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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고 싶을 때 뇌과학을 공부합니다 : 뇌가 멈춘 순간, 삶이 시작되었다
질 볼트 테일러 저/진영인 역
작년 겨울에 DDP 시민 참여단 활동으로 DDP건축물과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Zaha Hadid)님에 대해 얕게 공부한 경험이 있어요
그 뒤로 아이들이 건물을 볼때마다 그냥 보지 않고 특이한 점을 하나씩 찾아내는 듯 해서
'역시 아는만큼 보이는구나'하고 근현대의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쌩유는 미술쪽에 관심이 깊은 아이인지라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끌리는 디자인의 비밀 by 최경원
“일상에 심미적 활력을 불어넣고 수준 높은 문화적 취향을 만드는 디자인의 비밀”
Part 1. 현대 건축에 공간을 새겨 넣다
Part 2. 패션이 여성을 평등하게 하다
Part 3. 인생을 편하게, 지혜롭게 디자인하다
Part 4. 사운드, 심플함에 우아함을 담다
Part 5.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선
Part 6. 좋은 디자인은 시와 같다
Part 7. 전통의 현대화 무인양품부터 이세이 미야케까지
Part 8. 서양 문명의 한계를 넘어서다
Part 9. 21세기의 디자인은 어디로 가는가
근현대 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이 없어도 읽기 힘들만한 어려운 문장이나 내용들은 아니어서 다행이었어요
작품들을 완성한 작가에 대한 상세한 소개나 사진 자료들이 내용이해를 도와 주었고요
건축, 패션, 디자인쪽의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지루하지도 않았어요
류씨도 이런 주제의 책은 처음이라 살짝 걱정했는데 재미있게 읽었어요
현대 건축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안도 타다오의 여러 작품들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다른 작품들은 그 전에 본 적이 있었는데 '빛의 교회'를 내부까지 꼼꼼하게 들여다 본 건 처음이었어요
건물과 하나된 십자가가 넘나 거룩하고 성스러워 보이는,,,
그 전까지는 안토 타다오의 작품을 봐도 시큰둥,,
건조한 마른 장작을 보는 느낌이었는데 이 사진을 보는 순간 인정!!!
한정된 공간과 공사비가 한계가 아닌 종교적 감동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힘!
건축가 한 사람의 절박함이 이런 예술로 탄생하다니!!!
인정! 오조오억번 인정!
안도 타다오의 작품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건축물 사진에서 컬러를 최대한 뺀 부분도 칭찬해!
회색빛 노출 콘크리트의 색과 대조된 푸른 바다도 멋지겠지만
색을 최대한 자제한 이 한장의 사진에서 공간과 하나된 건축물이라는 안도 타다오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 해요
현대 건축가를 소개하면서 빠질 수 없는 또 한 사람 르 코르뷔지에
두 사람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작품들에 대한 설명도 읽으면 재미있어요
2장 패션이 여성을 평등하게 하다
2장에서는 코코 샤넬의 인생을 통한 작품을 들여다 보아요
우리에겐 일상이 누군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산물이었다는 것이 재미있어요 ^^
작가의 작품을 설명하기 위해 중간 중간 현대미술에 대한 간략한 설명도 있어요
시대적 분위기와 작품 탄생의 배경을 알게 되니 작품에 대한 공감도가 더 깊어진다고나 할까?
그래도 현대 미술에서 제일 만만한 회화나 미술쪽 이야기들이라 더 눈에 쏙쏙 잘 들어왔나 싶기도 하고요
제 3장 인생을 편하게, 지혜롭게 디자인하다.
세계전쟁이 끝나고 기능주의 디자인의 흐름에 이은 이탈리아 중심의 포스트모더니즘
그 중심에 있었던 디자이너 필립 스탁
그가 만든 파리채 하나만 보아도 이 시대의 감성을 그대로 들여다 볼 수 있어요
첨엔 몰랐는데 파리구멍에 얼굴 형상을 표현한 아이디어 넘나 재미있어요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이 가장 뒤쳐지는 부분인데요
우리나라는 여전이 기능주의 디자인이 학계나 산업계에 팽배해 있어
21세기로 넘어 온 지금까지도 기능주의 패러다임을 넘어서는데 힘들어 하고 있다네요
허기사... 디자이너 작품이라고 파리채 하나에 기십만원씩 주고 사라고 하면 누가 살까요????ㅠ..ㅠ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생기는 건데...
아직까지 그만한 네이밍 브랜드 가치가 있는 디자이너가 우리나라엔 없는 것 같아 아쉬워요
DDP에 가면 있는 자하 하디드의 작품인 의자도 가격이 1억이 넘는다며..
언제 1억짜리 의자에 앉아볼수 있겠냐며 얼른 앉아보았지만
사실 이 의자가 1억??? 이해가 안 되긴 했어요
알렉산드로 멘디니
자하 하디드의 스승님이기도 해서
DDP에 가시면 이 분의 작품을 볼 수 가 있어요
제자가 세운 건축물에 스승의 디자인 작품이라!!!
우리나라는 예술의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 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오히려 앞서가고 있는 상황!
요즘 집집마다 하나씩 다 있다는 플리츠 플리즈, 무인양품들의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보면서 안타깝더라구요
그런데 고려청자나 조선의 백자, 화엄사 보제루의 휘어진 나무기둥등에서 우린 이미 21세기의 예술의 취향을 담고 있었다고 해요
21세기에 들어와서는 과학에서도 물리학보다는 생명공학과 환경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으니
우리의 문화가 세계 디자인 흐름에 큰 교훈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한거죠
더 이상 해체주의나 후기 구조조의 같은 서양 시각를 쫓아가려 애 쓰지 말고
우리 땅에 발을 굳건하게 딛고 서서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을 이해하고 우리 손으로 직접 새로운 전망을 일구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처음엔 쌩유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신청했는데 재미있네요
20세기 초 세계전쟁이 끝나고 사회 전반의 예술적 흐름을 한눈에 들여다 보기 좋은 책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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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은 9장으로 나눠 각 분야별 현대 디자인의 흐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각 장의 주제를 설명한 다음, ‘안도 타다오의 거울에 비친 우리’, ‘샤넬 이후와 우리’, ‘뱅 앤 올룹슨을 통해 보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와 같은 방식으로 지금의 우리를 점검한다. 중고등학교 교과서 혹은 자습서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현대 디자인의 지향과 흐름을 맛보기에는 뭔가 위화감이 든다.
‘1장 현대 건축에 공간을 새겨 넣다’에서는 근대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의 영향을 받은,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 1941~ ]를 다루고 있다. 그는 ‘물’이나 ‘빛’ 같은 자연적 요소와의 융합을 꾀하면서, 투명한 소재인 유리와 노출 콘크리트를 많이 사용하여 ‘빛과 콘크리트의 건축가’라고도 한다. 이런 점에서 그도 장식이 없는 기능주의 양식의 모더니즘 건축가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그가 건물의 외형을 중시하는 모더니즘과는 달리 건물의 내부, 즉 공간을 중시하는 건축가라고 얘기한다. 나아가 그런 의미에서 공간을 중시하는 동양 건축의 전통을 재해석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2장 패션이 여성을 평등하게 하다’에서는 남녀평등을 지향한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 1883~1971)이 패션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해 알려준다.
“20세기 초가 되면 조형예술에서는 무언가 본질을 추구하고자 하는 경향이 세기말적 증세에 대한 반대급부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p. 78]
우리에게 흔히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을 만든 이로 기억되는, 가브리엘 샤넬은 이런 경향을 이해하고 활동성을 강조하는 현대 패션의 바탕을 일구었다. 즉, 그녀는 “상의, 하의로 나누어지는 현대 복식의 구조를 현대 복식의 논리로 체계화” [p. 76]하고, 여성 치마의 길이를 무릎 위까지 올리고 H라인 치마를 만들었으며, 남녀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 남성복의 전유물인 재킷을 여성복에 도입했다.
‘3장 인생을 편하게, 지혜롭게 디자인하다’에서는 프랑스가 사랑한 디자이너라는 필립 스탁(Philippe Starck, 1949~ )을 다루고 있다.
1919년 패전국 독일에서 나타난 기능주의 디자인은 전쟁 직후의 지독한 물자부족으로 더 적은 재료와 합리적인 생산으로 필요한 물건을 확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기능주의 디자인이 생산의 효율성, 단가 절감 등에만 입각한 디자인에 치중하면서 점차 대중들의 수요와 멀어져 갔다.
이에 대한 반발로 1980년대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 1917~2007)나 알레산드로 멘디니 같은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이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디자인을 내세웠다. 1990년대 필립 스탁은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의 기하학적 형태를 지우고, 프랑스의 문화적 특징을 바탕으로 유머 감각을 조합하여 세계 디자인계를 평정했다.
“유머가 없는 디자인은 인간적이지 않다. ‘아름다운’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디자인이든 아니든 오브제는 무엇보다도 서로 반대되는 것을 화해시키는 인간 지능의 모든 요인들을 포함한다. 유머가 없다는 것은 저속함을 뜻한다.1)”
사람 얼굴 모양의 파리채
주시 살리프(Juicy Salif)
사진출처: <끌리는 디자인의 비밀>, p. 132
‘4장 사운드, 심플함에 우아함을 담다’에서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오디오 브랜드인 뱅 앤 올룹슨의 디자인을 다루고 있다. 지나치게 심플해서 흔히 기능주의 디자인으로 오인되지만, “격조 높은 품격을 표현한 결과로 외형이 단순해진” [p. 143] 경우라고 한다.
‘5장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선’에서는 디자인이 예술인가에 대한 논의를 언급한다. 여기서는 디자인과 순수미술 모두를 아우르며, ‘빛의 마술사’라는 칭호를 얻은 잉고 마우러(Ingo Maurer, 1932~ )의 조명 ‘포르카 미제리아(Porca Miseria)’ 등을 소개한다.
포르카 미제리아(Porca Miseria)
사진출처: <끌리는 디자인의 비밀>, pp. 180~181
‘6장 좋은 디자인은 시와 같다’에서는 알렉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 1931~2019)를 중심으로 하는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을 소개한다. 이들의 디자인은 파격적이었지만 “다른 나라처럼 산업과 만났던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수공업과 만나 기능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디자인 흐름을 만들었으며 나아가 이탈리아 경제 부흥에도 크게 기여했다.” [p. 209]
‘7장 전통의 현대화, 무인양품부터 이세이 미야케까지’에서는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일본 디자인의 흐름과 현황에 대해 간략히 얘기하고 있다.
호류사 탑의 구조를 응용한 빌딩
사진출처: <끌리는 디자인의 비밀>, p. 238
‘8장 서양 문명의 한계를 넘어서다’에서는 서양 문화 자체에 대한 과격한 비판과 그러한 비판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모색하는 프랭크 게리(Frank Gehry, 1929~ ) 등의 해체주의 건축에 대해 언급한다.
체코 프라하에 있는 네덜란드 보험회사 건물
사진출처: <끌리는 디자인의 비밀>, p. 293
‘9장 21세기의 디자인은 어디로 가는가’에서는 현재의 디자인 경향과 미래에 어떤 디자인을 추구해야 할 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21세기 디자인은 론 아라드(Ron Arad, 1951~ )처럼 유기적인 형태의 이미지를 지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서양적 가치에 기반을 둔 디자인이 한계를 맞이하여 동양적 가치에 기반을 둔 디자인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각 장 말미에 우리가 미래 디자인을 선도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던 것을 간추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각 장 하나하나는 흥미로운데, 하나의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편집했다기 보다는 방향성 없이 그때 그때 이야기를 편집한 듯한 기분이 들어 안타까웠다.
또한,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에 낡고 진부(陳腐)한 오래된 것이라는 이유로 전통을 말살했는데, 뜬금없이 미래 디자인이 지향하는 가치를 우리가 오랫동안 축적해와서 선도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겨서 아쉬웠다.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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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권선영, <썬과 함께한 파리 디자인 산책>, (컬처그라퍼, 2015), p. 24
인간의 삶과 연결된 대부분의 영역에 디자인은 담겨있다. 눈치 채든 못채든 디자인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점점 주목받고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해왔다. ‘좋아보이는 것들의 비밀’의 디자인 편을 비롯해 여러 디자인 관련서적들을 펴낸 저자는 ‘끌리는 디자인의 비밀’에서 디자인이 향하는 목표와 흐름에 주목할 것을 강조한다. 총 아홉 개의 파트에서 건축, 패션, 사운드 등에 초점을 두고, 또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역사에 비추어 앞으로 나아갈 디자인의 방향을 함께 예측한다.
첫 관문은 건축으로 여는데 ‘거장 중의 거장’이라 불리는, 건축가 중의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를 소환한다. 주류의 길을 걷지 않았기에 자신의 탁월함이 구체화될 때 대중은 더 감탄하고 경의를 표했을 것이다. ‘건물의 외형이 절대화될 때는 그 안에 사는 사람이 소외되지만, 건물에서 공간이 강조되면 건물안에 사는 사람이 건축의 중심에 놓이기 때문이다.(p.14)’는 말에서 그의 건축철학을 엿본다. ‘빛의 교회’ 탄생의 감동 등 그의 건축을 조금 더 자세히 관찰 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고 이에 머무르지 않고 암시와 공간의 변화를 의도적으로 내비치는 방산서원을 비추어 보는 마무리는 신선했다. 가보고 싶은 곳으로 새롭게 자리하게 되었다.
3부에서는 물질적 가치에 집중한 기능주의 디자인 이후 새롭게 부상하게 된 흐름을 주도한 디자이너를 만난다. 알렉산드로 멘디니, 필립 스탁 등 그들의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갖고 싶은 마음에 검색을 시작하게 된다. 풍성한 사진 자료는 이 책을 더욱 생생하게, 입체적으로 읽어나가도록 돕는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5부,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선’이다. 예술과 디자인의 개념을 정리하고 그 발전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내 안에도 이를 편가르는 마음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저자는 정의나 의미로서 그 둘을 가르는것에서 벗어나 무엇이 되었건 진정한 감동, 정신적인 감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묻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주제는 오래 생각해보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봄직하다. 파트별로 몰입해서 읽어나가는 즐거움이 있는, 누가 읽어도 끌릴만한 주제와 질문을 담은 책이다.
학교에 다닐 때는 책속에 나오는 수많은 암기해야 할 수업내용들의 중요성도 잘 모르겠고, 나중에 내 인생에서 이런 지식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감도 없었기 때문에, 많은 지식들을 그저 시험에 나온다고 하니 단기기억에 저장해두고 휘발시켜 버렸었는데, 그때의 그 지식들이 지금에 와서 가끔 아쉬워지고 있다. 한 분야에서 같은 일, 어슷비슷한 일들을 되풀이하여 생각하고 경험하고 가르치다 보니 어릴 때에 그저 학생들을 괴롭히기 위해 외우라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던 책속의 지식들이 그저 까다롭고 단편적인 것들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었고 그러한 지식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어야 그것을 바탕이 되어 좀더 많은 것을 상상하고 이해하고 꿈꿀 수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조금씩 알게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를 알지 못하고 시키는대로만 해야하는 학습환경에 반항적이었던 어린 시절에 누군가가 이런 것을 이해시켜 주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좀더 넓은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 시절의 그 환경속에서 그 선생님들도 나름의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또한 어쩔 수 없는 운명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 <끌리는 디자인의 비밀>은 끌리는 디자인은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정답을 바로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건축, 패션,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예술과 디자인의 차이에 대한 설명과 뛰어난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보여주어 책을 읽는 사람에게 이제까지 자기도 모르게 끌렸던 디자인의 이유에 대해 찬찬히 생각하도록 해주는 책이다. 이전에 이름만 알고 있던 위대한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맛보기로나마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결국 디자인과 예술은 생활과 동떨어져 작가 개인의 작품세계속에서만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속에서 서로 반응을 주고받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서 좋았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이에게는 너무 기초적인 내용들일지도 모르겠지만, 일상에서 디자인에 대해 특별한 생각이 없었던 일반인들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깊이있게 보여주는 책이 아닐까 한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작품은 의자 하나만도 엄청나게 비싸다던데, 책 속에 나온 필립 스탁의 파리채정도는 살 수 있지 않을까. 유명한 디자이너의 작품이니 하나정도 소장하고 싶다는 사치욕이 아니라, 세워둘 수 있는 파리채라니 기능적으로도 너무 실용적이니 않은가 말이다. 와인을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와인오프너 안나G는 그렇게 많이 비싸지는 않다던데, 역시 하나정도는 갖고 싶다. 예술이 감동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면 디자인 또한 생활 방식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사용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말에 백프로 공감하면서 예술과 디자인에 대해 좀더 다른 방향에서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었고, 결국 무엇이든 시대의 흐름을 잘 타야 된다는 생각도 다시 한 번 해보았다.
마음이 끌리는 디자인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솔직히 '비밀'이라는 단어 자체가 끌리는 요소인 것 같아요.
내가 모르는 뭔가에 대해 궁금증 내지 호기심이 생기거든요.
만약 책 제목이 <디자인 인문학>이었다면 덜 끌렸을지도 몰라요.
그랬다면 흥미로운 디자인 세계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쳤겠지만.
이 책은 우리 삶과 밀접한 '디자인'을 주제로, 현대 디자인의 변화와 그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디자인 분야가 재미있는 건 전문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호불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에요.
순수 예술 분야와는 달리 디자인은 상업적으로 활용되어 왔기 때문에 대중에게는 친밀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러나 디자인을 단순히 상업이나 기술의 소산으로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요.
그 이유는 디자인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가 예술 분야와 똑같기 때문이에요. 즉 정신적인 가치를 창조하는 활동이라는 거죠.
저자는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로서 현대 디자인의 흐름을 주목하면서 앞으로의 역사는 우리가 써가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우선 대표적인 현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와 안도 타다오를 소개하고 있어요.
공간의 가치를 구현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인 <롱샹 성당>과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인 <빛의 교회>는 무척 인상적이에요.
이들을 소개한 이유는 현대 건축가 중 아무도 보지 못했던 '공간'이라는 가치를 추구하고, 감동적으로 실현한 거장들이기 때문이에요.
시멘트와 철골로 지어지는 현대 건축에서 동아시아적인 공간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인정받고 있어요.
동아시아 건축의 특징이란 건물을 이루는 재료의 속성을 다른 재료로 가리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이에요. 또한 밖에서 본 건물 모양은 소박하고 볼품 없이 디자인했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동아시아 건축의 핵심 가치는 건물 안으로 어떤 자연을 끌어들이는지가 중요해요.
저자는 르 코르뷔지에와 안도 타다오의 작품을 보는 시선을 그대로 가지고, 우리의 고건축을 바라보자고 제안하고 있어요.
책에 나오는 병산서원 사진을 보면 무슨 말인지 바로 알 수 있어요. 병산서원이 보여주는 공간적인 아름다움은 현대 건축의 대가인 르 코르부지에나 안도 타다오가 추구했던 공간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어요. 굳이 다른점을 찾자면 병산서원은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이라는 점이에요. 아무래도 노출 콘크리트 건축 방식은 세련된 면은 있으나 삭막한 느낌이 들어서 피로감을 주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우리 전통 건축은 새롭게 조명해볼 만한 가치를 지녔어요. 과거의 것은 낡고 진부하다는 편견을 버리면, 우리의 고건축들에서 공간을 다루는 뛰어난 솜씨를 재발견할 수 있어요.
20세기 미술과 디자인 분야를 지배했던 가장 강력한 이념은 '기능주의'였어요. 기능주의 디자인은 대량 생산 시스템을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더욱 강조되었다고 해요. 독일에서 시작된 기능주의 디자인이 미국에서 실용주의라는 이름으로 발전했어요.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형태를 취한 디자인을 모더니즘 디자인이라고 불렀어요. 그러나 물자부족 상태가 해결되면서 기능성만 추구하던 디자인에 대한 한계들이 드러났고, 1980년대 들어서면서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의 주도로 새로운 디자인을 추구하게 되었어요. 이탈리아 디자인으로 시작된 포스트모더니즘은 디자인이 사람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내세웠어요. 대표적으로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프루스트 의자(1978년 作)는 순수 미술 표현기법을 구현하여 대중의 엄청난 인기를 얻었어요.
1992년 독일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의 조명은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어요. 조명 디자인이 기존 모양이 아니라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설치 미술에 더 가깝게 생겼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조명이 가진 기능을 뛰어넘는 예술적인 감수성을 표현했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과연 이것은 디자인인가, 예술인가.
잉고 마우러의 디자인은 디자인도 사람에게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어요. 이로써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며, 무엇이든 우리 마음에서 무언가를 촉발시킨다면 예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20세기 말부터는 디자인이 단순히 상품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의 변화가 생겼고, 기능뿐 아니라 감동까지 주는 디자인들이 많이 나오게 되었어요.
서양 디자인이 기능주의를 추구했던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이나 해체주의 디자인과 같은 양식으로 변모했고, 우리도 그런 변화를 세계적인 추세로 받아들여 왔어요. 서양 여러나라를 살펴보면 잘하는 분야로 디자인 활동이 편중된 편이에요. 프랑스는 패션, 이탈리아는 산업이나 자동차, 패션 디자인 그리고 독일은 기계류에 편중되어 있어요. 그런데 일본은 건축, 패션, 자동차, 그래팩 등 각 분야 고르게 발전되었고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요. 일본 디자이너들은 처음에는 서양 디자인을 기계적으로 차용하다가 점점 자신들의 문화적 전통을 디자인을 통해 현대화하면서 독보적인 가치를 세계적으로 입증하면서 세계 디자인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해요. 오래전부터 서양 사람들은 일본 디자인을 동양적인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흐름의 일부로 생각했다고 하네요. 일본의 행보를 통해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디자인에서 전통은 중요한 자원이라는 점이에요. 디자인은 더 이상 생산 활동이 아니라 문화적 성취라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에요.
디자인계의 흐름을 살펴보면 점점 예술적인 경향이 커지고 있어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유기적인 형태의 이미지를 지향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편안하게 모두 어울리는 자연의 조형적 성질을 내면화하고 있어요. 결국 우리의 과제는 전통과 새로운 디자인 경향을 접목하고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역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말이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