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만 봐도 누굴 위한 책일지, 어떤 이야기일지 가늠이 되는
아이 친구 엄마라는 험난한 세계
내 입맛과 취향에 맞는 인간관계로 빡쎈 판국에
아이를 낳고 나면 '아이 친구 엄마'라는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엄마들에게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에세이 형식의 책이에요.
6세 딸과 9세 아들을 키우고 있어 '아이 친구 엄마' 관계의 한복판에 있는 저 역시
어느 정도 공감을 하며 읽었던 책이랍니다 :)
제가 엊그제 했던 생각인데-
아들 친구 모임에 나가고, 딸 베프랑 약속 잡아주고,
늬들은 친구랑 놀아서 참 좋겠지만 나도 내 친구를 만나고 싶다!!ㅎㅎ
엄마라면 다들 한 번 쯤 해봤던 생각 아닐까요?
이 책의 저자는 저와는 환경 자체가 약간 다릅니다.
신도시맘인 저저와는 달리 저는 오~래된 구축 아파트 단지에서 살고 있다는 점-
(상대적으로 영유아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세지 않쥬)
비슷했던 점은 제가 사는 곳이 신랑 어릴적부터 살던 동네라
같은 서울 하늘 아래지만 제가 오래 살았던 동네와는 좀 동떨어져 있다는 거ㅎㅎ
첫째가 9살 둘째가 6살이니 아기 키운지 참 오래되었는데 말이에요.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의 어렸을 적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스물여섯에 결혼해 스물여덟 이르다면 이른 나이에 첫 애를 출산하고
신랑과 둘이 육아를 견뎌내야 했어요.
(양가 할머니 나이가 다 젋으셔서 일하시느라 애를 같이 육아할 수 없었지요.)
내가 좋아서 이르게 한 결혼이었지만 이제 막 사회에서 꽃피기 시작한 친구들을 보며
이른 결혼과 출산에 대한 후회+산후우울증이 함께 왔던 것 같구요.
이 책의 저자 역시 예민한 기질의 아이 육아에 체력적으로 따라주지 않는 몸 상태,
집, 놀이터, 마트로 한정된 생활반경에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아기가 어린이집에 가기 전까지 만 3년 동안
저자의 대화 상대라고는 남편, 단 한 명이었다고 해요.
뜨아... 얼마나 외로웠을지-
비슷한 감정으로 저 또한 그 시이게 블로그를 시작하고,
비슷한 또래 키우는 엄마들과 수다를 떨며 하루하루를 견뎌냈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육아의 고단함도 고단함이지만,
친구 하나 없는 새로운 곳에서의 삶을 오롯이 혼자 버텨내야 한다는 고립감의 무게도 어마어마했을꺼에요.
당연히 육아와 일상의 피로함은 점차 커져만 갔을꺼구요.
그리고 드디어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는 시기가 되어
어린이집 엄마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는데요-
어린이집 엄마들을 사귀어 맛집에서 브런치도 먹고, 동네 산책도 같이 하고, 놀이터에서 애들도 놀리며
한껏 기대를 가지고 들뜬 마음으로 '아이 친구 엄마'의 세계에 발을 디딘 저자
서로 위안과 도움이 될 줄만 알았던 아이 친구 엄마와의 만남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험난한 세계'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친구라기엔 멀고 지인이라기엔 가깝고
사이가 틀어져도 안 보고 살 수 없는 미묘한 관계 '아이 친구 엄마'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공감도 하고, 또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어요.
제가 경험해 봤을때 아이 친구 엄마 관계까 가장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는
어린이집 입소 후 유치원 다닐 나이(5~6세)부터 초등 저학년(8~9세)까지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한복판에 있는 저는 이 책의 이야기가 지역적, 개인적에 국한되는 이야기일 수 있어
작은 사례들을 일반화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례로 저 또한 수많은 아이 친구 엄마 관계를 겪어왔지만,
아직 이 책에 나오는 무개념 관계는 경험해보지 못했거든요ㅋㅋㅋ
저는 아이 친구 엄마의 관계에 대해
이 관계가 아이 관계에 영향이라도 주는 것 처럼 생각할 필요도 없고요,
해서 처음부터 너무 격없이 지낼 필요도
그렇다고 무서운 이야기만 듣고 너무 쳐내고 밀어낼 필요도 없는
자연스럽게 흐름에 맡기면 되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아이 친구 엄마'라고 이름을 붙여 그렇지 관계의 특수성은 어디에나 있는거 아니겠냐구요.
그렇담 '회사'라는 강제적 그룹으로 묶인 '회사 친구' 또한 그 특수성에 혀를 내둘러야 하는가? 그건 아니잖아요ㅎㅎ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만큼의 감정과 헌신을 내보이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건 친구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너무 내주면 호구가 되는 일은 비단 '아이 친구 엄마'여서는 아닐껍니다.
다만 '아이'라는 매개체로 묶인 관계이다 보니
내가 만든 친구와는 달리 나와 안맞을수도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 뿐-
이 관계가 아이들의 친구관계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더라구요.
실제로 아이 학교 가기 시작하면 1학년 후반부터는
엄마가 누구랑 친하던 안친하던 본인 취향에 맞는 친구를 사귀에 오게 됩니다.
엄마가 친구를 만들어주고 그룹을 만들어주는건,
딱 일곱살때까지 이야기인 것 같아요 :)
저 역시 아이가 초등입학을 하면서,
나와 잘 맞는 아이 친구 엄마가 아닌
'아이가 사귀어 오는 친구 엄마'들과의 관계가 시작되었는데요-
물론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아이가 잘 맞아 사귀어 온 친구들의 엄마들은 저와도 얼추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애들 성격이 본인 엄마 아빠 성격을 일부 닮지 않았겠어요?ㅎㅎ
내가 놀이터에 나가 서있지 않으면 우리 애 친구도 못 사귀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은 물려두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9세 아들을 키워보니 아들들은 자기랑 성향 맞는 친구 찾아(심지어 처음 본 사이어도) 잘 놀거든요.
엄마가 날 위해 친구엄마랑 친해지고.. 이런 의도적인 노력이 없이도요!
엄마가 나와 친한 친구 엄마와 친해져서
같이 놀러다니고 약속도 잡아주고 하면 더 친하게 지낼 수 있기는 하겠지만,
애들은 나와 안 맞는 친구의 엄마와 울 엄마가 친하다고 해서 강제적으로 친해지기 힘들다는 거 팩트-
내 베프네 엄마랑 울 엄마가 따로 약속 잡아주지 않아도 그들은 곧 알아서 약속잡아 논다 (9-10세). 걱정할 필요 없다 또한 팩트-
생각보다 울 아이들 참 금방금방 커요 :)
결혼 후 새롭게 시작되는 제2의 인간관계인 '엄마들과의 관계'
이 관계가 무척 어색하고 혹시 그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은 많은 공감과 함께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구요-
어떻게 하면 험난한 세계가 아닌 따스한 세계가 될 수 있을지,
무엇을 염두하고 있으면 좋을지 알려줄 수 있는 역할 또한 가능한 책인 것 같아요 :)
마시멜로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