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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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작가 김호연 신작소설

리뷰 총점 9.3 (6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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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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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한재연의 죽음은 민중과 앤디를 변하게 했다.(파블 9기 12-4) 평점10점 | n*****9 | 2015.12.12 리뷰제목
가난한 예술가라는 대명사처럼 창작 활동에 전념하던 무명 예술인들이 몹쓸 병을 얻어 요절하거나 헤어나기 힘든 생활고를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2011년 1월, 영화 시나리오 작가였던 최고은 씨 역시 이웃에 도움을 요청하는 짧은 쪽지를 남긴 채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그녀의 죽음 이후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복지지원을
리뷰제목

   가난한 예술가라는 대명사처럼 창작 활동에 전념하던 무명 예술인들이 몹쓸 병을 얻어 요절하거나 헤어나기 힘든 생활고를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20111, 영화 시나리오 작가였던 최고은 씨 역시 이웃에 도움을 요청하는 짧은 쪽지를 남긴 채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그녀의 죽음 이후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복지지원을 통해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지만 수혜 정도를 가늠하기 힘들다. 시나리오 작가는 영화가 제작되면 시나리오 비용을 받지만 영화가 제작되지 않는다면 시나리오 작가에게 돌아가는 돈은 없다.

 

   시나리오 작가로 성공하고 싶은 바람을 안고 영화 대본을 썼지만 상영된 영화는 한 편도 없는 가난한 무명작가인 그녀는 예전에 썼던 시나리오를 개작한 소설을 출판사 공모전에 응모하여 희망적인 소식을 들었다. 책 출간을 결정한 뒤 편집장 일을 맡고 있던 고민중은 한재연과 만나 중대 사안을 논의하며 가까워졌고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고위 공직자인 아버지와 대학교수인 엄마 슬하의 자녀들이 걸었던 보편적인 삶을 지배하는 세계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은 열망은 창작활동과 여행으로 그녀를 이끌었지만 바람대로 살기에는 현실의 벽이 두꺼웠다.

 

   ‘재연이 죽었다.’

   망자의 휴대폰 발신으로 전해진 부음을 듣고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은 생각만 해도 섬뜩해진다.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결정 장애자인 고민중은 장례식장을 가는 길목에서부터 번민하였으나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고 부조하는 순으로 가닥을 잡고 실행하였다. 그녀를 떠나보낸 지 1주년 기일에 추모관을 찾은 그는 장례식장에서 마주쳤던 사내와 조우하였다. 사랑하는 방식이 이질적이어서 추억의 장소와 내용 역시 달랐지만 둘은 갑갑한 상자 안에 갇힌 그녀의 유골함을 꺼내어 자유롭게 보내주자는데 뜻을 같이하였다. 시간과 돈에 쫓겨 살았던 재연을 알아가는 일은 그녀가 힘들게 살아온 일상을 알아가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요가 강사와 방송 작가,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번 돈으로 시간을 사서 작품을 썼던 그녀의 삶은 무명작가로 이 땅에서 사는 일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그녀를 잘 보내주자.’

   재연을 사이에 둔 연적으로 호감 있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죽음이 새김질하는 마음의 부채는 남겨진 자들의 일상에 호흡을 멈추게 하였다. 갑갑한 일상에 갇혀 살던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다니며 살고 싶었던 그녀는 여행을 좋아하였다. 남자친구와 함께 여행하였던 곳을 되짚어 그녀가 좋아했을 장소를 찾아 유골함을 안치하기로 했다. 소심한 민중이 결정을 못해 고민할 때면 저돌적인 행동파 앤디는 실행으로 옮겨 남해와 여수를 거처 제주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재연이 좋아하였을 공간을 찾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은 기억 속의 공간과 실재하는 공간이 일치하지 않은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남해 소요 바다를 찾아 한적한 여행이 주는 공명의 즐거움을 나누었던 그녀가 뼛가루로 남아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알아차릴 때 그 사람의 부재를 실감한다. 그녀가 들렀던 제주는 지친 영혼을 달래주기에 그만인 다양한 형태의 오름이 있어 쉬엄쉬엄 걸으며 마음을 정리하기에 그만이었을 것이다. 제주도 전역에 분포하는 360여 개의 오름 중, 앤디는 그녀와 함께 찾은 오름을 기억하지 못하였다. 오름의 이름을 찾아 옥신각신하다 사려니 숲을 제안한 이의 뜻을 받들어 그곳에서 재연의 영혼을 보내고 그녀의 사후 평안을 빌어주었다.

 

   ‘당당하게 살아가자.’

   그녀를 보낸 뒤, 민중은 보직 강등과 집단 따돌림이라는 대가를 치러야했지만 재연의 죽음 이면에 자리한 영화감독의 술수를 알게 된 그는 그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혀야 하는 당위성에 사로잡혔다. 재연이 죽은 사실을 알고 기다렸다는 듯 문 감독은 그녀가 쓴 소설을 자신의 시나리오로 둔갑시켜 영화로 제작해 베니스 영화제까지 진출하였다. 이 사실을 접한 둘은 그녀의 억울한 죽음을 덜어주려는 마음 하나로 결단력 있게 행동하였다. 문 감독의 추악함을알리기 위해 기습적인 인분 테러를 자행한 앤디, 생전에 그녀가 소망하였던 책 출간을 저지하는 대표와 맞붙어 출판사를 나온 민중은 재연을 보내면서 변화해갔다.

 

   돌연한 일들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수십 번도 더 변할 수 있기에 영원한 이라는 수식어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성급하게 일반화하여 그 사람을 재단할 필요도 없고 지금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는 가운데 서로에게 정성을 다하며 살아갈 필요를 느낀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살아가느라 시간을 소진하는 일은 허탈감만 쌓을 뿐이다. 그 때 적극적으로 행하였다면 그녀가 말 한마디 못하고 잔명을 재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살아온 세월이 쌓일수록 회한이 깊어지는 것은 우물쭈물하다 놓쳐버렸거나, 두려움으로 도전하지 않았던 것들이 돌올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작가라는 말 대신 잡가라며 비하하던 재연의 죽음은 돈벌이가 안 되는 무명작가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진혼곡처럼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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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2015년 결산) 연적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k*****3 | 2015.12.30 리뷰제목
상상을 해 봤다. 만약 내가 죽었는데.. 나의 죽음을 잊지 못해 나를 찾아온 사람이 있고, 그들은 내가 살았을 때 좋아했던 곳에 나를 뿌려주려고 한다. 어떤 느낌일까? 억울하게 죽고 싶은 생각 없고, 평탄하게 살다 죽고 싶지만, 인생이란 아무도 모르는 일. 우연찮게 시작된 여행이 이들의 인생을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 엉뚱한 것 같지만 덤 앤 더머 같은 그들의 행동에 응원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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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해 봤다. 만약 내가 죽었는데.. 나의 죽음을 잊지 못해 나를 찾아온 사람이 있고, 그들은 내가 살았을 때 좋아했던 곳에 나를 뿌려주려고 한다. 어떤 느낌일까? 억울하게 죽고 싶은 생각 없고, 평탄하게 살다 죽고 싶지만, 인생이란 아무도 모르는 일. 우연찮게 시작된 여행이 이들의 인생을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 엉뚱한 것 같지만 덤 앤 더머 같은 그들의 행동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여기 전혀 닮지 않은 두 남자가 있다. 이들은 한 여자를 사랑했고, 여자가 죽은 뒤 1년이 되는 날 그녀의 유골을 들고 튄다. 죽은 여자의 이름은 재연. 그녀는 살아 있는 동안 여행을 좋아했고 자유롭게 살고자 노력했었다. 하지만 그녀가 죽은 뒤 안치된 곳은 시골의 좁은 납골당. 재연을 자유롭게 해주겠다고 생각한 전직 스포츠센터 사장 앤디와 재연의 책을 내려했던 출판사 편집장 민중은 대책 없는 의기투합을 하지만 출발부터 수월치 않다. 재연의 유골함을 혼자 차지하려는 두 남자의 이기심은 또 다른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고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은근 합이 맞아간다. 두 남자가 회상하는 재연은 같은 듯 또 다르다. 그리고 조금씩 알게 되는 재연의 죽기 전 행보들. 그리고 나타난 진짜 연적. 그 연적에게 이 찌질한 두 남자는 통쾌한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처음엔 그렇고 그런 남자들의 유쾌한 반란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이 사회의 부조리를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 그런 기사를 봤던 것 같다. 서른 둘. 단편영화를 한 편 찍은 작가였지만 그녀는 자신이 집에서 굶어 죽었다. 나는 영화 제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모르지만 그들의 궁핍한 생활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영화가 뜨는 건 1%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영화감독의 지시대로 수시로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고치지만 영화는 제작조차 하지 못한다. 아르바이트와 글을 쓰는 재연. 그녀는 영화 제작이 되지 않기에 자신의 시나리오를 소설책으로 내려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후 재연은 죽고 영화감독은 자신의 이름으로 영화를 만들어 흥행에 성공한다. 억울한 민중은 재연의 책을 내려하지만 출판사 사장은 영화감독과 만나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린다. 이런 일이 지금 어딘가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작가로 이름을 날리길 바란다. 하지만 실제로 이름을 날릴 그런 작가는 몇이나 될까? 글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시나리오 작가나 방송작가, 드라마 작가나 소설가 혹은 대필 작가나 에세이 작가 등... 수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그걸로 직업을 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밤이나 낮이나 글을 쓴다. 그들의 노력을 아무것도 아닌 걸로 만드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제일 무서운 것 아닐까? 죽었기에 재연은 말이 없다. 하지만 그 억울한 죽음은 자칫 그냥 묻힐 수도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부를 가져다 준 글인데, 누군가는 그 글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는 것. 수동적이고 우유부단한 남자는 이런 일을 계기로 스스로 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또한 어벙한 두 남자의 우정도 재미를 더한다. 자칫 우울하고 암울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유쾌한 반전이 있어 읽는 동안 통쾌했다. 망원동 브라더스라는 책이 집에 있는데..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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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전작보다 더 탄탄해진 소설 『연적』 평점9점 | YES마니아 : 골드 l****i | 2015.11.11 리뷰제목
어릴 때는 세계문학, 세계명작이라는 타이틀이 앞에 달린 작품을 주로 읽었으나 나이가 들어서는 외국소설보다는 한국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을 다룬 작품이 한국소설인 까닭이다. 그런데 나의 이런 독서 취향과는 정반대로 베스트셀러가 형성된다. 외국 소설이 상위를 차지하고, 한국 소설은 인기가 없다. 물론, 외국에서 대중에게 검증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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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세계문학, 세계명작이라는 타이틀이 앞에 달린 작품을 주로 읽었으나 나이가 들어서는 외국소설보다는 한국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을 다룬 작품이 한국소설인 까닭이다. 그런데 나의 이런 독서 취향과는 정반대로 베스트셀러가 형성된다. 외국 소설이 상위를 차지하고, 한국 소설은 인기가 없다. 물론, 외국에서 대중에게 검증받은 작품이니 어지간한 한국 소설보다는 재미가 있겠지. 그렇다고 해도 한국 소설 전반이 점점 외면받는 상황은 아쉽다. 읽어 보면 재밌는 작품 많거든. 


그래서 김호연 작가가 쓴 『연적』을 읽기로 결심한 건 아니다. 대학교 때야 어떤 작가를 읽어야겠다, 어떤 주제에 관해 공부해야겠다는 계획이 있었지 졸업한 뒤에는 그냥 내키는 대로 책을 집는다. 전작인 『망원동 브라더스』를 읽었을 때 기억이 나쁘지 않았고, 그 책을 소재로 글(망원동, 맛집보다는 술 한 잔이 생각나는 그곳)도 쓴 적이 있는 바. 김호연 소설가의 근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읽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한 작가 지망생의 죽음 이후, 그녀의 전 남자 친구 두 명이 벌이는 소동을 그린 이야기다. 작가 지망생의 이름은 재연. 남 부러울 게 없는 중산층의 삶을 살았지만, 부모가 시킨 교육을 받고 멀쩡한 직장에 취직해 가문이 정한 배우자를 만나 결혼해야 하는 상황이 싫어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창작자로서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그런 와중에 만난 사람이 주인공인 나 '고민중'이다. 연적인 앤디는 고민중과 사귀기 전의 애인.


이 둘은 재연의 유골이 안치된 납골당에서 재회한다. 재연은 앤디와 고민중과 차례대로 헤어진 뒤, 꿈에 그리던 작가로 활동하지 못하고 삶을 마쳤다. 처음에는 영화 시나리오에 도전했고, 쓰던 글이 잘 풀리지 않자 소설로 도전했으나 다 실패했다. 남긴 작품 하나 없는 그녀의 삶을 기억하는 사람은 연적 두 사람뿐이다. 연고도 없고 가족조차 찾지 않는 이곳에 재연을 놔둘 이유가 없다며 앤디는 그녀의 유해를 다른 곳에 뿌려주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엉겹결에 유골함을 탈취하고, 재연의 백(魄)를 뿌려줄 곳을 찾아 여행에 나선다.


이렇게 시작한 『연적』은 크게 세 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몸 좋고 활달한 헬스 트레이너인 앤디와 연약하고 소심한 출판사 편집자인 나의 4박 5일 여행기가 한 가지다. 여행을 하는 도중에 나의 회상으로 복기되는 작가 지망생 재연의 삶이 또 하나의 이야기다. 마지막 한 부분은 연적 두 사람이 여행을 다녀온 뒤 재연을 죽게 만든 사람을 향한 복수로 채워진다.


연적 두 사람의 불편한 4박 5일 여행은 남해, 여수, 제주 등 이른바 한국에서 경치 좋기로 소문난 지역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개인적으로도 남해와 제주는 매우 좋아하는 장소였기에, 읽는 내내 그곳 풍경을 상상하며 즐거웠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김호연 소설가답게 이 부분은 마치 한 편의 로드 무비 시나리오를 보는 느낌이었다. 


성향이 전혀 다른 두 남자의 불편한 동행이 경쾌하다면, 창작자로 삶을 살고자 했던 재연의 삶을 되돌아보는 대목은 조금은 무겁다. 영화나 소설 쪽 모두 창작자로서 산다는 게 녹녹치 않다. 까놓고 말해서, 돈 벌기 어렵다는 의미다. 영화나 출판 모두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에 사라지는 작품이 대부분이고. 나와도 상업적으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 과정에서 무명 작가는 더더욱 서럽다. 노동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거나, 아이디어를 도용당하기도 하고.


영화, 음악, 소설 등 이른바 문화 콘텐츠라는 시장이 그러하다. 얼핏 화려해 보이지만, 승자독식 현상이 심한 바닥이라 성공하지 못한 대다수의 창작자는 그 일만으로는 생계가 곤란하다. 이런 문제 의식은 3류 만화가가 등장하는 『망원동 브라더스』에도 얼핏 보이지만, 『연적』에는 전면적으로 다뤄진다.


그렇다고 『연적』이 지닌 문제 의식이 작품을 재미 없게 만들지는 않는다. 전작보다 등장하는 인물의 개성이 강해졌고, 서사는 더 탄탄해졌다. 덕분에 몰입도는 더 높아졌다. 열악한 창작 노동 환경에 별로 관심이 없더라도 이 작품을 충분히 재밌게 읽어낼 수 있으리라. 이쪽에 종사하는 분이라면 더 흥미있게 읽을 테고. 다만, 농밀한 문장을 좋아하는 이른바 순수문학 팬이라면, 김호연 소설가의 군더더기 없는 문장에 별다른 감흥이 없을지도.



덧.


전작과 비슷한 점이라면, 등장인물이 여전히 술을 자주 마신다. 김호연 소설가가 애주가가 아닌가 조심히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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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그녀를 위해서라면!'으로 시작했지만... 『연적』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n******i | 2015.11.09 리뷰제목
한재연이 죽었다. 그녀의 휴대폰 번호로 발신되어 들어온 알림 문자. 그녀의 죽음을 전한다. 우스우면서 섬뜩하다. 본인의 휴대폰 번호로 알리는 본인의 죽음이라니. 그녀의 전 애인 고민중은 문자를 받고 고민하지만 결국 그녀의 장례식에 간다. 그곳에서, 자기와 만나기 전 그녀의 애인 앤디와 부딪힌다. 그럴 땐 몰라봐도 좋으련만, 무슨 장난인지 서로가 상대를 한눈에 알아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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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연이 죽었다. 그녀의 휴대폰 번호로 발신되어 들어온 알림 문자. 그녀의 죽음을 전한다. 우스우면서 섬뜩하다. 본인의 휴대폰 번호로 알리는 본인의 죽음이라니. 그녀의 전 애인 고민중은 문자를 받고 고민하지만 결국 그녀의 장례식에 간다. 그곳에서, 자기와 만나기 전 그녀의 애인 앤디와 부딪힌다. 그럴 땐 몰라봐도 좋으련만, 무슨 장난인지 서로가 상대를 한눈에 알아보고 만다. 그리고 1년 후, 그녀가 안치되어 있다는 어느 시골의 추모공원에 간 두 사람. 뜨거운 여름에 땀을 흘리며 어렵게 찾아간 그곳에서 또 한 번 고민중과 앤디는 조우한다.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없을 때, 그것을 절감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의 부재를 느낀다. 그것이 그녀가 좋아했던 것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149~150페이지)

 

옛 연인의 기일을 추모하러 온 두 명의 전 애인. 이 그림을 상상해 보는데 왜 이렇게 웃음이 나는 건지. 뭐, 그럴 수도 있다. 여자는 죽었고 그녀를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이 보러 왔다는데 문제가 될 건 또 뭔가.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기에 이야기는 계속된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연적인 두 남자가 뜻을 함께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녀가 시골의 납골당 작은 공간을 답답해할 거라는, 방치하듯 놓인 그녀의 영혼이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시작이었다. 분명한 건 재연이 진정 원하는 곳으로 보내주고자 했다는 거다. 그녀의 죽음이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눌린 일들이 배경으로 자리한 줄도 모르고 시작된 여정이다. 그녀의 유골함을 훔쳐 들고 그렇게 떠난다. 일단은 고민중이 제안한 남해로. 그녀가 좋아했던 여행지니까 그곳에서 그녀를 보내줘야 한단다. 막상 도착한 남해의 그곳이 몇 년 사이에 그렇게 변해 그녀가 느꼈을 서정이 사라진 줄도 모르고. 그리고 이어진 앤디의 제안. 그녀가 제주도의 어느 오름을 좋아했으니 그곳으로 가야 한단다. 돈 없고 지질했던 두 남자는 아끼던 앤디의 중고차를 팔고, 사이가 안 좋은 가족에게까지 빌붙어서 제주행을 실행한다. 남해에서 실패한 '재연을 보내주기 위한 여행'이 제주에서는 잘 될 수 있을까.

 

전혀 다른 두 사람이다. 외모도 성격도. 그래서일까. 처음부터 끝까지 티격태격. 그러면서, 왜 그렇게 붙어 다니면서 애증의 관계를 이어가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답이 나오더라. 달라서 그런 거다. 느려터지고 고민만 하다 수없이 많은 기회와 사람을 놓치며 살던 고민중과 생각과 동시에 행동으로 옮기고야 마는 앤디가 함께해야만 했던 이유가 된다. 오직 한 여자, 한재연을 위해서. 두 사람이 합쳐야만 그녀에 대한 진정한 추모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두 사람 사이에 한재연이라는 공통분모 하나가 모든 것이 되어버린 거다. 그게 전부다. 하지만 그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다. 숨겨졌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고, 해결해야 할 추모의 길이 길어진다. 처음의 목적은 그녀에 대한 진정한 추모 그거 하나였는데, 그들의 여행이 생각보다 길어질수록, 예상과 다른 여행이 계속되면서 고민중과 앤디의 브로맨스가 빛을 발한다. 틈틈이 깨알 같은 대사가 두 사람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무대뽀 정신으로 똘똘 뭉친 앤디의 인생 모토가 시원시원했지만, 답답하리만치 느려터진 고민중의 삶의 태도가 답답하다. 그들이 재연과 연애하던 시간도 그랬다. 앤디식의 연애, 고민중식의 연애. 그게 전부냐고? 아니다. 어찌 되었든 허무하게 재연을 보내주고 온 후에 재연에 대한 진짜 추모는 시작된다. 그녀의 고통과 아픔, 세상을 향한 복수가 시작됨과 동시에 두 남자는 더 끈끈(?)해진다.

 

시작부터 흥미로운 소설이다. 헤어진 애인의 유골함을 들고 떠난 두 남자의 여행이라는 설정이 그리 평범해 보이지는 않잖은가. 읽을수록 재밌다. 소개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묘한 여행'이다. 그것도 연적이 함께하는 여행이라니, 뭔가 터지기 일보 직전 같은 분위기다. 그 폭발지점이 어디쯤일까 하는 궁금증으로 읽어가고 있었는데, 묘한 분위기와 웃음, 진지함이 시선을 조금씩 옆으로 돌리게 한다. 이제 독자인 나도 확인하고 싶어진다. 재연은 왜 죽었을까(재연의 죽음 이유가 처음부터 나오진 않았으므로). 이들이 재연을 정말 자유롭게 해줄 수 있을까. 재연이 바라는 게 그걸까. 추모를 위한 만남에서 시작된 그들의 복수극은 성공할 수 있을까. 계속되는 의문이 나에게 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했다. 뻔할 것 같으면서 기대되는 그 마무리가 궁금해서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조심스러운데, 앤디의 똥 테러와 앤디의 사업 실패작인 '탑 시크릿 라이터'가 개운함을 선사한다. 물론 앤디의 방식과는 다르게 머리를 쓰는 고민중의 그 치밀한 준비는 느림의 미학으로 보였던 고민중을 다시 보게 한다. 무엇보다, 둘 중 어느 한 사람만으로는 이 추모가 진행되지 않았을 거다. 반드시 두 사람이 함께여야만 가능한 일이 되어버린 거다. 연적에 애증 어린 우정이 싹트는 순간이다. '이 새끼, 저 새끼'에서, '형씨'가 되고, '형'이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이렇게 확인하게 된단 말인가.

 

연적인 두 사람이 죽은 여자의 유골함을 들고튄다는 게 시작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소설이다. 그 후의 이야기가 더 눈길을 끈다. 세상에 나쁜 놈들은 너무 많고, 그런 놈들을 밟아주는 건 쉽지 않다. 꿈을 이루고 싶은 간절함은 커지지만, 그에 비해 현실은 냉정하다. 꿈을 포기하게 만드는 일이 허다하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은 대개 숨겨지기 마련이고, 그 때문에 많은 사람이 상처받고 고통에 허덕이다가 삶을 내려놓기도 한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런 이해조차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게 생존방식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옳은 게 아님을 아니까 고민중과 앤디 같은 녀석들이 세상 속으로 뛰어들게 되는 거다. 재연 못지않게 고민중과 앤디의 일상과 삶도 소중하니까 말이다. 누구 때문에 시작된 일이지만 '누구 때문도 아닌 일'이 되어버리는 건 순식간이다. 남겨진 사람들의 내일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꼴통 같은 앤디, 우유부단해서 짜증이 나던 고민중이 사랑스러워진 시간이었다. 삶의 태도가 바뀐 그들에게 펼쳐질 내일이 저절로 궁금해질 수밖에.

 

내 인생에 이렇게 엄청난 짓을 저지른 적이 있을까?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될 대로 되라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서 새싹 자라듯 자라나고 있었다. 아니 새싹이 아니라 이미 묘목으로 성장한 듯했다. 핸드폰을 보니 집에서도 세 통이나 전화가 와 있다. 예전 같으면 안절부절못하며 답 전화를 어떻게 할지 걱정했겠지만, 지금은 그냥 그렇다. 한번 샛길로 빠지자 원래 궤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이 길의 끝에 뭐가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104페이지)

 

몰입도가 좋은 소설이다. 재밌다. 진지함과 웃음이 공존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은 그걸 가능하게 하고 만족하게 해준다. 한동안 책을 잘 못 읽고 건성이었는데, 간만에 최소한의 생리현상만 해결하고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게 된 소설이다. 읽다 말고 덮어버린 <망원동 브라더스>를 역주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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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소설 [연적] 평점10점 | z******2 | 2015.10.24 리뷰제목
관심작가 알림신청을 해 놨더니 신간이 발간 되었다고 반가운 문자가 왔다. 고민없이 책을 주문하고 배송을 기다렸다.   전작 [망원동 브라더스]가 그러하였듯 새 책 [연적] 또한 꾸밈없는 문체로 술술 읽히는 속도감을 전해준다. 온 힘을 다해 사랑했던 "재연"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두 명의 전 남자친구들, "고민중"과 "앤디 강"이 바로 [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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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작가 알림신청을 해 놨더니 신간이 발간 되었다고 반가운 문자가 왔다.

고민없이 책을 주문하고 배송을 기다렸다.

 

전작 [망원동 브라더스]가 그러하였듯 새 책 [연적] 또한

꾸밈없는 문체로 술술 읽히는 속도감을 전해준다.

온 힘을 다해 사랑했던 "재연"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두 명의 전 남자친구들, "고민중"과 "앤디 강"이 바로 [연적]이다.

납골함에 같힌 자유영혼 "재연"을 그녀답게 보내주자고,

경쟁하듯 치기로 던진 말 한마디로 두 남자의 불편한 여행이 시작된다.

재연은 그들과 헤어지는게 못내 아쉬웠는지, 아니면 벌을 내린것인지.

두 남자들을 안산, 주평, 남해, 여수, 제주, 서울을 거쳐 다시 제주로 돌아갈 때 까지 놔주질 않는다.

그렇게 뜻밖의 복수까지 속 시원히 마치고나니 나도 3번째 연적이 된 기분이다.

 

앤디라는 캐릭터, 너무 매력있다.

단순무식. 옳다고 생각하는 건 창피함도 모르고 용맹하게 밀어붙인다. 

이름에서부터 풍겨져 나오는 소심함의 극치, 고민중씨는 지적인 섬세함으로 응수한다.

본문에서는 "결정장애인" 이라고 묘사 되더라.

 

이번 작품이 더욱 반가웠던 건 사랑했던 재연을 가장 그녀답게 추모하고, 보내주기 위한

고민중과 앤디의 위험한 동행길에 등장하는 남해-여수-제주의 풍광일 것이다.

특히 제주에 등장하는 '카페숑', '공천포식당'은 진짜 있는 곳이다.

그것도 두 가게가 나란히 있다.

그 옆 위미항도 정말 예쁜데.... 아..... 제주 가고 싶다!!!

본문에서 나오는 "제주병자"가 나일지도 모른다.

나홀로 제주여행을 준비한다면 뻔한 가이드북 말고 이 책과 동행하는게 나을 것 같다.

(렌트카를 운전할 수 있다면)

 

작가의 말을 보니 [망원동 브라더스]는 영화로 제작 된다던데,

[연적]은 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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