동그라미 너머로 떠나보낸 할머니의 가슴 아픈 삶역시 잔잔하게 전해진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기 위해 걸려온 전화에 "기쁘게 모시겠습니다!"를 외치고, 기독교 신자였던 시신을 싣고 오며 줄곧 불경을 틀어놓았던 다스슝의 실수담도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신원을 확인할 수 없거나 무연고인 시신, 혹은 유가족이 거부하여 냉동고에서 몇 달 심지어 몇 년 동안 남겨진 시신을 뜻하는 '장라오(長老)'. 누군가는 곧 냉동고를 나가고, 누군가는 공문을 기다리고, 누군가는 억울해하고, 누군가는 아직도 가족들이 찾아와주길 기다리고, 누군가는 이도 저도 다 상관없다는 듯 그 자리에 있다. 냉동고 속 장라오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특히나 인상적이다.


특히 삶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회피하면서, 자신의 생명마저 가볍게 여기는 요즘 일부 행태에 대한 작가의 신랄한 지적은 새겨 들을 만하다. "정신 차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거야. 힘들어지는 건 널 아끼는 사람들뿐이라고!"


여러 형태의 죽음을 목도한 다스슝, 그러니까 장례식장 직원은 결국 이렇게 충고한다. "사랑하는 이들과 즐겁게 어울리라"고. 우리가 "다음에 보자"라고 말할 때, 그 '다음'이 언제일지, 또 어디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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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죽음에 대한 블랙유머-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i*******n | 2022.12.26 리뷰제목
#독서후기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다음에 보자,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가벼운 듯 무거운 죽음에 대한 블랙유머   대만 작가, 다스슝의 첫 책이다. 전문 작가는 아니고, 실제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자신이 경험안 이야기를 글로 풀어 쓴 것으로, 장례식장 직원이 겪는 에피소드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유행한 유품정리사 같은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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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다음에 보자,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가벼운 듯 무거운 죽음에 대한 블랙유머

 

대만 작가, 다스슝의 첫 책이다.
전문 작가는 아니고, 실제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자신이 경험안 이야기를 글로 풀어 쓴 것으로, 장례식장 직원이 겪는 에피소드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유행한 유품정리사 같은 결은 아니다.

저자는 매우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자식에게 저주 같은 말을 남겼고, 중풍에 걸린 뒤 결국 자신을 돌볼 사람은 자식과 아내인데 고생하라며 일부러 나을 생각도 하지 않고, 온갖 고생을 다 떠안게 했다.

"그거 아냐? 넌 나랑 닮았어. 너도 나중에 나처럼 친구도 없고 놀기만 좋아하다 도박에 빠질 거야. 너도 나처럼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 거라고!" (저자 아버지의 말, 273쪽)

이게 아버지가 자식에게 한 말이니 치가 떨린다. 그러나 저자는 당당히 말한다. 당신이 틀렸다고, 적어도 책 한 권은 써냈다고.

이 책은 문학적 깊이가 있는 책은 아니다. 장례식장 직원으로 시신이 발견되면 보디백에 시신을 담아오고, 냉동고에 보관하고 장례를 진행해주는 일을 한다.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이면서, 아직 결혼 하지 않은 청년으로서 이 일을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짐작하긴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어두운 구석은 없어 보인다. 그는 아버지와 다르게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며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한다. 자신의 꿈은 이렇게 살다가 그저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거란다. 소박하기는 한데, 이미 책을 한 권 썼으니 어떻게 그의 미래가 바뀔지는 모르겠다.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별별 사건사고와 포복절도 유머의 향연"
책 표지에 찍힌 책의 정체성이다.

 

장례식장 직원이 쓴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죽음에 관한 글이지만, 국내 모 응급실 의사가 펴낸 책처럼 심오하거나, 진지하거나, 인생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글은 아니다.

죽음에 대한 블랙유머. 결국 뒤집으면 삶에 대한 이야기다. 다만 글을 쓰는 방식이 진지하지 않다는 것뿐인데, 그렇다고 하여도, 우리는 이 이야기들을 그저 희희낙락 웃으며 흘겨 읽을 수는 없다. 왜냐면, 죽음은 죽음 그 자체가 가지는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에서 일하다 보면 온갖 유형의 유가족들을 만나게 된다. 사연 없는 죽음도 없고 사연 없는 유가족도 없다." (90쪽)

가난한 유가족들이 매일 찾아오는 모습은 처연하다. 위패를 살 돈이 없어 아들이 좋아하는 햄버거를 손에 들고 십 분씩 서 있다 가는 어머니도 있고, 제대로 키워준 적도 없는데 왜 자기가 돈을 내서 장례를 해야 하냐고 소리치는 자녀도 있다. 무조건 싼 것으로 해달라고 했던 자녀는 화장할 때 유골함도 생략했는데, 알록달록한 과자통을 들고 와서 거기에 아버지 유골을 담아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읽을 때는 정말 이것이 실화인가 싶었다.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숨을 쉬고 있어 이를 아들에게 알리자 아들이 한 말을 읽자 정말 저자의 마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시 열어본 보디 백 안에는 죽은 줄 알았던 노인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나는 얼른 그의 아들에게 가서 말했다. '세상에, 당신 아버지 아직 숨이 붙어 있어요!' 그러자 아들이 말했다. '그럼, 냉동고에 어떻게 넣죠?' 맙소사.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102쪽)

저자는 말한다. 부모가 죽고 나서 보이는 행동으로는 효자인지 불효자인지 알 수 없다고. 그게 제일 우스운 일이라고. 그것이야말로 자신을 속이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그 글을 읽으며 뜨끔했다. 돌아가시고 나서는 효도인 양 열심히 섬기는 게 쉬울 수 있다. 살아계실 때 함께 하는 게 더 힘들다. 그는 단언한다. 이곳 장례식장에서 보는 모습들은 조금 가짜 같다고.

 

저자는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도 일했는데, 요양원을 방문한 가족의 입을 빌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일은 사랑하는 이를 죽음으로 잃는 게 아니라 치매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이라 했다.

"가장 잔인한 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한평생 살 부대끼고 살던 사람이, 하루하루 나를 천천히 잊어가다가 어느 날 완전히 모르는 사람이 되는 거야. 봐봐.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인데 지금은 날 봐도 사랑은커녕 내가 누군지도 모르잖아. 남편은 나를 잊어버렸지만 나는 아직 기억하고 있지. 이게 가장 잔인한 일이야." (193쪽)

곧 새해가 된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희망찬 새해지만 누군가에게는 희망 없는 또 한 해가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연말에 가장 많은 시신이 들어온다고 한다. 희망없음으로 인해, 새해를 맞기 전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추운 겨울에 돌보는 이 없이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그러니 함부로 "다음에 보자"라는 인삿말을 남기지 말자. 그 다음이 언제일지 우리는 모른다. 그건 인간의 영역 밖에 있는 시간이다.

"여러분도 이 아름다운 명절에 사랑하는 이들과 즐겁게 어울리길 바란다. 우리가 '다음에 보자'라고 말할 때, 그 '다음'이 언제일지, 또 어디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느니 말이다." (203쪽)


조금 진지한 글들만 골라 붙였지만, 책 전체는 재기발랄하다. 장례식장에 진짜 귀신이 나오는지에 대한 에피소드부터 우리가 몰랐던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간접체험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다만, 전체적으로 죽은 시신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밥 먹기 직전에는 읽지 않는 걸 권한다.

 

(선한리뷰)
삶은 결국 죽음으로 달려가는 과정에 있다.
결국 어떻게 살았느냐가, 내 죽음의 무게를 결정한다.

'다음에 보자'라는 말을 할 때 그 '다음'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오직 하나님만 아시는 내 마지막 시간.
그 날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 날이 오기 전까지 하루하루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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