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의『삼대』는 학창시절 자주 보던 소설이다. 소설의 앞부분을 보면 익숙하다. 교과서에 나와있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밑줄 긋고 외워가며 시험 공부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사실주의적, 현실비판적, 구어체, 만연체… 소설의 성격과 문체를 달달 외우던 생각이 난다. 물론 '만연체'라는 데에서 주어지는 '지루할거야'라는 선입견에 지금껏 그 다음 이야기를 읽을 생각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사실 조금은 궁금하기도 했지만 애써 찾아 읽을 노력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설 연휴를 맞이하여 두꺼운 소설을 읽고 싶었기에 이 책을 선택했다. 이 책은 새움출판사에서 출간된 '독자들이 사랑한 대한민국 스토리DNA' 중 한 권이다. 당대에 실제로 독자들이 가장 많이 사서 읽었던 소설 중 엄선하여 시리즈를 꾸몄는데, 『단종애사』,『만다라』,『황태자비 납치사건』등의 책이 포함된다. 이 책『삼대』는 그 중 열 번째 책이다. 당대의 베스트셀러라는 점에서 호기심은 충분히 자극되었다.
이번에 읽게 된『삼대』는 2016년 1월에 초판 1쇄가 발행된 새움출판사의 '대한민국 스토리DNA 010'이다. 먼저 이 책 앞에 있는 일러두기를 살펴보고 읽기 시작해야 한다.
1. 『삼대(三代)』는 1931년 1월 1일에서 9월 17일까지 총 215회에 걸쳐 <조선일보>에 연재된 작품이다.
2. 표기는 작품의 원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2015년 현재의 원칙에 따랐다. 다만 사투리나 속어. 대화체의 옛 표기 등은 되도록 원복을 살렸다.
3. 국내외의 지명은 작품의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당시의 것을 대부분 살렸다. 생소한 경우 괄호 안에 현재의 지명을 밝혔다.
4. 현재의 어법에 비춰 부자연스러운 일부 표현은 현대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수정했다.
5. 현재는 잘 쓰이지 않는 우리말이나 한자어 등은 해당 페이지 아래 간략한 설명을 붙였다.
그리하여 시대적인 배경을 떠나서 현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현대적인 감각의 소설로 재탄생했다. 인간의 욕망이 계속되는 한, 어느 시대의 사람이 읽든 이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수업 시간에 국어선생님이 읽어주시던 목소리까지 음성지원이 되는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읽다보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손에서 뗄 수 없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하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조의관, 조상훈, 조덕기에 이르는 삼대를 통해 세대 간의 대립과 그 필연적 몰락 과정을 담았다. 손자 조덕기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전체적인 스토리의 큰 틀만 보면 인간의 삶과 갈등을 담은 평범한 소설이다. 하지만 인물 하나 하나에 세세하게 들어있는 인간상에 인간 심리의 바닥까지 들춰보게 된다.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보게 되는 것은 탁월한 심리 묘사다. 그 당시에도, 지금도, 볼 수 있는 인간 내면의 깊숙한 곳의 은밀한 감정을 톡톡 건드려준다. 시대 배경을 떠나 인간 심리는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람이란 간특한 것이다. 지나는 전차 속에서 잠깐 마주 보는 사람도 공연히 달라는 것 없이 얄미운 사람이 있기도 하고, 오고 가는 길가에서 눈결에 스쳐 가는 사람도 많이 본 사람같이 눈에 익고 호의가 쏠리는 경우가 있다. 덕기의 이 집안 사람에 대한 감정이 그러한 것일지 모른다. (235쪽)
'눈결에 본 동리 처녀가 시집을 간대도 까닭 없이 시기는 생기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그렇게 간사하고 더럽게 된 것이 약점이다.' (617쪽)
소설 안에서 자신의 모습, 주변 사람들을 읽어낼 수 있고, 자신의 삼대를 되짚어보게 된다. 문화적 배경만 다를 뿐이지 사람의 마음은 거의 비슷하다. 결국 소설을 통해 현실 속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는 점에서 문학의 가치는 지속될 것이다. 끊임없이 대를 이어 다른 듯 같은 모습으로 반복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이 소설은 인간 삶의 샘플같은 한 조각일 뿐이지만, 어찌보면 다양한 인간사가 곳곳에 녹아들어 있어서 누가 읽어도 생생하게 되살아날 것이다.
평범한 문장으로 사람 마음을 옭아매는 신비한 소설이다. 장편소설이지만 분량에 상관없이 빠져들게 된다. 그러면서 염상섭은 진정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점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현대에 맞게 편집했기 때문에 어색함 없이 푹 빠져들 수 있고, 시대에 상관없이 몰입하게 된다.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거장, 염상섭의 대표작! 이 설명만으로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삼대>>는 1931년 1월 1일에서 9월 17일까지 총 215회에 걸쳐 <조선일보>에 연재된 작품으로 서울말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우리 소설 가운데 서울말을 가장 풍부하게 살려 쓴 작품인데 서울에 거주하는 중간층의 구체적인 생활 언어를 생생하게 살려 씀으로써 선험적 의미항에 폐쇄적으로 규정되는 전(前) 단계 문학의 일반 성격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새로움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하나의 또는 몇 개의 척도로써 현실 세계와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의식을 재단, 가치 평가의 서열화를 도모함으로써 좁은 단일성의 세계에 갇혔던 지난 시대 문학 일반과는 달리 복잡한 관계의 그물로 이루어지는 복합성의 세계, 중층성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네이버 지식백과)고 한다.
엽상섭이
대표작인 <<삼대>>는 비록 제대로 읽지는 못하였다 하더라도 국어 교과서에 꼭 등장했으며, 한국소설사에 한 획은
그은 작품이니만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으리라 생각된다. 이 소설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하 급변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세대 간의
대립과 고민 속에서 인간의 이기심과 자본주의적 욕망에 대한 작가의 통찰은 지금 현 사회 속에서도 통용되는 내용이니만큼 꼭 읽어야 하는
장편소설이라 하겠다. 이에 이야기성이 강한 소설을 골라 펴냈으며, 드라마 영화 만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원형이 되는 작품 위주로 구성한
새움출판사 독자가 사랑한 한국문학 <대한민국 스토리 DNA 100선>시리즈를 통해 살펴보면 좋으리라. 이는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 분명할 것이기에.
끼니때 밥 먹으러 들어가기를 겸연쩍어하는 친구의 심사에도 물론 동정이 가지만 공장에 다닌다는 딸의 모양을 상상하여 보고는 얇은 호기심과 함께 몹시 가엾게 생각되었다. 덕기는 밥걱정 없는 집안에서 자라나서 구차살이란 어떤 것인지 딴 세상 일 같지마는 그래도 워낙 판이 곱고 다감한 성질이니만큼 진순한 청년다운 감격성과 정열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본문 11p)
<삼대>의 중심이 되는 '삼대'는 대지주이며 재산가인 조부 조의관, 봉건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과도기적 인간형인 아버지 조상훈, 선량하지만 조부와 아버지의 부조리함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소극적이고 우유부단한 인간인 아들 조덕기로 이루어진다. 이 조씨 일가가 소설의 중심에 놓여있으며 이들 주변으로는 덕기의 친구 병화와 그를 둘러싼 실천적 진보주의자와 돈에 얽매이는 이들이 둘러싸고 있다. 이 이야기는 명분과 형식에 얽매인 봉건적 구 세대의 전형인 조부가 사망하자 재산상속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면서 주변인물들의 추악한 인간상이 드러나면서 절정을 이룬다. 이는 자본주주의 절정인 현 사회의 한 단면이리라.
이 음산한 공기가 모두 안방에서만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고 뒤꼍이고 그 몇 연놈들의 몸뚱어리가 슬쩍하는 데서면 풍겨 나오는 것일지도 모를 것 같다. 웬일일꼬? 돈? 돈 때문에? 돈 동록 냄새가 욕기의 입김에 서려서 쉬고 썩고 하여 나오는 냄새 같기도 하다. 그러나 돈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생각하면 뉘 집에서나 열쇠 임자의 숨이 깔딱깔딱할 때가 돌아오면 한 번은 겪고 마는 풍파가 이 집에서도 일어나려고 뭉싯뭉싯 저기압이 끓어오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덕기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하겠다고 생각하였다. (본문 431p)
이 소설에서는 여러 측면의 갈등도 엿볼 수 있다. 체면과 권위를 위해 상당한 돈으로 족보를 만든 조부와 쓸데없는 족보보다는 그 돈으로 교육사업에 쓰자는 신식교육을 받은 상훈의 대립으로 이는 그 당시 서로 다른 사상의 대립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인들의 갈등과 홍경애를 둘러싼 상훈과 덕기의 갈등도 엿보인다. 이 소설은 이렇게 돈과 욕망을 둘러싼 인간의 양면성과 심리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라 하겠다.
『삼대』는 장편으로서의 규모나 구성의 치밀성, 내용상의 풍요로움에 있어 한국소설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하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조의관, 조상훈, 조덕기에 이르는 삼대를 통해 세대 간의 대립과 그 필연적 몰락 과정을 담는다. 한국근대문학의 아버지이자 리얼리즘 문학의 출발점으로 불리는 염상섭. 인간의 복잡한 폐부를 꿰뚫어 보는 그의 날카로운 눈은 박쥐 같은 인간의 양면성을 세세하게 포착하는가 하면, 핏줄보다는 돈으로 움직이는 인간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대의 풍습과 서울 풍경, 일상 언어를 생동감 있는 필치로 그려냈다. (표지 中)
새움출판사 <<삼대>>는 작품의 원형을 해치지 않기 위해 사투리나 속어, 대화체의 옛 표기 등을 되도록 살리려 했으며, 독자들의 이해하기 쉽도록 간략한 설명을 붙였다. 이를 통해 현대의 독자들은 그 당시의 생활 양식과 가치관, 서울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삼대>>는 국어 교과서를 통해 소설의 단면만 살펴왔던 것이 전부였는데, 이렇게 이 소설을 오롯이 살펴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또한 자본주의의 중심에 선 현대인들에게 이 소설은 필독서이자 앞으로도 민족의 고전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자본주의의 병폐 속에서 이 소설은 또 하나의 길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기에.
돈이란, 재산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요, 어려운 것인 줄을 덕기는 비로소 깨달은 것 같다. (본문 461p)
"사람이란 옷 한 겹만 입은 것이 아니라 마음과 몸뚱어리 위에 몇백 겹 몇천 겹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으로 싸고 살아가는 것 같았다. " (표지 中)
(이미지출처: '삼대' 표지에서 발췌)
좋은 기회에 드디어 새움출판사에 나온 염상섭의 대표작인 <삼대>를 읽게 되었다. 교과서로 먼저 알게 된 책인데 막상 읽으려고 하니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대표작답게 700페이지에 달하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오는 듯한 문체들이 살아있는 이 삼대는 조선일보에 1931년 1월 1일부터 9월 17일까지 총 215회 연재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지닌 시대적 중요성은 전통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세대와 신문물이 들어오면서 그 영향을 받은 세대들이 뒤엉킨 그 시절에 각 세대들이 겪어야만 했던 시대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며 갈등을 겪는가이다. 식민지라는 현실 속에서 기독교와 사회주의가 유입하며 기존 사고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이 책에서는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려 500여년 간 성리학과 유교사상에 젖어 든 조선에서 마지막 세대로 자란 할아버지 조의관과 그의 아들은 조상훈, 손자 조덕기의 역동적인 삶 속에서 그들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갔는지를 보면 식민지라는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유의미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세대갈등은 급격한 사회적 변화와 함께 찾아오는 것 같다. 기성세대는 늘 그렇듯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거나 적응하는데 애를 먹곤 한다. 전통적 사고방식을 지키느냐 아니면 수용하느냐는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구수한 사투리와 방언, 지금은 쓰지 않는 대화체, 지명도 그 당시 쓰인 그대로 살리면서 수정을 최소하여 거의 완역본에 가깝다. 읽다보면 생소하기도 하고 정말 그 당시 사람들이 말을 이렇게 썼을 지 궁금했었는데 조금이나마 해소(?)된 것 같다. 우리 문학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단 책 넘김이 좋을 정도로 가독성이 뛰어나다. 소설 속 인물이 주고받는 대화도 재밌거니와 시대상과 심리묘사까지 탁월해서 한 편의 대하드라마처럼 눈 앞에 아른거리듯 펼쳐진다. 국어 시간에 한 문제라도 더 맞출려고 주요 내용과 지문을 달달 외웠던 것과는 달리 편안하게 읽다보면 역시 어떤 시대든 돈이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삼대 모두 각자 큰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조의관은 봉건주의 제도에서 평생을 살아온 인물로 대지주로 제사를 중요시하며 전통을 고수하는 사람이다. 근데 조의관은 탐욕스러운 인간으로 그려진다. 아직 20대인 수원집 후처에게서 아들을 낳기를 바라는 남아선호사상에다 재력과 권력이면 자신의 뜻대로 뭐든 할 수 있다고 믿는 인물이다. 반면 그의 아들인 조상훈은 과도기에 놓인 사람인데 아버지인 조의관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제대로 쓸 줄 모르고 탕진하는 무기력의 화신이다. 게다가 아들과 동창생인데다 여급인 홍경애와 불륜을 저지른다. 신문물과 기독교를 일찍히 접했지만 그는 수동적이며 어긋난 삶을 살아간다. 조의관의 손자이며, 조상훈의 아들인 조덕기는 잘 사는 집안에서 태어난 도련님으로 자라서 성품이 곧바르지만 몰락해가는 집안에서 재산을 지키고자 하는 것에만 한정되어 소극적이고 우유부단하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부조리함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도 못한다. 친구인 병화와 어울리며 지내지만 자신의 감정이 솔직하지 못한 그는 순응형 인간으로 살아갈 뿐이다.
반면 김병화는 비록 좋은 가문에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여 사회주의에 몰입하게 된다. 이들 삼대보다 현실적으로 시대를 바라볼 줄 알고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인물이다. 조덕기는 친구에게 자극을 받을 법도 한데 조부의 죽음 이후로 집안은 점점 몰락해간다. 즉, 시대적으로 봤을 때는 한 지주의 몰락임과 동시에 신분제가 무의미할만큼 혼란스러운 시대이기도 하다. 재산을 둘러싼 상속욕과 부에 대한 인간의 집요한 욕망. 신분제가 무너지고 난 뒤에 남는 것은 오로지 돈이었고 돈이 권력이었다. 재력만 거머쥘 수 있다면 어제의 양반에게 굽실거리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내가 이 시대에 살았다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사상을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 사회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주주의가 난무하던 그때에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 있을까? 결국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책으로 우리는 염상섭 작가가 삼대를 통해 사회를 비판하려고 한 뜻을 알 수 있었다. 돈과 욕망을 둘러 싼 이들의 텅빈 마음과 공허함. 자신들의 힘으로 환경과 시대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느낀 무력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 시절의 서울 풍경과 풍습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언어에 감동하면서 역시 고전은 읽을수록 그 즐거움은 깊어진다는 걸 알게 된다. 참 제대로 된 소설이며 우리 문학의 고전이다.
[새움출판사] 책리뷰 염상섭 장편소설 <삼대> _#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거장 염상섭을 만나다
안녕하세요. 세라별입니다. 오늘은 여러분도 한 번은 읽어봤을 장편소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고등학생 시절 누구나 교과서를 통해 접했을 리얼리즘 문학인데요. 바로 염삼섭의 장편소설 <삼대> 입니다.
새움출판사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스토리 DNA]의 첫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10번째 작품이기도 한데요. 옛날 민담에서부터 현대소설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작품들 중 스토리가 풍부하고 뚜렷한 장편소설을 선정해 과거와 현재, 신화와 역사가 공존하면서 서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100권을 채워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세라별 역시 삼대가 수능 국어에 나오는 작품이었기에 열심히 공부한 장편소설이었는데요. 하지만 사실 수능이라는 것이 삼대의 일부분만 읽고 그 당시 시대상황이라든지, 작가의 생각을 고르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삼대를 전체적으로 읽어보지는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삼대 첫 장을 넘길 때 고등학생 시절 공부하던 때도 생각이 나고, 왠지 다시 수능공부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참 묘하더라구요~ ^^;;;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작가 염상섭. 그는 자연주의 및 사실주의 문학을 작품에 보여준 최초의 소설가 입니다. 215회에 걸쳐 조선일보에 연재한 삼대를 통해 소설 속에 당대 사회의 아노미적 상황을 있는 그대로 녹여냈고,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방향을 제시해 주는 작가입니다.
삼대는 제목에도 나와있듯이 돈과 욕망을 둘러싼 삼대에 걸친 세대 갈등을 풀어낸 장편 소설입니다. 1920년대 일정강점기하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할아버지 조의곤, 아버지 조상훈, 아들 조덕기에 이르는 한 중산층 집안을 통해 세대 간의 대립과 몰락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는데요. 핏줄보다는 돈과 욕망으로 움직이는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당시의 풍습과 풍경, 일상 언어를 생동감 있게 표현해 리얼리즘 문학의 대표로 손꼽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삼대를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발기를 보며 안심하던 덕기의 모습이었습니다.
‘덕기는 다시 안심이 되면서 그 발기를 자세자세 들여다보고 앉았다…….’
돈이, 재산이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덕기는 불안한 마음으로 금고문을 열고 뒤지다 발기를 발견합니다. 자신의 몫도 그대로 있고, 자신과 조부의 도장이 그대로 있다는 사실을 본 후에야
안심하는 덕기를 모습을 보면서 돈 앞에서 다른 사람을 절대 믿지 않는 그의 모습이 현대인과 많이 비슷하다고 느껴지더라구요.
길 가던 사람 한 명 붙잡고 물어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에 맞춰 잘 굴러가고 있고, 난 잘 적응하며 살고 있다, 불평등한게 보여도 어쩌나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이 그런 것을~’ 뭐 이런 식으로 대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삼대>를 읽고 나니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현재 우리 나라는 정말 자본주의 사회에 올바로 정착한 것일까? 일제 치하 시절 이념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생긴 아노미를 제대로 극복하고 현재에 온 것일까?
물론 사회는 완벽할 수 없고, 완벽한 사회는 이상, 이뤄질 수 없는 유토피아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 팽배하고 있는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에 의해 퇴색된 자본주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욕망에 의해 아노미는 해결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은 이에 대해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이는 현재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고전 소설 한 권으로 자본주의에 대해 혼자서 이렇게 심도 깊은 생각을 할꺼 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읽다보니 자연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여러분도 삼대를 읽으면서 돈에 대해, 자본주의에 절정에 치닫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라며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그럼 안뇽 ><
참 오랜만에 읽어보는 고전, 그것도 우리문학이다. 사실 우리나라 문학에 그리 호이적이진 않치만, 고전문학에서 만큼은 뭔가 깊이있으면서도 있는 척(?) 하는 느낌이 크게 들지 않아서 되도록 찾아 읽어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도 요즘은 왠지 머리도 복잡하고 이래저래 스트레스에 치이다보니 가볍게 읽고 넘어가거나, 재미를 추구하는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책을 좀 멀리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아니면, 읽게 되더라도 짧은 단편을 선호하거나......
언젠가 꼭 한번은 읽어야 할 책이라고 손꼽았던 <삼대>인지라, 이번참에 아름다운(?!) 두께와 표지를 자랑하는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내심 설레였던 것도 사실이다.
새움에서 스토리 DNA라는 이름으로 단종애사부터 이번 10권째 삼대까지 출간중인데 내 호기심을 잡아끄는 책들이 많아서 이 책 외에도 좀 찾아 읽어볼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런 시리즈는 역시 모으는 맛도 있어야 뽀대나니까...... 크크크
일단 염상섭 선생님이라 하면 워낙 우리나라 교과서에서 달달달 외우도록 가르치는 분인지라 염상섭 <삼대>, 혹은 <표본실의 청개구리>로 기억되는 작가 선생님이다.
졸업하고 처음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이 책을 읽고나서 (원래는 읽기전이었어야 했지만......) 검색했더니
생각보다 단편집이 더 있었다. 게다가 <표본실의 청개구리>는 아무래도 내가 고등학교 졸업즈음에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게 도통 기억이 안나서 뭔가 안 읽은 듯한 이 느낌은 뭐지? 거참...... 자연주의, 사실주의..... 아..맞다 그랬다. 교과서에서 달달 외우며 배울때 그랬었는데, 이넘의 기억력....
뭣보다 <삼대>라는 책은 안 읽어도 막 읽은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하하하..
말그대로 <삼대>란 3대의 이야기로 인생의 고단함과 한 가문의 이야기로 뭔가 읽고나서 씁쓸함을 안겨주는 그런 기분이랄까?
대지주에 봉건적 사고방식으로 그야말로 옛것으로 둘러싸여진 조의관 조부, 이도저도 아닌 뭔가 중간에 끼인 삶이지만 불륜마져도 거침이 없는 부친 조상훈, 그리고 그에 비해 선한, 선량함을 지녔지만 그 모든 부조리를 탈피하지 못하고 소극과 우유부단으로 둘러싸인 조덕기. 삼대의 이야기가 이어지며 여러 인간의 모습과 보여주고 싶지 않은 추악한 면까지 낱낱이 파헤져지는 느낌으로 한가정의 역사, 몰락의 들여다보는 건 뭔가 안타까움과 결국 이런 모습속에 우리네 모습이 들여 보인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자아낸다.
생명력이 불어넣어진 이들의 모습이 그냥 현재를 살고 있지만, 예전 그네들의 모습에 비추어봐도 그닥 달라진 게 없음을 더 절실히 깨달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뭐랄까...... 이런 전체적인 깊이 있는 진한 이야기를 읽고나면 나도 결국 이사람에 해당하고, 그도 아니면 저 사람에 해당되는 모습을 간직했기에 더 애잔하면서 쓴맛이 드는 것이리라.
이런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됐다는 사실이 좀 부끄럽긴 하다. 진작 찾아 읽어야지 하면서도 역시 고전의 고리타분한 느낌의 선입견을 갖고 있어서 쉬운책 먼저 읽고, 지금은 머리 아프니 안돼.....! 라고 잘못 생각했었던 부분을 이제서야 깨달아본다. 시대는 달라도 인간본성은 같은겨~;;;
오랜만에 만난 우리고전의 맛. 좋구나. 깊이 있으면서도 인간 냄새 풀풀나는 소설, 그래서 더 탁월한 즐거움으로 고전의 맛을 즐겨 볼 수 있었다. 이번 <삼대>를 계기로 그동안 멀리했던 우리 고전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반성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