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대한민국 스토리DNA 열여덟 번째로 출간되는 이번 시리즈에는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와 함께 작가 이순원이 직접 선정한 단편 「푸른 모래의 시간」(제1회 남촌문학상 수상)을 수록했다.[출처] 우리의 삶엔 비상구가 있을까? 이순원 장편소설,《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작성자 새움 더보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작가의 말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I. 10층에서 9층으로 가는 비상구 엘리베이터는 움직이지 않는다 II. 9층에서 8층으로 가는 비상구 잠들지 않는 오르가슴을 위하여 III. 8층에서 7층으로 가는 비상구 은마를 꿈꾸며 IV. 7층에서 6층으로 가는 비상구 그대, 부자를 미워하지 말라 V. 6층에서 5층으로 가는 비상구 이유 없는 죽음들, 그리고…… VI. 5층에서 4층으로 가는 비상구 땅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VII. 4층에서 3층으로 가는 비상구 얼굴 없는 테러리스트 VIII. 3층에서 2층으로 가는 비상구 ‘해방구’는 해방되었는가 IX. 2층에서 1층으로 가는 비상구 이 아름다운 청춘을 위하여 X. 1층에서 밖으로 나가는 비상구 그곳엔 비상구가 없다 XI. 비상구에 관한 두 개의 사전 지식 작가로부터 푸른 모래의 시간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매주 금요일, ‘압구정동’에 가해지는 연쇄테러우리는 ‘테러’로부터 자유로운가?비상구(非常口). 평시에 사용하는 출입구가 아닌, 급작스러운 화재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탈출구다.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는 말은 이미 ‘압구정동’이 비상상황에 처해 있으며 그곳에서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압구정동’이란 무엇일까?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에서 그려지는 ‘압구정동’은 한편으로는 서울특별시 강남구에 속하며 청담동과 신사동 사이에 위치한 행정상의 구획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끓어오르는 탐욕의 도가니이자 성경 속 ‘소돔’과 ‘고모라’처럼 환락과 부패와 타락의 온상이 되어버린 거리를 상징한다. 작품 속에는 매주 금요일 밤마다 압구정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의문의 ‘젊은 남자’가 등장한다. 그의 범행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은 성도착증에 걸린 노파, 성전환수술을 한 트랜스젠더, 양재동 빌라의 방탕한 여대생, 룸살롱을 경영하는 복부인, 도박과 마약에 빠진 재벌 2세, 사장과 몸을 섞다가 결국은 콜걸로 나서는 어느 여직공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압구정동에 살았던 것도 아니고, 반드시 압구정동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을 ‘압구정동 주민’이라고 칭하는 것은, 그들의 내면이 ‘압구정동’이라는 말로 상징되는 타락한 한국식 자본주의의 속성을 지향하고 있으며 자의 또는 타의로 그러한 속성을 확대시키는 데 몸을 바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그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와 시대의 희생자를 넘어 한국 사회의 천민자본주의를 재생산하는 동류의 구성원이자 산물이며, 그러므로 모조리 박멸해야 마지않은 존재들로서 모두 작중 ‘테러’의 대상이 된다. 욕망과 환락의 상징, 90년대의 ‘압구정동’우리 내면의 ‘압구정동’을 경계하라!이순원이 말하는 ‘압구정동’은 단지 특정한 공간만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다. “이 땅 졸부들의 끝없는 욕망과 타락의 전시장”이자 “똥통같이 왜곡된 한국 천민자본주의가 미덕처럼 내세우는 부패와 환락의 별칭적 대명사”로서, 한국식 천민자본주의의 속성을 내면화한 자들은 누구든 ‘압구정동 주민’인 것이고 그들이 배회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압구정동’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순원은 왜 “비상구가 없다”라고 말하는 것일까? 작가는 작품 외부의 지면을 빌려 후기 <나의 테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나의 이 ‘지상(紙上) 테러’는 자본의 부패와 타락에 대한 경고(응징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이며, 그릇된 논리에 부추김 받은 왜곡된 욕망에 대한 경고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들 ‘압구정동’ 사람들에 대한 경고만이 아니라 그런 왜곡된 꿈틀거림을 억제할 수 없는 욕망으로 가슴에 안고 있는 우리 모두에 대한 경고이며, 또한 이 땅의 왜곡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경고인 동시에 그런 욕망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작가 자신에 대한 자해적(이 경우 반성적이란 말은 얼마나 비겁하겠습니까) 경고이기도 합니다.이순원은 타인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병적인 욕망을 욕하면서도 내심 거기에 이끌리는 ‘우리들’을 목격한다. 타락한 기득권층이 사라지는 자리를 대체할, 또 다른 준비된 기득권층의 모습 앞에서 작가는 좌절한다. “비상구가 없다”고 외치는 것이다.독자들 역시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속에 그려진 타락과 부패의 화신들을 ‘비할 데 없는 쓰레기’라고 욕하면서도, 그들의 대열에 편입되고자 하는 욕망이 있음을 발견하고 뜨끔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과연 우리에게 비상구는 없는가?작가 이순원이 빗나간 욕망의 상징으로 ‘압구정동’을 지목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압구정동’의 이기(利己)와 배타는 여전한 듯하다. 2018년 연초부터 압구정동 아파트의 경비원들이 무더기 해고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최저임금 인상안 협상 타결이 빌미가 됐다. 문제는 끝을 모르는 ‘압구정동’의 확산일 것이다. 시대와 제도의 피해자로 여겨졌던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의 악습을 내면화해 새로운 가해자가 되는 현상을 근래 젊은 사회학자들이 지적한다. 이순원이 소설을 통해 비판한 ‘압구정동’이 사회 전체로, 우리의 미래로 퍼져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이순원은 자신이 암울하게 진단한 한국 사회에 대해 ‘꽉 닫혀 출구가 없다’고만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출구가 있다”고 말하며, 그 출구를 ‘독자의 존재’에서 찾는다. “그 욕망의 바다가 아무리 깊다 해도 우리 가슴속 그 바다보다 깊은 자리에 ‘윤리’라는 이름의 테러리스트가 아직 잠들지 않고 깨어 있는 한 자신은 독자에 대한 접근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여전히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를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의 우주‘대한민국 스토리DNA’ 열여덟 번째 책‘대한민국 스토리DNA 100선’. 새움출판사가 야심차게 펴내고 있는 이 선집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다. 첫째는, 이야기성이 강한 소설을 골라 펴냈다는 점이다. 둘째는, 드라마 영화 만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원형(DNA)이 되는 작품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야기성에 주목해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의 삶의 내력을 오롯이 껴안고 있으면서도 우리나라의 정신사를 면면히 이어가고 있는 작품들을 꼼꼼하게 챙기고 골랐다. 옛날 민담에서부터 현대소설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전해지는 이야기는 무수히 많다. 그 가운데 스토리가 풍부하고 뚜렷한 작품을 선정해 과거와 현재, 신화와 역사가 공존하면서 서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100권을 채워 나가고 있는 중이다.오늘날 모든 역사 드라마와 영화의 원형이 된 이광수 장편소설 『단종애사』, 도시 빈민들의 뒷골목을 생생하게 조명한 80년대 베스트셀러 『어둠의 자식들』, ‘첫사랑’과 ‘없는 자의 슬픔’을 주제로 한 단편집 『소나기』, 한국 대표 문학상들의 시작점이 된 주인공들의 탁월한 작품들을 모은 『무진기행』 등과 함께 열여덟 번째로 출간되었다. 대한민국 스토리DNA는 이후에도 국문학자나 비평가에 의한 선집이 아니라, 문학을 사랑하는 대중의 선호도를 우선적으로 반영하여 새로운 한국문학사를 구성해 갈 계획이다.줄거리1992년 서울, 압구정. 불야성 같은 압구정동의 밤거리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한 사람씩, 주민들이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연쇄살인을 당하기 시작한다. 범인의 뒤를 쫓는 강남경찰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테러는 멈추지 않는다. 그러면서 점차 범행의 타겟과 목적이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알려지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