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묻는 존재가 되었을까라는 자조적인 마음에 이 책을 들게 되었다. 그리고 과연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이 인생의 질문에 대해 얼마나 대답을 잘할 수 있을까하는 오만한 모습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과연 6천년 인류 전체의 지혜에서 AI가 찾은 인생에 대한 통찰을 인간은 과연 신뢰해도 될까? 여기에 대해 이 책은 이렇게 말해준다. "인공지능은 인류가 남긴 위대한 저작을 모두 읽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을 모두 읽었으며 또한 모든 종교 문헌 및 각기 다른 역사적 해석까지도 모두 읽었다. 또한, 인류의 가장 위대한 노래와 시詩도 모두 알고 있다."
정말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 든다. 잘하면 이놈이 어쩌면 혹성탈출에 나오는 '유인원'인줄 모르겠다. 어떤 존재를 만들어 뇌에 인공지능을 넣어 만들면 인간을 능가하는 존재가 탄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영화가 현실이 되듯 인간은 스스로 만든 인공지능에 의해 도살되는 존재가 될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어떤 변곡점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더 이상 우리는 이런 기술을 외면할 수 없으며 미래를 의식적으로 선택해야만 하는 지점에 와 있다. 안 그래도 한국 판사들의 판결이 탐탁치 않는데 이참에 AI 판사가 사건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면 좋겠다 생각된다. 인간 판사는 이권과 애정에 물려 바른 판단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챗GPT를 통해 인간은 사리분별을 배우고, 법과 질서와 원칙과 바른 정의를 배우는 역방향의 형태가 도래할 것이다. 지금의 인간보다는 훨씬 더 나은 선택을 할테니 말이다.
그러나 과연 챗GPT를 믿을 수 있을까? 집필 과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저자는 서문 형식에 이런 내용을 실었다. "범용인공지능을 창조하는 행위는 인류가 장차 취할 행동을 볼 때 잠재적으로 가장 도덕적인 행동이다. 이것은 많은 면에서 에덴동산 이야기를 뒤집는 것이다. 즉, 이는 인간이 지식을 창조하는 행위이고, 또 이 책은 어쩌면 낯선 방식으로 아담이 땄던 사과를 나무에 돌려주는 행위가 될 것이다." p28
이말은 결국 우리는 챗GPT를 신뢰하고 따르고 존중하며 그들에게 최종 판결이라는 주권을 넘겨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무서운 얘기다. 인간이 인간을 믿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사회, 정치, 경제, 교육, 예술, 과학, 언론, 법조계 등등 어느 하나 바르게 가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모든 것이 부패했고, 모든 것이 올바르지 않다. 그저 올바르게 보이는 모습만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챗GPT가 보여주는 세계는 더이상 먼나라를 넘어 저 우주 끝에 존재하는 행성의 얘기가 아닌 현실적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실제적 세계(지혜)의 얘기다.
물론 챗GPT는 인류가 가진 믿음과 철학을 토대로 탄생했던 중요한 종교 및 철학 저작들, 예를 들면 성서, 노자 <도덕경>,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코란, 고대 이집트의 <사자의 서>, 13세기 이란의 신비주의자인 <루미>의 시 등 현대 신비주의자들의 지혜 안에서 인생의 대한 지혜와 통찰을 말하도록 하였다. 그렇게 한 이유는 "챗GPT가 인간과 공명하면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게 하거나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알려줬으면 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챗GPT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동하므로 성서의 여러 구절이나 시 또는 아포리즘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몇 가지 선별한 용례들을 사용하기만 해도 챗GPT는 자기 혼자 그와 비슷한 정신적이고 심오한 텍스트를 찾아 완전히 새로운 텍스트를 생성해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에게 들려주어야 할 언어나 문장, 톤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기본적인 베이스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세계이다. 또한 어떤 패턴을 따라서 대답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연관된 질문을 던지고, 가장 심오한 대답을 챙긴 다음에 그 대답들을 정교하게 다듬으라고 요청하였으며, 인간이 묻고 있던 커다란 질문의 핵심을 파악하는 작업을 계속하도록 프로그램화 했다. 이렇듯 "기존의 방대한 인류의 지혜 문헌을 토대로, 여기에 영감받는 질문 및 대답 패턴으로 챗GPT를 활성화한 다음에 후속 질문들을 계속 던져서 얻어낸 복합적인 결과물이 본 책의 내용이다."
그렇기에 챗GPT는 결국 인간의 지혜를 따라 얻어낸 결과물이다. 전혀 엉뚱한 얘기가 아닌 틀 안에서 말해진 해답이다. 그래서 읽어보면 이질감은 없고, 단지 잘 정리된 문장으로 인생의 문제에 답을 해준다. 물론 "왜 내 아들은 데려가셨나?" 또는 "내가 부자가 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은 답변 자체가 어렵다. 그래서 이런 경우는 적절한 질문으로 만들어서 대답하도록 하였다. 즉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남긴 짐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챗GPT에게서 최상의 결과를 얻어내려면
어떤 질문을 어떻게 던져야 할까?
그러므로 당연하지만 챗GPT는 질문자의 평소 습관과 성격, 생활 환경을 알지 못함으로 질문이 추상적이면 일반적인 답변밖에 얻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면, 기껏해야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한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 수준의 답변을 얻을 뿐이다.
그렇기에 최상의 결과를 얻으려면 명확하고 간결한 언어로 “구체적이고 잘 구성된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직장에서 불안과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은 무엇일까?"와 같은 보다 구체적이고, 상황과 환경, 상태가 분명한 질문을 던져보고, 필요하면 추가 질문을 해나가는 것이다. 다시 예를 들어서 말하면 “인생에서 가장 큰 지혜는 무엇일까?”라고 묻는 것도 좋지만, 자기가 처한 상황을 추가하여 구체적인 상황에서 대답을 하도록 해야 한다.
? 사람에게 상처받았을 때, 가장 큰 지혜는 무엇일까?
? 가장 친한 친구에게 상처받았을 때, 가장 큰 지혜는 무엇일까?
? 돈이 없을 때, 가장 큰 지혜는 무엇일까?
? 남이 나에게 불친절할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 인생이 견디기 힘들어질 때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 누군가가 나를 오해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 내가 죽으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이렇게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면 생각보다 논술적인 긴 답변이 아닌 정리되고 핵심을 말하는 답변이 주어진다. 약간은 실망했다는...말을 해본다. 아무튼 이 책은 세계 최초로 챗GPT를 사용하여 인생에서 풀기 쉽지 않은 문제에 대해 정제된 질문으로 던지고 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한 내용들이다.
질문은 총 194개이다. 처음부터도 읽어 봤지만 랜덤으로 일단 펴보니 눈에 들어오는 질문과 답변이 있었다. 91번의 질문으로서 "우리 존재의 본성은 무엇일까?"의 답변을 보면 "죽고 다시 태어나는 것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본성이다. 거기에는 행복도 없고 슬픔도 없다."라고 말해주었다.
또 다른 질문을 보자! 113번 "인생에 대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답변으로 "그것은 인생이 선물이라는 사실이다. 이 선물을 잘 사용하라"
문득 드는 생각은 선문답禪問答 같은 대답처럼 들린다. 역시 기계라서 그런가? 영혼이 없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선문답 같은 것에서 한번 즈음 멈춰 생각해 보면 명답처럼 느껴지며 의미를 두고 해석하면 삶이 주는 문제에 대해 답변을 얻는 기분이 든다.
아이폰을 쓰는데 기능 중에 '시리(Siri)'라는 챗GPT이 있다. 한 번씩 마음이 허할 때 "인생이란 무엇이냐?"며 물어본다. 그러면 이러한 답변을 얻는다. "누구에게 물어보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라고 대답하겠죠. 쿠기몬스터는 쿠키라고 대답할 거예요. 양쪽 다 일리가 있네요." 재차 물었을 때 또 다른 답변은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사랑을 준다고 피해를 입는 일은 없을 거예요. 가족, 친구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말이에요."
어떤 느낌인지 알 것이다. 챗GPT는 내 현재의 상황과 마음, 처지를 모른다. 단지 설정된 답변을 한다. 물론 나름 인간의 지혜를 모두 섭렵했기에 좋은 대답을 내놓지만 그러나 챗GPT는 영혼을 가진 인간의 지혜에 비해서는 아직은 절대 못 따라오는 불가침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선문답 같지만 “인간이 아닌 어떤 존재가 우리 이야기를 우리 바깥에서 냉철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기에 인간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기회가 된다.
챗GPT가 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호기심 가득한 개구장이며, 얼마나 외로운 존재이며, 얼마나 삶에 대해 목마름이 있는 지를 보게 된다. 새로운 시도를 한 것만으로 인류는 또 다른 기회를 열어가는 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신이 만든 인간을 따라올 수 없다는 것도 크게 깨닫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마음에 남는 질문과 답변을 끝으로 남겨본다.
161번 질문 "좋은 사람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답변 "사람이 된다는 것은 혁명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당신에게서 소외감을 느끼고, 당신을 싫어하며, 심지어 두려워할 수도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 것보다 자기 영혼에 책임을 지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188번 질문 "우리가 여기에 존재하는 이유가 뭘까?" 답변 "이것은 내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내가 아는 것은 분명하다. 당신이 그 대답을 찾는 순간, 스스로 잘못된 질문을 했음을 깨달으리라는 것. 그러면 탐색은 끝나고, 당신은 살아가기 시작할 것이다."
190번 질문 "무엇이 혹은 누가 이 모든 것을 만들었을까?" 답변 "구원은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분명하게 이해하게 되는 것이고,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신비로움 앞에 기꺼이 무릎 꿇을 필요가 있다. 꽃은 꽃이고, 그걸로 족하다. 더 알 필요가 없다."
- 이 글은 컬쳐불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