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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고 싶을 때 뇌과학을 공부합니다 : 뇌가 멈춘 순간, 삶이 시작되었다
질 볼트 테일러 저/진영인 역
철학을 체감과 체득으로 알게 해준 『아이러니스트』
이 책은
이 책 『아이러니스트』는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법>을 알려주는 철학책이다.
저자는 유영만, <지식생태학자·한양대 교수. 낯선 곳에서 색다른 깨우침을 얻으며, 삶으로 앎을 증명하며 어제와 다르게 살아보려고 오늘도 안간힘을 쓰는 지식생태학자다. 책상머리에서 머리로 조립한 지식보다 격전의 현장에서 몸으로 깨달은 체험적 지혜를 사랑한다.>
저자의 책 『공부는 망치다』를 읽었고, EBS를 통해 그의 강의를 들은 적도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 제목인 ‘아이러니스트’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철학자 리처드 로티가 기존의 문법을 파기하고 자기만의 언어 사용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이전과 다르게 만들어가는 시인이나 소설가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다. (14쪽)
그러니, 저자가 이 개념을 책의 제목으로 한 이유는, ‘기존의 문법을 파기하고 자기만의 언어 사용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이전과 다르게 만들어가’자고 하는 것이다.
그런 철학을 하자는 것이다.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면, 철학은 곧 체감이요, 체득이다.
몸으로 살아내는, 겪어내는 철학이 철학이다. 철학은 글이나 말로 하는 게 아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다른 철학자의 생각과 삶을 철저하게 알아야 한다.
이 책에서 먼저 12명의 철학자를 만나야 하는 이유다. 그들을 알고, 그 다음에 나의 생각과 나의 말을,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것이다.
첫 번째 만남 ;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적 지혜
두 번째 만남 ; 존 듀이의 예술적 경험론
세 번째 만남 ; 프리드리히 니체의 전복과 파괴의 철학
네 번째 만남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
다섯 번째 만남 ; 마이클 폴라니의 인격적 지식관
여섯 번째 만남 ; 질 들뢰즈의 우발적 마주침
일곱 번째 만남 ; 움베르토 마투라나의 방랑하는 예술가론
여덟 번째 만남 ; 미셸 푸코의 자기 배려
아홉 번째 만남 ; 리처드 로티의 아이러니스트
열 번째 만남 ; 자크 데리다의 사이 전문가(호모 디페랑스)
열한 번째 만남 ; 조지 레이코프의 체험적 은유법
열두 번째 만남 ;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
아 참, 또 있다. 이 책의 저자 유영만 교수.
그 역시 철학자다. 자신의 말로 철학을 말하며, ‘낯선 곳에서 색다른 깨우침을 얻으며, 삶으로 앎을 증명하며 어제와 다르게 살아보려고 오늘도 안간힘을 쓰는 지식생태학자다.
여기 12, 13명의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철학을 하게 된다.
일단 텍스트를 통해 철학을 배운다. 그들의 철학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들 바로 옆에 있는, 보이는 것들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음에, 철학을 몸으로 깨닫게 된다.
다음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과속방지턱을 지나며 -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
브뤼노 라투르의 철학이다.
모든 행위자는 네트워크 속에서 다른 행위자를 만날 때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 것을 설명하기 위해 과속방지턱을 예로 든다.
운전을 하다보면 곳곳에 과속방지턱을 만난다. 이때 나도 그렇고 모든 운전자는 속도를 줄여 그 시멘트 덩이를 지나간다. 그러니 그 방지턱은 사람에게 차 속도를 줄이라고 경고를 하는 것이다.
비인간인 과속방지턱이 교통법규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경찰의 역할을 하고, 교통 법규를 지켜야 한다는 도덕 교사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과속방지턱이라는 비인간이 인간 운전수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라투르가 말하는 인간만이 행위자가 아니라, 비인간도 행위자, 특히 비인간 행위자가 인간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이다. (359쪽)
하루에도 몇 번씩 과속방지턱을 넘어다니는 사람들, 이런 철학을 몸으로 하는 것이다.
바벨 들고 철학하기 .
움베르토 마투라나의 철학이다.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자기 생성의 역동적 실체다. 끊임없는 생성활동을 하면서 자기가 자기 자신을 만들어내는 세포 활동자체를 말한다. (205쪽)
자기 생성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에너지원이 바로 구조접속이다.
저자는 구조접속을 이렇게 설명한다. 바벨을 드는 것 운동에서 예를 든다.
무거운 바벨을 들고 벤치 프레스를 하면 가슴 근육이 생기고, 데드 리프트를 하면 어깨 근육과 기립근, 그리고 허리와 허벅지 근육의 구조가 변한다.
이렇게 운동으로 신체 구조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게 바로 구조변화다.
운동하는 동안 내 몸의 구조가 운동기구에 접속하면서 변하는 것인데, 곧 주어진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생명체의 구조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
자기생성은 말 그대로 자기 혼자 자기를 생성하는 과정이 아니라, 끊임없이 환경과 만나서 주어진 환경이 요구하는 구조대로 나의 사고나 신체를 바꾸면서 제2의 나로 거듭나는 과정이고, 그 생성과정에 에너지를 지원해주는 것이 구조접속이다. (210쪽)
우리는 이런 철학이 들어있는 바벨을 오늘도 들어가며 운동을 하는 것이다.
헌책을 통해 철학하기
역시 라투르의 철학이다.
인간 행위자가 책이라는 행위자를 만났을 때 생기는 특별한 관계를 통해, 다시 한번 그의 철학을 체득하게 된다.
특별한 존재와 평범한 존재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존재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관계다.
남에게는 평범한 존재가 내게는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 존재가 나와 맺고 있는 관계 때문이다. (366쪽)
저자는 이런 사례로, 헌책을 든다.
인간 행위자와 비인간 행위자(헌책)가 만났을 때 그 둘 사이의 관계가 그 책을 이전과 다른, 색다른 의미로 완전히 바꾼다.
그 예를 저자는 이미 이 책 97쪽에서 니체의 경우를 언급한 바가 있다.
니체는 헌책방에서 우연히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접하고 철학에 깊게 매료됩니다. (97쪽)
그러니 혹시 헌책, 그게 무엇일지라도, 의미있는 책을 만난 적이 있다면, 벌써 철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백신 맞으며 철학하기
저자는 은유를 말하다가, 심오한 은유 하나를 소개한다.
율리 비스가 말한 백신과 관련한 은유다. 그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나오는 말이다.
면역은 사적인 계좌인 동시에 공동의 신탁이다. (341쪽)
저자의 설명 들어보자.
내가 주사를 맞으면 내 몸이 건강해진다. 개인적으로 통장에 돈을 저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에게 이익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내 몸은 독립적이지 않으며, 의존적 관계망으로 연결된 더 큰 우주의 일부다.
우주라고 하니, 감이 오지 않을지 모르니, 그저 사회,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이라고만 해두자.
백신은 개인 차원의 몸을 돌보는 노력을 넘어 나와 연결된 수많은 관계와 내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의 건강을 책임지는 노력이기도 하다.
따라서 내가 백신 주사를 맞아야 하는 이유는 개인의 건강을 위해 사적으로 계좌에 가입함과 동시에 공동체의 건강을 위해서 신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 19 백신 주사를 맞는 것, 그게 바로 철학적 행동이다.
다시, 이 책은
지금까지 했던 철학이 책을 읽으며 책속으로 들어가, 머리 속에 쌓아두는 철학이었다면, 이번에는 책을 읽은 것은 같았지만, 책속으로 들어가 쌓아두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걸 몸으로 느껴보면서, 체감과 체득으로 소화하려고, 애쓴 철학이다.
실로, 이 책을 읽고나서 과속방지턱을 넘으며, 바벨, 아령을 들면서, 등등 몸을 움직일 때마다 내 몸에 철학이 핏줄을 타고 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건 기분탓인가
오랜만에 철학 공부 제대로 했다.
좋은, 친절한 선생님 한 분 모시고 철학공부 진지하고 재미있게 했다.
이 책은 열두 명의 철학자들을 아이러니스트로 규정하고, 그들의 철학을 통해 나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나를 깨우침으로 인도한다.
아이러니스트는 아이러니를 의도적으로 창조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낡은 생각을 익숙한 언어로 날조하는 삶에서 벗어나 익은 생각을 낯선 언어로 부단히 창조하는 시인의 삶을 표방하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관성적으로 움직이려는 진부함과 과감히 결별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라도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과감한 결단과 결행을 즐기는 모든 사람이 아이러니스트라고 한다.(p.14)
나도 아이러니스트가 되고 싶다. 그러나 아직 그런 수준이 아니다. 나이를 많이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하여 속상하지만, 나는 아이러니스트를 동경하며 성숙한 자아로 성장하길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열두 명의 철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 존 듀이, 니체, 비트겐슈타인, 마이클 플라니, 들뢰즈, 마투라나, 푸코, 로티, 데리다, 제이코프, 나투르이다. 부끄럽게도 이름을 들어 본 철학자는 5명 밖에 없고, 이들의 철학은 거의 잘 모른다. 왜냐면 학창 시절 이론적으로 개요화된 철학적 지식만을 암기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장 많이 들었던 아리스토텔레스, 존 듀이의 이야기인 1장, 2장을 중심으로 서평을 작성한다.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 플라톤과 다르게 독자적인 철학을 가졌다고 한다. 플라톤이 이상주의자라면,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적인 사상가로 실천적 지혜를 강조하였다고 한다.
실천적 지혜는 행동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실천인지를 숙고해보고 이 상황에 적절한 대응 조취를 취하는 지혜로, 숙성의 시간 속에서 탄생을 하는데, 현대의 삶에서는 속도, 속성, 편리함, 효율에 더 가치를 두기 때문에 우리에게 잠재되어 있는 실천적 지혜는 점차 모습을 감추고 있다고 한다.(p.26)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부터도 사유하는 힘이 원래도 없었지만, 더 고갈되는 것 같다. 물질, 경쟁, 냉정한 직장 생활 속에서 나를 지키겠다는 부족한 생각과 행동으로인해 실천적 지혜와 사유의 힘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듯 싶다. 그렇기 때문에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아이러니스트의 삶이 절실히 필요한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나오면서 학교 교육의 방향은 90 %가 거기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 같다. 순수 과학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점이 다소 아쉽다. 학교 교육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활용 가치가 있는 사람을 기르기 위한 방향으로 치우치는 것 같고, 교육이 사회에 필요한 인간을 길러내는 도구가 되는 것 같아서 속상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작가는 인공지능이 흉내낼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을 소개해주었는데, 공감과 위안이 되었다.
인공지능에 차별화될 수 있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으로는
1)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는 능력: 틀에 박힌 질문은 틀에 박힌 답을 부른다. 질문을 던지는 능력, 문제를 잘 내는 능력이 필요하다.(p.31)
2) 감수성, 타인의 마음을 공감하는 능력인 측은지심: 누군가의 불편함에 대한 포착, 그것을 치유해주려는 마음, 그리고 실천적인 노력이 마침내 창의적인 발명을 이뤄낸다.
3) 이연연상의 상상력(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관지어 생각하는 능력): 상상력은 실천적 지혜를 잉태하는 텃밭이자 기반이다.(p.36)
4) 현실 구현의 실천력
을 말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서 기술을 습득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의 고유한 능력을 더욱 개발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교육하고, 아이들고 그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장의 마지막에서 작가는
황현산, '잘 표현된 불행'(p.41)
설명은 '실증'을 기다리는 현실의 미묘한 힘을 다른 삶의 높이에서 통찰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삶에서 실증된 지식으로 이 삶을 봉쇄하기 때문이다. 필연의 맥락에 갇혀 과거로만 현재를 설명하는 모든 이론적 이해는 우리를 위로하거나 한탄하게 할 뿐 실천의 위험을 무릎쓰지 않는다.
라는 글을 소개해면서 회색 지대에서 고뇌를 거듭하는 인간에게 지금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가장 현명한 답을 제공해주는 것은 실천적 지혜로 무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상황에 따른 도덕적 판단과 실천적 지혜를 갖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며, 더욱이 나는 제로점에서 시작하는 기분이 들어 속상하지만, 실천적 지혜를 배워가는 것이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비록 늦었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차근히 배워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2장을 시작할 때 저자는 존 듀이의 "7년간의 실험"이라는 지식채널 영상을 보라고 권했다. 영상을 보면서 존 듀이의 투지에 존경심이 생겼다. 그의 노력은 나비효과가 되어 많은 나라의 교육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것을 보고, 한 사람의 철학과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실감했으며, 인간은 경험을 통해 끝없이 성장할 수 있음에 공감이 갔다.
2장을 통해 질성적 사고(감각적 깨달음, 감각적 경험의 총합)과 이성적 사고(반상적 사고)를 구분하여 이해할 수 있었다. 이성적 사고는 질성적 사고를 통한 흐릿한 이미지, 불분명한 의미에 대한 애매한 느낌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논어에 학이불사즉망(배우기만하고 생각하기 않으면 위험하다), 사이불학즉태(생각만하고 배우지 않으면 이 또한 위태롭다)라는 말이 있단다.(p.60) 이말 또한 존 듀이의 철학처럼 배움은 경험을 통한 배움이며, 생각은 경험의 의미를 깊이 성찰하는 반성적 사고이다.(p.60)라는 말과 같다고 한다. 즉, 우리는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반성하고 성찰할 때 배울 수 있단다. 그러기에 경험을 게을리하지 말아야함은 물론이고, 더불어 끊임없는 반성적 성찰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그럼 나이가 듦에따라 성숙함도 채워질 것 같다.
저자는 2장의 마지막에서 경험을 권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p.79)
위 글귀를 읽으면서 청년시절에 꾸었던 꿈이 생각이 났다. 꿈에 큰 창이 있었다. 사람들이 줄 지어 있는 듯한 분위기였고, 나는 창가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내가 창을 뛰어 내려야 한다는 무언의 과제가 있었다. 난 두려움에 주저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이런 음성이 들렸다. 내가 빨리 뛰어 내려야 뒤에 줄 서 있는 많은 사람들이 차례로 뛰어내릴 수 있다고...
꿈에서 깬 후 나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생각으로 많이 재는 스타일이었고, 조심성과 두려움이 많았으며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서 많은 주저함이 있었고 그로인해 고민이 많아지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으며, 에너지를 낭비했었다. 그런 나에게 그 꿈은 "행동하라.",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라는 깨달음을 주었고, 도전하는 데 큰 용기를 갖게 되었었다.
안타깝게도 이십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런 성향이 완벽하게 고쳐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는 말이 마음에 많이 와 닿는다.
세상에는 지혜로운 자가 많다. 나도 지혜로운 자가 되고 싶다. 그런 나에게 아이러니스트라는 이 책은 다시 지혜로운 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전하는 마음을 선사하였다.
이 책을 다른 사람들로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추천합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아이러니스트‘라는 이 개념을 처음 접하면서 생경하고 흥미로왔다. 그래서 책을 읽기전 제목에 대해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철학자 리처드 로티가 그의 저서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에서 제안하고 있는 대안적 문화의 영웅이 ‘자유주의 아이러니스트’라는 인물이다. 로티는 이 아이러니스트를 통해 사회적 목표, 규율의 틀 안에 개인을 빠뜨리려는 정치적 태도를 경계하는 전제된 보편성으로부터의 탈피를 보이며 이상적인 자유주의자로서 다른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이고 자기 자신에 대해 겸손한 인물로 나타내었다.
진정한 아이러니스트로 살기 위해 삶으로 깨우침의 모범을 보인 12철학자의 초대하여 이 책의 독자들이 이 세상에 진정한 ‘아이러니스트’로 살아가길 바람이 저자의 의도라고 생각된다.
안온한 관습적인 철학을 뒤집은 아이러니스트들은 1. 실천적지혜의 아리스토텔레스 2. 예술적 경험론의 듀이 3.전복과 파괴의 철학 니체 4. 일상의 언어를 뒤집는 창의적인 사람 비트겐슈타인 5, 인격적 지식관으로 설득하는 마이클 폴라니 6. 우발적 마주침에서의 깨우침 질 들뢰즈 7. 몸을 움직여 행등을 창조하는 방랑 예술가 움베르토 마투라나 8. 한 번도 되어본 적이 없는 나를 돌아보는 자기 배려 미셸 푸코 9. 자아를 끊임없이 창조하는 시인 리처드 로티
10. 한 우물에 매몰되지 않고 또 다른 우물을 만나는 자크 데리다 11. 몸으로 체득한 은유로 상대의 마음을 훔치는 조지 레이코프 12.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의 브뤼노 라투르.이다.
이 중에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조지 레이코프 아이러니스트 방법이다. 그렇지 않아도 몸이 내 맘대로 되는가? 몸과 마음에 대한 상관관계에 대해 엉뚱한 생각을 하던 즈음에 이 챕터는 나에게 새로운 체험주의를 선보이며 개념을 다시 고려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내가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면 내 몸만 잊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과 관계된 다른 사람의 몸도 같이 입원한다. 내 몸은 독립적이지 않으며, 의존적 관계망으로 연결된 다 큰 우주의 일부다. -부자의 1원칙 몸에 투자하라. 이 아이러니 한 역설을 이해하기위해 나는 또 한 책(부자의 1원칙 몸에 투자하라.)을 읽어야만 했다.... 이 책의 구절 구절에 와 포스트 잇이 산재하다. 무난하게 읽어내려 갈 활자도 아니요 계속적으로 문맥을 붙잡게 되는 책이지만, 재미있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들 중에 세대를 건너면서 계속 회자되는 이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이유 중 하나에 '패러다임을 바꾼 사람'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고요. <아이러니스트> 속 철학자들을 보며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개인에게 권유하는 '철학자로 살아가는 것' 역시 개인의 삶이라는 관점에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꼭, 아니 어쩌면 자주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이러니스트>는 지식생태학자인 유영만 교수의 EBS 클래스e 강의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입니다. 저자는 <아이러니스트>를 통해 특정 철학자의 개념이나 사유 체계를 이해하는데 그치거나 흉내 내기, 지식 습득으로 만족하는 대신 그들의 문제의식과 고뇌 등을 독자 각자의 삶으로 끌어들여 각자가 철학자로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가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관성에 끌려가는 대신 자신이 믿었던 신념 체계를 무너뜨리며, 삶에서 적용하고 실천하며 스스로 주체가 되는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철학적 사유의 시작이자 철학자로 사는 삶입니다. 특히 '어떤 일이 의도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예상에서 벗어난 결과나 모순(p.14)'을 의미하는 '아이러니'를 의도적으로 창조하는 사람을 '아이러니스트'라고 하는데, 저자는 책을 통해 자신이 아이러니스트로 규정한 12명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존 듀이, 프리드리히 니체, 비트겐슈타인, 마이클 폴라니, 질 들뢰즈, 움베르토 마투라나, 미셸 푸코, 리처드 로티, 자크 데리다, 조지 레이코프, 브뤼노 라투르의 철학 속 주요 개념과 그들 철학의 배경, 그들이 고민했던 것과 이의 치열한 결과물인 그들의 철학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관성을 거부하고 상식과 통념을 깨부수며 가장 자기다운 모습을 재창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모두를 '아이러니스트'라고 하며, 독자들 역시 아이러니스트로 변신하기를 권합니다.
듀이의 질성적 사고와 반성적 사고, 폴라니의 암묵적 지식과 명시적 지식, 푸코의 자기 배려와 자기 인식 등과 같은 주요 개념들은 평소 느끼고 있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을 선명하게 만들어주었고, 해당 개념을 기반으로 생각을 더 발전시킬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자칫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철학의 개념은 저자가 오늘 우리의 예를 들어 설명해 준 덕분에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내 생각 사이에 다리가 놓이는 경험도 할 수 있었고요.
저는 가끔 사람마다 살면서 짊어지는 삶의 무게가 많이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출발점도, 배경도, 짐의 무게와 그로 인한 영향도, 각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겪는 아픔이 가장 크다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남들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사는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자기다운 삶을 사는 것, 삶의 철학자로 사는 것, 즉 '아이러니스트'가 되는 것은 다른 삶의 짐보다 비교적 그 크기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역시 누군가에게는 조금 더 쉬울 수도 있겠지만, 타인이 대신 겪어내 주거나 완성해 줄 수 없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몫이 아닐까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 받았으며, 내용에 대한 요구 없이 저의 견해가 담긴 리뷰입니다.