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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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

27편의 명작으로 탐색하는 낯선 세계사

리뷰 총점 9.9 (4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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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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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의 후속편. 익숙한 이야기에서 그 시대를 읽을 수 있도록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왜 부모가 아니라 산타가 줘야 하나? 신데렐라가 12시 전에 돌아온 까닭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유럽사가 보인다. - 손민규 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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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s*****e | 2023.06.30 리뷰제목
박신영 작가의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에는 ‘왜’라는 부사가 숱하게 등장한다. 왜 고양이는 장화를 신었나, 왜 제우스는 바람둥이이고, 왜 신데렐라는 12시 전에 집에 와야 하나. 원하는 답을 얻을 때까지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 생텍쥐베리의 작품 속 어린왕자처럼 묻고, 또 묻고, 지겹게 물어댄다. 아마도 부모님과 선생님을 엄청 귀찮게 하는 어린이였으리라. 저자는 더
리뷰제목

박신영 작가의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에는 라는 부사가 숱하게 등장한다. 왜 고양이는 장화를 신었나, 왜 제우스는 바람둥이이고, 왜 신데렐라는 12시 전에 집에 와야 하나. 원하는 답을 얻을 때까지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 생텍쥐베리의 작품 속 어린왕자처럼 묻고, 또 묻고, 지겹게 물어댄다. 아마도 부모님과 선생님을 엄청 귀찮게 하는 어린이였으리라. 저자는 더 이상 자신의 질문에 답해줄 어른이 없음을 알고, 스스로 백마 탄 왕자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 만나서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려고, 가 아니라 왜 백마 타고 떠났는지 물어보려고. 그런 집요한 질문의 결과물이 백마 탄 왕자는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였다. 그리고 제목만 봐도 후속작임을 짐작할 수 있는 이 책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는 전편보다 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심화편이다.

 

<27편의 명작으로 탐색하는 낯선 세계사라는 부제처럼 이 책에는 27편의 이야기가 시간 순으로 등장한다.

장화신은 고양이>, <브레맨 음악대같은 익숙한 이야기들. 그저 동화를 읽어봤다는 수준에서 만족했을 뿐 왜 고양이가 장화를 신었는지, 동물들이 왜 브레맨으로 가려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덕분에 저자의 벼려진 시각으로 다시 보는 동화들은 재해석을 넘어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다가왔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소개해보겠다.

 

그리스신화 속 많은 신과 영웅들은 성폭력과 불륜을 일삼았다. 그 이유는 당시 그리스의 지배자들이 자기네 민족과 가문의 지배가 정당한 것임을 주장하기 위해 신화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단지, 신화가 어느 한편의 지배를 합리화하려는 의도에서 기억된 역사이기에 그렇게 된 것뿐이다.

그리스신화만이 아니다. 현실의 권력을 가진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와 역사 서술을 통해 지배하려 든다. 다양한 방식으로 전해지는 다른 역사를 지우고 왜곡하여 사람들이 오늘의 폭력을 자연스러운 질서로 여기게 만든다.

(p.24)

 

제우스는 왜 바람둥이일까 

저자는 역사 속 지배층이 자신들의 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해 제우스를 비롯한 신화 속 신과 영웅을 이용하고, 더불어 자신들의 권력과 폭력조차 세상의 질서로 받아들이도록 만든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권력에 기댄 폭력을 합리화하는 제우스의 신화가 여전히 진행형임을 알려주고, 오래전 얘기라며 비판 없이 신화를 수용하는 자세가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지를 지적한다. 신화를 통해 지배층이 어떻게 민중을 지배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이야기를 그저 이야기로 대하지 말고 그 안에 숨은 지배자의 폭력과 의도를 읽어낼 줄 알기를, 나아가 새로운 이야기로 부당함에 저항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고양이가 셋째 아들에게 승마용 부츠를 달라고 한 것은 총사의 자격을 요구했다는 뜻이다. , 고양이는 활동하기 전에 자신을 주군에게 헌신하는 총사로 임명해주기를 원한 것이다.

(p.88)

 

서유럽 중세 봉건사회를 반영한 동화,<장화신은 고양이>.

저자는 동화 속에서 셋째 아들이 고양이 밖에 물려받지 못하는 이유를 중세의 장자상속제에서 찾고, 풀밭과 보리밭이 언급되는 한 줄로 삼포제가 정착되어 윤작하던 시대보다 농업생산량이 늘어났음을 알아낸다. 더불어 잦은 전쟁과 정략 결혼으로 장원의 소유주가 자주 바뀌었음을, 그래서 농민들이 영지가 카라바 후작의 것이라는 고양이의 거짓말에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그나저나 고양이는 왜 장화는 신게 되었을까? 위의 인용처럼 장화, 즉 승마용부츠는 귀족의 비서였던 총사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신분 상승의 기회가 많았던 17세기, 고양이는 힘없는 귀족의 비서가 되어 주인의 성공을 돕고, 자신도 공로를 인정받아 신분 상승한다. 저자는 이 동화가 셋째 아들과 고양이의 성공담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계몽철학을 접하고 정치적 권리를 주장하는 셋째 아들과 고양이의 후손이 프랑스혁명을 이끌었다고 말이다.

어린 시절 재밌게 읽고 묻어두었던 동화. 고양이가 말하고, 장화를 신고 주인을 돕는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이렇게 생생히 부활시켜 역사와 연결 짓는 저자의 통찰이 놀랍다.

 

숲으로 도망간 백설공주는 일곱 난쟁이의 집에 살게 된다. 공주는 집안일을 한 후에 저녁밥을 지어놓고 난쟁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동안 난쟁이들은 어디로 가서 무슨 일을 했을까? 농사지을 밭도, 장사할 상점도 없는 깊은 숲속이었는데.

(p.235)

 

전편에 나왔던 백설공주가 이번에도 등장한다. 산업혁명과 근대화, 경쟁의 뒤편이라는 장의 첫 번째 동화로 말이다. 백설공주와 산업혁명이라니, 간극이 크다. 저자는 이 거리를 깊고도 넓은 지식과 통찰, 논리로 좁혀가며 독자들에게 동화 속에 감춰진 또 하나의 진실을 보여준다.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석탄산업과 탄광촌의 좁은 갱도에서 일하느라 성장하지 못하고 난쟁이가 된 어린 광부, 그리고 집에 남아 살림해야 했던 일곱 살, 백설공주 또래 여자아이들의 슬픈 현실을 곱고 여린 백설공주동화 속에서 짚어내며 근대사의 이면을 설명한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차남 이하의 아들 이야기 등. 전작과 겹치는 동화도 종종 보이지만, 작품을 접하는 시각은 겹치지 않는다. 저자는 대체 몇 겹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걸까. 이렇게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물을 해석하고 자기 생각으로 벼리려면 얼마나 많은 지식을 쌓고 생각을 해야 하는 걸까.

저자의 깊고도 넓은 지식과 통찰로 깨닫게 된, 이야기속의 진실도 놀랍지만 책을 통해 얻은 건 그 뿐만이 아니다.

당연한 일이나 원래 그런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며, 모든 사물에 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답을 찾아 끝없이 탐구하고, 마침내 그것을 자기화 하는 적극적인 행동. 책에 소개된 어떤 지식보다 더 배우고 싶은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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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모든 동화에는 진실이 섞여 있다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k***5 | 2022.12.31 리뷰제목
최근에 본 영화 '트롤의 습격'에서 아버지는 딸에게 이런 말을 한다. "모든 동화에는 진실이 섞여 있는 거 알지?" 모든 동화 뿐만 아니라 모든 신화, 모든 이야기에는 진실이 섞여 있다.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이야기들은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면이 있다. 마법과 요정, 괴물들과 영웅들, 오히려 그러한 면 때문에 이야기들은 오랫동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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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본 영화 '트롤의 습격'에서 아버지는 딸에게 이런 말을 한다.

"모든 동화에는 진실이 섞여 있는 거 알지?"

모든 동화 뿐만 아니라 모든 신화, 모든 이야기에는 진실이 섞여 있다.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이야기들은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면이 있다. 마법과 요정, 괴물들과 영웅들, 오히려 그러한 면 때문에 이야기들은 오랫동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어떤 진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감출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책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는 그 감춰진 진실들을 하나씩 찾아가는 보물찾기다.

 

첫 번째 이야기 '제우스는 왜 바람둥이일까'는 나 역시 전부터 불편한 부분이었다. 그리스신화에서 최고신 제우스는 다른 여성을 임신시켜서 신들을 만들고 이야기를 확장한다. 나쁘게 말하면, 그리스신화는 막장 드라마고, 제우스는 납치 간간범이다. 그런데, 미투 운동으로 제우스가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면 억울할 수 있음을 알았다. 엄밀히 말하면, 제우스는 이용당한 것이다. 그리스인들(프로메테우스의 손자인 헬렌을 시조로 모신 헬레네민족)은 여러 지역을 정복하면서 그 지역의 신들을 흡수하는 방식을 제우스와의 결합으로 정당화했던 것이다. 정복당한 쪽에서는 일종의 역사왜곡? 아니 신화왜곡이었을까? 

그리스에서 시작한 유럽문명의 근원은 크레타에, 크레타 문명의 근원은 오리엔트에 있다고. 그래서 바람둥이 제우스는 소로 변신해서까지 페니키아 인간 여성을 납치해야 했다. (21쪽)

제우스가 납치한 페니키아 공주 에로우페Europe는 유럽문명의 어머니가 되었단다. 시작부터 좀 쎄하다. 참고로 이 책은 유럽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 한 권으로 그리스신화부터 중세, 대항해시대, 산업혁명, 세계대전, 근대화까지 유럽의 역사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동화는 재밌고 흥미로울 수 있어도 그 뒤에 감춰진 진실은 불편하고 어두울 수 있으니까. 전작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를 읽은 독자들은 알겠지만, 이 책 역시 동화와 문학 속에 담긴 환상을 파괴할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려면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파괴 그 너머에 있는 진실을 볼 준비가 된 독자라면 흥미진진한 책일 것이다.

 

기원전 800년에 시작한 로마는 200년경 최대 영토가 된다. 지중해는 로마의 호수가 되었고 라인강과 도나우강까지 이른다. 그런데 로마는 경계선을 중요하게 생각했단다. 그래서 그 때 만든 선들 중에 유명한 것이 게르마니쿠스 방벽과 하드리아누스 방벽이다. 로마는 왜 그렇게 선에 집착했을까? 선 안쪽은 우리 편, 문명인이 살고 바깥쪽은 적, 괴물, 야만인이 산다는 편견은 지금도 유지되는 것 같다. 현재 유럽은 로마의 후예이고, 대항해시대에도 선긋기는 확실했다.

게르만족의 이동으로 로마 제국은 멸망한다(476년). 중세의 시작이자, 선 안의 문명(로마)과 선 밖의 문명(게르만)의 융합의 시작이다. 북쪽 유럽은 곡식을 주식으로 하기에는 어려운 기후다. 그래서 그 지역 사람들은 주로 돼지를 먹었다고 한다. 돼지들을 숲으로 몰고 가 도토리를 먹였다고 한다. 신기하다. 돼지가 도토리를 먹다니. 소세지와 햄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나보다.

유럽 왕실이나 귀족들의 문장을 보면 사자가 많이 보인다. 힘과 권위의 상징인데, 뭔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것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았다. 사자는 십자군전쟁 때 유럽인들이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차용한 것이었다. 그렇게 유럽에 대한 환상이 조금씩 깨졌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부모가 아닌) 산타클로스가 주는 이유는 충격이 컸다. 자식들의 가출을 막기 위한 대안이 산타클로스였다니? 중세 유럽의 도제 풍습으로 이어진다는 게 신기하다.

한편, 800년 크리스마스, 교황 레오 3세는 (게르만족이 세운 프랑크왕국의) 카룰루스대제에게 로마 황제의 대관식을 치러준다. 이 사건은 로마가 4세기에 크리스트교를 국교로 삼은 이후, 새로운 서로마제국의 시작이다(서로마제국에서 분열된 신성로마제국은 1806년까지 이어진다). 

 

로마의 선긋기는 유일신인 크리스트교와 궁합이 맞았을 것이다. 권력자들은 선 밖의 적, 괴물, 악마가 필요했을 것이다. 선 밖의 것들은 곰과 마녀였다. 그래서 마녀는 선 밖인 숲 속에 살 수 밖에 없었고, 곰들은 포교의 명분으로 사냥당했다. 

 

상공업과 도시의 발달, 브루주아들의 출현은 유럽 대중들에게 '자유'를 맛보게 한다. 그렇게 중세는 무너지고 있었다. 그 무렵, 계급의 충돌은 종교혁명과 대항해시대로 넘어간다.

작가는 '오셀로'를 통해 15~16세기 해양 패권이 이동하는 대항해시대의 역사(베네치아->포르투갈과 에스파냐->잉글랜드)뿐 아니라, 오셀로가 왜 무어인 남자여야 했는지 그 이유와, 오셀로가 죽인 아내의 아버지의 말에서 여성 혐오까지 찾아낸다. 또한 '제인 에어'에서 중요한 역할이 아닌 로체스터의 부인 버사 메이슨을 주목한다. 버사는 영국 식민지인 서인도제도 자메이카의 농장주 딸이었다. 결국, 식민지에서 태어난 버사는 영국 출신인 제인 에어의 행복을 위해 희생된 꼴이었다. 아, 중학생 때 읽은 명작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

 

대항해시대에 접어들면서 잉글랜드의 활약(?)이 돋보인다. 강국 에스파냐를 물리치고 서인도제도 식민지를 차지하기 위해 해군이 해적으로 활동하도록 허용했다는 건 그 이후 잉글랜드, 즉 영국의 번영 뒤에 감춰진 여러 악행들 중 하나일 것이다.

영국에서 철도 미스테리 소설이 많은 이유를 마주보는 폐쇄적인 객실이라는 게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관련되어 문고판의 인기와 철도시는 정말 신선했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이 남북전쟁을 일으켰다구? 당시 미국 남부와 북부의 상황을 비교하며 이 책이 일으킨 충격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노예 탈출을 돕는 지하철도 조직 포함).

'쾌걸 조로'를 통해, 캘리포니아가 에스파냐로부터 독립한 맥시코의 영토였음을 알 게 되었다.

영국을 포함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미친 티파티'가 끝나갈 즈음, 시작된 1차 세계대전을 통해 말의 수난사의 끝부분에 이런 문장이 있다.

전쟁을 비롯한 모든 사회구조적 폭력은 이렇게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다른 존재로 규정하여 차별하는 데서 시작된다.  (350쪽)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책이다. 전작과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내용은 더 깊었다. 엄청난 참고 문헌 목록을 봤다. 디테일이 대단하다. 주목받지 않았던 아웃사이더들과 사소한 부분을 파고들어서 역사와 연결시키는 능력은 대단하다. 마치 탐정같다.

 

역시, 그동안의 환상이 깨졌다. 전에는 그게 불편했다. 난 아름답고 멋진 것만 기억하려고 했는데. 그런데 환상들이 조금씩 깨지고 파괴되면서 그 덕에 나는 조금 더 성숙해지고 시야가 넓어진다는 걸 알았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 그 너머에 있는 진실을 보고 싶다.

이 책의 서문 제목이 마음에 든다.

'다른 이야기를 알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서문 끝부분에 이런 문장이 있다.

세상에는 권력을 가진 쪽이 기록한 역사 외에 다른 역사도 늘 있었다. 오늘날의 세계 질서가 이렇게 짜인 것은 필연적이지도 않고 당연한 결과도 아니었다. 그러므로 다른 이야기를 알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위의 문장을 읽으면 왜 역사 그 너머를 봐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다른 이야기를 알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고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으니까. 감춰진 다른 이야기 속에 진실이 더 많이 섞여있을 것이다. 선택지가 많아지면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덜 차별받을 것이고 폭력에 덜 시달릴 것이다. 강자들의 선긋기에 덜 희생당할 것이다. 결국, 더 자유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눈에 보이고 알려진 부분과 눈에 잘 안보이고 감춰진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의식과 무의식처럼. 영화 '트롤의 습격'에서 아버지는 딸에게 또 이런 얘기를 한다.

"'눈에 보여야 믿는다' 그렇게들 말하지? 실은 그 반대야. 믿어야 비로소 보이지. 볼 수 있겠니, 노라야?"

이 책은 감춰진 역사들이 존재했음을 알려준다. 만약 이 진실을 잊고 산다면 그건 이 세상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사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런 진실을 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힘들다. 그런데 이 책은 잘 알려진 동화와 명작을 통해 나름 재밌게 그 진실을 눈 앞에 보여준다. 작가가 차려준 밥상을 수저를 들고 먹으면 된다. 그런데 그 밥상이 마냥 맛있지는 않다. 씁쓸하고 시큼한 진실을 삼켜야 할 수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이 있다. 그럼 이 책은 쓴 책인가? 하여튼, 이 책을 잘 씹어서 소화시킬 수 있다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책임을 분명하다.

알려지지 않은 다른 역사, 다른 과거가 존재했다는 진실을 믿는다면 노라처럼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과거가 달리지면 당연히 현재도 달라진다. 전과 같은 세상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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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이야기 보물창고 같은 책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n*****m | 2022.11.24 리뷰제목
박신영 작가의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는 내 안주거리의 소재 중 하나다. 술을 마시다, 혹은 어쩌다 백마 탄 왕자들의 사연이며, 드라큘라 백작의 정체이며,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며 등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궁금해하면(대체로 궁금해한다) 잘난 체 하며 “그건 말이지...”하며 책에서 읽은 걸 내 나름대로 윤색해 답을 내놓는다. 어떻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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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작가의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는 내 안주거리의 소재 중 하나다. 술을 마시다, 혹은 어쩌다 백마 탄 왕자들의 사연이며, 드라큘라 백작의 정체이며,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며 등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궁금해하면(대체로 궁금해한다) 잘난 체 하며 그건 말이지...”하며 책에서 읽은 걸 내 나름대로 윤색해 답을 내놓는다.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느냐고 하면, 책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그저 의미심장한 미소만 짓기도 한다. 말하자면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은 내 이야깃거리의 보물창고 같은 책이다.

 


 

 

보물창고가 하나 늘었다. 이번에는 샤를 페로의 장화 신은 고양이에서 고양이가 장화를 사달라고 한 까닭을 제목으로 삼았다. 내용은 잘 알고 있는데, 한 번도 궁금해 하지 않았던 거라, 거기부터 들춰보게 된다. 아하! 그랬구나! 이야기는 그 이야기가 만들어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그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 역사를 담고, 그 이야기를 전하고, 듣는 이들의 계책과 마음을 대변한다. 무심히 읽고 넘어가버릴 수도 있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거기에 담긴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는 걸 박신영 작가는 여기서도 보여준다.

 

물론 단지 곰곰이 생각한다고 모든 걸 파악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크리스마스가 명절이 되었다, 금지되었다, 다시 세계인의 축제일이 된 사정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알 수는 없다. <오셀로에서 베네치아의 해군제독이 흑인으로 설정한 이유를 궁금해할 수는 있지만, 그걸 곧바로 설명해낼 수는 없다. 이야기에서 어떤 마녀는 처벌을 받는데, 다른 마녀들은 처벌받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선 시대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바로 박신영 작가가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에 이어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에서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그런 호기심과, 지식과, 통찰력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그걸 독자들에게 재미있게, 설득력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글솜씨도.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은 여러 면에서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에서 후속작임에 분명하지만, 작가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심화편이다. 심화되었다는 것은 문제의식이 보다 날카로워졌다는 것이다. 그저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메신저가 아니라, 동화나 소설 등의 이야기 속에 숨겨져 있는 메시지를 자신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했다는 얘기다. 그건 그동안 자신의 생각을 많이 벼려왔다는 얘기이며, 그것 때문에 이 책을 더욱 신뢰할 수 있다. 자신이 담겨 있지 않은 남의 얘기만을 전달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다른 이야기 속에 자신의 얘기를 일관되게 담을 수 있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 않다. 물론 이 책은 내 이야깃거리의 중요한 보물창고가 되겠지만, 함께 내 역사의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성숙시킬 책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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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왜 궁금하지 않았을까 [역사-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j***6 | 2023.11.26 리뷰제목
‘왜’와 ‘어떻게’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선천적인 자질일까? 막무가내라고 할 정도로 받아들이는 데에만 익숙한 나로서는 작가가 지니고 있는 이 능력이 아주 대단해 보이고 나아가 부러움마저 생겨날 정도다. 이제는 너무 늦어 가질 수 없는 게 아닌가 싶은 마음마저 들고. 그렇다고 꼭 갖고 싶다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고 있는 동안 계속 이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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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와 ‘어떻게’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선천적인 자질일까? 막무가내라고 할 정도로 받아들이는 데에만 익숙한 나로서는 작가가 지니고 있는 이 능력이 아주 대단해 보이고 나아가 부러움마저 생겨날 정도다. 이제는 너무 늦어 가질 수 없는 게 아닌가 싶은 마음마저 들고. 그렇다고 꼭 갖고 싶다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고 있는 동안 계속 이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으니.

 

동화 속 배경 이야기들. 알 만한 것도 있지만 이 책을 보고 있으면 참 몰랐던 게 많았구나 생각된다.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었을까? 나만 모르고 있던 내용이었나? 모르면서도 동화는 많이 읽었건만. 읽었어도 뭘 제대로 몰랐던 게 분명했건만. 순전히 권선징악이나 해피엔딩에만 마음 놓았던 것일 테지. 주인공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 내고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서. 이제 와서야 하는 말이지만, 나는 왜 ‘왜’와 ‘어떻게’에 그리 관심을 못 가졌던 것일까. 이것도 소질이었을까?

 

어쩌면 그래서 시시했던 걸까? 동화를 보면서 이면에 깔린 내용에 대한 탐색을 전혀 하지 않았으니, 오로지 명확한 주제 한 줄에만 정리하고 말았으니, 이야기에 담긴 풍성한 배경을 파악하지 못했으니. 내게는 동화가 그저 도덕 책 내용을 몇 쪽으로 펼쳐 놓은 것에 불과했을 수도. 

 

재미있다. 유익하다. 작가의 이전 책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을 보면서 세계사 공부를 같이 했다면 내 어린 시절의 역사 공부가 그렇게 지겹고 지루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시험을 보고 싶다는 마음마저 들게 하다니, 대단한 글힘이다. 도움을 얻고 싶다는 학생이 있다면 바로 권하고 싶다. 이 책이 세계의 역사를, 인류의 본성을, 학문의 자세를 배우는 데 아주 쉽고도 흥미로운 길을 보여 줄 것이라고.         

 

읽고 알게 된 내용을 잘 기억하고만 있어도 아는 체 하고 싶을 때 꽤 유용할 것 같은데, 이것마저 갖지 못하고 있으니. 혼자서 책장을 넘길 도리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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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 평점10점 | s******5 | 2022.11.25 리뷰제목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책 읽기였다.이렇게나 방대한 지식이 담겨 있는 책을 한 글자라도 허투루 읽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역사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좋아하는 작가의 면모는책의 모든 곳에서 발휘된다.이번 책은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의후속작으로 잘 알려진 명작 27편을다른 시선으로 보고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질문의 답을 세계사의 흐름으로 쉽
리뷰제목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책 읽기였다.
이렇게나 방대한 지식이 담겨 있는 책을
한 글자라도 허투루 읽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역사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좋아하는 작가의 면모는
책의 모든 곳에서 발휘된다.
이번 책은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의
후속작으로 잘 알려진 명작 27편을
다른 시선으로 보고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질문의 답을 세계사의 흐름으로 쉽게 설명해준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역사를 왜곡하고
자신들의 폭력이나 강압적인 지배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끔 만들었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명작들에 겉으로 드러나는 교훈만을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시각으로, 주인공의 눈이 아닌 다른 등장인물의 시각으로
한발 더 넓게 상상하고 관찰하다보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믿는다.

어릴 땐 그렇게도 지루하던 세계사의 흐름을
대략적으로나마 손에 잡을 듯 이해할 수 있다.
세계의 역사가 익숙한 명작의 뒷 배경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펼쳐지기 때문에 몰입력도 상당하다.
고대 그리스 로마사부터 시작해서 중세와 산업혁명에 이어 2차 세계대전까지
명작이 뻗어 있지 않은 곳은 없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아편전쟁을 이야기 하고,
필수품이었던 모자를 제작하던 당시의 시대배경을 통해
수은 중독에 빠져 있던 모자장수의 상태도 설명이 된다.
[반지의 제왕]으로 2차 세계대전을 이야기 하며
[헨젤과 그레텔]로 읽혀지는 중세와 근대초 독일의
마녀사냥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의 시각을 배울 수 있다.
유익한데 재미까지 있으니 일석이조다.
아이들이 세계사를 배울 시점이나 관심을 가질 때
조용히 이 책을 책상 위에 얹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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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중세에도 여성 혐오는 있었고 마녀로 몰리는 여성이 있었다. 그러나 마녀라는 이유로 집단 학살을 당하지는 않았다. 대규모 마녀사냥은 1570년에서 1640년에 집중되었는데, 이 시기는 중세가 아니다. 그렇다면 마녀사냥은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사회 불안기에 공공의 적을 만들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을 희생시킨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128. 그렇다면 평생 일을 해주었는데도 주인이 죽이려 들자 각성하고 도망가는 당나귀, 개, 고양이, 수탉은 누구를 의미할까? 중세 농노들이 아닐까? 수닭은 도둑들의 식탁을 보고 "우리가 먹어야 하는 건데" 라고 말한다. 봉건영주의 식탁에 차려진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은 농노들이 일해서 생산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알려준다. 남이 일한 대가를 빼앗아 먹는 영주가 바로 도둑이라고.

295. 통계에 의하면, 1990년대에 아프리카에서 최소 2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마녀로 몰려 살해되었다고 한다. 공유지를 빼앗아 부자 나라의 관광객에게 사냥을 허용하는 동물보호구역을 만들어 관광 수입을 얻기 위해, 다국적 회사가 이용할 농장과 공장 용지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마녀를 처형한 지역이 잠비아 동물보호구역과 나이지리아 정부가 미술랭 타이어에 매각한 이구오바추와uobezuwa 보존림이었다는 사실이 현대판 마녀사냥의 진실을 알려준다.

#박신영 #고양이는왜장화를신었을까 #바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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