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1. 동양철학의 오랜 화두, 기론(氣論)의 선구자 장재우리나라는 수천 년의 기(氣)문화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음식, 언어, 풍수, 무예, 침술, 기수련 등 한국 문화 전반에서 통용되고 있는 기 개념은 이제 서구에서도 태극권, 침술, 기공 등으로 낯설지 않은 개념이 되어가고 있다. 21세기의 새로운 화두라 할 수 있는 환경과 건강 차원에서도 기 개념은 환영받고 있다. 그런데 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체계적으로 답할 사람은 몇이나 될까. 단순한 수양이나 치료 등의 소극적 체험으로 소통되는 것이 기 개념의 전부는 아니다. 기 개념은 동양철학에서 문명의 역사만큼 오래된 철학적 화두이다. 이러한 기의 실체를 바로 보고 제대로 이해할 때 인간과 자연과 세계를 통합적으로 탐구하려 했던 선인들의 기 개념의 의의를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오늘날 범문화적으로 기 개념이 소통될 수 있는 까닭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북송 시대의 걸출한 철학자 장재(張載)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정몽(正蒙)》(책세상문고·고전의세계 023)이라는 책을 통해 기 개념을 가장 모범적이고 체계적으로 논증했던 그는, 기를 중심으로 인간, 세계, 자연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그에게 기는, 인간과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세계를 역동적, 상관적으로 이해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개념이다. 《정몽》은, 하나의 물질이면서 동시에 생명의 원리이기도 한 복합적, 중층적 기론을 펼쳐 보임으로써 중국 근세철학의 연원을 확인하고, 여전히 현재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장재 사상의 진수를 접할 기회를 준다.2. 실천적이면서도 심성적인, 장재의 독창적인 기 사상‘횡거 선생’이라 불리던 장재는 11세기 중국 사회의 혼란을 체험하고 고민했던 걸출한 철학자이다. 당시 북송이 처했던 외환(外患)과 굴욕적인 외교 조약들을 국경 지역 횡거진에서 오랫동안 살며 직접 보고 겪은 탓에 병법에 깊은 관심을 두며 자연과학적 연구를 중시했다. 그러나 이에 머무르지 않고 인과 예를 탐구하는 유학자로서 필수적인 인륜 연구에 깊이 몰두함으로써, 관념론에 치우치지 않고 유물과 유심을 한데 섞어 통찰하는 제3의 시선을 보여주게 된다. 불우했던 관직 생활을 버리고 돌아와 온종일 한 방에 정좌한 채 두문불출하며 도에 뜻을 두고 깊이 생각하기를 7년, 그 성찰의 결과물인《정몽》은 그의 이러한 실천적이고도 심성(心性)적인 철학을 복합적으로 잘 담아내고 있다.장재는 ‘기일원론(氣一元論)’에 따라 천지만물의 실상을 설명하고자 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을 기초로 인륜까지도 설명하려 했다. 그는 우주의 모든 현상이 기가 모이고 흩어지는 것에 따라 생겨나고 없어진다고 보았다. 그렇지만 기 자체가 무궁한 실재이며 이러한 기의 본체가 ‘텅 비어 있음’ 곧 태허라고 보아 ‘태허즉기(太虛卽氣)’를 주장했다. 태허와 기와 만물의 관계를 필연적 순환 과정으로 받아들인 그는 결국‘천인합일(天人合一)’이라는 거대한 유가적 이상에 도달하며 중국 근세철학의 근원이 되었다. 당대의 시대적 조건과 주류 세계관에 대한 종합적 안목과 비판을 바탕으로 사상적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고 구축해나간 그의 사상은 훗날 주희(朱喜)와 함께 주정학(主靜學)을 구축하게 되는 정호(程顥), 정이(程?) 형제 등에게 영향을 미쳤다. 또 ‘심(心)’에 관한 그의 이론은 주희가 이어받아 발전시켰으며, 왕부지(王夫之)가 그의 철학을 체계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면서 오늘날 다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3. 이 책의 구성수만 자에 이르는 《정몽》을 읽기 편하도록 편(篇)으로 나눈 것은 제자 소병(蘇昞)이다. 소병은 스승 장재의 허락을 받고 《논어》, 《맹자》의 편차와 장구를 본받아 비슷한 글끼리 모았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 전해지는 《정몽》 17편이다. 《정몽》은 《장자전서(張子全書)》 권2(제1 태화편~제8 중정편)와 권3(제9 지당편~제17 건칭편)에 수록되어 있다. 대부분의 중국 고전이 그렇듯 《정몽》 역시 존재론(본체론?우주론?생성론), 인성론(심성론), 지식론(인식론), 윤리학 등이 뒤섞여 있는 잡문들이어서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일관성 있게 연결하여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17편의 각 편명들은 거의가 해당 편의 첫머리에 나오는 단어로서, 그 편의 전체적인 주제나 글의 성격을 말해준다. 제1 <태화(太和)>편을 비롯한 앞부분은 주로 기의 우주론에 대해 언급하고 있고, 제6 <성명(誠明)>편을 비롯한 중반부는 기의 인성론, 지식론 등을 언급한다. 그리고 후반부인 제15 <악기(樂器)>편, 제16 <왕체(王?)>편에서는 유가 사상의 실천적 덕목인 악(樂)과 예(禮)에 대해 설명한다. 결론부에 해당하는 마지막 <건칭(乾稱)>편에서는 당시 어떤 현실적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던 도교, 불교의 무적(無的) 세계관에 대항하여 기론을 중심으로 한 유가의 유적(有的) 세계관을 제시한다.4. 장재 철학의 현대적 의미장재의 사상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생전에는 조카뻘인 정호와 정이 형제의 그늘에 가려졌으며, 죽어서는 정이와 주희로 이어지는 정주학의 정통 계보에서 한 걸음 비껴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 소홀히 연구되었다. 특히 정통 주자학의 순수성을 강조하던 한국적 성리학의 풍토에서 장재의 사상이 갖는 의의는 유가의 인(仁) 사상을 체계적으로 드러낸 <서명(西銘)>에 대한 관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중국 전통 철학의 기 개념을 물질 개념으로 이해한 현대 중국은 우리와 달리 깊은 관심과 애정으로 장재 사상에 주목했지만, 그것의 유물론적인 면만을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 과연 장재는 유물론자인가? 그리고 그가 주장하는 기라는 것이 물질 개념으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인가? 이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기는 추상적인 것으로 이해되어 만물 생성의 근원이 되는 무차별적 원질을 뜻하기도 하고, 구체적인 것으로 이해되어 현존하는 개개의 사물을 이루고 있는 물질적 요소를 뜻하기도 한다. 한편 현대 과학은 일종의 에너지로 규정하고 있다. 장재에게 기란 인간과 세계와 자연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강함과 약함, 느림과 급함, 재주 있음과 없음은 모두 기의 치우침으로 생겨난 현상이라고 보는 장재는 기를 수양하여 본성을 극진히 하면 하늘과 같아진다고 말했다. 치우친 성을 기로써 수양하여 올바른 성, 본성으로 되돌리면 지극한 성실성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 장재를 다시 주목해야 하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인간과 자연과 세계가 조화를 이룬 만물의 극치를 꿈꾼 장재는 이 물질만능주의의 시대에 관념과 실재, 철학과 현실의 조화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진중하게 제안하고 있다.-저자-장재는 북송 시대의 걸출한 철학자로 주돈이, 소옹, 정호, 정이와 더불어 ‘북송의 다섯 선생’ 중 한 사람으로 존숭받고 있다. 자는 자후(子厚). 원적은 대량이고 출생지는 장안이며 횡거진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어렸을 때부터 자립심이 강했던 장재는 당시 대부분의 학자들이 정통 유가 경전에만 천착하여 전 시대 사람들의 학설을 맹종한 데 비해 비교적 자유롭고 폭넓은 독서를 했다. 또한 몇십 년간의 고심 어린 탐구를 통해 스스로 체득한 바가 많았다. 장재의 기론에서 다른 학자들에게서 볼 수 없는 합리성과 독창성이 엿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며, 당시로서는 놀랄 만한 수준인 자연과학적 성과들까지 엿볼 수 있다. 서른여덟에 진사에 급제하여 관직에 나갔고, 마흔여덟에 위주에서 군사판관을 지냈으며, 쉰이 되던 해 어사중승 여공저의 추천으로 황제 신종의 중용을 받들 기회가 있었으나 사양했다. 당시 조정에서 집권하고 있던 왕안석의 공리적 입장에 반대해 그의 신정 참여 제의를 거절한 것이다. 감찰어사를 지내던 아우 장전의 좌천으로 자신도 사직하고 횡거진으로 돌아간 후 7년간 온종일 한 방에 정좌한 채 도에 뜻을 두고 깊이 생각하는 것을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결실로 쉰일곱 살에 《정몽》을 완성해 제자 소병에게 주고 58세 때 관학자 여대방의 추천으로 다시 조정에 나갔다. 성군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지태상예원을 제수받고 관혼상제의 예의 실행을 건의하기도 했는데, 장재 자신의 진보적 성향과 복고적, 보수회귀적 성향이 충돌하면서 관직을 그만두게 되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던 도중 고향 부근 임동의 객사에서 삶을 마감했다. -역자-장윤수는 1963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자랐다. 중국 신유학 연구를 통해 동양철학 연구를 시작했으며, 현재는 퇴계 철학과 동양 교육 사상 등에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신라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대구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주철학원론》, 《중국철학의 이해》 등을 썼고, 《한유에서 주희까지》, 《맹자자의 소증》 등을 옮겼다. 주요 논문으로 <장재 기철학의 이론적 구조>(박사학위 논문), <퇴계의 경론과 주희의 주경사상退溪的敬論與朱熹的主敬思想>, <현대 신유가사상에 대한 분석과 전망> 등이 있다. 더보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들어가는 말 7제1장 정몽 131. 태화太和편 152. 삼량參兩편 223. 천도天道편 284. 신화神化편 315. 동물動物편 386. 성명誠明편 407. 대심大心편 488. 중정中正편 519. 지당至當편 6510. 작자作者편 7311. 삼십三十편 7812. 유덕有德편 8713. 유사有司편 9414. 대역大易편 9615. 악기樂器편 10816. 왕체王?편 11817. 건칭乾稱편 125해제―유물론 혹은 유심론? 장재 기론의 이중 구조 1351. 장재의 생애와 문제 의식 135(1) 학업 시기 136(2) 현실에 발디딘 유가적 이상 정치의 꿈 140(3) 외침의 위기와 실천적 이상주의 1442. 장재 철학과 관학파 1483. 《정몽》의 체제와 기본 사상 152(1) 《정몽》의 체체 152(2) 《정몽》의 우주론:태허즉기론 155ㄱ. 태화와 태허 155ㄴ. 태허, 기 그리고 만물의 관계 157(3) 《정몽》의 심성론 1604. 하나의 그릇에 담긴 두 얼굴 1635. 중국 근세철학의 근원 167용어해설 169주 177더 읽어야 할 자료들 192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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